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국내 유통·판매’ 관련 신문·방송 모니터 보고서
그동안 우리 단체는 광우병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는 우리 언론의 행태를 여러 차례 지적해왔다. 언론은 한미FTA 체결을 위해 미국 쇠고기 수입이 필요하다고 맹목적으로 주장하는가 하면, 국제수역사무국의 ‘광우병 위험 통제’ 판결을 절대적 가치인 양 부각시켰다. 또한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부류는 반미주의자거나, 한우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한우축산농가’인 것처럼 부각시켰으며, 미 쇠고기를 둘러싼 논쟁을 ‘한우축산농가와 일반 소비자와의 대립’ 양상으로 왜곡 보도해왔다. 이에 우리 단체는 7월 13일 미국산 쇠고기의 대형마트 판매가 시작된 이후부터, 8월 3일까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신문과 방송의 보도태도를 모니터했다.
1. 보도량 분석
경향, SBS 쇠고기 수입 판매에 대한 보도량 가장 많아
모니터 기간 중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보도는 경향신문이 25건, 방송은 SBS가 12꼭지로 가장 많은 양을 보도했다. 신문과 방송 모두 일반 스트레이트 기사 (방송은 일반 리포트 보도)의 비율이 매우 높았고, 신문의 해설·분석기사는 없었으며, 방송은 KBS가 집중취재로 2꼭지를 보도했다. 기사내용 없이 사진만 보도한 사진기사의 비율은 조선, 동아, 경향 모두 3건씩 되었는데 이는 주로 쇠고기를 판매하는 마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중앙일보, 시위 비판한 의견기사 5건으로 가장 많아
쇠고기 판매 관련 신문의 의견기사는 중앙일보가 가장 많았다. 의견기사를 내용별로 다시 세분해 보면, 반대시위에 대한 비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먼저 중앙일보가 5건(사설 1건, 칼럼 3건, 독자투고 1건)이나 되었고, 조선일보는 2건(사설 1건, 독자투고 1건), 동아일보도 사설 1건이 있었다.
척추뼈 발견 이후 대책마련을 촉구한 사설은 조선, 중앙, 한겨레에서 각각 1건씩 게재했고, 경향은 이에 대해 칼럼을 게재했다. 광우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광우병 관련한 논란을 언급한 의견기사는 조선과 경향이 1건씩 있었다. 한편 원산시 표시제도의 허술함을 우려하는 의견기사는 경향이 칼럼 1건, 한겨레가 독자투고 1건을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돼지고기 가격하락에 대한 현상을 진단한 칼럼을 1건 보도했다.
2. 보도내용 분석
미 쇠고기 판매 관련한 보도 내용을 크게 미 쇠고기 수입에 유리한 사건과 불리한 사건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모니터 기간 중 미 쇠고기 수입에 유리한 사건은 롯데마트 쇠고기 판매, 이마트 등 기타 유통업체 판매개시, 미 쇠고기 판매 러시, 한우·돼지고기·닭고기 가격 하락 우려 등이었다. 미 쇠고기 수입에 불리한 사건은 롯데마트 가짜등심 논란, 갈비뼈 발견 반송, 이마트 뼛조각 발견, 특정위험물질(SRM)인 척추뼈 발견, 쇠고기 원산지 표시 미흡, 광우병에 대한 정보제공 등으로 분류했다.
조·중·동, 미 쇠고기에 유리한 사안은 많이, 불리한 사안은 적게 보도
분석 결과, 매체별로 미 쇠고기에 대한 유리한 보도와 불리한 보도의 차이가 확연했다.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보도내용과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보도내용의 비중을 살펴보면, 조선일보 11:5, 동아일보 11:4, 중앙일보 11:7, 한겨레 6:10, 경향신문 9:15꼭지이다.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인 척추뼈 발견 이후에도 조·중·동의 보도량은 적었다. 심지어 중앙일보는 척추뼈 발견 관련 보도가 2건 뿐이다.
한편 미국 쇠고기 수입 이전에 갖춰야 했을 우리나라의 쇠고기 원산지 표기가 미흡하다는 현실적 문제제기는 한겨레 1건, 경향이 2건이었다. 또한 미국산 쇠고기 등급이 우리의 등급과 다르다는 지적은 한겨레에서 1건 했을 뿐이다.
1) 롯데마트 판매시작 관련 보도
판매 홍보에 가까운 내용으로 많은 양 할애 보도
신문과 방송은 롯데마트 판매가 시작되자 광우병에 대한 우려나 검역 안전성 촉구 등은 언급하지 않은 채,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의 표정과 말을 부각했다.
신문은 대부분 미국산 쇠고기를 대형할인점에서 처음으로 판매하는 것에 대해서 비교적 큰 관심을 보였다. 롯데마트 쇠고기 판매와 관련된 보도는 중앙일보가 가장 높아서, 전체 쇠고기 관련 보도의 50%나 차지했다.
