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주인 후보, 우주인 훈련일기 (16편)
우주도 식(食)후경!?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라는 말, 참 익숙합니다. 정신없이 바쁘게 일하다 동료에게 식사를 권하면서 말하거나 들었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듯합니다. 또, ‘금강산도 식후경’은 뜻을 설명할 필요가 없을 만큼 누구나 공감하는 아주 친숙한 우리 속담입니다. 그만큼 먹는 문제는 우리 생활과 일상에서 아주 중요하고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입니다. 아무리 창 밖으로 보이는 지구가 아름답고, 투명한 별빛이 반짝여도 식사를 하지 않고 배부르게 우주정거장에 6개월씩 머물 수 있는 우주인은 없겠죠? 하지만, 중력이 거의 작용하지 않는 우주에서는 지구에서처럼 밥상 위에 밥, 국, 반찬을 놓아두고 컵에 물을 따라 마시면서 여유 있게 식사를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달라진 환경에 따라 섭취해야 하는 영양분도 지구에서와는 달라집니다. 이렇듯 식사는 중요한 문제이기에, 우주인 훈련에서도 ‘식사’에 관련된 훈련이 진행됩니다.
훈련 시간표에서 <우주식(In-flight meal)>이라는 제목을 보고 ‘어떤 내용을 배우게 될까?’ 참 궁금했었습니다. 이 수업은 의학센터 건물에서 진행되었고, 담당교관은 의학센터에서 의사로 일하는 알리무르자에프 만수르(Алимурзаев Мансур)였습니다.
사실 얼마 전, 손가락을 살짝 다쳐서 응급처치실에 갔는데 마침 당직의사였던 알리무르자에프 만수르가 너무너무 친절하게 잘 도와줬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간호사가 우주인을 오랫동안 담당한 의사라고 소개했는데, 이렇게 교육시간에 다시 만나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역시나 교육도 실제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아주 친절하고 자세히 설명을 잘 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우주식이 지구 상에서의 식사와 다른 것은 <무중력>이라는 환경 때문일 것입니다. 열려있는 그릇에 음식을 넣어 둘 수 없고, 모든 음식은 완전히 닫혀있는 비닐 팩이나 튜브, 캔 등에 담겨 있습니다. 무중력 때문에 떠다니는 음식을 고정하기 위해서도 특수한 용기가 필요하지만, 혹 찌꺼기 하나라도 공중에 떠다니다 작동하는 기계에 들어가 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 때문에도 음식물들은 모두 특수한 용기에 담겨 있어야 합니다. 결국, 지구 상에서처럼 시원한 물을 컵으로 벌컥벌컥 들이마시거나 멋지게 칼질을 하면서 식사를 할 수 없습니다.
그럼 이러한 우주식의 식단은 어떻게 정해지는 것일까요? 놀랍게도 우주식의 종류는 현재 150여 종이나 있습니다. 포장의 한계나 우주인의 수가 많지 않다는 여러 가지 생각 때문에 우주식의 종류가 그렇게 많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우주 비행 전 우주인은 그 150여 가지의 음식을 미리 맛보고 채점을 하게 되며, 그 채점을 바탕으로 우주식이 80여 종 정도 선택됩니다. 의학 전문가들은 이 80여 종의 우주식을 바탕으로 우주인의 개별 식단을 짜고, 여러 단계의 검토를 거쳐 10일을 주기로 바뀌는 우주인의 개별 최종식단을 결정합니다.
이제까지는 이렇게 모든 우주인은, 각각의 식단이 10일을 주기로 개별적으로 정해졌는데, 올해 2007년 10월에 발사될 Expedition16 승무원은 새로운 방법이 시도됩니다. 공통된 기본 메뉴에 개인별 메뉴를 추가하고, 주기도 16일로 길어진 새로운 우주식단입니다. 그리고 Expedition16의 결과에 따라 우주식 식단 구성방법을 새로운 방법으로 바꿀지, 기존의 방법으로 지속할 것인지 결정된다고 합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우주인에게 주어진 개인 메뉴와 함께 우주인이 입맛을 잃었을 때를 대비해서 보너스 메뉴가 제공되는 것입니다. 이 보너스 메뉴는 개인식단에 포함되지 않은 우주식으로 구성되어 주기적으로 같은 음식이 반복되던 우주식에 변화를 주어 입맛이 돌아오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단지 에너지원으로서의 우주식이 아닌, 우주인도 먹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식단의 우주식이라 할지라도, 6개월 정도의 장기 우주비행을 하는 우주인들은 대개 2~3개월이면 입맛을 잃게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제까지 수많은 연구가 계속되어왔고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탁월한 해결책은 아직까지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예전 구소련시기 중 우주에 엄청난 투자를 할 때에는, 국제우주정거장에 체류하는 우주인이 특별한 음식을 먹고 싶다고 요청하면 바로 화물전용로켓을 발사시켜 보냈다는 이야기는 아주 놀라웠습니다. 그뿐 아니라 우주에서 여러 임무를 수행하는 우주인에게 있어 식사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입맛을 되찾게 하기 위한 여러 시도로 음식의 종류나 식단의 주기를 늘이거나, 심지어 우주인이 자유롭게 음식을 선택해서 먹는 뷔페식도 시도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고 합니다.
또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좀 더 근본적인 연구로서, 사람이 입맛을 잃게 되는 원인, 특정 음식을 좋아하는 원인 등을 분석하는 연구도 진행되었었다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우주개발은 단지 우주비행을 위한 것만이 아닌 일상생활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음을 여기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우주식이 일반 음식과 또 다른 점은 칼륨이온과 칼슘이온의 함유가 높다는 점입니다. 한국 우주인 선발 당시 마지막 평가에서 발표했던 내용이기도 한데, 우주에서 장기간 머물게 되면 뼛속의 칼슘이 지속적으로 손실되어 뼈가 약해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우주인은 일반 음식보다 많은 칼슘을 함유하는 우주식을 섭취하고 날마다 규칙적인 운동을 함으로써 칼슘의 손실을 막게 됩니다. 또한, 칼륨이온은 혈액 순환을 위해 심장이 펌프질을 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온입니다. 무중력 환경에서 우주인의 혈액은 하체보다 상체에 더 많이 머물게 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칼륨 이온의 섭취가 필요하고, 거기에 더해 특수한 속옷까지 착용하게 됩니다.
현재 우리나라도 한국 우주인을 위한 우주식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입맛을 잃기 쉬운 우주에서 '매콤하고 감칠맛 나는 한국 김치가 입맛을 되찾게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얼마 전 한국 음식을 함께 나누던 식탁에서 매콤한 고추장 양념을 한 비빔국수를 맛나게 먹던 우주인들이 생각납니다. 비록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거하게 차릴 수 있는 환경은 아니더라도 우주에 올라갔을 때 입맛을 잃은 우주인에게 매콤한 우리 음식을 대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듭니다.
한국 우주인과 같이 국제우주정거장에 올라가서 장기 체류를 하는 우주인에게 한국 우주식을 또 하나의 보너스 메뉴로 선물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마도 감칠맛 나는 한국 음식은 우주식으로 만들어도 인기가 많을 것이 분명합니다. 아니, 매번 비행 전 우주식을 선택할 때마다 모든 우주인들에게 선택되어 인기메뉴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쁘리야뜨나야 아삐찌따 (Приятного Аппетита!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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