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선정 ‘2006년 11·12월의 추천·유감 방송’ 발표
성역과 금기에 맞서 진실을 추구하는
‘쌈’꾼의 시사다큐 <시사기획 쌈>
KBS <시사기획 쌈> ‘韓-美 FTA,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
- 방송일시 : 11월 20일, 밤 11시 40분
- 취재 : 박종훈
KBS <시사기획 쌈> ‘파워 엘리트, 그들의 병역을 말한다’
- 방송일시 : 11월 27일, 밤 11시 40분
- 취재 : 이경희, 임장원, 성재호, 한승복
11월에 방송된 <시사기획 쌈>(이하 ‘쌈’)의 “韓-美 FTA,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와 “파워 엘리트, 그들의 병역을 말한다”는 우리 사회의 이슈에 심층적으로 접근해 관련 사실을 철저히 검증하며 진실을 찾아내는 언론의 역할을 잘 보여줬다. 이에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쌈>의 두 방영분을 ‘11·12월의 추천방송’으로 선정했다.
<쌈>의 첫 방송이었던 “韓-美 FTA,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에서는 정부가 한미 FTA 협상이 체결되면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며 제시했던 근거자료를 면밀히 분석해 시청자들에게 한미FTA의 허상을 보여주었다.
정부는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 국내 경제 성장률이 7.75%로 높아진다며 한미FTA 체결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쌈>의 취재 결과, 이는 객관적 근거가 빈약한 일방적 주장임이 드러났다. 미국과 한국 정부는 같은 통계 프로그램으로 FTA 체결 이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측정했지만 미국 정부는 0.7%, 한국 정부는 7.75%로 서로 다른 결과를 보였다. 또 국회의원들과 경제학자들이 같은 통계 프로그램을 구입해 여러 조건을 넣어 계산했지만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은 나오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이 자료를 만든 국책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이 보고서를 작성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정부는 한술 더해 연구과정이 ‘지적재산권’이라며 연구과정조차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쌈>은 정부가 경제성장의 근거로 제시했던 외국의 FTA 체결 후 경제성장률도 꼼꼼히 분석해 그 수치들이 ‘조작’ 또는 ‘왜곡’된 것임을 밝혀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취재진은 정부가 FTA를 체결한 후 수출증대, 일자리 창출, 경영선진화 등이 이뤄졌다는 멕시코와 캐나다를 직접 취재하고, 그 실상이 정부의 주장과 다르다는 점을 보여줬다.
11월 27일 방영된 “파워 엘리트, 그들의 병역을 말한다”에서는 우리 사회의 권력층인 주요 공직자, 재벌, 언론사주 일가의 병역의무 이행여부를 취재했다. <쌈>은 방대한 병역 자료를 조사·분석하고, 병역 면제가 석연치 않은 사례를 밀착 취재해 ‘유전면제 무전현역’이라는 우리 사회의 통념이 사실임을 입증했다.
<쌈>은 자산규모 20조 이상인 국내재벌 7곳을 대상으로 1930년생부터 1988년생 재벌 총수 일가 147명의 병역 관련 정보를 분석했다. 그 결과, 병역을 면제받은 사람은 47명으로 면제율이 평균 33%에 달해 일반인의 면제율보다 5배 이상 높았다.
이 프로그램은 재벌가의 병역면제 ‘사유’도 조사해 재벌가의 남성이 ‘질병’으로 병역을 면제받는 비율이 일반인보다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 더불어 질병으로 인한 병역면제 사례를 밀착 취재해 그 과정이 석연치 않음을 드러냈다.
또 취재진은 권력층의 병역면제 경향성도 조사·분석했다. 재벌가에서 질병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사람들은 외아들이거나 장남이 대부분이었고, 재벌가의 병역 면제율은 나이가 어릴수록 높고 공무원의 경우 고위직일수록 병역 면제율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쌈>을 제작하고 있는 KBS 탐사보도팀은 그동안 ‘법은 평등한가’, ‘고위공직자 재산검증’ 등의 보도를 통해 ‘탐사보도’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고, 지난해 KBS 가을개편에서 단독 프로그램으로 편성되며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쌈>의 시청률이 기대만큼 높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공영방송 탐사보도의 가치는 시청률 자체보다 우리 사회가 꼭 짚어야 할 문제들을 공론화하고, 그에 대해 공정하고 심층적으로 ‘의제설정’ 해내는 데 있다. <쌈>은 그것의 한 전형을 잘 구현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쌈>의 두 편은 밀착 취재와 꼼꼼한 자료 분석으로 우리 사회의 성역에 도전하고 숨겨진 진실을 밝혀냈다. <쌈>이 앞으로도 성역과 금기에 도전하는 자세를 잃지 않고, 심층적인 탐사보도로 시청자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기를 바란다. 아울러 ‘고발’과 함께 적극적인 ‘대안’ 제시로 한층 더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 11·12월의 추천 방송②
진화한 과학다큐 <과학카페 다빈치 프로젝트>
KBS 1TV <과학카페 다빈치 프로젝트>
- 방영일시 ; 매주 금요일 밤 10시
- 책임 프로듀서 ; 이강주
- 프로듀서 ; 이재혁, 윤진구, 양홍선, 송웅달, 이치훈
KBS는 지난해 11월 심야프로그램이었던 <과학의 향기>를 폐지하고, <과학카페 ‘다 빈치 프로젝트’>(이하 ‘과학카페’)를 신설했다. <과학카페>는 참신한 기획과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시청자에게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이 프로그램을 2006년 ‘11·12월의 추천 방송’으로 선정했다.
