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최 성훈 씨의 ‘낙엽의 마지막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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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문학신문사
2007-01-01 17:35
서울--(뉴스와이어)--창조문학신문은 <창조문학신문 2007 신춘문예> 시부문(B틀)의 당선작을 발표했다.

창조문학신문의 시부문(B틀)에는 최 성훈 씨가 당선되었는데 최 성훈 씨의 당선작과 당선소감 및 심사평은 다음과 같다.
(참조 : www.sisarang.co.kr)


▣ 시부문 최 성훈 : 당선작 1. 「낙엽의 마지막 비행」(대표작) / 2. 「단풍길 隨想」

프로필 : 53세, 경기도 용인産, 충북대 과학교육과 졸업, 한양대 교육철학과 졸업, 『용인문학』 신인상, 「용인문학회」회원, 현 용인의 나곡중학교 교감.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거주.


― ♣ 「낙엽의 마지막 비행」 / 최 성훈의 시(B틀).

행림(杏林)에 든
갈색 바람이
꽃물 들어 양금(兩琴)같았던
나뭇잎의
수고로운 삶의 창을 닫는 날,

잎새의
슬픈 이탈을 해연히 굽어보던
산새 한 마리가
홀연히 날아올라
구슬픈 축가를 부른다

이제 더는
실바람에 두방망이질 칠 날 없으며
장대비에 애타하지 않고
햇살 보듬으면 짓던
청록의 밝은 미소도 없겠지만

본래 절로 받은 삶이니
나누임도 정한 이치라
헤어짐이
곧 자유를 얻는 것이라고.

사명을 다한 장한 스러짐이니
대지의 청혼(請魂)에 응하여
가벼웁게 날아,
산천에 귀의(歸依)함을 기꺼워하며
시든 몸과 마른 마음을
편안히 눕히라고.


― ♣ 시부문 심사평 : 문학평론가 박인과
“백두산사슴 같은 깨끗하고 고고(孤高)한 심성으로 퉁겨내는 이별의 변주곡”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분들은 최 성훈 씨, 김 성식 씨, 이 기남 씨, 하 미애 씨 등 4분이었다. 여기에서 최 성훈 씨의 작품들을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다른 분들은 좀 더 풍성한 시각을 가지고 시어의 조탁의 과정을 밟는다면 머지않아 좋은 시들을 탄생시키리라 믿는다.

최 성훈은 사각의 자유를 꿈꾼다. 그는 그의 작품에서처럼 “산천에 귀의(歸依)함”을 원하며 “홀연히 날아오르기를” 꿈꾼다. 그러면서 “헤어짐이 / 곧 자유를 얻는 것이라고” 증언한다. 최 성훈이 꿈꾸는 사각의 자유에의 희망은 나뭇잎이 떨켜 밖의, 그 생명의 사유 밖의 공간으로 이탈되는 순간부터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시의 혈자리는, 이 시에서는 감추어 두고 있는 그 떨켜의 자리에 있다. 그런데 그 시의 경락은 바로 “나뭇잎의 / 수고로운 삶의 창을 닫는 날”에 있다. 그래서 ‘창을 닫는 날’이 나뭇잎이 떨켜의 자리와 분리되는 시간을 말해주고 있다. 그날, ‘삶의 창을 닫는 날’에 나뭇잎으로 비유되어 있는 시인의 고독은 자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 ‘슬픈 이탈’의 자유는 ‘구슬픈 산새의 축가’로 청각화 되어 나타난다.

이 시는 강 봉덕의 시에서 추구하는 물줄기에 대한 희망과는 달리 물줄기 세차게 흐르던 잎맥이 마르고 생명의 떨켜 부분이 마를 대로 말라 죽음의 지대, 오히려 그 사각의 지대로 흡수되면서 시는 살아나게 되는 것이다. 죽음을 죽음으로 받아들일 때 진정하고 온전한 생명력이 있어지는 것을 사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뒤집기이다. 창조문학신문사의 신춘문예 뒤집기와 같은 것이다. 정 반대의 측면에서 사각의 렌즈로 원형의 사물을 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사각의 렌즈로 본 것이 원형인데도 사각이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최 성훈의 시는 바로 강 봉덕의 시를 뒤집어 놓은 형상이다.

