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사 한미FTA 6차 협상 관련 보도에 대한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
몇몇 분야에서 부분적인 합의가 이뤄졌으나 우리 입장에서는 ‘성과’라고 할 만한 내용이 없다. 상품분과에서는 자동차 관련 품목의 관세는 제외하고 다른 품목들의 관세철폐가 합의됐고, 금융 분과에서는 우리 측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을 국책금융기관에서 빼 개방협정을 적용하기로, 금융·정부 조달의 내국민대우를 허용하기로 양보했다. 이외에도 미국은 기간통신사업과 방통융합분야에 큰 관심을 나타냈고, 지적재산권, 통신·전자상거래, 서비스시장, 금융, 투자 등 대부분 분야에서 공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18일과 19일 우리 측의 이른바 ‘고위급 협상 전략’이 상세히 보도되면서 우리 측이 한미 FT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방송사들은 고위급 회담 개최여부를 단순중계하거나 ‘빅딜’ 가능성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데 그쳤다. 또 방송 3사는 협상 경과, 쇠고기 개방 압력 등을 무비판적으로 중계했고, 이번 협상을 통해 시청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거의 제공하지 못했다.
1) 보도주제 분석
한미 FTA 6차 협상이 시작되기 이틀 전인 13일부터 협상이 끝난 19일까지 방송 3사의 관련 보도를 분석한 결과, 총 33건의 보도 중 협상을 단순 중계한 보도가 22건(MBC·SBS 각 7건, KBS 8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협상의 내용과 여파, 향후 협상 전망 등을 깊이 있게 다룬 분석보도는 한 건도 없었다.
또 쇠고기 수입개방 압력과 관련한 보도가 각 1건씩 나왔고, FTA 반대시위는 방송사별로 1~3건 정도 보도했다.
2) ‘협상중계’ 보도 내용 분석
- MBC, 고위급 회담 개최만 관심, 협상과 관련 없는 커틀러의 ‘장외활동’ 다뤄줘
협상중계 보도들은 고위급 협상 개최여부와 빅딜 예견, 섬유·농산물 분과의 상황 등을 전했다. 다른 분야의 협상 경과에 대해서는 거의 보도하지 않았고 커틀러 미국대표의 인터뷰와 장외 활동을 한 꼭지씩 보도했지만 의미 있는 내용은 없었다.
MBC는 금융 분야 국책은행의 일부개방, 한의사 문제를 제외한 전문직 상호인정 등의 협상에 대한 내용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또 상품분과 합의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MBC는 <핵심쟁점 그대로>(1.18)에서 “몇몇 공산품에서 한국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며 “대미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자동차는 관세철폐가 불투명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자동차 품목의 관세가 합의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자동차를 미국이 현 단계에서 양허개선을 못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일단 그 품목은...”라는 이혜민 상품분과 단장의 인터뷰를 실은 것이 전부였다. 미국이 우리측에 ‘자동차 세제 개편’을 압박하며 자동차 품목 관세 철폐를 합의하지 않았는데도 MBC는 이 부분을 설명하지 않았다. 또 이렇게 자동차 관련 품목을 제외한 채 합의된 관세철폐가 우리측에 득이 될게 없다는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물론 그 파급효과나 품목들의 구체적인 설명도 없었다.
섬유, 농산물 분과의 협상에 대해서도 세이프가드 도입과 원산지 규정을 놓고 맞서고 있다는 정도의 내용이 전부였다.
MBC가 협상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도 제공하지 못하면서 커틀러 미국 대표와 내용 없는 인터뷰를 하고 여대생들과의 만남과 같은 장외활동을 보도해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 SBS, 빅딜 예견·협상 경과 단순 전달
SBS의 협상중계 보도도 고위급 회담 개최나 경과 등을 보도하는데 초점을 맞추며 빅딜을 예상했다. 또 섬유, 농업, 금융, 공산품, 전문직 상호인정 등 분과의 협상경과를 단순 전달했다. SBS 역시 합의된 분야의 여파나 빅딜을 분석하지 않았다.
SBS는 <분주한 ‘물밑협상’>(1.15)에서 “투자, 금융서비스 등 4개 분과에서 부분적 진전 있었다”는 발언 등을 전했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또 공산품 관세협정에 대한 포괄적인 결과는 보도했지만, 그것이 갖는 구체적인 의미와 여파는 분석하지 않았다.
