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한미 FTA 독소조항에 대한 정보전달 부족

Ⅰ. 들어가며

지난 4월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이하:한·미 FTA)이 엇갈리는 찬·반 양론과 수많은 진통을 겪으며 타결되었다. 타결 직후, 찬성 측은 ‘제3의 개국’이라 외칠 정도로 정부와 협상단에게 찬양일색의 환호를 보냈으며, 반대 측은 농업, 무역구제 등 독소조항을 거론하며 향후 국내 산업 파괴가 심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협정문의 공개여부에 대한 논란은 국회 내에서도 달랐다. 정부가 타결 이후 두 차례 요약 문서를 공개한 가운데, 당장 심의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반면, 협정문 공개까지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는 입장도 강했다. 엇갈린 논거와 판단 속에서 정부는 5월 25일 한·미 FTA 협정문을 공개했다.

협정문 공개 이후 긴급수입제한조치의 횟수가 제한되고,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조세정책이 직접 포함되는 등 여러 가지 독소조항이 밝혀짐에 따라 FTA 협정은 다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는 5개 일간지(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의 FTA 협정문 공개 관련 보도를 정리·분석했다.

Ⅱ. 모니터 결과

1. 보도량 분석

1) 미흡한 협정문 관련보도, 협상타결 당시와 대조적

모니터 기간인 2주간 ‘협정문 공개’에 대한 조·중·동의 보도 분량은 매우 적은 편이었고, 한겨레·경향은 이에 비해 3배가 넘는 보도량을 보였다. (<표1> 참고)

기사의 형태에 있어서도 분석기사보다는 협정문 내용을 전하는 단순 보도가 대부분이었다. 주요 쟁점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설·분석기사량이 적어 독자들은 협정문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들었다. 특히 중앙일보는 70%가 일반보도였으며, 해설보도는 <세금문제 손해 본 미 투자자 국제소송 가능>(5/26 6면) 단 한 건에 그쳤다. 조선일보도 해설기사가 3건(30.0%), 동아일보는 4건(36.4%)으로 두 신문이 40%를 넘기지 않는 비중이었다.

그나마 조선일보 <쇠고기 등 세이프가드 발동 기준 ‘불씨 여전’>(5/26 8면), 동아일보 <차 세제 간소화 … ‘배기량 기준’ 추가 도입 않기로>(5/26 3면)등 3사의 주요 해설보도 역시 협정문 나열 및 기자의 간단한 인상 평에만 그칠 뿐, FTA 주요 쟁점을 선정해 특정 쟁점을 한 꼭지로 다룬 심층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조·중·동의 보도비중이 낮다는 것은 협상타결 직후인 4월 3일~5일과 협정문 공개 직후와 비교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중앙일보는 4월 3일은 한·미 FTA 체결을 ‘제3의 개국’이라는 이름 아래 종합 1면부터 13면(경제면까지 포함하면 그 날짜 신문의 절반 이상을 차지)까지 대부분을 FTA에 관련된 소식으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4월 4일과 5일도 각 분야별로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FTA를 소개했다. 반면 5월 26일에는 1·3·4·5면과 같은 주요 해설 보도지면에는 ‘세종대왕함 진수’, ‘북한 미사일 발사’ 가 주요기사였으며, 협정문 공개는 2개 면(6·7면)뿐이었다.

조선일보도 4월 3일 10개 면 전체를 FTA 타결에 할애했으나, 5월 26일에는 8면에만 관련 내용이 보도되었다. 당시 ‘취재정보 선진화 방안’과 ‘한나라당 당내 경선’에 각각 한 개 면을 할애했다는 것과 비교해본다면 조선일보가 FTA 협정문 공개의 뉴스가치를 얼마나 낮게 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동아일보도 FTA 협정문 공개 특집 면은 단 두 개 면(3·4면)뿐이었지만, 1면과 5면을 FTA 관련 보도에 할애하는 등 조선, 중앙에 비해서는 보도지면이 다소 많았다. 그러나 당시 또 다른 이슈인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대북 관련 보도에 비해 낮은 비중으로 처리했다.

2) 조·중·동 협정문 관련 정보제공 부족

협정문 관련 보도의 핵심은 협정문의 각 쟁점에 대해 꼼꼼하게 분석하고, 그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조·중·동은 한겨레·경향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다양한 분야를 다루지도 못했으며, ‘어떤 분야에 무게를 싣고 중점적으로 보도 했는가’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각 언론이 주요 쟁점으로 보도한 사안들을 계량화하기 위해서 각 쟁점을 제목으로 처리한 것이 무엇인지 분석했다.

