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성명-경북대병원과 서울대병원은 100주년 기념사업을 즉각 중단하라

서울--(뉴스와이어)--경북대학교병원(병원장 이상흔)과 서울대학교병원(병원장 성상철)은 각각 2월 10일과 3월 15일 개원100주년 기념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경북대병원은 1907년 설립된 대구 동인의원을 그리고서울대병원도 같은 해 설립된 대한의원을 자신들의 ‘뿌리’로 삼고 있는 것이다. 두 의료 기관이 공익의료기관으로서 교육, 연구, 진료를 통해 우수한 의료인을 양성하고 국민들의 건강 증진에 기여해온 유서깊은 의료기관이라는 사실은 두말 할 나위 없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개원 100주년 기념사업의 타당성에 관해서는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을 기념하고 계승 발전시켜나가겠다는 것인지 의문을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의료 기관의 개원 100주년 기념사업은 일제의 식민통치를 미화하고 나아가 역사를 심각하게 왜곡할 소지가 매우 크므로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먼저 경북대병원이 스스로 모체로 여기는 대구 동인의원은 그 연원이 1902년 6월 일본에서 조직된 일본인 의사단체에 있다. 1904년 러일전쟁을 전후하여 일본이 조선침략을 본격화하면서, 통감부는 조선 지배를 위한 의학체계 재편을 단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한 단체가 바로 동인회였다. 일본의 대외팽창을 의학차원에서 보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동인회는 1904년 경부경의철도 건설이 강도 높게 진행되면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전염병 등으로 공사가 지연될 위기에 처하자 의사를 파견하는 등 일본의 대륙침략에 적극적으로 부응하였다. 나아가 1906년 12월 1일과 1907년 2월 10일에 각각 평양 동인의원과 대구 동인의원을 설립했는데, 이 병원들은 일차적으로 조선에 거주하는 일본인들과 철도공사 부상자 치료를 목적으로 하였으며 부차적으로는 조선 민중들의 반일정서를 의료시술 제공으로써 희석시키는 효과도 거두고자 하였다. 특히 동인회가 조선에 진출한 1904년 무렵은 일본의 국권 침탈에 대한 저항으로 조선 각지에서 의병 봉기가 활발하던 때였다. 대구 동인의원의 경우 경부철도회사의 기부금 5천원이 사용된 점은 대구 동인의원의 설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단적으로 보여 준다.

서울대병원이 자신들의 뿌리라고 주장하는 대한의원도 동인의원과 마찬가지로 식민지배 정착이라는 목표아래 꾸준히 추진된 조선인 회유책의 일환으로 설립되었다. 대한의원의 설립 비용은 대한제국 정부가 일본에서 억지춘향격으로 빚을 얻어 충당하였지만 당시 동인회 부회장이던 사토 스스무(佐藤進)가 이토 히로부미의 요청과 일본왕 메이지의 임명으로 대한의원창설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위원 전원이 일본인으로 채워지는 등 실질적으로는 당시 통감인 이토의 구상대로 추진되었다. 이들은 황실이 설립한 적십자사병원을 비롯해 광제원, 의학교와 부속병원을 통합해 당대 최대 규모, 최고 수준의 근대 서양식 병원을 설립함으로써, 대한제국 황실의 위상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통감부의 권위를 높이는 이중의 효과를 거두고자 하였다. 항일 언론지인 대한매일신보는 이 같은 저의를 간파하고 이토 통감의 뜻에 추종하기 바쁜 조선인 권력자들을 비판하였고, 관립의학교 교장이던 지석영 역시 통감부의 시책에 정면으로 반대하였다. 대한의원 설립은 태동하고 있던 자주적인 근대의학의 싹을 말살하고 이를 통감부가 통제하는 식민지 의료체계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경북대병원과 서울대병원은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기념식은 물론 상징조형물 제작, 기념우표 발행, 대규모 음악회 개최, 타임캡슐 제작, 기념 백일장, 심포지엄 개최 등 다양한 행사를 1년 내내 진행할 예정이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의료기관이 일제의 통감부와 그 어용단체가 궁극적으로 조선 지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설립한 병원들을 자신들의 연원으로 삼고 나서는 것은, 마치 대한민국 정부의 뿌리가 조선총독부라는 이야기에 다를 바 없으며, 이는 1945년 해방과 독립의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이다. 두 대학병원이 국립대학 병원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도 있었다면 식민의 역사에서 자신들의 뿌리를 찾고 이를 떳떳하게 기념하는 망발은 없었을 것이다.

올해는 이준 이상설 이위종 선생 등이 국권회복을 위해 초대받지 못한 밀사로서 머나 먼 이국 땅 헤이그를 밟은 지 100년 되는 해이며 대구에서부터 시작해 전국으로 퍼져간 식민지 민중들의 국채보상운동 100돌이다. 이러한 뼈아픈 역사 위에 오늘의 우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명심하자. 무엇을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것인가. 잊지 말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일과 자랑스럽게 기념해야 할 일은 빛과 그림자처럼 그 차이가 뚜렷해 보인다. 우리는 최근 무분별하게 제기되고 있는 식민지근대화론과 이와 같이 그릇된 역사인식에서 출발한 각종의 기념사업 추진에 대해 우려를 금치 못하면서 관련기관의 자숙과 성찰을 간곡히 호소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사태의 본질을 직시하고 부당하고 몰가치적인 기념사업을 즉각 중단하여야 할 것이다.

2007년 2월 8일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문제연구소 개요
1949년 친일파에 의해 와해된 반민특위의 정신과 친일문제 연구에 평생을 바친 고(故) 임종국 선생의 유지를 이어 1991년에 설립되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한국 근현대사의 쟁점과 과제를 연구 해명하고, 한일 과거사 청산을 통해 굴절된 역사를 바로 세우고자 한다. 친일인명사전 편찬 등 일제 파시즘 잔재의 청산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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