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노무현대통령은 9일 불쑥 개헌론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과연 대통령이 개헌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는 회의스럽다. 사실 노대통령은 헌법 개정을 발의할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 대통령의 개헌 발의 선언은 일종의 국민에 대한 기습 공격이다. 대통령은 개헌 국면을 열겠다고 말했지만 정작 열린 것은 정략정치의 판도라 상자이다.

원포인트 개헌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되어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과는 달리 개헌에 대한 최소한의 국민적 합의는 물론, 정당정치내의 진지한 논의과정도 없었다.

반면 보수 정치권은 개헌에 대한 이해득실 계산에 분주하다. 원포인트 개헌을 둘러싸고 이른바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넘쳐나고 있다. 개헌은 벌써부터 실정으로 심판받은 여권을 들뜨게 하고 있다. 정략정치의 국면을 여는 대통령의 원포인트 개헌안은 단호히 거부되어야 한다.

노무현 집권 4년 내내 실정이 누적되어 왔다. 서민의 삶은 그 바닥을 드러냈고 국민은 대통령에게 환멸을 느끼고 있다. 실정의 핵심원인은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무능과 개혁 부재에 있다. 대통령 단임제 때문이 아니다. 실패한 대통령이 책임을 제도 탓으로 돌리는 것은 비겁한 행위이다.

국민은 헌법 때문에 참여정부 4년이 엉망이었고 결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참여정부는 헌법 때문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서민을 위한 정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인증받지 않은 정치밖 정치’로 나라를 흔들려는 시도를 그만둬야 한다.

국가의 가치와 규범을 만드는 헌법 개정은 국민도 정당도 국회도 배제하는 대통령 혼자 하는, ‘대통령 정치’의 판을 키우는 정략적 의도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시대의 가치와 국가발전의 미래를 담는 내용과 함께 국민적 합의 과정이 개헌 논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87년 이후 20년 동안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은 끝에 새로운 위기와 가능성을 맞고 있다. 탈냉전 탈권위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민주화는 형식적 민주화에 그쳤고 신자유주의 양극화가 심각해진 가운데 사회경제적 민주화는 오히려 후퇴해왔다.

돌이켜보면 87년 대통령 직선제 헌법은 형식적 민주화를 가져왔으나 ▷ 사회양극화 해결, ▷ 새로운 정치세력의 진입을 막는 보수정치구조 혁신, ▷ 사회경제적 형평성 제고 ▷ 평화체제의 비전 ▷ 환경 여성 등 다양한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개헌을 통해 우리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 위해서는 의료, 교육, 주거에 대한 사회적 권리를 명문화하고, 토지주택공개념, 독과점규제, 소비자주권 등 경제민주화 규정을 구체화해야 한다. 또한 수구 보수의 독과점 정치구조를 깨는 독일식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비롯해 결선 투표제, 대통령 중임제 등 권력구조의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인권, 생활권, 양성평등, 환경, 지역균형 발전, 그리고 냉전질서를 넘어서는 평화지향의 가치를 담아야 한다.

그러나 보수양당의 독과점 정치구조에 갇힌 개헌논의는 개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주체에서 서민을 배제하고 보수 기득권 세력의 담합 아래서 추진되는 개헌논의는 그 과정의 졸속성 뿐 아니라, 보수양당의 독과점 정치구조에 갇힌 그 종착점이 개혁이 아니라 개악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개헌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폭넓은 참여에 기초한 사회적 논의가 필수적일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진전시키는 사회운동적 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을 만들어내는 일이야 말로 올바른 개헌의 요체이며, 이는 민주노동당의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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