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주인 후보, 우주인 훈련일기 (12편)

대전--(뉴스와이어)--한국항공우주연구원(원장·백홍열)은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에서 본격적인 우주인 훈련을 받고 있는 한국 우주인 후보 이소연 씨의 우주인 훈련일기(12편)을 공개했다.

한국우주인후보 우주 훈련일기(12편) (이소연)

별의 도시에서의 잊을 수 없는 저녁 식사

우주인으로서 러시아 별의 도시에서 훈련을 받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여러 다른 나라 우주인들과의 관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글로벌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요즘, 거의 모든 과학기술이 여러 나라의 협력을 통해 발전하고 있지만, 특히 우주개발의 경우는 협력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분야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곳 러시아 별의 도시는 여러 나라 우주인은 물론 우주개발과 관련된 여러 사람이 모이는 협력의 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우주개발이 이렇듯 협력의 대표적인 분야로 의심할 여지가 없음은 과거 냉전시대 이후 러시아와 미국이 우주개발 분야에서 협력으로 최초 도킹에 성공한 것에서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협력의 장에서 훈련을 받는 만큼, 되도록이면 많은 여러 나라 우주인들과 만나고, 또 많은 것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전의 훈련일기에서도 잠시 언급한 적이 있지만, 간간이 미국 NASA 우주인들은 러시아에 머무는 다른 나라 우주인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는 NASA 우주인들은 물론이거니와, 프랑스, 벨기에 등 여러 다른 나라 우주인들, 그리고 유인 우주 프로그램을 위해 일하는 여러 나라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의 생각을 듣고, 이야기를 나눌 좋은 기회가 됩니다. 매번 초대를 받아서 저녁식사를 함께 할 때마다 여러 우주인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에 고마운 마음도 들지만, 마음 한편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우주인 후보자로서, 다른 나라 우주인들을 초대해서 한국 음식과 함께 우리를 보여줄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머물고 있는 숙소(이곳에서는 프라필악토리아(Prophylatora)라고 불립니다.)는 훈련 기간에 혼자 머물기에는 상당히 좋은 곳이지만, 친구들이나 우주인들을 초대할 수는 없는 곳임이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난 우주인들과 친해지고, 많은 것을 공유하면서, 불가능한 일만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이클 배럿(Michael Barratt)이라는 NASA 우주인이 NASA 우주인 숙소 중 여러 사람이 모여서 같이 음식을 만들고 먹을 수 있는 곳인 "Cartage 3"을 저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래서 6월 1일 금요일 저녁, 제가 한국 음식을 준비해서 러시아에 머무는 NASA 우주인은 물론 다른 여러 나라 우주인들을 초대하기로 했습니다.

NASA 우주인의 경우, 대개 4~5명 정도가 러시아에 2~3주 정도 머무는데, 제가 저녁식사를 계획한 기간에는 10명이 넘는 NASA 우주인에, NASA 관계자 몇 명도 별의 도시에 머물고 있어서 다른 여느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은 좋았지만,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처지에서는 살짝 부담이 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녁식사에 대한 생각을 몇몇 NASA 우주인에게 이야기했더니, 너무나 좋아했고, 또 일부 NASA 우주인은 저를 돕겠다고 자청하고 나서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6월 1일 금요일 저녁은 NASA 우주인 숙소에서 한국 음식을 먹기로 정했고, 고맙게도 마이클 배럿(Michael Barratt)은 별의 도시에 머무는 NASA 소속 모두에게 ‘소연이 준비한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라는 내용의 이메일 공지까지 해주었습니다.

러시아도 어느덧 여름이 되어, 30도 이상의 더운 날씨에 모두 지쳐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메뉴는 시원한 콩국수로 정했습니다. 한국의 매운 음식을 맛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내비친 우주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맵게 고추장 양념을 한 비빔국수도 메뉴에 추가했습니다.

드디어 6월 1일 저녁이 되었고, NASA 우주인인 샌디(Sandy), 니콜(Nicole), 마이클 배럿(Michael Barratt), 그리고 NASA 우주인 담당의사로 와서 있는 세레나(Serena) 등 여럿의 도움으로 대략 20명분의 저녁 식사가 성공리에 준비되었습니다. 처음 보는 콩국수를 다들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며 음식에 대해서 이것저것 질문을 했습니다. 설명을 해주면서 다들 너무나 맛있어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힘들긴 했지만 뿌듯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저녁식사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저녁식사를 같이한 NASA 우주인 중, 한 명인 마이클 핀스크(Michael Fincke)가 모두의 주의를 집중시키더니, 건배제의를 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한 저를 위한 건배였고, 또 거기에 다음날인 제 생일을 축하한다고 말하자 그곳에 모인 모든 우주인들이 제 생일을 축하해주었습니다.

저의 든든한 동료인 고산 씨가 미리 준비해 온 케이크에 촛불을 켜서 가져왔습니다. 그때 너무나도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마이클 핀스크(Michael Fincke)가 한국어로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자고 제의했고, 고산 씨가 한 소절을 먼저 부르면 나머지 외국 우주인들이 그대로 한국어로 따라 부르는 생일축하 노래가 NASA 우주인 숙소에 울려 퍼졌습니다. 사실, 외롭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 별의 도시에서 이렇게 멋진 생일 파티를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습니다. ‘감히 만나 볼 수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우주인들에게 그것도 한국어로 생일축하 노래를 선물 받은 이날의 생일 파티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정말 이곳 별의 도시는, 많은 나라의 우주인이 국경을 초월해 한가족이 되는 곳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협력의 장에서 다른 나라 우주인들에게 멋진 대한민국을 알리는 대표 우주인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다음에는 어떤 음식과 함께 대한민국을 소개할지 지금부터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시원하고 맛 좋은 콩국수가 있는 나라, 대한민국이 오늘은 왠지 더 자랑스럽습니다.

러시아어로 '생일 축하합니다!'는 빠즈드라블랴유 바스 스드뇸 라쥐제니야! (Поздравляю вас с днём рождения!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개요
항공우주연구원은 항공기·인공위성·우주발사체의 종합 시스템 및 핵심기술 연구개발, 항공우주 안정성 및 품질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품질인증 및 국가 간 상호인증, 항공우주 기술정보 유통 및 보급·확산, 중소·중견기업 등 관련 산업계 협력·지원 및 기술사업화 등을 통해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국민 생활의 향상에 기여한다.

웹사이트: http://www.kari.re.kr

연락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인개발단 042) 860-2257

국내 최대 배포망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