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직후 일본땅에 세워진 조선인들의 민족학교 영화 ‘우리학교’
해방 직후, 일본땅에 남겨진 조선인 1세들이 세운 우리말과 글을 가르치는 곳 ‘조선학교’
해방 직후 조국으로 건너오지 못하고 일본에 남게 된 조선인 1세들은 후손들이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가장 먼저 학교를 세웠다. 이곳을 일본땅 우리 민족들은 조선인들을 위한 학교, ‘조선학교’라고 불렀다. 초기 설립 당시 540여 개이던 ‘조선학교’는 일본 우익세력의 탄압 속에 60여 년이 지난 현재 80여 개의 학교만이 남았지만, 일본땅 조선인들의 기상은 그대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조선학교는 ‘우리학교’라는 또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며, ‘우리’라는 단어가 가지는 특별하고 소중한 의미 그대로 후손들에게 우리말, 우리글, 우리 민족성을 가르치기 위한 민족 교육체로서의 자긍심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학교는 일본 문부과학성으로부터 정식학교가 아닌 각종학교로 분류되고 있다. 각종학교는 학교교육에 비견되는 교육을 행하는 곳으로, 공식적으로 학교 졸업자격을 얻지 못한다. 그리고 대입수험자격 또한 얻지 못한다.
우리말, 우리글, 우리민족성을 배우는 곳, ‘우리학교’
‘조선학교’라고 하면 흔히 조총련계의 북쪽을 떠올리는 남쪽의 사람들. 그리고 북쪽과 비슷한 억양의 말투를 사용하고 북쪽을 마음의 조국이라 생각하는 조선학교 아이들이 더 많은 현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은 우리나라 정부의 태도에 기인한다. 조선학교가 생기던 초창기, 어려운 사정 속에서도 학교 설립을 위해 노력하던 때에, 당시 사회주의국가로 살림이 넉넉했던 북쪽 정부는 재일동포를 위한 교육 원조비를 지원해주었다. 북쪽 정부의 이런 지원은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지만, 이에 비해 전쟁 직후 넉넉치 못한 나라살림으로 재일동포들의 문제까지 관여하기 힘든 상황이었던 남쪽 정부는 이후 경제적 여력이 생긴 다음에도 ‘조선학교’에 대해 북쪽의 지원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각종 이데올로기 공세로만 일관했던 것이다. 이런 사실들이 조선학교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고향은 남쪽이지만 자신들을 알아주고 위해주는 조국은 북쪽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각종 이데올로기 문제를 떠나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까지 ‘우리학교’는 가깝고도 먼 곳 일본땅에서 ‘해방기의 조선’의 정신을 이어오고 있는 ‘민족학교’라는 점이다. ‘우리학교’의 아이들은 ‘조선인’으로서의 민족교육을 받을 뿐, 자신의 국적은 자기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가지고 있다. 3월 29일 <우리학교>의 정식 개봉을 통해 우리사회가 일본 내 조선학교 = 우리학교의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진지한 고민의 계기를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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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13일 1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