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한ㆍ미 FTA 협상에서 미국 쪽 시한을 맞추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빌트인 어젠더(Built In Agenda)' 방식이 얘기되고 있다. 빌트인 어젠더 방식이란 협정 타결시점에서 합의하지 못한 쟁점에 대해 협정 타결 이후나 협정 발효 이후에 다시 논의할 것을 협정문 속에 근거조항으로 넣어두고 협상을 타결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어려운 쟁점은 나중에 계속 논의하기로 하고 현재 수준에서 합의 가능한 것만으로 협정문에 서명을 하자는 것이다.

권오규 부총리는 개성공단 문제를 빌트인 방식으로 타결한다고 얘기한 바 있다. 그러나 김종훈 대표는 다른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빌트인 방식의 타결은 한마디로 의제포기를 의미하는 것인데, 나라마다 함축된 의미는 차이가 있다. 호주의 경우 투자자 국가제소권을 빌트인 방식으로 처리했는데 이 경우는 호주가 미국에 투자자국가제소권 관철 의지를 막아낸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개성공단 문제 등 우리측 요구가 주로 빌트인의 대상이 되는 것인데, 이것은 한마디로 우리의 요구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서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대부분 협상 분과에서 위원회를 만들고, 이 위원회에서 쟁점사항을 계속 논의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빌트인 방식은 김종훈 대표 얘기대로 폭넓게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왜 빌트인 방식을 사용하려고 하는가?>

이 방식은 국민들을 눈속임하자는 방식이다. 정부는 협상 초기부터 개성공단, 무역구제, 비자쿼터 확보 등이 우리 쪽이 얻을 가장 큰 성과라고 얘기해왔다. 이들 쟁점에 대해서 우리 쪽은 얻은 것이 없다. 이들 쟁점에 대해 협상 막판까지 얻는 것이 없다면 국민들의 반대여론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쟁점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빌트인 어젠더 방식은 정부의 협상력 부재를 가릴 수 있는 좋은 방패막이 된다는 것이다.

<문제점은 무엇인가?>

빌트인 방식은 국제 협상에서 자주 사용된다. 따라서 이 방식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현재 국면에서 당장의 타결에 급급하여 이 방식을 사용한다면 많은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첫째, 빌트인 어젠더 방식으로 우리가 요구하는 쟁점들을 협정문에 넣는 대가로 다른 것을 양보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앞으로 논의하기로 한 쟁점들에서 우리 쪽이 유리한 협상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현찰을 주고 부도수표를 받는 격이 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김종훈 대표 애기대로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대부분 협상 분과에서 위원회를 통해 쟁점사항을 계속 논의할 것이다. 그러나 이 위원회들은 협상기구라기 보다는 미국의 이해를 관철시킬 통로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예를 들어 약값을 다루는 위원회의 경우 여러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미국 다국적 제약회사의 이익을 보장하는 기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큰 문제점들이 있는데도 정부가 정치적인 효과를 고려하여 빌트인 어젠데 방식으로 협상을 마무리한다면, 이는 무대 앞의 실패 뿐 아니라 막을 내린 뒤 무대 뒤에서 추가양보를 강요당하는 통로가 될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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