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의원, “만취상태가 성추행의 면죄부인가”
지난달 29일 검찰이 박 전 감독에 대해 “피해자와 그 부모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한 것에 비춰볼 때 법원이 박 전 감독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재판부는 “박 전 감독이 감독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어린 피해자를 추행하고 고통을 준데 대해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면서도 징역형을 내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박 전 감독이 ▲전과가 없는 점 ▲전지훈련 첫날 평소보다 많은 주량을 마셔 만취한 점 ▲10여년간 국가대표팀을 이끌면서 농구계 발전과 국위선양에 힘쓴 점 ▲혐의 사실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들었다.
전과가 없다거나, 만취상태였다는 점,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감형된 것은 지난번 최연희 의원에 대한 성추행 판결 때도 등장했던 단골메뉴다. 그렇다면 성추행 사건에 있어서 전과여부나 만취상태 여부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술취해서 기억안난다”는 성추행 가해자의 변명을, “가슴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형식적인 반성문을 우리는 언제까지 반복해서 들어야만 한단 말인가.
그리고 재판부가 박 전 감독이 농구계 발전과 국위선양에 힘쓴 점을 고려했다고 했는데, 농구계 발전을 위해 현장에서 열심히 땀흘리며 뛰었던 피해선수의 노고는 왜 고려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지난달말 프로여자농구선수 20명은 “다시는 여성 스포츠계에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엄벌에 처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동료선수들의 진정어린 호소를 외면했다.
이번 사건은 스포츠계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감독과 선수간의 성추행 사건이 최초로 공개됐다는 점에서 우리사회에 큰 파장을 던져준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박 전 감독에게 이와 같은 가벼운 처벌을 내렸다는 것은 성추행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인식수준이 어떠한가를 보여준 것이다. 이번 판결로 인해 앞으로도 “술취해서 기억 안난다”는 성추행 사건들이 또 얼마나 많은 피해 여성들을 낳게 될지 심히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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