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주인 후보, 우주인 훈련일기 (10편)

대전--(뉴스와이어)--한국항공우주연구원(원장·백홍열)은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에서 본격적인 우주인 훈련을 받고 있는 한국 우주인 후보 이소연 씨의 우주인 훈련일기(10편)을 공개했다.

한국우주인후보 우주 훈련일기(10편)(이소연)

별의 도시에서 만난 멋진 여성 동지들

구성원 대부분이 남자인 조직이나 단체에서 몇 안 되는 여자로 지내는 것이 그다지 불편하지 않은, 이제는 뭐랄까, 익숙해졌다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했던 고등학교 시절, 우리 반 30명 중 여학생은 5명이었습니다. 대학교 입학 당시, 500명이 조금 넘는 신입생 중 여학생은 50명 남짓이었습니다. 기계공학과를 선택했고, 100명쯤 되는 동기 중에 여학생은 딱 4명이었습니다. 대학원에서 우리 실험실, 10명이 넘는 대학원생 중 여학생은 저 혼자거나, 간간이 선배나 후배 중 여학생이 한 명 더해져서 2명일 뿐인데도, 기계공학과 실험실 중에서는 여학생이 많은 실험실에 속했습니다.

그런 삶이 제 운명이라도 되는 듯 현재 별의 도시(star city)에서도 여성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물론 통역담당, 숙소관리담당, 그리고 주변 여러 상점이나 은행, 우체국 등 공공기관에서는 일하시는 분들은 계시지만 우주인 훈련을 받는 사람 중에서는 러시아 에네르기아 엔지니어 출신인 여자분과 저, 딱 2명입니다. 러시아에서 최초 여성 우주인이 배출되긴 했지만 미국 NASA 우주인에 비해서는 여성우주인이 비교적 적은 편입니다.

기계공학과 학부시절, 물론 지금은 여학생이 늘어나서 많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수업을 듣는 쪽의 건물 1층에는 남자화장실만 있었고, 가끔 밤을 새우며 실험을 하던 공장동(흡사 공장 같은 느낌에 학생들이 그렇게 불렀습니다.)에는 여자화장실이 전혀 없이 남자화장실만 2개가 있었습니다. 다른 층이나 다른 건물로 옮겨가면 되긴 했지만, 그래도 불편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이 곳 별의 도시에서 처음 훈련을 시작하고, 체력 훈련을 받는 건물에서 수영장을 보여주시는데, 여성 전용 탈의실과 샤워실은 없었습니다. 수영장과 연결된 양쪽 샤워실과 여성 탈의실은 모두 남자 우주인들이 이용하는 곳이었고, 다른 층에 방 하나를 개조해서 사물함 몇 개를 들여놓은 곳이 여성전용 탈의실이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만난 러시아 여성 우주인 훈련생인 레나(Лена)는 너무나 반가운 여성동지였습니다. 남편도 우주인이고, 4살 난 딸을 가진 주부 우주인이란 점이 저와는 살짝 다른 부분이었지만, 엔지니어출신에 여자가 몇 없는 환경에서 생활했었던, 그리고 이곳에서 현재 힘들게 훈련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는 진정한 동지였습니다. 하지만 처음 만나서 얘기를 나눴을 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우주인이 되기로 마음먹었느냐는 저의 질문에,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회사 상관이 훈련 받으러 가라고 해서 오게 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남편도 우주인인데다 어린 딸도 있는 레나에게는 뭔가 특별한 사연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해서인지 살짝 허무하기도 했었지만, 아무래도 러시아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시스템과 문화를 가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체제로 변화되고, 많이 개방된 현재의 별의 도시임에도, 여성으로서 이곳 별의 도시에서 훈련을 받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데, 최초 여성 우주인이 훈련을 받았을 1960년대를 상상하면, 발렌티나 테레쉬코바(Валентина Владимировна Терешкова)의 경우에는 지금보다 몇 배는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발렌티나 테레쉬코바의 생일이면 대대적인 행사가 진행되고, 축하행사에 참석한 가수가 눈물까지 흘리며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만큼 러시아의 국민적 영웅인 것이 놀라운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영광스럽게도 이곳에서 훈련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발렌티나 테레쉬코바를 직접 뵙고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4월 12일 우주인의 날을 기념해, 4월 11일 이곳 별의 도시에서 퍼레이드 및 축하 행사가 있었고, 그 이후 리셉션이 있었는데, 그곳에 참석하셨습니다. 저도 러시아의 많은 우주인과 함께 참석했었는데, 그곳에서 직접 만나 뵙고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러시아에도 여성 우주인은 많지 않은데, 한국에서 이곳까지 와서 훈련을 받느라 수고가 많다고 하시면서 격려해주셨습니다. 꼭 성공적인 비행을 하길 바란다고 등을 토닥여 주시고, 주변에 계시는 여러 관계자 분들에게, 훈련받을 때 불편한 부분이 많을 텐데, 잘 좀 도와주라고 부탁까지 해주셨습니다. 역시나 러시아의 국민영웅다운 카리스마는 물론이고, 러시아어도 서투르고, 그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저를 격려해 주시는 여유와 배려까지 가지신 분임을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같은 날 같은 곳에서 또 한 분의 대단한 여성 우주인을 만났습니다. 솔로브예바 바야노브바(Соловьева Ирина Баяновна), 1960년대 첫 여성우주인 배출을 위해 훈련을 받은 여성 우주인으로, 마지막에 발렌티나 테레쉬코바는 프라이머리가 되고, 이분은 백업이 되셔서 최초 우주인 자리는 안타깝게 놓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에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낙하 훈련에서는 기록을 세울 만큼 남자들 못지않은 훈련 실력으로 유명한 분이셨다고 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그런 분인 줄 모르고, 나이 지긋한 여러 관계자분과 같이 계셔서, 그분들 가족 중 한 분인 줄 알았었는데, 영국에서 취재차 온 저널리스트 중 한 명이었던 버트(Bert)의 설명과 소개로, 인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발렌티나 테레쉬코바와는 또 다른 분위기로, 친할머니처럼 따뜻하게 격려해주시고, 직접 제가 있는 테이블에 오셔서 건배제의까지 해주셨습니다.

