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의원, “자통법 약속해놓고 오리발 내미는 청와대, 한미 FTA 확인서신은 ‘연애편지’?”
한미 FTA 협상에서 자통법 제정 약속은 확인서신을 통해 이뤄졌다. 한미 FTA 협정문 금융서비스 챕터에는 김현종 본부장이 미국의 슈와브 대사 앞으로 써준 ‘확인서신’이 첨부되어 있다. 사실 협정문 본문보다도 이 ‘확인서신’에 협정의 중요한 내용이 더 많이 들어 있다. 확인서신에는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예외목록 규제방식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쉽게 말해 예외목록 규제방식을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는 자통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청와대(국정브리핑)는 이 확인 서신에 들어 있는 내용이 구체적인 약속도 아니고 법적구속력도 없다고 설명한다. 자통법 제정을 약속해준 부분의 정확한 문구를 보면 “미합중국은 진행 중인 대한민국의 세 가지 주요규제 이니셔티브를 환영하였다. 가.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예외목록 규제방식으로 전환, ....”로 나타나 있는데 이것이 구체적인 약속도 아니고 법적구속력이 없는 문구라는 것이다. 정말 그런가를 따져보자.
먼저 떠오르는 의문은 법적구속력도 없고 구체적인 약속도 아닌 확인서신을 뭐 하러 써주었는가 하는 것이다. 부피만 늘릴 서신을 써 주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협상단이 확인서신을 연애편지쯤 여기고 아무 생각 없이 써주었다는 뜻인가. 국제조약의 협정문에 들어 있는 내용이 구체적인 약속도 아니고 법적구속력도 없다는 것은 또 무슨 소리인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설명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자료나 자문단 보고서(Advisory Group Reports on Korean Trade Promotion Agreement)를 보면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이 청와대의 설명과는 전혀 다름을 알 수 있다. 미국 쪽 자료는 우리나라가 예외목록 규제방식(negative list approach)을 채용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간주하고 있다. 누구의 해석이 맞는가.
금융서비스 협상부문을 죽 지켜본 사람이라면 청와대의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자문단 보고서에 나타난 바에 따르면 금융서비스 부문은 미국이 특히 많은 이득을 얻을(benefit especially) 분야이다. 정부가 설명하는 바로는 금융서비스 분야는 이번 한미 FTA에서 추가 개방한 것이 별로 없다는데 왜 미국은 특히 많은 이득을 얻을 분야로 금융서비스분야를 지목하는가. 바로 자통법 제정 때문일 것이다.
청와대의 설명처럼 미국은 협상 초반에 자통법 제정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자통법은 미국이 한미 FTA에서 요구한 주요 내용을 모두 담고 있다. 따라서 미국 쪽에서 보자면 금융서비스분야의 최대 관심사는 자통법 제정의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다. 청와대는, 우리 쪽의 사정이 있음을 들어 미국을 설득하여 “구속력 없는 표현”으로 관철시킨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미국이 자신들의 최대 관심사를 “구속력 없는 표현”으로 만족했을 것인가.
한미 FTA 협상에서 자통법 제정을 약속해준 것은 앞으로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다. 국회의 입법권 침해, 국제 조약에서 전례가 없는 중요 법제정 약속 등 한마디로 자통법 제정 약속은 어이없는 일이다. 이 것 만으로도 자통법을 통과시켜서는 안 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자통법을 통과시키려는 정부의 시도를 막아야 한다. 이와 아울러 정부는 한미 FTA 금융협상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확인서신’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지에 대한 단순한 사실부터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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