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의원, ‘한미FTA와 금융시장 변화’ 연구결과 발표
세미나에서는 세편의 글이 발제된다. 정명희 금융노조 국제부장은 “NAFTA와 멕시코 금융산업”라는 글에서 NAFTA 이후 멕시코 금융산업의 변화를 추적한다. 윤여협 연구원(산업노동정책연구소)은 “자본시장통합법의 문제점”이라는 글에서 자본시장통합법이 한미 FTA와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음을 설명한다. 김성희 소장(산업노동정책연구소)은 “한미 FTA와 금융지주회사”라는 글에서 금융지주회사제도가 지금까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음을 확인하면서, 이 제도가 한미 FTA에서 요구하려 했던 것에 대한 자발적 수용 측면이 있음을 지적한다.
<발표문 요약>
1. “NAFTA 이후 은행산업의 변화” (정명희 금융노조 정책부장)
NAFTA 이후 멕시코는 금융산업, 특히 은행산업에서 다음과 같은 변화를 겪었다.
① 은행소유구조 변화
멕시코는 NAFTA 이후 외국인 지분을 1995년에 30% 까지 확대했으며 1998년에는 지분제한을 철폐했다. 이에 따라 은행 지분율에 큰 변동이 생겨났다. NAFTA 체결 이전에는 시티은행이 유일한 은행이었으나 지분 자유화로 은행들이 대부분 외국자본에 넘어갔다.
2004년 말 기준, 은행자산의 82%를 외국금융기관이 지배하고 있으며 2005년에는 95%에 이르는 것으로 추계된다. 그런데 1997년에는 이 비율이 16%이었다.
6대은행인 가운데 1개 은행만이 국내은행이며 이마저도 HHBC가 많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형편이다. 외국은행의 멕시코 은행산업 진출 전략은 신규개설보다는 M&A였으며 따라서 기존 은행들의 경영권이 외국자본에 넘어간 것이다.
② 상업은행 자산의 변화
1994년-2004년 사이 상업은행 자산은 실질적으로 매년 1.9%씩 감소하였고 국내 은행신용은 매년 6.0%씩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동안 멕시코의 GDP는 성장하고 있었음에도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신용성장과 경기확대 사이의 연결고리가 약해졌음을 설명해 준다.
이와 같은 멕시코의 ‘신용 없는 경기회복’의 주요 이유는 비은행 신용기관의 역할이 증대되었기 때문이다. 비은행금융기관의 민간부문에 대한 총 여신비율은 97년 41%에서 2004년 67%로 증가했다. 이는 실질적으로 기업에 대한 시설자금 및 상업자금 대출은 감소한 반면 수익성이 높고 담보가 확실한 소비자 대출 및 신용카드 사용에 의한 단기여신의 증가에 힘입어 확대된 것이다.
③ 수수료 부담 증가
외국은행은 멕시코 은행산업의 주도권을 잡자, 금융개혁과 효율성 제고라는 명분 아래에 먼저 각종 비용을 대폭 축소하고 소비자들에게 높은 수수료를 부과했다. 따라서 은행자산과 여신은 오히려 감소하였고 금융소비자들은 이용하지도 않는 각종 수수료를 납부해야만 했다. 특히 2000년 이후 외국은행의 독과점이 심화된 이후 그들의 우세한 시장지위를 이용하여 표준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대폭 인상시킴으로서 같은 종류의 서비스에 대해 자국에서 보다 거의 10배에 달하는 수수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2004년 중앙은행 총재인 Gilberto Ortiz씨는 은행들이 수수료를 낮추지 않는다면 특정서비스에 대한 은행수수료의 금액을 제한하겠다고 위협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은행들은 멕시코가 다른 나라보다 국가리스크가 크고, 비용구조면에서도 공격적인 감축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그리고 멕시코의 비효율적인 법률제도 때문에 수수료는 더 높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대항했고 이에 중앙은행 총재의 의지는 꺾이고 말았다. 왜냐하면 NAFTA 조항에 의하면, 감독당국의 일상적 금융정책(금리, 환율정책 등)과 은행의 건전성 규제 이외에는 모두 은행자율에 맡기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적인 규제를 중앙은행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④ 금융소비자의 양극화 심화
금융소비자들의 양극화가 뚜렷해지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유개인고객과 서민고객의 분리가 일어났다. 대형은행의 고객은 다국적 기업, 멕시코 재벌기업, 그리고 개인부자들인 반면, 소형의 비공식 금융기관인 신용금고, 대부업체, 전당포 등은 저임금 가계에 82%에게 금융서비스를 하고 있다. 또한 서민들은 높은 이자와 비싼 수수료를 부담한 반면, 은행의 우수고객들은 저리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양극화가 일어났다.
