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민언련 주부모니터분과가 뽑은 2006년 10월~12월의 유쾌방송」

진짜 유쾌했던 드라마 <환상의 커플>

민언련 주부모니터분과는 ‘2006년 10월~12월의 유쾌방송’으로 MBC <환상의 커플>을 선정했다.

한해 지상파 방송에서 방송되는 드라마가 60여 편에 이른다. 그중에서 많은 드라마들이 젊은이들의 삼각 또는 사각관계, 형제와 자매가 한 사람을 두고 벌이는 줄다리기, 출생의 비밀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룬다. 특히 불륜 이야기는 아침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더니, 이제는 가족시청시간대의 일일드라마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드라마 환경에서 <환상의 커플>은 자극적인 갈등의 소재 없이 남녀의 사랑과 그 주위의 이야기들을 잘 조화시켜 재미있고 즐거운 이야기를 끌어냈다.

<환상의 커플>은 비정상적인 악인의 캐릭터가 존재하지 않는 등 이분법적인 선악 구조를 탈피하려는 흔적이 엿보였다. 많은 드라마들이 남녀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하여 음모를 꾸미고 착한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며,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구도를 형성한다. 그러나 <환상의 커플>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캐릭터는 존재하지만 다른 사람을 곤경에 빠뜨리는 등의 비열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입체적 성격’의 캐릭터들이 대부분이다. 남자주인공을 두고 ‘경쟁관계’에 있는 여주인공들도 색다르게 표현했다.

많은 드라마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했던 기억상실증이라는 진부한 소재를 기발하고 즐겁게 풀어나간 점도 돋보인다. 기억상실증은 가족의 소중함과 세상을 알아가는 통로가 되어 기존 식상함을 뛰어 넘는 재미를 준다. 기억이 돌아온 후에 자신의 삶에 소중한 무엇을 알아가는 과정도 비교적 담백하게 보여 주었다.여주인공 안나는 남자를 통한 신분상승을 쫓거나 청순가련한 모습으로 백마 탄 왕자의 선택을 받는 진부한 여성이 아니다. 그렇다고 도도하고 능력 있는 여성상에만 머물지도 않았다. 부유하고 냉소적인 여주인공은 기억상실증을 겪으며 따뜻한 사랑과 이웃의 소중함을 찾아간다.

<환상의 커플>에서는 주인공 위주로만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고, 조연의 캐릭터가 섬세하게 살아있고, 이들이 오히려 주인공들을 변화시키는 주요한 존재로 그려지는 것도 이 드라마의 장점이었다. 특히 강자와 삼형제는 지능이 낮거나 부모가 없는 천덕꾸러기로 보일 수 있지만, 이 드라마에서 가장 순수하고 현명하며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져, 시청자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중년 커플인 공실장과 덕구엄마 역시 ‘사돈의 팔촌’이라는 기발한 관계로 설정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갔는데 기존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상투적인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를 비꼬는 듯한 즐거움도 주었다.

2007년에도 자극적이고 상투적인 소재를 탈피하고, 따뜻한 사랑을 전해주는 드라마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불쾌 충전소>가 되지 않기를

가을 개편으로 신설된 KBS 2TV <웃음 충전소>는 ‘시사풍자와 관객 없는 비공개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활을 내세워 주목을 받았다. 웃음의 대결을 펼치는 ‘타짱’은 시청자 및 누리꾼들에게 큰 화제가 되어 <웃음 충전소>라는 프로그램명보다 더 유명해졌다. 말로 하는 개그에 식상해진 시청자에게 비언어적인 몸짓으로 웃음을 던져주는 ‘타짱’은 ‘어눌한 바보’ 캐릭터에 머물렀던 ‘몸 개그’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막무가내 중창단’은 스튜디오와 ENG 촬영을 병행하여 최근 코미디 프로그램의 대세였던 콘서트 형식의 한계를 극복하여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특히 야외에서 시청자들이 참여하여 함께 즐기는 코미디를 만들려는 시도가 돋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민언련 주부모니터분과는 이런 호평을 받는 <웃음 충전소>를 2006년 10월~12월의 불쾌방송으로 선정했다. <웃음 충전소> 일부 방송에서 성희롱과 성추행적 태도를 우스개 소재로 가볍게 다루었으며, 주부를 비인격적으로 대하였다는 점과폭력적·가학적 요소로 웃음을 주려는 시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 성희롱과 성추행을 연상시키는 내용은 웃음거리로 다루지 않길.

<대안제국>은 ‘본격 정치 코미디의 부활’을 표방한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주목받은 코너다. 그런데 이 코너 1회(11/22)에서 황제가 여성부장관(한영 분)에게 자신의 옆에 가까이 와서 앉으라고 한다. 이에 여성부장관이 자리가 좁다고 하자, 황제는 “무릎에 와서 앉으라”라고 말하며 자기 무릎에 앉힌다. 무엇보다 황제가 여성부대신을 무릎에 앉힌다는 것은 성희롱 행위에 가깝다. 이런 장면이 왜 코미디에 들어가야 하는지 이해조차 되지 않았다. <대안제국> 2회(11/29)에서도 여성부장관은 황제에게 “황제오빠”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독 여성부대신을 매력적이지만 멍청하며 황제에게 성적 어필을 하는 존재로 설정한 것은 ‘여성비하’, ‘여성부 비하’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편 KBS <세대공감 올드&뉴>를 패러디한 ‘계층공감 올드&형님’ 8회(1/10)에서는 문제를 맞추러 나온 남자패널이 답은 말하지 않고 진행자로 분한 한영에게 기습 뽀뽀를 한다. 다른 패널들이 야유를 하자 “그냥 뽀뽀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한다. 또 다른 패널은 수시로 한영에게 ‘작업’을 거는 모습을 보인다. 방송에서 여성에 대한 성희롱이나 성추행에 가까운 태도를 웃음의 소재로 묘사하는 것은 국민들의 인권 감수성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 ‘정통 주부비하 코미디’ ‘진실이 알고싶다’

‘진실이 알고싶다’는 결혼 10년차 부부의 다정한 겉모습 속에 감춰진 속마음을 들춰보는 내용이다. 10년차 부부의 권태기와 이를 극복하는 모습을 해학적으로 잘 다룬다면 이 소재는 많은 부부들에게 큰 공감대를 주는 웃음의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었다. 그러나 정작 ‘진실이 알고 싶다’는 부부의 속마음이 아니라 남편의 속마음만 나온다.