강 봉덕의 시 「아내의 불면」이 강물의 흐름을 애타게 갈구하며 강물이 흐름으로써 그의 시에 생명력이 있게 되었다면, 최 성훈의 시는 강물이 말라가고 있음에 대해 그대로 순응하면서 나뭇잎의 날갯짓에 자신의 의지를 맡겨두는 것이다. 그의 시는 일종의 방임형이다. 그런데 그것은 민족문학의 보존과 발전에 대한 소스를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복종의 미덕을 실행하면서 최 성훈의 시는 “대지의 청혼(請魂)” 즉, ‘대지가 혼을 부름’에 당당하게 응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긍정의 미학이다. 강 봉덕의 시적 렌즈의 정 반대 쪽에서 들이댄 최 성훈의 시어의 렌즈를 통하여 우리가 보는 세상은 이렇게 숭고하고 아름답도록 다르다. 하지만 자유하기 위한 목적은 같은 것이다.

강 봉덕의 작품의 행이 긴 반면 최 성훈의 시의 행은 짧다 의도적으로 서술어까지 잘라놓았다. “헤어짐이 / 곧 자유를 얻는 것이라고.”, “시든 몸과 마른 마음을 / 편안히 눕히라고.” 등이 그것이다. 서술어를 갈라내 없애버렸다고 해서 시가 이해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함축미와 여운의 층이 두텁게 쌓이게 되는 것이다.

최 성훈이 잘라내 버린 시어의 행방은 바로 ‘낙엽의 마지막 비행’에 있다. 그가 버린 시행들은 바로 그 ‘낙엽’이 되어 시의 대지에 귀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최 성훈이 이 시에서 가지고 있는 중요한 카드는 그가 마지막에서도 제시하고 있는 시어 ‘고’ 밑에 붙어있는 ‘점(.)’에 있다. 그 곳이 바로 떨켜의 자리인 것이다. 서술어의 나뭇잎의 시행들이 이탈해 나간 떨켜의 자리인 것이다. 그래서 최 성훈의 시가 자유하고 있음의 증거는 바로 두 곳의 점이 드러내고 있는 세계에 있다. 삶은 언젠가는 그 점처럼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그런데 그 마침표 다음에는 신에게 귀의하는 새로운 세계로의 자유스러운 날갯짓이 있음을 표현하는 자아의 본질적 내면의 성찰을 그려낸 수작이다.

이 마침표를 활용해 백두산사슴 같은 깨끗하고 고고(孤高)한 심성으로 퉁겨내는 그의 이별의 변주곡은 ‘산새의 구슬픈 축가’로 연주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의 생명의 음의 혈자리는 바로 그 점에 위치하는 떨켜의 자리이다. 그 자리에 점을 콕 박아놓은 것이다. 그 점의 시침으로 인해 이 시는 이별의 변주곡을 사랑하며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의 리듬은 ‘가벼웁게 날아’ “꽃물 들어 양금(兩琴)같았던 / 나뭇잎의 / 수고로운 삶”도 변주하고 있는 것이다. 삶의 마침표의 점을 찍어야 “낙엽의 비행”처럼 날아오르는 자유를 소유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뒤집기가 아닐까. 삶에 대한 긍정적인 역설의 문법이 아닐까.


― ♣ 시부문 당선소감 : 최 성훈

2004년을 마지막 보내는 저녁, 거리는 들뜬 아우성들로 가득 찼는데, ‘열쭝이’였던 나는 혼자서 무슨 하찮은 넋두리인지 한숨만 짓다가 자정이 넘도록 울고 있었다. 삶을 돌이켜보니 허무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렸을 뿐, 가진 것이나 이룬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았다. 회오(會悟)라고나 할까, 생의 반환점을 멀리 돌고나서야 접한 삶들을 글로 표현하고 싶어졌기에 갓밝이에 이르도록 글을 쓰고 또 썼고, 그것이 시를 처음 알게 되고 시와 사랑에 빠져 들게 된 동기가 되었다. 그 후 2년 간 밤낮 없이 습작에 몰두하면서 남은 날 동안 모든 수고와 노력을 다 기울여 볼만한 가치가 있는 새로운 세계가 시창작의 세계인 것도 발견할 수가 있었다.
내 삶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회(轉回)를 경험하면서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지냈는데, 또 오늘 기쁜 소식을 받게 되었다. 행여 게을러지지나 않을까, 반복되던 후회의 잔을 또다시 들게 되지는 않을까, 스스로 노심초사하던 나였는데 새 길을 제시받은 느낌이다.
자신을 채찍질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신 창조문학신문사 관계자 모든 분들에게 마음 중심에서 우러나는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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