미국 NASA의 경우는 러시아에 비해 상당히 많은 수의 여성 우주인들이 있고, 이곳 별의 도시에서도 훈련을 받으러 오는 NASA 여성 우주인들을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번 글에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여성 우주인은 예전 글에서도 잠깐 소개되었던 "페기 윗슨(Peggy A. Whitson)"입니다. 물론 이곳 별의 도시에서 처음으로 NASA숙소 저녁식사에 초대받아 만났을 때부터, 강한 여성 우주인의 이미지로 제 눈을 사로잡았었습니다. 그에 더해, 영국 저널리스트인 렉스(Rex)로부터 받은 선물인 "Women Astronaut"이라는 책에서 읽게 된 페기는, 앞으로 멋진 우주인을 준비하는 저에게 본보기가 되는 우주인이었습니다. 그 책에 따르면 우주인 훈련을 받기 전부터 NASA 존슨우주센터(Johnson Space Center)에서 연구자로 일했었고, 그동안 우주 실험에서 이용되는 실험 기기 개발에 참여했으며, 특히나 우주에서 냉동기 없이 혈청을 추출할 수 있는 기구 발명에는 직접 참여한 합동발명자이기까지 했습니다.

얼마 전 일본 JAXA 우주인이 초대한 저녁식사에서도 우주 비행 및 우주유영(EVA, extravehicular activity)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해주었는데, 그곳에 모인 우주인들 모두를 그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게 하는 카리스마를 발휘했습니다. 다음 10월, 말레이시아 최초 우주인과 함께하는 비행에는 당당히 커맨더로 비행을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역시나 시원스레 웃으시면서 같이 사진도 찍어주시고, 격려와 함께 이메일주소도 알려주셨습니다.

이곳 별의 도시에 와서 훈련을 받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렇게 멋진 여성들을 만나고 또, 그로 인해 동기부여가 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 또한 저에겐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언젠가 멋진 여성우주인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누군가가 저를 보면서 도전을 꿈꾸게 될 날을 기대합니다. 그때 부끄럽지 않은 멋진 여성우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이 너무나도 중요한 시간임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멋진 꿈을 간직하고, 또 그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대한민국의 당찬 여성들에게 "파이팅!" 을 보내고 싶습니다.

성공을 기원합니다! 줼라유 우스뻬하! ( Желаю успеха!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개요
항공우주연구원은 항공기·인공위성·우주발사체의 종합 시스템 및 핵심기술 연구개발, 항공우주 안정성 및 품질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품질인증 및 국가 간 상호인증, 항공우주 기술정보 유통 및 보급·확산, 중소·중견기업 등 관련 산업계 협력·지원 및 기술사업화 등을 통해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국민 생활의 향상에 기여한다.

웹사이트: http://www.kari.re.kr

연락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인개발단 민지선 042) 860-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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