남편은 다이어트 하겠다는 아내에 대해 “뭘 힘들게 다이어트까지 하냐. 다이만 해라”(12/20)라거나, 아내에게 입 냄새가 난다며 “말하지마 뭐 쳐먹었니”(12/27)라고 생각한다. 또 운동을 하는 아내에게 “네발짐승의 형상이 따로 없구나”라고 하며(12/20), 고추가 매워서 죽겠다는 아내에게 “고맙다. 정말 고맙다”(1/10)라고 생각한다.

특히 진행자로 나오는 김구라는 정지 상태에 있는 부부에게 나타나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데 이때도 아내의 인격을 비하하는 언행을 보인다. 예를 들면 부인의 볼살을 움켜잡으며 “무슨 돼지새끼도 아니고 살을 안빼도 이쁘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어디한번 봅시다. 잡히지도 않네. 이따위가 이쁩니까?”(12/20)라고 한다. 또 부인의 머리에 물을 뿌리고 샴푸를 발라놓고 “이거 뭐야. 이거 빨아도 계속 냄새가 나”라고 말하는가 하면, “니가 뿌린 씨 니가 걷어야지”하면서 마사지한 오이를 아내에게 강제로 먹이기도 한다.(1/3)

이 코너는 주부를 실컷 경멸하고 무시한 다음 “오늘 여러분(남편만을 지칭)도 부인과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 진심을 속이고 가식적인 행동을 해보라”는 메시지로 끝이 난다. 한마디로 이 코너는 부부생활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키울 수 있는 풍자나 해학은 없고, 그저 주부의 외모와 존재를 무시하는 ‘여성 비하 개그’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 지나친 폭력성과 가학성을 드러내기도

지나치게 폭력적인 장면이 많다는 점도 문제이다. 특히 전라도와 경상도 조폭이 나온다는 설정의 ‘계층공감 올드&형님’에서는 출연자들이 매회 윤성호의 놀리면서 변기 뚫는데 쓰는 압축기를 붙여 잡아당기는가 하면, 한방 부황기와 수세미까지 붙인다. 사람의 머리를 만지면서 “여기 이 반짝거리는 것 좀 치워주세요”라고 말하고, 그의 얼굴을 볼링공이라며 콧구멍에 손을 넣고 던지기도 한다(12/20). 게다가 이 코너에서 진행자로 나오는 한영이 패널을 깔때기로 때리는 정도도 깔때기가 깨질만큼 강해서, 지나친 폭력이라는 느낌을 준다.

3회까지만 방송한 ‘따귀맨’은 가정폭력, 불법도박, 세금탈루 등의 범죄를 따귀로 단죄한다는 설정이다. 그런데 범죄자로 분한 개그맨의 따귀를 실제로 때리면서 그 얼굴을 클로즈업과 느린 화면으로 처리하며, 비장한 음악에 심각한 내레이션을 더해 폭력을 미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는 초등학생들이 “이 따귀는 정의의 따귀이다”라며 흉내를 내는 것을 봤다는 지적까지 있었다.

‘막무가내 중창단’은 이른바 ‘자해개그’라고 불린다. 출연자들이 노래구절을 재연하는데, 가혹하다 싶은 경우가 있다. “귓가엔 비바람만 차게 부는데” 노래 구절을 재연하면서 추운 겨울 날씨에 야외에서 대형 송풍기와 호스로 물을 뿌리고 거기에 낙엽까지 던져 얼굴에 달라붙게 했다. “창밖에 눈이 와. 온 세상이 하얗게 하얀 눈이 와” 부분에서는 제설기 앞에서 눈으로 푹 파묻히도록 사람을 세워놓았다. “남자답게 그렇게” 노래 재연에서는 김현숙을 해병대 캠프에 보내 훈련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매우 힘들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또한 최근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출연자들이 거리에 나가서 시민들이 뿌리는 물을 맞거나, 물풍선을 맞기도 한다. 지나치게 가학적인 모습은 방송 출연자에게도 결코 즐거운 경험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타인에게 고통을 가하고 그것을 보며 웃도록 하는 이런 설정이 과연 건강한 웃음인가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웃음 충전소>는 ‘15세 이상 시청가’ 프로그램으로 제작진도 “성인시청자들의 쌓인 피로에 통쾌한 웃음”을 주겠다는 제작의도를 밝혔다. 그러나 <웃음 충전소>는 8시 55분에서 9시 55분까지 가족시청시간대에 방송되고 있다. 또한 많은 어린이들이 개그프로그램을 주로 시청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실제로 <웃음 충전소>가 방영된 10주간의 TNS ‘타켓별 시청률’을 보면 4세에서 12세까지의 어린이가 가장 많이 본 프로그램에 KBS <개그콘서트>가 8주,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5주나 랭크되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다면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하는 프로그램으로 보고 방송을 제작할 필요가 있다. 시사풍자 개그프로그램은 웃음 속에서 사회와 현실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어야 한다. 앞으로 <웃음 충전소>가 공영방송의 코미디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잘 살려 유쾌하고 통쾌한 웃음을 전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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