먼저 제목으로 쟁점을 다룬 건수를 분석해보니, 지적재산권의 경우 조선일보, 경향신문, 한겨레가 비중있게 다뤘다. 농산물 세이프가드와 ISD, 역외가공에 대해서는 5개 신문이 비슷하게 다뤘다.

신문사별 특징은 동아일보가 지적재산권과 ISD 관련한 내용을 제목으로 다룬 경우가 전혀 없었고, 상품 세이프가드만 3건이나 다뤘다는 점이다. 반면 조선일보는 지적재산권 관련 보도를 비중있게 다뤘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각 분야를 골고루 제목으로 다뤘다. 또 경향신문은 의약품 관련해서 5건이나 할애해서 비중있게 처리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제목까지는 아니지만, 기사 속에 쟁점사안이 언급된 건수를 모두 분석한 결과도 차이는 없다. 조·중·동은 한겨레·경향에 비해서 일부 쟁점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으며, 전체적으로도 보도량이 적었다. 신문사별로 보면, 동아일보는 상품 세이프가드를 7건의 기사속에서 언급했으며, 조선일보는 역외가공 관련 내용을 4건이나 다뤘다. 한편 한겨레와 경향은 다양한 분야를 다루면서도, 타사가 다루지 않은 노동·환경 분야를 3건의 기사로 다뤘다. 한겨레도 자동차 관련한 내용을 9건이나 집중적으로 다뤘고, 타사가 다루지 않는 건강보험 및 의료기기 관련한 내용도 3건의 기사로 다뤘다.

2. 협정문 공개 이후 보도 문제점

1) 조·중·동, ‘한국 측에 불리한 의미를 명백히 담은 제목’의 기사 거의 없어

협정문 공개 관련 기사의 제목만을 대상으로 ‘한국 측에 불리한 의미를 명백히 담은 제목’이었는지, 반대로 ‘한국 측에 유리하다는 의미나 뉘앙스를 담은 제목’이었는지를 분석해보았다. (<표3> 참고)

분석 결과, ‘한국 측에 불리하다는 의미를 명백히 담은 제목’이 조선일보는 한 건도 없고, 중앙 1건(10%), 동아 1건(9.1%)뿐이었다. 이는 한겨레 16건(50%), 경향 16건(47%)에 비해 매우 적은 양이었다. ‘한국 측에 불리하다는 의미를 명백히 담은 제목’과‘한·미간 유·불리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정도의 의미를 담은 제목’을 통틀어도 경향 79%, 한겨레 74%에 비해 조선·중앙은 40%, 동아 9.1%뿐이었다. 명백한 독소조항마저도 제대로 부각시키지 않고 모호하게 처리하는 조·중·동의 보도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제목의 뉘앙스를 평가할 수 없는 중립적인 제목이 세 신문 평균 50%에 이르렀다는 점도 조선·중앙·동아가 이번 사안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피하고 기계적인 중립만을 지키려 했음을 잘 보여준다.

2) 조·중·동 사설, 독소조항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에 대한 무조건 찬성

사설에서도 한국 측에 불리한 독소조항을 감추고 한·미 FTA를 긍정적으로 포장하려는 ‘근거 없는 찬성’의 목소리가 많았다. 특히 협상문에 대한 논리적인 분석 없이 ‘균형적인 협상’이라 단정 짓고, 반 FTA 움직임을 무조건 세계화에 역행하는 체제로 비판하는 태도를 보였다.

동아일보는 사설 <한미 FTA ‘근거 없는 반대’ 계속할건가>(5/26)에서 “한미 양국의 이해가 사안에 따라 다소 오락가락 하지만 양국 간에 ‘이익의 균형’이 잡혀 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평가다. 한미 FTA 반대자들의 ‘굴욕 협상’ 주장에 근거가 없음이 확인된 것이다”라며 한·미 FTA 반대 여론을 비판하고 있다.

중앙일보도 사설 <한·미 FTA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5/26)에서 “졸속 협상을 한 것도, 불리한 내용을 숨긴 것도 아니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한·미 FTA가 워낙 방대한 내용이어서 그동안 핵심적 내용만 공개됐다가 이번에 좀 더 자세한 내용이 나온 것일 뿐이다. 곰곰이 뜯어보면 유리한 것도 있고 불리한 것도 있는 것이다 (중략) … 그런 시각으로 협정문을 일방적으로 해석하면서 한·미 FTA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한·미 FTA는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택한 것이다”라고 동아일보와 비슷한 입장을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관련 사설은 없었지만 외부칼럼을 통해 FTA가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3) 조선, FTA 최대 독소조항은 ‘영화관 불법촬영금지’?

