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주인 후보, 우주인 훈련일기 (9편)

대전--(뉴스와이어)--한국항공우주연구원(원장·백홍열)은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에서 본격적인 우주인 훈련을 받고 있는 한국 우주인 후보 고산 씨의 우주인 훈련일기(9편)을 공개했다.

한국우주인후보 우주 훈련일기(고산)

라스비에트 (새벽)

소유즈 우주선이나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을까? 몇 가지 힌트를 가지고 각자 한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국제우주정거장은 약 400Km의 상공에서 지구를 하루에 약 16바퀴 정도 돌고 있다.

한편, ‘이리듐’이라고 불리는 위성 통신 네트워크는 약 800Km 높이에 떠있는 66개의 통신 위성들을 사용한다. 그리고 실제로 소유즈 우주선 안에는 이 네트워크를 사용 할 수 있는 핸드폰이 한 대 구비 되어 있다. 자, 과연 우리는 소유즈 우주선 안에서 핸드폰을 사용 할 수 있을까? 정답은 다음 일지에 공개하고 싶지만, 호기심 많고 궁금함을 참지 못하는 독자들을 위해 이 글의 맨 마지막에 공개하도록 하겠다.

눈치가 빠른 독자들은 이미 짐작했겠지만, 지난주와 이번 주에는, 소유즈 우주선의 통신 시스템에 대한 교육이 있었다. 소유즈 우주선에 탑재된 통신 시스템의 이름은 이 글의 제목인 ‘라스비에트’이다. ‘라스비에트’는 러시아어로 새벽이라는 뜻인데, 이러한 비슷한 느낌의 이름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예를 들어 유리 가가린을 태우고 지구 궤도를 한 바퀴 돌았던 우주선의 이름인 ‘보스토크’는 동쪽이라는 뜻이고, ‘보스토크’의 다음 버전 우주선인 ‘보스호트’는 일출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이름들에서조차 우주개발의 ‘새벽’을 연 러시아인들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우주선이 발사되는 순간에서부터 궤도 비행을 하고 도킹을 할 때까지, 그리고 도킹을 해제하고,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하여, 낙하산을 펴고 카자흐스탄의 초원지대에 안착한 후 구조를 기다릴 때까지, 매 순간 사용되는 통신 장비와 안테나가 지정되어 있는데, 우주인은 이들에 대한 사용법은 물론 응급 상황이 발생하였을 경우 어떠한 절차를 거쳐서 통신 시스템을 복구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구로 귀환 후 어떻게 구조 신호를 보내는지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군대에서 통신 장비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긴 하였지만, 그리 익숙하지 않은 분야임에도 어렵지 않게 교육을 끝마칠 수 있었던 것은 교관인 블라디미르 뻬뜨로비치 뜨로피모프의 자세한 설명 덕분이다.

블다디미르 뻬뜨로비치 뜨로피모프는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자상한 아저씨와 같은 느낌이다. 모르는 것을 질문하면,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몇 번이고 다시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그는 또한 한국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 몇 가지 간단한 한국말도 할 줄 안다. 낯선 이방인의 입을 통해 우리말을 듣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이 곳에서 사귄 몇 명의 우주인들은 이제 내게 ‘안녕’하고 인사한다. 그럴 때마다 나도 신나서 ‘안녕’하고 대답하는 걸 보면, ‘외국에 나오면 애국자가 된다.’라는 말이 그리 틀린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번 주 금요일에는 지난번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귀환한 우주인들을 위한 공식적인 환영 행사가 있었다. 미카엘 튜린은 착륙 시 워낙 건강한 상태였고, 미국 우주인 마이클 로페즈도 회복단계에 들어선 듯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지구로 귀환한 미국 및 독일인 승무원들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스타시티에서의 모든 중요한 행사들과 마찬가지로, 행사는 가가린 동상에 헌화, ‘우주인의 집’으로 행진, 그리고 ‘우주인의 집’ 강당에서의 환영식으로 이어졌다. 3시간 가까이 이어진 성대한 환영식은 수많은 사람의 축하와 환영의 말로 채워졌고, 마침내 4명의 승무원이 자신의 소감과 감사의 말을 전하는 순서가 돌아왔다. 4명 중 미카엘 튜린만이 러시아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4명 모두 유창한 러시아어로 연설을 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독일 우주인 토마스 라이터는 감사의 말을 끝내고 자신의 러시아어 선생님인 "지나이다"에게 - 그녀는 이곳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할머니 선생님이시다 - 감사의 선물을 건네는 순서를 마련하여 많은 사람의 박수를 받았다.