<과학카페>의 큰 미덕은 시청자들에게 과학과 일상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준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메인코너와 서브코너 2개로 이루어져 있다.
메인코너는 다양한 과학적 소재를 드라마와 다큐형식으로 결합해 이해를 돕기도 하고, 실생활에 벌어지는 일들을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하기도 한다.
메인코너 1, 2부(11월 3일, 10일 방영)에서는 ‘슈퍼태풍’이라는 주제로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한 슈퍼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한다는 것을 가정하여 그 파괴력을 컴퓨터 영상으로 보여줬다.
12월 1일과 8일에 방영된 ‘한잔의 과학’에서는 알코올이 일으키는 비어고글 이펙트(Beer goggles effect, 술로 인한 효과)와 블랙아웃(Black out, 과음으로 인해 술 마신 동안의 기억을 상실하는 현상) 등을, 15일과 22일 메인코너에서는 각 음료에 함유된 카페인 양과 카페인이 수면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을 소개했다. 이처럼 <과학카페>는 태풍, 술(알코올), 커피(카페인)라는 일상적이면서도 친근한 소재를 이용하여 과학적 원리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나아가 이 프로그램은 현상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들을 짚으려고 노력했다. ‘슈퍼태풍’은 지금과 같은 추세로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가 계속된다면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피해를 당할 수 있다며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알렸다.
또 ‘한 잔의 과학’ 중 ‘술버릇의 비밀’(12.8 방영) 편은 연말연시에 폭음을 하는 사람들에게 ‘블랙아웃’의 위험성을 알렸고, ‘카페인 권하는 사회’(12.22 방영) 편은 카페인 함유 음료 시장의 확대가 실은 ‘덜 자고 더 일할 것’을 요구하는 현대사회의 속성 때문이라는 점을 짚기도 했다.
서브코너는 ‘과학수사보고서-사체는 말한다(이하 ‘사체는 말한다’)’와 ‘1% 영감의 비밀’, ‘직업 속의 비밀’(4부 이후)로 구성되어 있다.
‘사체는 말한다’는 사체의 지문, 먼지족적, 목소리, 음식물 등을 통해 범인을 추적해내는 여러 가지 과학수사의 원리를 상세히 설명하는 코너다. 또 실화를 바탕으로 사건을 재연하는 드라마적 요소를 활용해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동시에 과학적 원리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사체는 말한다’는 아쉬움도 있다. 이 코너가 ‘법의학 다큐’라는 점을 감안 하더라도 폭력, 살인 등의 범죄행각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묘사하거나 사체를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 다른 서브코너는 ‘1% 영감의 비밀’이라는 주제로 1~3편까지 국내 유명 과학자들이 영화나 설탕 뽑기 과자 등 일상적 소재에서 과학적 영감을 얻는다는 점을 흥미롭게 다뤘다. 4편부터는 ‘직업 속의 비밀’이라는 주제로 프로게이머, 소믈리에, 스포츠 과학자 등의 다양한 프로 직업인들이 어떠한 능력을 갖고 있는지 과학적으로 증명하기도 했다.
<과학카페>의 편성과 제작비도 눈여겨 볼만 하다.
<과학카페>는 프라임 타임 대인 금요일 밤 10시에 편성됐다. 양질의 다큐멘터리가 제작되더라도 시청자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시간대에 편성되어 외면 받는 일이 다반사였던 한국의 방송 현실에서 <과학카페>의 편성 시간은 의미가 있다.
한편 <과학까페>는 편당 5천 만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한다고 알려졌다. <과학카페>는 여유 있는 제작비 지원도 과학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과학카페>는 과학다큐에 대한 진부하고 고루한 시각을 깨고,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과학을 통해 알기 쉽게 보여줘 과학 프로그램으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더욱 진보해가길 기대해 본다.
○ 11·12월의 유감 방송
‘미신·대박신화’, 공영방송 교양프로가 다룰 소재 아니다
KBS 2TV <오천만의 일급비밀>
- 방송일시 :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40분
- 연출 : 이금보
2006년 가을 개편에 신설된 KBS <오천만의 일급비밀>은 신기한 재주를 갖고 있는 사람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사건 등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오천만의 일급비밀>는 비과학적인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전달하거나 사행성 풍조를 부추길 우려가 있는 내용을 흥미위주로 다뤘다. 이에 우리는 <오천만의 일급비밀>을 ‘2006년 11·12월의 유감방송’으로 선정했다.
비과학적 내용 검증없이 내보내
11월 24일에 방송된 <오천만의 일급비밀> 1회는 ‘손’을 소재로 해 ‘부자들의 손금에는 삼지창이 들어있다’와 ‘국내 최초 손에 피어난 우담바라’ 등을 방송했다.