투자자-정부 소송제(ISD)와 농업 세이프가드, 역외가공 문제 등은 이번 협정문 공개를 통해 드러난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다. 농산물과 공산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는 관세 철폐 기간 내 1회만 발동할 수 있도록 제한된다. 조세정책도 ISD 대상에 포함되었다. 따라서 우리의 세금제도로 인해 미국 투자자가 피해를 보았을 경우 제소가 가능하며, 소송이 발달한 미국이 우리 조세정책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매우 크다. 타결 직후부터 지적받아온 반덤핑 문제(반덤핑조항을 미국 측이 어기더라도 우리는 제소조차 불가능)와 의약품·의료기기(사실상 최저가 보장을 해줌으로써 향후 신약가격은 대폭 인상될 전망) 등의 분야까지 포함한다면, 이미 밝혀진 독소조항은 더 많다.

그러나 조·중·동은 독소조항에 대한 적극적인 분석 및 비판보다는 엉뚱한 쟁점사안을 부각시켜 협정문의 문제점을 물타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먼저 조선일보는 적은 기사량 가운데에서도 지적재산권 문제 지적에 무게를 두어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한·미 FTA 협정문 공개를 밝히는 일반 보도기사 제목을 1면에서 <미국영화 불법배포 사이트 폐쇄>(5/26)라고 게재하며, 지적재산권 문제를 핵심으로 내세웠다. 같은 날 8면 <미국 책 불법 복사·상영 중인 영화 캠코더로 찍어도 처벌>(5/26)에서도 지적재산권 문제를 강조했다.

지적재산권 문제는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할 쟁점이다. 하지만 한·미 FTA 체결로 인해 국가의 조세주권·입법권이 흔들리고, 또한 생존권까지 위협받는 사회의 소수자들이 많음을 감안한다면 과연 이 분야만 부각시킨 것은 문제이다. 특히 지적재산권 중 불법 복제 부분은 일반국민들에게 ‘국제적 기준에 맞춰가는 과정’이라는 명분이 있어 보이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또한 한·미 FTA가 아니더라도, 무단 복사나 캠코더를 통한 영화 촬영이 말 그대로 ‘불법’임은 많은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이런 지적재산권 관련 문제를 집중 부각시킨 것은 다소 거부감이 덜한 주제를 앞에 세워 국민들에게 FTA의 독소조항을 드러내지 않고자 한 편집인 것으로 보인다. 협상단마저도 우리 측에 불리한 점이 크다고 인정한 의약품·의료 분야를 거의 기사화하지 않은 점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독소조항 중 하나로 지적받은 ISD나 농업 세이프가드 등에 대해서는 분석 대상 5개 언론 모두 비교적 많은 분량을 다뤘다. 조선, 중앙, 동아 역시 추가로 공개된 ISD나 세이프가드 조항 등에 대한 우려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FTA의 독소조항은 인정하면서도, 사설 등에서 ‘한·미 FTA’는 결국 우리를 위한 협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4) 한겨레·경향, 자세한 보도 불구하고 취재원 편중 아쉬워

경향·한겨레의 협정문 공개 보도는 충분한 보도 분량과 쟁점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조·중·동에 비해 돋보였다. 하지만 경향과 한겨레 역시 협정문 내용을 통해 정확한 이해득실을 전달했는가에 대해서 의문점이 남는다. 물론 한겨레·경향신문은 김종훈 수석대표의 주장을 그대로 싣는 등 균형적인 보도를 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으나, 취재 대상이 지나치게 한정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한겨레의 경우, 17건에 이르는 분석 기사의 논거가 대부분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범국본) 자료였다. 협정문 내용에 대해 총평 형태로 분석해 놓은 <“곳곳에 새 독소조항” - “오해” 본격 논쟁>(5/26, 2면)도 무역협회의 일부 찬성언급이 들어있기는 하나, 대부분 범국본의 반대 논거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사의 결말도 ‘범국본의 의혹 검증 의지’로 결말이 맺어져 있다. 경향신문도 취재원이 민주노동당과 범국본 쪽에 몰려 있었으며, 자료도 두 집단이 연구한 자료를 그대로 따서 쓴 것이 많았다. 이러한 현상은 反FTA 측의 주장이 주로 범국본과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신문사 스스로 좀더 쟁점에 대해 고민하고 발굴하여 전문성을 갖춰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3. 한미FTA 타결 직후의 보도와 협정문 공개 이후 보도 비교

