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통신의 기술표준 선택권은 △정보통신 산업과 연관 산업의 발전 △소비자 보호 △ 정보화 정책 때문에 필요하다. 따라서 기술 선택권의 보장은 한미 FTA 협상에서 중요한 이슈로 간주되었다.

협상 결과를 설명하면서 정부는 기술표준정책 추진 권한을 인정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협정문 공개로 드러난 바에 의하면 우리가 얻었다는 통신 기술선택권은 반 토막에 지나지 않는다.

국내 무선인터넷플랫폼 표준인 위피(WIPI)와 최근 일반인을 대상으로 상용화가 된 휴대용무선인터넷 표준인 와이브로(WiBro) 등 기술 선택의 자율성에 관한 우리나라와 미국은 마찰을 빚어왔다. 이러한 마찰은 급변하는 무선 통신 서비스의 변화 속에서 신규 서비스 영역에서 자국의 우위를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 예고되고 있다.

협정문의 제14.21조(기술 및 표준에 관한 조치)의 제2항에 따르면 당사국은 "정당한 공공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공중 통신 서비스와 부가 서비스의 공급자에게 "무역에 대한 불필요한 장애"를 일으키지 않는 방식으로 기술 또는 표준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기술 선택의 자율성이 인정된 것 같다. 그러나 다른 조항 보면 국가의 기술표준 선택 권한이 위축된 것이 그대로 들어난다.

첫째, 무선통신에 대해서 한국은 포괄적인 공공정책 목적을 정의할 권한을 인정받지 못했다. 무선통신에 대해서는 주파수의 효과적 또는 효율적 이용 보장, 국내 또는 국제 망·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지속적인 접근 보호, 원활한 법 집행, 그리고 인간의 건강 또는 안전 보호 목적으로만 기술표준에 관여할 수 있게 된다(제3항). 이 결과 이러한 네 가지 목적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와이브로와 같은 국내 표준을 국가 차원에서 강제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둘째, 경쟁하는 기술표준을 추가로 허용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정당한 공공정책 목적에 따라 국내 기술표준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공급자가 이러한 공공정책 목적을 "효과적이고 합리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대체 기술 또는 표준의 이용을 추가로 허용하는" 규범제정 절차를 요청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제5항나호)는 조항 때문이다. 이에 더해서 이러한 추가허용은 협정의 발효일 이전에 채택된 조치에도 적용된다(각주15). 이에 따라서 단지 미래의 신규서비스에 대해서만 복수 표준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이미 상용화된 서비스에도 발생할 수 있다.

와이브로의 예를 든다면, 이미 상용화가 이루어진 상태인 와이브로와 경쟁하는 기술표준이 등장한다면 이를 포함하여 복수 표준을 허용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복수표준 허용에 따를 수 있는 연구·개발 및 설비의 중복투자 가능성, 상호호환성의 문제, 위험 회피를 위한 외국 대기업의 기술 추종에 따른 기술 종속의 위험 등을 회피할 수단이 사라진 것이다.

미국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이미 유럽연합과도 기술표준과 관련해 통상마찰을 일으켜왔다. 유럽연합이 제3세대 이동통신 단일 기술표준으로 W-CDMA를 공표한 것에 대해서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동통신의 최첨단을 걷는다는 우리나라와의 FTA에서 이러한 내용으로 타결을 본 것은 소원성취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해당 자문위원회[정보통신 기술, 서비스 그리고 전자 상거래 산업 무역 자문 위원회(Industry Trade Advisory Committee for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Services and Electronic Commerce; ITAC 8)]가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통신 협정문의 기술표준과 관련해서 "이 협정은 이 측면[기술 중립성]에서 당사국들이 기술을 특정할 수 있는 요건을 제한함으로써 다른 FTA들을 뛰어 넘었다. 그리고 따라서 기술 선택의 자의적 거부를 회피하는 것을 돕는다"라고 하여 한국의 기술표준 선택 권한의 축소를 환영하고 있다.

국가 기술표준을 채택하는 것은 정보통신산업및 연관산업의 발전과 소비자 보호 그리고 정보화 정책에 중요하다. 통신의 기술선택은 국가 미래 산업에 대한 문제이고, 주권의 문제이다. 통신주권을 포기하며 한미FTA를 체결할 어떠한 명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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