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영 경찰청장, 취임사

뉴스 제공
경찰청
2005-01-19 16:00
서울--(뉴스와이어)--친애하는 전국의 경찰관 및 전의경, 그리고 경찰가족 여러분!

오늘 저는 조국광복과 더불어 60년간 면면히 이어온 대한민국 경찰의 자랑스런 전통을 이어야할 12대 경찰청장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실로 중요한 시기에 15만 경찰을 대표하게 된 데 대해, 개인적인 영광 이전에 무거운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당당하고 늠름한 모습을 마주하니 마음 가득 든든함과 자신감이 밀려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방방곡곡에서 밤낮없이 애쓰고 있는 일선경찰관 여러분의 노고에 격려와 치하를 드립니다.

또한, 경찰관 남편·경찰관 아내·전의경 자녀가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헌신적으로 돌보아 주시는 경찰가족과 故심재호 경위·이재현 경장 등 직무수행중 순직하신 경찰관 아빠·남편을 늘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계신 경찰 유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와 따뜻한 위로를 전합니다.

아울러, 지난 2년간 남다른 혁신마인드와 추진력으로 큰 업적을 남기고 떠나시는 전임 최기문 청장님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과 행운이 늘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친애하는 15만 경찰동료 여러분!
지금 우리는 무한경쟁과 급격한 사회변동으로 인한 치안수요의 질적 변화에 직면해 있습니다.
최근 국제적인 테러위협의 고조와 지진해일 참사에서 보듯, ‘안전’은 전 세계를 관통하는 최대의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결코 예외가 아닙니다.
경제적 어려움의 지속으로 생계형 범죄가 늘고,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동기형·충동성 범죄와 고속전철을 이용한 기동성 범죄의 증가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미군기지 이전·행정중심도시 건설 등 굵직굵직한 국책사업 추진과 쌀시장 개방·한일 FTA 체결 등 국제 경제질서 재편과정에서의 갈등 또한 확산될 전망입니다.

이라크 파병의 장기화와 올해 예정되어 있는 APEC 정상회의 개최 등에 따른 테러위협도 우리 사회의 “안전 지킴이”인 경찰에게는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기는 단지 위험한 기회”일 뿐입니다.
더욱이, 우리 경찰은 위기일수록 힘을 발휘했던 빛나는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위기를 극복해 내고야 말겠다는 각오와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하겠다는 능동적인 자세를 새롭게 하는 것입니다.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평화의 수호자”이자, 경제회생과 국민통합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자 하는 소명의식입니다.

금년은 우리 경찰이 “창설 6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입니다.
과거의 어둡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내고, 밝고 긍정적인 “새 경찰(New Police)”로 거듭나야 합니다.
아무리 작은 배라도,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지 없이 항구를 떠나는 배는 없습니다.

15만 경찰이 거센 바람과 파도에 맞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려는 지금, 우리가 가야할 방향과 해야 할 일에 대해 몇 가지 밝혀 두고자 합니다.

첫째, 경찰에 대한 높은 자부심과 긍지, 그리고 실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세상에 수많은 직업이 있지만, 우리 경찰만큼 명분이 확실하고 중요한 직업은 없습니다.
우리 경찰만큼 ‘남을 걱정하며 사는 삶’은 없으며, 인생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은 없습니다. 우리 경찰만큼 영원하고 발전가능성이 무한한 조직 또한 없습니다.
영어로는 직업을 가리켜 ‘Calling'이라고 합니다. ’신의 부름‘ 이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선택‘이라는 말 대신에, ’투신(投身)‘ 이라고 말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습니다.
내가 경찰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경찰이 나를 선택한 것이라는 ‘천직관(天職觀)’과 자신의 안위보다는 조직의 명예를 먼저 생각하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으로, 매사를 ‘공정한 심판·분쟁의 중재자’라는 자세로 처리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직업경찰관의 “높은 자부심과 긍지”인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높은 자부심과 긍지를 지녔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진정한 직업경찰관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범죄와 무질서 등 ‘마이너스적 요소’를 장악해서, 안전과 행복 같은 ‘플러스적 요소’가 마음껏 발휘되도록 하는 경찰의 기본적인 사명은 오직 실력이 뒷받침될 때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마다 ‘매뉴얼’과 ‘FTX'를 특별히 강조한 까닭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앞으로, 모든 업무를 매뉴얼에 따라 처리할 수 있도록 추가 발간작업을 계속하고, 반복적인 FTX로 매뉴얼의 미진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보완하고자 합니다.

