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큰 충격을 받고 나면 사람의 신경계는 극도의 긴장상태로 들어간다. 다시 그런 일이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 여차하면 반응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연스러운 반응에 이상이 생기거나 도가 지나치면 병이 될 수 있다. 그러한 위협이 없는 상황, 다 지나간 상황에서도 이러한 긴장상태가 가라앉지 않고 지속되는 데, 이 때 위험을 피하기 위한 정상적인 긴장상태가 아니라 스스로를 괴롭히는 병적인 노이로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것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이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세 가지 특징적인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첫 번째는 사고의 재경험이다. 참전 후 이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전장에서와 유사한 총소리와 소음을 경험하면서 공포에 빠지는 것과 같은 경우이다. 자꾸만 사고 장면이 때로는 생생하게 때로는 예전에 꿨던 꿈처럼 떠오르고, 실제 꿈속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똑 같은 사고의 장면이 아니더라도 다치는 꿈을 꾸거나 악몽을 꾸게 된다. 외상적인 사건은 억압되지만 완전히 잊혀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감각을 통하여 외상을 재경험 할 수도 있다. 생생하고 반갑지 않는 재경험을 하는데 종종 조용히 있을 경우나 수업중에, 지루 할 때, 잠이 들 때, 라디오를 들을 때, TV를 볼 때 등과 같이 서로 연관이 없는 시간대에서 경험한다. 반복되는 사고의 재경험은 불안과 공포를 불러온다.

두 번째는 회피 반응이다. 교통사고를 당했던 사람이 다시 차를 타지 않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 사고와 유사한 상황에 다시 놓이게 되는 것을 극단적으로 회피하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사고와 관련된 생각이나 말, 사고를 생각나게 하는 환경적인 단서들로부터도 필사적으로 회피하게 된다. 그 결과 아예 외부로부터 마음의 문을 닫아놓은 채 외면하고 사는 것처럼 심한 정서적 위축상태에 빠지게 되고, 멍하고 무감동한 사람처럼 되기도 한다. 간혹 아예 사고의 일부를 기억해내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세 번째는 과도한 각성 상태이다. 전화벨만 울려도 심하게 놀라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진정이 안 되는 것과 같은 상태이다. 신경이 너무 놀래있으며, 외부 자극에 대해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보이는 되는 것이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때로는 유별나게 신경질적이 되기도 한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의 증상은 사고 후 보통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야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단 한번의 사고로 인한 고통스러운 증상이 보통은 수개월 이상 지속되며, 회복에 수년이 걸리기도 하고 평생 동안 고통 받기도 한다. 따라서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가 절실한 것이다.

그런데 똑 같은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어떤 사람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가벼운 정서적 후유증만 경험하고 넘어간다. 어떤 사람은 전쟁터에서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도 멀쩡하지만, 어떤 사람은 급정거한 차 안에서 넘어지기만 해도 평생을 정서적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사람마다 경험과 심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고,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양상과 대처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평소에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도록 스스로를 훈련시키는 것은 정신적 외상 후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이 되기도 한다.

사고로 인해 충격을 받은 사람이 자신의 경험에 대해 충분히 말할 수 있도록 즉각적으로 도와주고 정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증상 예방의 방법이 된다. 이것은 가능한 사고 후 가능한 빨리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이 때문에 큰 사고가 생기면 국가에서 조직적으로 현장에 상담원을 배치하거나, 상담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자원봉사자로서 현장에 가서 죽을 고비로부터 살아남은 사람들과 상담을 나누도록 하는 것이 좋다.

생명을 위협받을 정도의 사고나 정서적 외상을 경험한 후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판단될 때는 주저하지 말고 정신과를 찾아야 한다. 효과적인 치료법들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담치료를 통해 외상적 경험을 재구성 하는 것이 중요하며, 약물 치료를 통해 앞서 말한 다양한 증상들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 최면치료를 적용하기도 하며 집단치료를 통해 상담을 할 수도 있다.

유범희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웹사이트: http://www.samsunghospital.com

연락처

삼성서울병원 홍보팀 이승남 02-3410-3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