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사면 때마다 근거로 내세우는 국민통합은 '법 앞의 평등‘이라는 기본적인 사법정의가 지켜질 때 가능하다. 이번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은 1심에서 징역 8년 6개월의 형을 선고 받고 상고를 포기하여 형이 확정됐다.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의 경우도 작년 8월 횡령과 분식회계 혐의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상고를 포기했다. 이들이 정부의 사면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고를 하지 않은 것이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우는 국민의 정부 실세로 대북송금과 알선수재 협의로 유죄가 확정되었을 때부터 사면설이 나돌았다. 심지어 엊그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사면을 고려하여 항소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도 합당한 대가를 치르기는커녕 사면을 기대하고 있는 자들을 사면함으로써 유전무죄의 특권을 인정하는 것이 사법정의인지 국민통합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제 질서를 어지럽힌 경제사범에 대한 특별사면이 경제 살리기에 보탬이 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번 사면검토대상에는 작년 연말 경제 5단체가 사면을 요청한 분식회계 기업인 50여 명과 대선자금관련 기업인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노동자들이 파업이라도 할라치면 불법파업 운운하며 엄벌을 요구하던 경제단체들이, 분식회계를 통해 경제 질서를 어지럽힌 경제사범들에 대한 사면을 요구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위이다.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 경제사범에 대한 사면이 단행된다면 법률을 준수하는 시민들과 윤리적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기업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려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뿐이다. 경제 질서를 해치는 범죄를 저지른 기업인들의 사면을 통해 민생경제가 살아난다면 이전에 몇 번이나 반복된 광복절, 석탄일 특별사면으로 경제가 진작 살아나고도 남았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4년 전 ‘부정부패를 없애야 하고 이를 위한 구조적 제도적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다짐하며 대통령에 취임했었다. 하지만 취임 이후 부패한 재벌과 정치인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반복하고 있다. 반복된 부패인사들에 대한 사면은 부정부패를 척결할 구조적 대안은커녕 가장 기본적인 국민통합과 사법정의마저 위협하고 있다. 경제사범과 정치인에 대한 사면논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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