이 행사를 지켜보면서, 만일 1년 후에 내가 저 자리에 서게 된다면, 역시 유창한 러시아어로 감사의 말을 전하겠다는 비장한 다짐을 하기도 하였다.

자 이제 핸드폰 문제에 대한 답을 알아볼 시간이다. 소유즈 우주선 안에 실제로 핸드폰이 한 대 구비되어 있는데 과연 이것을 비행 중에 사용할 수 있을까? 정답은… ‘아니요’ 이다.

첫 번째 이유는 우주선이 금속으로 둘러 싸인 밀폐된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지하실과 같은 데서 전화 연결이 잘되지 않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물론 이론상으론 소유즈 우주선의 조그만 창문을 통해 전화 통신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두 번째 이유 때문에 전화통신이 불가능하다.

이 핸드폰이 사용하는 통신 네트워크인 이리듐의 위성들은 800Km 상공에 떠 있고, 국제 우주정거장은 400Km 상공에서 지구 궤도를 빠른 속도로 돌고 있다. 소유즈 우주선도 궤도에 진입한 후 국제우주정거장과 같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지구를 돌게 되는데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 인공위성을 통한 통신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통신 위성과 단말기 사이에 어느 정도 이상의 안정된 통신 연결 지속 시간이 필요한데, 통신 위성과 우주선 사이가 너무 가깝고, 우주선이 너무 빠른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돌기 때문에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제로 우주선 안에서 전화 통신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다른 전자 기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전화 통신이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우주선 안에 비치된 핸드폰은 지구에 착륙한 후 다른 구조 신호 장비가 작동하지 않을 때 우주선 밖으로 나가 GPS로 위치를 확인하고 우리의 위치를 구조대에게 알리기 위한 용도이다. 핸드폰 통화에 대해서 궁금했던 분들은 어느 정도 궁금증이 해결되셨는지?

아! 그리고 소유즈 우주선과 지상관제소와의 통신은 우주선이 러시아 상공을 지날 때에만 이루어지는데, 그 범위 안에 우리나라도 포함되어 있다. 교관의 설명에 의하면 좋은 장비를 갖춘 숙련된 아마추어 무선통신사들이라면 우주선과 지상관제소 간의 통신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하니 HAM을 즐기는 사람들은 기대해 볼만도 하다. 다만, 우주선과 지상관제소 간의 통신은 대부분 러시아어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며칠 전 집 앞의 잔디밭에서 꼬마 아이들이 꽃을 던지며 노는 모습을 보았다. 너무 귀엽고 평화로워 보여서 사진으로 남겼는데, 여러분도 잠시 편안한 마음으로 이곳의 봄 정취를 한번 감상해 보시길 바란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개요
항공우주연구원은 항공기·인공위성·우주발사체의 종합 시스템 및 핵심기술 연구개발, 항공우주 안정성 및 품질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품질인증 및 국가 간 상호인증, 항공우주 기술정보 유통 및 보급·확산, 중소·중견기업 등 관련 산업계 협력·지원 및 기술사업화 등을 통해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국민 생활의 향상에 기여한다.

웹사이트: http://www.kari.re.kr

연락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인개발단 민지선 042) 860-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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