⑤ 서민들의 금융접근권이 배제
자산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들은 금융시장으로부터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권리를 빼앗겼다. 이들의 신용거래의 판단기준은 기업이나 개인의 장래성이나 미래의 가치가 아니라 오직 단기적인 수익의 논리였다.
그 대표적 사례로 멕시코 남동부에 소재한 Valladolid 지역의 조사연구를 보면, 중상위층의 34%만이 은행으로부터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저소득층의 50%-83%는 아예 금융권의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2. “금융세계화와 자본시장통합법” (윤여협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연구원)
한미 FTA 체결로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대폭적인 금융 규제완화와 폐지가 진행될 전망이다. 공히 알려진 바대로, 한미 FTA 금융부문의 쟁점은 크게 업종 및 금융상품의 네거티브시스템으로의 변경요구, 금융서비스 국경간 거래허용, 신금융서비스 허용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들은 자본시장 통합법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따라서 자본시장 통합법은 한미 FTA 추진의 ‘사전 대비 전략’ 혹은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측면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이러한 국내 금융제도의 정비는 한미 FTA 협상의 결과가 아니라도 이미 금융 산업 재편의 방향에 대해 정부 내에서, 그리고 정부와 초국적 금융자본 간의 합의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자본시장 통합법과 한미FTA 협상은 거꾸로 이러한 기존 합의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시장 통합법의 문제점은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자산운용업의 활동에 제약이 되는 모든 법제도적 틀을 제거하여 자본시장의 활성화를 촉진하려는 탈규제, 자유화 조치의 문제점이다. 특히 최근까지 초국적 펀드회사들의 무리한 구조조정과 투기성향에 의해 국내 기업들의 투자 및 영업능력이 크게 약화되고 투자 및 회수과정에서 국경간 자금이동 역시 빈번해지고 있는 실정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강화된 탈규제 조치들이 낳을 부정적 효과는 정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부분적이거나 일시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금융 빅뱅을 유도한다는 자통법의 내용에서는 사회적인 보편적 권리로서 노동권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도 없어 대규모 실업뿐만 아니라 고임금의 전문직 노동자들과 다수의 저임금 노동자들, 핑크칼라 노동자들(비서, 전화교환원, 수위, 보육, 시설관리, 세탁)로의 극단적인 노동시장 양극화가 예상된다. 자본시장 통합법이 시행되고 그 파급효과에 의해 인수합병 과정이 활성화된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규모의 인력 퇴출과 비정규직화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러한 예상은 과거 은행권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확인되었던 바 있다.
자통법의 문제점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탈규제와 자유화 조치
○ 각종 펀드에 대한 규제완화 조치의 문제점
자본시장통합법은 금융투자상품의 개념을 추상적으로 정의하여 향후 출현할 모든 금융투자상품을 허용하겠다는 취지로 포괄주의를 도입하고 있으며, 자산운용업의 활성화를 위해 기존의 간접투자기구(투자신탁, 뮤추얼펀드, 사모펀드)를 확대하여 민법, 상법 등 현행법상 활용가능한 모든 기구를 허용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이러한 조치는 금융당국이 각종 펀드의 운동에 대해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이러한 불개입 원칙이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시장을 선진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탈규제 조치는 펀드 회사들의 투자의 단기화와 높은 차입레버리지에 따라 금융시장 시스템 리스크를 크게 증대시킬 수 있다.
○ 국경 간 금융서비스 거래 허용의 문제
통합법에 따르면 국경 간 금융서비스 거래가 허용되어 국내 고객들이 인터넷으로 외국 금융회사의 본점과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내국인이 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주식을 현지의 증권사를 이용하여 매매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보유비중은 약 40%로 선진국 및 신흥국 평균보다 높아 자금이동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 금융서비스가 상업적 주재 없이 제공되어 국내 금융 산업은 축소되고, 초국적 금융회사들은 투자 및 고용을 수반하지 않는 국내 금융시장진출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제기된다.