또한, 매뉴얼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시청각 자료 개발·온라인 시스템 구축·승진시험시 반영 검토 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매뉴얼에 입각한 업무처리를 정착시킬 것입니다.

이처럼, 경찰관 개개인이 “자부심과 실력”과 더불어 “철저한 자기관리”로 높은 도덕성까지 갖출 때, 우리 경찰은 다른 어느 조직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랑스런 조직으로 자리매김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둘째, “인권존중”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권’은 지켜서 좋은 것이 아니라,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절대적인 가치입니다.
우리는 그 동안 귀가 따가울 정도로 ‘인권’에 대한 중요성을 들어왔기 때문에, 제가 강조하는 것도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라고 여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인권존중’을 단지 경찰관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인류애에 기초하여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소신입니다.
지금까지는 ‘인권’이 경찰활동에 하나의 장애요인이라고 여겨온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인권은 경찰과 대립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찰이야말로 인권존중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상생관계에 있는 것임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집회시위자의 인권·범죄피해자의 인권·피의자의 인권·노인, 여성, 어린이의 인권은 물론, 전의경의 인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찰업무는 어느 하나 인권과 연관없는 분야가 없습니다.

앞으로, 15만 경찰관 모두가 이러한 인권 마인드를 체질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실질적인 인권전담부서 설치·인권모니터제 등 실효성 있는 시책을 적극 개발하여 추진해 나갈 생각입니다.

셋째, 민생에 대한 철저한 보호와 봉사입니다.
‘보호와 봉사(To protect, To serve)’는 경찰이 지향하는 가장 핵심적인 가치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 것은, 이러한 핵심 가치에 대한 철학과 공감대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비단 범죄로부터의 보호와 봉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이 느끼는 일체의 불안·불만·불편으로부터 보호하고 봉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례로, 경찰관이 국민에게 길을 안내하는 것 또한 단순한 친절봉사 차원은 아닙니다. 그것은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 그 자체를 해소하고, 만약에 직면할 수 있는 사고나 범죄로부터의 위험을 해소하는 차원의 경찰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사소하게 여겨 온 ‘지리교시’ 업무 하나에도 우리 경찰의 빛나는 존재가치가 녹아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물며, 국민의 일상생활을 직접 위협하는 범죄와 사고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보호하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입니다.
다만, 강조하는 의미에서 몇 가지만 언급해 두고자 합니다.
우선, 통계치안과는 별개로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치안을 향상시키기 위해 보다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현장에 밀착한 범죄예방활동과 협력치안을 강화해야 하며, 특히 “절도범 예방·검거”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교통사고 줄이기” 또한 새로운 목표와 각오로 추진해 주기를 바라며, 재난·재해에도 소홀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금년을 “범죄피해자 보호 원년”으로 삼고 범죄피해자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보호에 더욱 노력해 주기를 바랍니다.

넷째, 법질서를 확립하고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갖춰 경제를 살리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입니다.
법질서 확립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이며, 특히 경제회복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비단 불법·폭력시위나 집단·지역이기주의만이 아니라, 병역비리·수능부정사건의 경우처럼, 사회 전반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편법과 반칙문화”를 바로잡아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풍토를 정착시키는 것까지를 의미합니다.

이와 같이, 우리 경찰은 사회 곳곳에 잠재되어 있는 마이너스 요소를 적극 발굴하여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갈등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한층 강화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금년 11월에는 미국·일본·중국을 포함한 세계 21개국 정상이 APEC 참석차 우리나라를 찾게 됩니다.
우리 경찰에게는 대테러와 경호 등으로 부담스런 것이 사실이지만, 국가적으로는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커다란 호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바야흐로 누구나가 언제 어디서나 통신망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Ubiquitus)의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앞으로, 우리 경찰은 사이버테러·범죄에 대한 기존의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안보에 대한 대처와 마찬가지의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대테러 역량이나 사이버 치안역량 확충을 통해 한 치의 차질도 없도록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어 나갈 것입니다.