특히 판매가 시작된 7월 13일 신문은 롯데마트에 큰 홍보 효과를 줄만한 사진기사를 실었다. 동아일보는 본지 1면에 컬러사진으로 보도했으며, 경향 이외에는 모두 컬러사진을 게재했다. 사진은 천편일률적으로 쇠고기 판매를 시작한 롯데마트의 진열대와 호기심으로 둘러보는 소비자의 모습이 담겨졌다. 섹션 제목과 내용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이나 부정적인 소비자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미국산 쇠고기가 처음 판매된다는 내용만을 강조했다.
인터뷰 분석 결과 조선·중앙 인터뷰 일방 홍보에 치우쳐
7월 13~14일 기사의 내용에서 인터뷰 직접 인용한 발언내용을 분석해 보면 롯데마트 판매에 대한 기사가 얼마나 홍보에 가까웠는지 단적으로 볼 수 있다.
조·중·동은 구입의사가 있는 소비자 인터뷰는 담았지만, 구입 거부 발언은 거의 담지 않았다. 중앙일보의 경우, 직접 인터뷰 발언은 없었고, 칼럼 <‘쇠똥’세례 당한 소비자 선택권‘>(중앙 7/16)에서 “광우병 시비로 미국산이 여전히 거북하다는 소비자도 적잖다”라는 정도를 내보냈을 뿐이다. 쇠고기를 판매하고 있는 업자의 발언은 있었지만, 판매를 보류하거나 관망하고 있는 업자의 발언은 적었다. 수입에 찬성하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었지만, 반대의견을 가진 전문가 발언은 담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조선일보는 쇠고기 수입에 찬성 또는 수입판매업자 관련 발언은 9번, 반대 발언은 2번 인용했으며, 중앙일보는 13:3으로 편차가 컸다.
쇠똥 투척에 대해서는 침소봉대
7월 14일에 시위대가 광주 상무대점 롯데마트 식품관 진열대에 쇠똥을 뿌리자, 조·중·동은 이와 관련한 사진을 일제히 실었다. 동아일보는 쇠똥을 뿌리는 사람의 얼굴이 전혀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았고 쇠똥이 확연히 부각되는 전남일보에서 제공한 사진을 게재했다. 조선, 중아, 한겨레는 뉴시스의 사진을 제공받아 똑같이 보도했는데 시위자의 얼굴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했다. 한편 경향은 쇠똥을 뿌리는 시위가 아닌 피켓시위 모습의 사진을 게재했다.
중앙일보는 이 외에도 롯데마트 상무점장에게 받은 각서, 서울역 롯데마트 판매대의 깨진 유리사진, 일시중단 안내문 총 4컷의 사진을 게재했다.
조선·중앙, ‘소비자선택권’ 강조,
동아 반미임을 부각시키며 미국 쇠고기 수입 주장
보수신문은 관련 사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기사를 통해 맹렬한 비판을 가했다. 보도량은 중앙일보가 7꼭지, 동아일보가 6꼭지, 조선일보가 4꼭지로 타사에 비해 매우 많았다.
전통적으로 먹을거리를 귀하게 여기고, 존중하는 우리 사회 관습에 비추어보면, 광주 상무대의 시위 방법은 시위에 대한 공감보다는 반감을 자아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도를 넘는 심한 표현까지 사용해 비판하고 나아가 미국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목소리 자체를 왜곡시키는 것은 문제다. 조·중·동은 16일 사설에서 “좌판을 뒤엎으며 시장 상인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조직폭력배들의 모습을 보는 듯”(조선 <미 쇠고기에 뿌린 쇠똥은 소비자에 대한 폭력>), “문명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행패며 불법 행위”(중앙 <쇠똥을 뿌려 미국산 쇠고기를 막겠다니>), “관공서 난입까지 하는 불법 폭력시위 단체이긴 하지만 이들이 멋대로 판치는 나라는 무법천지일 뿐”(동아 <소비자 선택권 빼앗는 ‘쇠고기 반미’>)라고 표현했다.
특히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범국본은 이미 국내 수입육 시장을 장악한 호주산 쇠고기, 한중 및 한유럽연합 FTA추진 등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면서 “이들 세력도 한국인이라면 한미안보동맹과 대규모 대미 수출의 덕을 직간접으로 봤을 것이다. 이들의 반미사업, 그 뿌리가 궁금하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가 주장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한미FTA 반대=반미’라는 단순한 논리는 어이가 없다.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미국산 식품을 검증해서 먹자는 게 ‘반미’라면, 우리 국민은 반미를 하지 않기 위해 미국산 식품이라면 무엇이라도 검증 없이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지 되묻고 싶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값싼 쇠고기를 먹고 싶은 서민 소비자의 심리를 강조하면서 ‘미국 쇠고기 판매·구입=소비자 선택권’이라는 논리를 폈다. 조선일보는 “미국산 쇠고기를 사먹느냐 마느냐는 어디까지나 소비자들이 선택할 문제다. 정치적 목적을 지닌 반FTA단체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일이 아니다. 그들이 서민에게 해 준 게 뭐가 있다고 값싼 쇠고기를 사먹을 기회를 빼앗겠다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한우 사육농가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킬 권리가 있다면, 소비자들도 원하는 쇠고기를 사먹을 권리가 있다.…선택은 결국 소비자의 몫이고, 윽박지르거나 강요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광우병의 위험성이나 검역체제의 허술함 등의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무조건 믿고 먹으라고 부추기는 언론의 행태야말로 ‘소비자를 무시하는 것’임을 알아두기 바란다.