- KBS, 협상경과 단순전달· ‘빅딜’ 종용하기도
KBS도 고위급 회담의 개최여부와 ‘성과’ 등을 단순 전달하고, 상품, 농업, 섬유, 한의사 자격문제, 방송통신 등 여러 분야의 협상 경과를 나열하는데 그쳤다. KBS 역시 고위급 회담을 보도하며 반복해서 ‘빅딜’을 예견했지만 관련 사안을 분석하지 않았다. 다만 다른 방송사들과 달리 협상이 잘 안되면 깰 수도 있다는 김종훈 대표의 발언(14, 18일)을 간단히 전했다.
그러나 KBS는 6차 협상 ‘결과’에 대해 긍적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다. 이번 협상이 큰 진전이 없었음에도 KBS는 <타결 ‘디딤돌’ 마련>(1.19)에서 협상을 성과적이었다고 평가한 양측 대표의 발언을 전하고, 6차 협상이 “본격적으로 타결을 시도하기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고 정리했다.
19일 <고위급 접촉에 기대>에서는 협상속도를 내기위해 “핵심쟁점에 대한 최고위급의 정치적 결단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하며 ‘빅딜’이 필요하다는 태도를 보였고, “얻을 것도 얻을 가능성도 별로 없다는 일부의 비판이 정치적 결단을 통한 협상타결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해 비판 여론을 ‘체결돼야 할 협상의 걸림돌 ’처럼 폄훼했다.
3) ‘무역구제 포기’ 보다 ‘유출 논란’만 부각
한편 17일 국회에 보고됐던 ‘한미FTA 고위급 협상 방향’이 18일 한겨레 신문과 프레시안에 의해 보도됐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사실상 반덤핑 제재 등 무역구제 핵심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 다른 분야 협상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정부는 무역구제 분야의 실익을 내세우며, 국내 세수와 재정운용 기반, 환경 정책까지 바꿔야 하는 자동차, 의약품 분야를 무역구제를 맞바꾸겠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하지만 이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무역구제 마저 포기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정부와 일부 언론들은 고위급 협상보고서 내용의 심각성은 따지지 않고 보도 경위만 문제삼아 본질을 흐렸다. 하지만 보고서 유출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측의 협상 전략이라는 게 빈약하기 그지없고, 한미FTA 협상에서 얻을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방송사들은 ‘무역구제 포기’가 무엇을 뜻하는지, 우리 협상 전략이 얼마나 굴욕적인지를 지적하지 않고 ‘보고서 유출 논란’에 초점을 맞추거나 아예 핵심 내용을 축소·외면했다.
SBS는 18일 <‘무역구제’ 포기?>에서 “논란의 발단은 우리 협상단이 국회에 제출한 ‘한미 고위급 협의’ 결과 보고서가 유출된 데 있다”며 “무역구제는 다른 걸 얻기 위해 내주기로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키면서 논란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특히 국회의원들과 논의하기 위한 자료가 일부 언론에 유출되서 협상전략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됐다”며 보고서 내용의 핵심 문제는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
관련 사안을 단신으로 다룬 KBS는 <비공개 문건 유출>(1.18)에서 “정부가 국회에 보고한 비공개 문건이 공개돼 논란을 빚고 있다”며 “이 보고서에는 미국측이 반덤핑 규제 완화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도 다른 분야 협상에도 활용하기 위해 계속 요구한다는 등의 협상전략이 담겨있다”고 무역구제 포기 부분을 간략히 언급했다. 이어 “김종훈 대표는 비공개 문서가 공개된 데 대해 국회에 유감을 표시할 것”이라고 전하며 문서의 내용보다는 ‘유출’을 부각했다.
당시 MBC는 관련 사안을 아예 다루지 않았다.
4) 쇠고기 수입 공세, 무비판적 전달
6차 협상에서도 미국의 쇠고기 수입개방 압력이 거셌다. 방송사들은 한미 양측의 입장을 무비판적으로 전달하는데 그쳤다.