과장보도가 되어버린 ‘장밋빛 청사진’

조·중·동의 협정문 공개 이후 보도된 쟁점들은 협상 타결 직후인 4월 초와 비교해 논조가 다소 달라져 있다. 협상 타결 직후 조선·중앙·동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며 FTA를 일방적인 ‘장밋빛 미래’로 찬양하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그러나 협정문 공개 이후, ▲농업부문 등에서의 세이프가드 ▲개성공단을 포함한 역외가공 분야 ▲자동차 분야의 스냅 백 조항 ▲투자자-국가간 소송제와 조세제도 등이 문제되어 그들이 애초에 주장한 ‘장미빛 미래’는 과장보도가 되었다.

개성공단 등 역외가공의 문제를 보면, 조선일보는 협상타결 당시 <양국 간 거래 공산품 94%, 3년 내 관세 완전 사라져>(4/3, 3면)에서 개성공단 한국산 인정문제를 희망적으로 보도했다. 기사는 “양국이 ‘한반도 역외(域外) 가공지역위원회’를 설치, 한반도 비핵화 진전 등 일정요건이 충족될 경우 개성공단을 포함한 남북경협지역을 ‘역외 가공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를 협정문에 명시했다.”라고 서술했다. 하지만 협정문 공개 후에는 <쇠고기 등 세이프가드 발동 기준 ‘불씨 여전’>(5/26, 8면)에서 “개성공단 생산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받으려면, 개성공단이 한국의 역외가공지역(OPZ)으로 지정돼야 한다. 이번에 공개된 협정문에는 개성공단을 OPZ로 지정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 … (중략) 또 미국 의회가 내놓은 ‘신통상정책’에서는 FTA 상대국이 ‘국제적인 수준의 근로환경’을 유지할 것을 강조하고 있으나, 개성공단이 이같은 근로환경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라고 보도했다.

농산물 세이프가드 문제 역시 타결 직후와 협정문 공개 이후가 큰 차이가 있다. 중앙일보는 협상 타결 직후 <분야별 문답풀이 … 농산물 수입 급증 땐 ‘세이프가드’>(4/3, 8면)에서 농업 분야에 대해 “우리에게 민감한 쇠고기(15년)·돼지고기(10년)·오렌지(7년) 등은 장기간 관세를 유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그동안 경쟁력을 높이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협정문 공개 이후에는 <세금문제 손해 본 미 투자자 국제소송 가능>(5/26, 6면)에서 농산물 세이프가드에 대해서 “감귤 등 일부 민감 농산물의 경우 ‘1회 세이프가드 규정’에 묶여 피해가 우려되는 대목”이며, “구체적 발동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세이프가드가 농업 부문을 보호할 수 있을 것처럼 역설했지만, 1회 세이프가드 규정이 드러나고, 농산물 특별 세이프가드도 실질적인 역할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농업 피해를 예상하고 나온 것이다.

ISD에 대해서도 중앙일보는 <분야별 문답풀이 … 농산물 수입 급증 땐 ‘세이프가드’>(4/3, 8면)에서 “이 제도로 인해 정부 정책이 무력화되는 일은 없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협정문 공개 이후에는 <세금문제 손해 본 미 투자자 국제소송 가능>(5/26, 6면)에서 “소송이 발달한 미국이 한국의 조세정책에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의 ‘스냅 백’ 조항의 경우, 동아일보는 타결 직후 자동차 분야의 수익성을 대대적으로 강조하며 우리 측이 가장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분야로 홍보했다. 하지만 협정문 공개 이후에는 <개성공단 인정에 ‘핵-근로기준 진전’ 전제조건>(5/26 4면)에서 “특정 조건에 해당하면 FTA 발효 이전으로 관세를 환원할 수 있는 이 제도는 포괄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조건을 달고 있어, 미국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서는 자동차 분야의 수출 증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체결 시와는 반대 측의 전망을 제시했다.

