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자 고 기리 씨의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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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문학신문사
2007-01-01 20:05
서울--(뉴스와이어)--창조문학신문은 <창조문학신문 2007 신춘문예> 시부문(A틀)의 당선작을 발표했다.

창조문학신문의 시부문(A틀)에서는 두 분이 공동으로 당선되었는데 고 기리 씨와 강 봉덕 씨가 그 분들이다. 이중 고 기리 씨의 당선작과 당선소감 및 심사평은 다음과 같다. (참조 : www.sisarang.co.kr)

▣ 시부문 고 기리 : 당선작 1. 「지하철」(대표작) / 2. 「母情」 / 3. 「山寺에서」

프로필 : 62세, 서울대 졸업, 교육계 정년 퇴직, 현 청솔아카데미 부원장. 서울시 강동구 거주.

― ♣ 「지하철」 / 고 기리의 시. A틀.
…… 버전 : 성적 판타지아

계표기와 카드의 입맞춤 값 팔백 원을 지불하고
하루 몫의 등짐 추스르며 플랫폼에 선다
형광빛 광합성으로 젖무덤에 핀 광고판 속 장미꽃처럼
어제 놓고 내린 꿈 수정란의 꽃으로 다시 피우고 싶어
열차를 기다리며 괄약근을 조이는 사람들
뜨거운 입맞춤 후 쓰레기통에 버려진 종이컵들
빠듯한 일인분의 산소량을 아껴 호흡하며
몇 모금의 액체 속에 용해된 카페인을 아가미로
분리수거해 하품을 쫓는 사이
잠들었던 푸르른 성감대의 선로 우르르 울리며
바닥을 향해 비어가는 종이컵 속으로 열차가 도착한다

선에서 선으로 색에서 색으로
모든 오고 감의 끝이 무엇인가를 학습하기 위하여
해웃값 따질 겨를도 없이 암수 몸 맞대고 땅굴을 달린다
휴대전화 핸드폰 휴대폰 셀폰 모바일폰 DMB폰 …
육성과 기계음이 서로 접붙어 변종 불협화음을 산란한다
혼자서 인공호흡을 하는 노숙자의 가위눌린 숨소리가
카드 빚 쳇바퀴에 치인 누군가의 신음소리에 꺾꽂이 되고
선따라 색따라 타고 내리는 정거장마다
밤새 숙성된 수정란 좌석마다 포기 나뉘어 착상되는데
액정화면에서 무리지어 짝짓고 허공으로 날아간
메시지의 자음과 모음이
년상과 년하가 자리 바꿔 앉는 의식에 꽃가루처럼 날리고
통화중 튀어나와 광고지처럼 나눠지는 웃음소리가
벗은 제 허물을 먹고 몸을 풀어 날개를 짓는
우화(羽化)의 과정에서 잘린 더듬이
아, 손금을 고쳐 환승하고픈 한숨소리에 휘묻이되고 …
소리보다 더 옹골진 삶의 바탕인 침묵이 깨질 때마다
우연히 같은 지하철을 탔을 뿐인 사람들끼리
때론 눈을 흘기고 때론 빙긋 웃음을 흘리며
동승자의 대가를 치른다


― ♣ 시부문 심사평 : 문학평론가 박인과
“생명적 순수함으로 지하철의 일상을 환골탈태시킨 욕정의 기술”

시부문의 응모작이 쌓인 속에서 두더지처럼 돌아다녔다. 그럴 때에 보물들은 있었다. 많은 작품들이 잘려져 나간 다음 고 기리, 강 봉덕, 안 장환, 박 민철의 작품이 본심에 올라왔다. 그리고 고 기리와 강 봉덕을 공동 당선자로 선정했다.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은 다 좋았다.

고 기리는 사각의 자유를 꿈꾼다. 지하철의 선로 위를 달리는 네모난 방들의 행렬은 날마다 푸른 들판으로의 탈선을 꿈꾼다. 그는 그의 작품에서처럼 “형광빛 광합성으로 젖무덤에 핀 광고판 속 장미꽃처럼 / 어제 놓고 내린 꿈 수정란의 꽃으로 다시 피우고” 싶다며 각진 고통의 삶에서 자유하고 싶다. 그래서 “선따라 색따라 타고 내리는 정거장마다 / 밤새 숙성된 수정란 좌석마다 포기 나뉘어 착상”되고 싶은 것이다. 이 시간의 네모난 그리움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고통의 사각지대인 360°를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의 시어들은 튼튼하고 정교하고 색정의 욕을 풍기고 있다. 그만큼 숙성되어 있고 시어의 수정란이 잘 부화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의 시어들은 만나기만 하면 서로 접붙게 되는데, 무생물과 생물까지도 접붙여 생명 창조에 관여한다. 이것은 고 기리가 그리고자 하는 원대한 생명에 대한 환희적 기쁨의 완성을 위한 언어의 칼날들을 그의 시의 자궁에 깊이 착상시켜 놓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 착상시켜 놓은 시어의 수정란들 중에서 살펴보면 “아, 손금을 고쳐 환승하고픈 한숨소리”라는 시의 자궁 위치에서 돋보이는 ‘환승’이란 단어가 붙어있는 곳이 이 시의 혈자리이다. 이 시에서 이 ‘환승’이란 단어가 없어지면 이 시는 맥이 풀려버리고 만다. 단지 성적인 흥분제 정도의 역할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어 ‘환승’이란 시침의 시어는 손금으로 이어지는 생명이 흐르는 정확한 혈자리에 꽂혀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를 생명력 있게 하는 기술을 고 기리는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 ‘환승’이라는 단어 하나가 이 시의 전체 행에 생명의 뼈다귀들과 욕정의 숨소리들을 제공해주고 있는 것이다.

