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이용 질량분석기, 첨단진단장비로 각광

서울--(뉴스와이어)--인체에는 약 10만가지의 단백질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단백질은 각종 생체 반응을 촉매하는 효소를 비롯해, 피부에 탄력을 주는 콜라겐 같은 세포구성성분으로도 쓰이고 인슐린 같은 호르몬 역할도 한다. 한마디로 단백질 없이는 생명이 없는 것이다. 한편 단백질에 이상이 생기면 질병으로 이어진다.

최근 인간 게놈이 밝혀지면서 초점이 유전자의 생성물인 단백질로 옮겨지고 있다. 예를 들어 암세포는 정상세포에 비해 어떤 단백질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어떤 단백질에 변형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다면 암을 진단하기가 매우 쉬울 것이다.

현재 국내외에서는 질량분석법을 통해 소량의 단백질도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질량분석법이란 분자를 이온화시켜 그 분자량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질량분석법이 단백질처럼 덩치가 큰 생체 고분자를 분석하는데 응용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분자량 1만이 넘는 고분자는 이온화를 시키기 위해 레이저로 때리는 과정에서 분자가 파괴돼 분석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고분자의 분자량을 측정하는 시대를 연 사람이 바로 2002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다나카 고이치다. 일본 시마즈제작소 연구소에 근무하던 다나카는 입사 3년차인 1985년 어느날, 실수로 시료를 잘못 조제하게 된다. 그는 시료가 '아까워' 버리지 않고 측정해봤는데 뜻밖에 시료 속의 고분자가 레이저에 의해서 파괴되지 않고 이온화됐던 것. 그가 발견한 '소프트 레이저 이온화법'을 개량한 방법인 '매트릭스 지원 레이저 이온화법'(MALDI)은 1990년대부터 단백질 이온화에 널리 쓰이게 됐다.

1997년부터 창의연구단 동력학적반응유도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서울대 화학부의 김명수 교수는 질량분석 전문가다. 최근 김 교수팀은 질량분석으로 단백질 분자량을 분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의 서열을 분석하는 데까지 연구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단백질은 수십,수백개의 아미노산이 일렬로 연결된 뒤 입체적으로 엉켜있는 '실뭉치'같은 구조다. 아미노산은 모두 20종인데 서로 크기가 달라 분자량도 제각각이다. 따라서 단백질을 잘라 질량을 분석하면 특정 순서에 어떤 아미노산이 놓여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김 교수팀은 이온화시킨 단백질이 관을 통과할 때 특정 파장의 레이저를 쪼여 분해시키는 '광분해'법을 개발했다. 이렇게 분해된 조각은 질량분석을 통해 아미노선 서열이 결정된다. 연구자들은 이런 복잡한 과정을 수행하는 질량분석기를 3년여에 걸쳐 자체 제작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단백질 이온을 '광분해'해 분석하는 연구팀이 몇 개 있는데 김 교수팀이 얻은 스펙트럼이 최고의 감도를 자랑한다고. 김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질량분석 전문학술지인 '래피드 커뮤니케이션 인 매스 스펙트로메트리' 최신호에 소개됐다.

김 교수는 "레이저의 파장을 조절함으로써 특정 아미노산 근처만을 선택적으로 분해시킬 수 있다"며 "앞으로 여러 가지 아미노산의 선택적 분해 반응을 조사해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결정하는 방법을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질량분석법은 미량의 시료만으로도 단백질을 분석할 수 있으므로 미래의 진단시스템에 필수적인 장치가 될 전망이다. 피 한방울을 떨어뜨려 수백종의 질병에 대한 검사를 수십분만에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다나까 고이치 역시 현재는 김 교수와 비슷한 방향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바이오칩을 이용해 질병을 진단하는데 질량분석이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앞으로 5-10년 뒤에는 실용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웹사이트: http://www.snu.ac.kr

연락처

김명수 교수(서울대 화학부) 02-880-6652(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