조·중·동의 이와 같은 보도는 분명 왜곡보도는 아니다. FTA 협상 조항들이 평가하기에 따라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정문 공개 후에 보도했던 내용들은 체결 직후 자신들이 보도했던 내용들의 ‘거품’을 시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타결 직후, FTA의 부정적인 면은 최대한 축소시키고 심지어 은폐하려 했던 보수신문들의 보도 행태는 분명 지적받아야 마땅하다. 특히 타결 직후에 독소조항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지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FTA만을 부각하고 부정적인 부분은 축소시키다가 협정문 공개 이후에야 자신들의 ‘부풀리기’를 결과적으로 시인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독소조항과 관련된 내용은 기사 속에 한두 줄 정도로 끼워넣는 수준으로 간단히 언급하는 데 그쳤으며, 사설에서는 여전히 독소조항과 상관없이 한·미 FTA에 대한 찬성을 강조하는 조·중·동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한편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협상 타결 직후 보도기사와 각 사설에서 ‘한·미 FTA 타결안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 ‘FTA 축배 지나치다’ 등의 지적을 했다. 그러나 당시 기사는 타결 내용에 대한 세밀한 분석기사보다는 타결의 의미를 다소 감정적으로 해석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반면 협정문 공개 직후에는 양 신문 모두 협정문의 구체적인 내용을 토대로 한 실효성 있는 지적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라고 하겠다.

Ⅲ. 나가며

한·미 FTA 체결에 대한 찬·반 공방은 그 어떤 사회적 쟁점보다도 뜨거웠다. 우리의 경제주권, 더 나아가 생존권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에 당연한 일이다. 찬성 측은 한·미 FTA가 한국을 수십 년 이내에 세계에서 손꼽히는 경제대국으로 이끌어줄 거라 주장했고, 반대 측은 한·미 FTA의 졸속적인 협상과정을 지적하며, 우리의 서민경제를 파탄시키고, 결국 수십 년 이내에 지금보다 더한 미국의 경제종속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외쳤다. 이처럼 첨예한 대립 가운데서도 양측 모두가 한·미 FTA에 대해 공통적으로 외치는 말이 있었다. 지금보다도 향후 수십 년을 생각하자는 것. 정부는 물론, 언론 역시 이 말을 수 없이 되풀이했다. 그렇다면 언론은 과연 한·미 FTA가 우리에게 수십 년 동안 미칠 영향에 대해 정확히 보도했는가.

협정문 공개 직후, 일부 신문들이 한·미 FTA를 보도하는 태도는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특히 협상 타결 직후, 역사에 길이 남을 협정이라며 크게 호평했던 언론들일수록 그 정도는 더욱 심했다. 공개한 협정문은 3월 타결 직후 보도한 내용과 분명히 다른 점이 있었다. 정부의 협정문 공개 지연과 정보 은폐, 미국 측 시한에 끌려 다닌 절차적 압박과 부족한 협상력을 등은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정확한 정보전달과 감시자로써의 언론은 온데간데없고 FTA에 대해 '좋은 것'만 보고 여론을 선동하려 했던 일부 언론들의 태도는 옳지 않다. 기사송고실 축소방안에 대해서는 ‘국민의 알 권리 보호’를 매일같이 주창하는 언론이, 왜 자신들 입으로 그토록 강조하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은 시켜주지 못하는가.

보수신문들은 협정 체결 자체를 찬양했더라도, 협정문에서 명백히 우려되는 점은 정확히 지적하고, 기존의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는 정확히 수정·보도해야 한다.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한·미 FTA는 무조건 이뤄져야 한다고 외칠 것이 아니라, 정확한 근거를 분석해 자신들의 주장이 틀렸다고 깨닫는다면 지금이라도 입장을 바꿔,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야 한다. 지금과 같이 독소조항이 그대로 존재한 채로 협정이 체결된다면, 그로 인한 책임은 정부 못지않게 언론이 떠안아야 할 것이다.

6월 29일 미국 측의 요구로 진행된 추가협상이 최종 타결되었다. 미국은 한국이 요구한 전문직 비자쿼터에 대한 협조를 약속했으며, 의약품 시판허가·특허와 연계한 의무 이행을 18개월 유예하기로 했다. 또 노동·환경 분야에서 무역보복 등이 가능한 일반분쟁해결절차를 도입하되 무역·투자에 영향을 미쳤다는 입증 요건을 강화하는 등 분쟁절차의 남용을 방지하는 장치를 마련했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이 협정문에 포함되어 30일(미국시간) 오전 10시 워싱턴에서 서명하면, 정기국회에서 비준동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9월 정기국회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언론은 이제부터라도 본격적으로 협정문 하나하나를 풀어내 분석하고 평가하여 국민들에게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한·미 FTA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국민적 논의가 집약되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아직 늦지는 않았다. 언론의 책임 있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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