끝으로, “경찰창설 60주년”을 맞아 지속적인 경찰혁신과 조직운영의 쇄신을 통해 세계일류경찰로 거듭나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자치경찰제와 수사권 조정이라는 “경찰 60년사”에 일찍이 없었던 조직의 커다란 변화에 직면해 있습니다.
차질없는 준비로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면 더없는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허술하게 대처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범할 수 있음을 항상 유념해 주기를 바랍니다.

제가 평소 “화합”을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15만 경찰이 더 이상 ‘모래알 조직’이라는 부끄러운 말을 듣지 않도록 사소한 언행부터 조심하며, 항상 자신보다는 조직의 발전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하겠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희생이 조금도 헛되지 않도록 조직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는데 경찰혁신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책임에 걸맞는 권한”이 뒷받침될 수 있도록 수사권이나 직무수행과 관련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완비하고, 더 이상은 우리 경찰이 ‘박봉과 격무’의 대명사로 거론되지 않도록 “역할에 걸맞는 복지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금년 7월이면 모든 공무원까지 참여하는 “주 40시간 근무제”에 우리 경찰이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뉴패러다임 시범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통한 근무시간 단축과 병행하여, 과로한 근무시간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개선할 계획입니다.

또한, 부서별·기능별로 정확한 근무실태를 파악하여 시간외 수당·야간근무수당·위험수당·대우공무원 수당 등 수당체계의 전면적인 재검토와 활동비 현실화를 추진할 것입니다.

인사문제에 있어서도, 전체 경찰관의 83.8%에 달하는 경사 이하 일선경찰관이 “꿈과 희망”을 갖고 보다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개선할 것입니다.

경사이하의 승진적체 해소를 위해 직급조정을 지속적으로 확대 추진하는 한편, 승진소요기간 단축·입직경로별 승진인원 배분 및 근속승진제·특진제 개선을 포함한 다각적인 방안을 적극 강구하여 능력이 우수한 직원에게 승진의 문호를 대폭 개방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조직의 기본틀을 미래지향적으로 바꾸어 나갈 것이며, 독신자 숙소·보육시설 설치 등 복지증진 방안도 경찰혁신 차원에서 강도높게 추진해 나갈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빠른 시일내에 일선경찰관까지 참여하는 실무추진팀을 구성하여, 사안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감안한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따라 구체적이고도 세부적인 추진전략을 마련토록 하겠습니다.

믿음직한 전국의 15만 경찰동지! 그리고, 사랑하는 경찰가족 여러분!
저 자신부터 “열린 마음”으로 여러분의 건의나 애로사항에 더 귀 기울이면서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함은 물론,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게는 반드시 정당한 보상을 해 나갈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각급 경찰지휘관 여러분도, 앞장서서 업무를 챙기고 직원들을 잘 이끌어주기 바랍니다.
경찰관 개개인이 자긍심과 실력을 갖추고, 공평무사한 일처리와 청렴한 자세로 자신의 일을 찾아서 하는 가운데 “따뜻하고 정이 흐르는” 새로운 경찰문화를 만들어 갑시다.

여러분의 관심과 충실한 업무수행이 국민의 안전과 국가발전의 밑거름이 됩니다. 그동안 쌓아온 지혜와 경험을 토대로 우리 모두 민생치안과 법질서 확립에 혼신의 노력을 다합시다.

그리하여, “경찰창설 60주년”인 올 한 해를 “세계일류수준의 으뜸경찰”, 진정으로 “국민의 신뢰와 사랑받는 경찰”로 거듭나는 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5. 1. 19
경 찰 청 장 허 준 영

웹사이트: http://www.police.go.kr

연락처

경찰청 02-363-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