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의 비밀 2020년께 벗겨진다
그러나 현대 과학자들은 이제 노화의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늦어도 2020년까지는 노화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방법이 나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기관리만 잘하면 누구든지 150살까지 살 수 있게 된다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노화는 왜 일어날까. 과학자들의 견해는 크게 예정설과 환경설로 나뉘어져 있다.
예정설은 말 그대로 유전정보에 이미 수록된 프로그램대로 반드시 늙어갈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환경설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노화촉진 요소에 어떻게, 얼마나 오랫동안 접촉하느냐에 따라 노화의 양상과 진행속도도 크게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모든 동물에는 사망유전자 장수유전자 노화유전자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초파리나 선충 등 하급동물에서는 이같은 유전자가 이미 규명됐다. 사람에서도 수십여가지 사망유전자와 장수유전자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유전자중 어느 한두가지만을 이식하거나 기능을 억제한다고 해서 노화가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학계의 대체적인 입장이다.
예정설에서 가장 돋보이는 이론은 "텔로미어 소멸론"이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부분에 매달려 있는 유전자꼬리. 동물 유핵 세포는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일생동안 50번의 세포분열을 계속한다. 한번 분열할 때마다 염색체 끝부분에서 보통 50염기쌍이 떨어져나가게 되고 모두 2500개의 염기쌍이 없어지면 더 이상의 복제를 멈추고 세포가 노화되기 시작한다는 게 텔로미어 소멸론이다. 이에 따라 텔로미어가 떨어지는 것을 막는 텔로머라제라는 효소를 활성화시킴으로써 노화를 억제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암화세포에도 텔로머라제가 활성화돼 있어 노화를 억제할 경우 암이 촉진될 수 있다는 것이 이 방법의 딜레마다.
일반적으로는 암을 촉진하는 요인이나 유전자가 노화를 촉진하고, 또 암을 억제하는 요인이나 유전자가 노화도 억제한다는 게 정설이다. 따라서 암을 치료하면서 노화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변환스위치가 인체 어느 곳엔가 존재하지 않겠냐는 게 학자들의 추론이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요즘 이 스위치를 찾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러 환경파괴 요인에 의해 세포나 조직의 주요 부분이 마모되면 노화가 일어난다는 위해설, 산소이용률이 높아지면 수명이 단축된다는 대사설, 단백질과 같은 생체분자들의 비정상 결합이 세포나 조직의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설, 유해활성산소에 의해 세포기관이 손상되면 노화된다는 유해 산소설, 돌연변이가 누적되면 노화된다는 변이설 등 여러 가지 이론이 있다.
이중 최근들어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게 유해산소설이다. 세포속의 미토콘드리아는 활동 에너지의 원천인 ATP(아데노신트리포스페이트)를 만들어내는 발전소다. 그러나 미토콘드리아는 DNA(디옥시리보핵산)보호단백질이 없어 유해산소에 의해 DNA가 파괴되기 쉽다. 미토콘드리아DNA가 파괴돼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당뇨 치매 동맥경화 백내장 신경질환 관절염 근무력증 등이 일어나며 노화가 촉진된다는 게 유해산소설이다. 또 유해산소는 단백질 지질 당질 등에 과산화반응을 일으켜 세포노화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항산화작용을 하는 물질을 섭취해 유해산소의 해독을 줄이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슈퍼옥사이드디스무타제(SOD) 비타민C 비타민E 베타카로틴 리코펜 우비데카퀴논 멜라토닌 플라보노이드 등이 이런 물질이다.
노화를 호르몬의 기능저하로 보고 호르몬을 보충함으로써 노화를 막으려는 방법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남자는 남성호르몬, 여자는 여성호르몬이, 또 남녀 모두 성장호르몬 인슐린유사성장인자 디하이드로에피안드로스테론(DHEA) 티모신 멜라토닌 등의 호르몬이 줄어든다. 따라서 이를 보충하면 수명이 연장될 수 있다는 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이 방법은 요즘 갱년기 및 노년기 질환치료에 응용되고 있다.
노화를 억제하는 것은 사실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다. 유전자-세포-조직-장기 단위로 노화메커니즘을 규명해야 한다. 또 각 단계별로 노화의 요인과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한가지 논리로 묶기 어렵다. 이를 비교적 잘 설명해주는 게 노화의 네트워크 이론이다.
어느 한 단계나 부위에서라도 노화가 일어나면 인체 전반에서 노화가 촉진된다는 것이다. 뇌세포 신경세포 심근세포 등 한번 죽으면 재생이 안되는 세포를 되살리는 것도 지극히 어려운 문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의 의학은 바른 식사와 생활습관, 운동으로 노화를 억제해나가는 기준을 설정해나가고 있다.
서울대의대 서유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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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9일 0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