MBC는 <한·미 의회 기싸움>(1.19)에서 “한미 두 나라 의원들까지 맞붙었다”며 한미 양국의 ‘기싸움’으로 쇠고기 수입 문제를 다뤘다. 미국 농무성이 우리 국회의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 수입개방을 요구했으나 미국이 “안정성 확인을 위한 우리 국회의 현지 실태조사 협조요청은 무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 상원의원들이 이태식 주미대사를 만나 쇠고기 수입재개를 강력히 요청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SBS <전방위 압박>(1.19)는 이태식 주미대사를 미 의회에서 불러 쇠고기 수입을 압박하고, 한 상원의원이 대사관에 편지를 보내 “미국에 수출되는 현대차 70만대를 조사해 1대라도 문제가 있으면 모두 반송해야 한다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우리의 검역방법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농림부의 인터뷰를 전하고, 오는 5월 쇠고기에 대한 세계동물보건기구의 판정에 따라 쇠고기 수입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뼈 조각이 있는 것은 돌려보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먹으면 된다”는 김종훈 대표의 발언을 전하면서 정부의 입장변화를 예견했다. SBS는 보도 말미에 농민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고 간단히 전했다.
KBS도 <FTA 복병 ‘뼛조각’>(1.19)에서 FTA 협상에서 ‘복병’으로 떠오른 것이 쇠고기 문제라며 미국측의 공세와 재협상 가능성을 보도했다. 이 보도는 미국측의 공세로 협상기간 동안의 미국측 대표의 쇠고기 수입개방 발언, 주미 한국대사의 미 상원의원 면담 등을 정리해서 내보냈고, 우리측은 김종훈 대표가 문제해결에 동의를 표하고 농림부는 입장이 조금 다르다고 전했다. 또 보도 말미에 “결국, 우리 정부는 체면을 살리고 미국측은 실질적인 수입재개라는 실리를 얻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해 수입재개에 힘을 실었다.
우리가 누차 지적했지만 ‘쇠고기 수입 재개’는 우리 국민의 건강권과 밀접히 연결된 문제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쇠고기 문제를 심층적으로 취재하고 문제를 극복하려는 태도보다는 양측의 ‘공방’ 수준으로 관련 사안을 다루거나 심지어 FTA 타결을 위해 수입재개가 불가피한 것처럼 전망한 것이다.
5) ‘충돌’ ‘교통혼잡’ 부각, ‘충돌’ 없으면 외면
반FTA 시위 관련 보도는 총 7건(단신 3건)으로 MBC 1건, SBS와 KBS가 각3건씩 다뤘다. FTA 반대 시위에 대한 방송사들의 보도 태도는 여전히 ‘충돌’ ‘몸싸움’ ‘교통혼잡’ 등을 강조했다. 물리적 충돌이 없을 때는 단신으로 다루거나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대규모 반대 집회가 있었던 16일 SBS <대규모 반대 집회>, MBC <“불평등 협상 반대”>에서 집회를 간단히 다루고 심각한 교통체증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KBS는 반FTA 시위를 단신으로 다루고 “충돌 없이 해산했다”고 전했다. 그 외의 반FTA 시위 관련 보도는 경찰 측의 집회금지에도 주최측이 집회를 강행한다는 것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한 몸싸움 등이었다. 또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협상장인 신라호텔 앞에서 15일부터 닷새간 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는 단식농성을 벌였지만, 방송사들은 15일 간단히 언급하는 수준으로 다뤘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협상 개시전인 14일 “지금까지의 협상이 맘에 들지 않으면, 시나리오는 두 가지이다. 깨느냐? 마느냐?”라고 말했다. 정부의 ‘고위급 협상전략 보고서’에서도 드러났듯 우리는 ‘미국에 줄 것’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고 미국은 더 이상 무언가를 내줄 의향이 없는 상황이다. 얻을 것은 없고 줄 것만 남은 상황에서 최선의 대안은 협상을 ‘깨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협상경과를 자세히 국민들에게 알리고, 실익이 없는 협상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방송 또한 ‘협상 타결’에만 주목해 7, 8차 협상의 ‘빅딜’에만 관심을 쏟을 일이 아니다.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분석해 시청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지금 방송사들의 한미FTA 보도는 한 마디로 ‘강 건너 불 구경’ 이다. 미국이 방송개방까지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참으로 어리석고도 무책임한 보도태도가 아닐 수 없다. 한미FTA가 이대로 체결될 경우 초래될 상황에 대한 객관적 분석으로 시청자들에게 최소한의 책임을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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