‘손금’편은 부자들의 손금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며 삼지창 모양의 손금을 가진 사람을 찾아 나서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손금을 확인한다 해도 특정한 모양의 손금을 가진 사람이 부자가 되는지 객관적으로 증명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손금의 모양에 따라 부자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보게 한다는 것 자체가 공영방송에서 다루기에 부적절한 내용이다.
같은 날 방영된 ‘우담바라’ 편은 전설의 우담바라가 손에 피었다는 사람을 소개한 내용이다. ‘보살’의 손에 있는 것이 우담바라가 맞는지에 대한 피부과 의사와 농업생명과학자의 인터뷰를 담았으나 이 역시 그 존재를 입증하지는 못했다. 또한 ‘전설의 우담바라’가 무엇인지, 그것이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데 효험이 있는지도 과학적으로 밝힐 수 없는 부분이었다. 따라서 이런 내용은 방송에 적합한 소재인지부터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함에도 방송에서는 ‘보살’과 주지스님, 신도들의 우담바라에 대한 홍보성 주장을 비중있게 다루었다. 예컨대 “우담바라는 마음으로 봐야한다”라거나, “광명을 받아요. 빛을 받아요. 그래서 알게 되죠”라는 등 다소 황당한 말을 하는 장면을 그대로 내보냈으며, 아픈 신도들이 우담바라의 손을 통해 치료받았다는 인터뷰까지 담아 ‘보살’의 신통력을 홍보하는 결과를 나았다.
1월 26일 ‘돌거북이를 할머니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어요!’에서는 목에 염주를 두른 거북이 같은 형상을 한 돌을 신처럼 모시고 사는 김 모씨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기 전문가가 ‘오라메타’라는 기측정기를 가지고 돌거북이 근처의 기를 측정하거나, ‘킬리안 사진기’를 통해 돌거북이를 만지면 기가 세어지는 것으로 나온다고 보여줬다. 또 기 전문가가 “다른 돌하고는 차이가 있다”고 말하고, 여러 사람들이 찾아와 병치료를 시도하고 소원을 비는 것을 인터뷰했다. 방송에서는 “물론 이 실험을 통해 돌할매가 효험이 있다고 믿기는 어려운 사실, 그저 마음속 믿음이 만든 현상은 아닌지 쬐끔 의심스럽네요”라고 내레이션을 했으며 사회자도 “나을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오신 분들에게 위안을 주는거죠”라고 덧붙여 무작정 ‘신비함’을 강조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소재는 시청자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기획의도에도 맞지 않고, 미신이나 특정한 곳을 홍보해주는 효과만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영방송 시사교양프로그램이 다룰만한 소재인지 다시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행심 조장할 수 있는 내용도 방영
비과학적일 뿐만 아니라 사행심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내용도 지적되었다. 12월 29일 ‘로또 1등 명단엔 물이 흐른다’ 편은 로또 1등 당첨이 3회 이상 나온 ‘명당 발매소’가 전국에 6군데 있으며 그곳은 모두 ‘물’과 관련이 있다고 방송했다. 로또 당첨과 물과의 연관성으로 제시된 것은 주인집의 물난리, 꿈에 나온 물, 물의 의미를 갖고 있는 지명이나 인명 등이었다. 이렇듯 전혀 과학적이지 못한 근거를 로또 당첨과 연결시키는 태도가 억지스러웠다.
또 방송 내내 전국에 있는 ‘로또명당’을 찾아다니며 발매소 주인 등을 인터뷰 함으로써 특정 발매소를 홍보하는 결과를 낳았다.
물과 로또대박의 연관성을 찾아다니는 비과학적 태도도 문제지만, ‘그곳에 가면 대박난다’는 식의 사행심을 조장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한편 제보에 대한 사실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거짓정보가 전달된 사례도 있다. 12월 8일의 ‘전격공개! 잠으로 30kg 뺀 미녀’ 편은 특정 자세로 잠을 자면 살을 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여성은 지난 2006년 8월 1일, KBS 아침마당 <여자생활백서> ‘나만의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편에 출연해 밸리댄스 다이어트로 25kg 감량에 성공했다고 말한 바 있고, 올해 1월 4일 SBS 김미화의 U ‘비법 맞수’ 편에서는 밸리댄스와 식이요법 등으로 감량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기도 한 인물이었다. 방송이 나간 후 이 프로그램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출연자에 대한 확인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올라왔는데도 이에 대한 공식적인 해명이 없었다. 시청자의 제보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일수록 제보에 대한 좀 더 꼼꼼하고 정확한 검증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자칫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을 때는 책임지고 사과하는 태도를 보였으면 한다.
<오천만의 일급비밀>은 오락프로그램이 아닌 교양프로그램으로 분류되어 있다. 공영방송의 교양프로그램이 미신적 내용, 사행심을 부추길 수 있는 내용을 흥미위주로 다루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오천만의 일급비밀>이 기획의도에서부터 방송소재까지 전반적인 점검을 통해 KBS 시사교양프로그램에 걸맞는 방송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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