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의원 논평-실정 퇴로退路 열겠다는 대통령의 개헌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제헌절 이벤트로 부적절한 제안이다. 제헌절에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주권과 인권, 그리고 차별없는 사회를 위한 대통령의 책임과 의무를 확인하고 천명하는 자리였어야 했지만 대통령은 또다시 헌법탓, 제도탓, 정치탓으로 일관했다.
헌법이 민주주의를 가로막는다면 고쳐야 한다. 우선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이 잘못된 헌법과 맞서 싸울 것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나쁜 헌법이 아니라, 나쁜 정치에 핵심 원인이 있다.
사회양극화 심화, 극단적 빈부격차, 비정규직 양산 등 노무현 정권의 실패 결과가 헌법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비정규직 문제, 헌법 때문에 해결 못하고 있나. 분양원가 공개, 헌법 때문에 질질 끌었나.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불법 승계, 헌법 때문에 눈감았나. 한미 FTA, 헌법 때문에 하는 것인가.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비롯한 정치개혁이 헌법에 막혀 있나.
지난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에서 국민은 전통적인 여소야대 구조까지 과감하게 깨버리며, 전폭적으로 노무현 정권에게 힘을 실었다. 민생과 개혁을 위해 한번 제대로 해보라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민생과 개혁은 후퇴하고 망가졌다. 기득권 편에 서기에 급급했다. 급기야, 만들어 놓은 사립학교법까지 다시 개악시키는 실망스런 정치행위로 귀결됐다.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 실정 리스트 어디에도 헌법은 이유가 되지 못한다.
대통령의 실패, 열린우리당의 몰락은 정치의 부재, 주소조차 정하지 못한 떠돌이 정치가 낳은 산물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정치적 자기기만의 결과다. 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헌법을 걸고넘어지는 것은 또 하나의 정치적 기만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현시점에서 개헌을 제안할 자격도, 능력도 갖고 있지 않다.
심상정 의원은 대통령의 중임제 원포인트 개헌 제안과 관련, 방식과 내용에서 모두 잘못된 정치행위이기 때문에 철회돼야 한다고 일관되게 밝혀 왔다. 아울러 대통령의 개헌론은 결국 내각제를 비롯한 권력구조 문제로 확대될 것이고, 대통령은 개헌논란의 와중에서 참여정부 실정의 퇴로를 만들려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불행하게도 이런 판단은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개헌을 들고 나온 것은 실패한 정권의 책임을 가리고, 개헌론 놓고 대선을 치러보자는 정략적 발상의 다름 아니다. 거듭 강조하건대, 국민을 배제하고 일부 정당, 정치인의 개헌 수요에만 집착하는 개헌은 성공할 수 없다. 정치권력의 필요와 의지에 따라 만들어지는 헌법, 그것이 나쁜 헌법이며, 나쁜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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