○ 지급결제업무의 허용
이 부분은 금융투자회사의 육성을 위한 조치 중 하나로서 이들의 수요기반 및 영업력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금융투자회사도 대표금융기관-대형은행을 통하여 소액결제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경우, 고객에게 결제ㆍ송금ㆍ수시입출금 등의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어 고객 서비스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증권사의 고객예탁금은 주식투자를 위한 대기성 자금으로 일상적인 거래에 대응하기 위한 은행의 예금과는 성격이 달라 주식시장의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주식시장에 일시적인 폭락이 있을 경우 유동성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2) 국내 금융 산업 기반 훼손
영국은 1986년 금융 빅뱅을 유도한 결과 국내 증권사들의 몰락과 함께 외국계(특히 미국투자회사)에 의해 시장이 잠식되었다. 우리나라도 대다수 은행들이 외국은행에 넘어갔듯이 대형증권사들 또한 같은 전처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대형금융 회사들은 국내 금융 회사들에 비해 자산규모, 자본조달비용, 상품설계능력, 시장 인지도 등에서 크게 앞서 있다. 단적으로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골드만삭스, 메릴린치, JP 모건)의 자기자본규모는 약 28조원, 국내 5대 증권사 평균 자기자본규모는 5.3%수준인 1조 5000억 원대에 불과하다.
한편 경쟁열위에 있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시장 확보를 위해 과도한 수익률 경쟁에 나설 경우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증가해 국내 금융회사들의 부실이 심화되고 경영의 안정성도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3) 상시적 금융구조조정, 불안정노동의 확산
○ 금융세계화와 불안정 노동의 확산
금융세계화 전략은 정부가 기대하는 것처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금융세계화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일자리는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즉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이른바 ‘전문직업인’들에게는 금융적·비금융적 소득이 보장되지만,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일군의 전통적인 블루칼라, 핑크칼라 노동자들(비서, 전화교환원, 수위, 보육, 시설관리, 청소 노동자 등)에게는 극단적인 저임금과 고용불안 만이 강요된다.
분명 자본시장 통합법은 초국적 금융자본에게는 새로운 자유를 의미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다수 노동자에게는 커다란 생존의 위협으로 연결되는 불안정노동의 확산을 의미한다. 실제로 정부는 자본시장 통합법을 통해 영국의 10배에 이르는 금융 빅뱅을 기획하지만 노동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노력도 고려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영국에서 활용된 투자권유자 제도를 도입하여 노동법 상 노동자로서의 지위도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를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
○ 인수합병 과정에서의 인력 퇴출
자본시장 통합법이 시행되고 그 파급효과에 의해 인수합병 과정이 활성화된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규모의 인력 퇴출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러한 예상은 과거 은행권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확인되었던 바 있고, 최근 진행되었던 증권사 간 인수합병과정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인수합병으로 인한 구조조정의 위험, 다양한 상품개발과 판매, 변화된 환경에의 적응, 개별 경쟁과 집단의 경쟁은 증권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극도로 높일 것으로 보인다.
○ 판매권유자 제도
자본시장통합법에서 정의하는 판매권유자는 “금융투자회사의 위탁을 받아 금융상품의 중개업무 만을 담당하는 자”로서 보험설계사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이다. 이 제도는 자본시장 통합법 혹은 한미 FTA의 시행에 따라 상업적 주재 없는 국경 간 거래가 활성화될 경우 외국에서 개발된 혁신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판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초국적 금융자본들이 요구해온 내용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증권 산업에서는 저성과자들에게 사직을 권고하거나 원거리 발령을 내어 사직을 종용한 후 투자상담사로 재고용하고 있는데 판매권유자 제도가 시행된다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노동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도는 과거 영국에서 활용되었던 것으로 영국의 경우 이들의 시장점유율이 약 58%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3. “한미 FTA와 금융지주회사”(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
지주회사 방식을 금융산업에 도입하고, 금융지주회사에 관한 법률을 별도로까지 만든 이유는 겸업화를 바탕으로 금융기업의 대형화·그룹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자회사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겸업화에 비하여 유연한 합병 전략 추진, 상이한 금융업종간 통합의 마찰적 비용 절감 등 조직 구조상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것은 한미 FTA에서 미국 측이 금융서비스 분야에 대해서 요구하는 주요 내용들과 상당부분 맞물려 있다. 우리가 보기에 금융지주회사 도입을 전후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 금융산업의 재구성 혹은 재편 작업들은 한미 FTA에서 다루어지는 투자 조항의 내국인 대우, 최혜국 대우와 맞물려 금융산업의 개방과 외국 금융자본들의 자유를 획기적으로 신장할 것이다. 그리고 최근 진행되고 있는 금융지주회사 제도개선 시도는 미국과 한국 금융지주회사 시스템의 ‘유사성’을 높이려는 시도로도 볼 수도 있다.
한편 그 동안의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보면 이 제도가 결코 전국민을 위한 금융산업 형성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으며, 미국이 FTA를 통해서 요구하려고 했던 내용들을 자발적으로 수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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