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의 이번 감사는 KBS의 탐사보도에 의해 60만 군 장병 대부분과 경찰, 민방위 대원에게 보급된 군방독면 최소 160만개가 지난 25년간 엉터리 품질검사를 거쳤다는 것이 밝혀지는 시점에서야 이루어졌다.
그간 군 자체적으로도 성능 검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입증하는 증거들이 여럿 확인되고 있으나, 군 당국은 검사 장비를 교체하거나 불량 방독면을 교체하는 등의 노력은커녕 이를 방조하고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실제로 99년 검사 장비 규격에 대한 국회의 질의가 있자 국방부는 납품 업체가 제공한 엉터리 검사 장비가 “표준 장비와 동일한 기종이며 규격보다 오히려 강화된 수준”이라고 거짓 답변을 하였다.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방독면의 성능은 한심한 수준으로 생물학 오염물질 제거 능력(DOP 투과율)에 치명적 결함이 있는 것은 물론 불량률도 높아(정화통 12개 중 8개는 불량), 실제 생화학전쟁이 발생할 경우 심각한 인명피해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방위사업청은 이번 발표에서 국방규격에는 미달하나 1980년 제정된 미군규격으로 검사한 결과 기준치를 통과했다고 밝혔으나, 이미 이 규격은 1995년 폐기되었고 더욱 강화된 기준이 사용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감사를 통해 엉터리 군방독면 납품과 검사과정의 문제점을 낱낱이 밝혀내야 할 것이다.
방위사업청 감사와 KBS의 취재 결과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미 1999년도에 방독면 품질검사가 조작되고 공신력이 없음을 육군화학실험소 내부 문건에서 시인하고 있으며, 그 이후에도 교체하려는 검사 장비 역시 규정위반임을 4차례나 확인하였다. 그런데도 기 보급된 방독면에 대해 아무런 조치 없이 오랜 기간 특정 업체의 독점 납품이 묵인되었다는 점, 생산 업체가 제공한 장비로 품질 검사를 계속 해 온 점 등은 업체와 담당 공무원과의 유착이 없고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상식 밖의 일이다. 더구나 납품업체가 제공하는 검사 장비를 처음 승인한 군 관계자가 이 업체에 공장장으로 재직하였고, 군 출신 인사들 역시 여러 명 취업했다는 사실은, 이번 사태의 배경에 검은 거래가 있다는 의혹을 더욱 증폭 시킨다. 감사원은 감사를 통해 관련 공직자의 특정업체 봐주기를 위한 조직적인 은폐과정과 직무유기를 조사하고, 업체와의 유착 의혹을 명쾌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군방독면의 생산업체는 작년에 각종 보도와 국정감사를 뜨겁게 달구었던 불량 국민방독면의 당사자인 삼공물산이다. 2006년 5월에 참여연대가 제기한 불량 국민방독면에 대한 감사 청구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군과 민간에 보급하는 방독면 전량에 대한 독점 계약을 통해 천문학적인 이득을 보면서도 엉터리 제품을 생산하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 것과, 업체와의 유착으로 이에 대해 감시·감독하지 못한 군 당국의 직무유기는 묵과할 수 없는 중대 범죄이다.
감사원은 신속히 조사를 시작하여 납품 및 검사 과정의 비리와 유착, 담당자의 직무유기 여부와 책임소재를 철저히 파악하고 관련 공직자에게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군 당국 스스로도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군납 계약 및 품질 검사, 자체 감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일대 점검과 개선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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