고 기리가 형상화 하고자 하는 것은 그가 부제를 붙이고 있는 것처럼 지하철 버전 ‘성적판타지아’에 대한 생명력 있는 기대치의 발현으로서의 그의 오래된 꿈의 알의 부화의 모습이다. 그것은 바람직하고 진정한 생명의 모습이다. 우리의 어머니의 자궁에서 꿈꾸며 꿈틀거리며 키워왔던 우리의 절실한 자화상이다. 지하철이 깊은 굴속으로 진입하며 오고가는 것처럼, 성적인 튼튼하고 당연한 모럴(moral)을 우화의 더듬이의 촉감으로 잉태해 내고 있다. 그의 시어들이 수정되어 잉태되고 깨어지기만 하면, 서로 갈아타야 할 새로운 정거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남녀노소가 구분 없이 필요에 의해 죽음과 생명으로 팽팽히 다가오는 두 선로를 달리며 정거장에 일찍 내리기도 하고 늦게 도착지점에 당도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것은 인류의 생로병사에 관한 형상화로 발전되어 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의 시어들을 살펴보면 ‘입맞춤’, ‘젖무덤’, ‘꿈 수정란’, ‘괄약근’, ‘뜨거운 입맞춤’, ‘푸르른 성감대’, ‘색에서 색으로’, ‘해웃값’, ‘암수 몸 맞대고’, ‘접붙어 변종 불협화음을 산란’, ‘수정란 좌석마다’, ‘짝짓고 허공으로 날아간 / 메시지의 자음과 모음’, ‘벗은 제 허물을 먹고’, ‘우화(羽化)의 과정에서 잘린 더듬이’, ‘우연히 같은 지하철을 탔을 뿐인 사람들’ 등이다. 그야말로 인터넷의 성감대 키워드들이다.

그는 생명적 순수함으로 존재 되어지는 자아 탄생의 과정을 지하철로 비유하여 이야기하며 지하철의 일상을 환골탈태시킨 것이다. 그래서 길쭉한 지하철이 드나드는 땅굴을 성적인 모럴해저드(moral hazard)화 한 것으로 보일지라도 그것은 극적인 반전의 효과를 비벼내고자 한 것이다.

생명의 원류를 타고 흐르는 창조적인 성이란 기능을 재창조의 꿈으로 깨어 내놓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에 그의 시의 기능과 기술이 있다. 기존의 관념을 깨어버리고 새로운 믿음을 창출하는 것이다. 역시 그가 “우화(羽化)의 과정에서 잘린 더듬이 / 아, 손금을 고쳐 환승하고픈 한숨소리에 휘묻이되고”라고 묘사하는 곳에서 그의 시의 부활을 본다.

“우연히 같은 지하철을 탔을 뿐인 사람들끼리”, ~ “동승자의 대가를 치른다”고 하는 구절에서 우리는 그의 날개 돋친 희망을 본다. 그의 꿈은 바로 우리의 꿈이고 인류의 희망인 것이다. 인류는 우연히 같은 지하철을 탄 존재들이다. 이 시 “지하철”은 같은 시간대의 세월을 타고 오르며 생명과 미래의 선로 위를 팽팽한 긴장력으로 달리고 있는 공동체적 존재의 의미를 부여해 주고 있다. 이 도태된 일상사의 ‘잘린 더듬이’의 의식의 틀에서 해방될 때까지 지구라는 지하철은 수많은 우화의 생명들을 잉태하며 사랑하며 신의 계시가 이를 때까지 계속 질주할 것이다.

고 기리의 생명과 환희와 역동(逆動)의 삶의 중앙에서 흔드는 바람이 거세어질수록 우리는 희망 부푼 꿈의 알을 깨는 연습을 할 것이다. 그의 역설적 시어들이 우리의 가슴에 꽂힐 때마다 우리는 ‘잘린 더듬이’로 부화하는 꿈을 꿀 것이다. 건강한 필력으로 건강한 에너지로 파란 하늘 한 점의 자유를 소유하길 빈다.

― ♣ 시부문 당선소감 : 고 기리
“사선을 넘나들며 하루에도 몇 번 씩 ‘사망연습’을”

병상에서 시 몇 편을 쓰고 고치고 다듬었다. 내면의 빛을 찾아 자의식 속을 자맥질한다. 퇴직 후 자유를 꿈꾸었으나 오히려 새장 속에 갇힌 기분이다. 머리카락 하나 흔드는 바람결에도 미모사 잎처럼 움츠러든다. 무심코 받은 건강검진 결과가 허용치를 넘어 집사람은 수술을 두 번 받았고 나는 약물치료 중이다. 지쳤으나 포기할 수 없는 게 또한 삶이다. 그래서 붙든 게 詩다. 사선을 넘나들며 하루에도 몇 번 씩 “사망연습”을 겪은 후, 과거에 써 놓은 글은 찢어 버렸다. 더 이상 말장난할 시간이 없다. 남은 몇 편은 완전 개작을 했다. 이제야 시간과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지금 이 순간 소중한 생명을 붙들어 주신 하느님의 체온을 온 몸으로 느끼며 감사한다.
기뻐도 슬퍼도 눈물을 먹고 가슴에서 피는 꽃이 있다.
그 “눈물꽃” 한 송이, 심사위원과 여러분께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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