쇠똥 투척 비판하는 독자투고, 기자칼럼 등 다양한 의견기사 등장
쇠똥 투척을 비판하는 의견기사는 사설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등장했다. 조선일보는 7월 17일 <미국 쇠고기 선택은 소비자 몫>, 중앙일보는 7월 18일 <부끄러운 미국산 쇠고기 반대 시위>이라는 제목의 독자투고를 게재했다. 중앙일보는 7월 16일 기자칼럼 <취재일기/‘쇠똥’세례 당한 소비자 선택권>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사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여러 가지 행태를 다룬 뒤, “좀 더 값싼 쇠고기를 살 기회를 만난 소비자들의 선택의 자유를 쇠똥 투척으로 빼앗아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또 중앙일보는 칼럼 <시시각각/미안하다 사기였다>에서 “95년 WTO체제의 출범 에 앞서 국산 농산물을 보호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로 만들어진” 신토불이는 사기였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칼럼은 ‘신토불이’논리로 우리는 “국제시세보다 몇 배나 비싼 값으로 국산 쌀과 한우고기를 먹어야 했고 성능 좋은 외제차는커녕 국산차도 더 비싼 돈을 내고 사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 이상 신토불이로 소비자들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수입 쇠고기를 한우로 속여 파는 것만큼이나 나쁜 짓이다. 그것은 사기다”라고 결론 맺고 있다. 신토불이의 과학적 효능을 떠나서 식량주권과 국민의 건강을 지킨다는 개념이 전혀 담기지 않은 채, 단순히 경제적인 논리로만 접근한 이 사설 역시 과장된 왜곡 주장에 가깝다.
2)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불리한 사건에 대해 소홀
롯데마트 가짜 등심 논란 축소보도
7월 19일에 롯데마트가 판매한 ‘윗등심’이 목살이냐 등심이냐 논란이 있다는 내용을 보도한 것은 7월 19일 경향신문 뿐이었고, 다음 날인 20일 중앙일보가 보도하고, 한겨레는 26일에나 이 내용을 보도했다. 조선과 동아는 이 내용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경향은 <롯데마트 미 쇠고기 ‘가짜 등심’ 논란>에서 롯데마트의 주장을 일단 충분히 설명해준 뒤, 다른 할인점의 수입육 담당자의 인터뷰로 “알목심은 등심의 약 절반 값에 불과”, “척아이롤을 ‘윗등심’이라고 하면 등심으로 오해할까봐 ‘알목심’으로 표기하고 있다”, “윗등심살 또는 알목심살로 된 모호한 기준을 유리하게 이용한 측면은 있는 듯하다”라는 내용을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다음 날인 20일 <등심 같기도 목심 같기도…미국산 쇠고기 시끌>에서 이 사안을 다루었다. 이 보도에서는 쇠고기에 대한 오해를 씻어주기라도 하려는 듯 쇠고기의 각 부위별 특징을 자세히 그림까지 첨부해서 알려주면서 “두 부위가 다 포함된 만큼 롯데마트로서는 이왕이면 ‘목심’이라는 용어 대신 한국 소비자들이 더 높게 쳐주는 ‘등심’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수 있다. 부정확한 부위 명칭 사용으로 소비자를 헷갈리게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런 명칭 사용이 위법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보도했다. 조선, 동아, 한겨레는 그나마 이러한 내용 자체를 보도하지 않았다. 한편 방송은 MBC만 1꼭지로 이 사안을 다뤘다
미 소갈비 수입 들어왔다 전량 반송 조치한 사안 동아·경향만 보도
강기갑 의원 공개자료 경향만 보도
7월 24일 농림부에 따르면 16일과 19일에 수입된 쇠고기에서 갈비로 채워진 박스가 2개 발견되어 전량 반송 조치되고, 두 곳의 작업장에 대해 수출선적 중단조치를 내렸다. 수입조건을 위반하는 미국의 허술한 작업장과 보관장 관리 행태에 대한 우려나 이를 비판하는 언론의 목소리는 전혀 없었다. 다만 관련 내용을 경향신문과 동아일보에서만 각각 1건씩 2단기사로 간단하게 다루었을 뿐이었다.
또한 강기갑 의원이 7월 25일 농림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2006~2007년 미국산 쇠고기 검역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검역과정에서 뼛조각이 28차례나 검출되었다고 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갈비통뼈가 3차례, 이물질은 1차례, 발암물질인 다이옥신도 1차례 검출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경향신문 7월 26일 <미 쇠고기 뼛조각 6월에만 20차례 적발>에서만 보도했다.
홈플러스 판매 미 쇠고기에서 뼛조각 추정 이물질 발견도 마찬가지로 축소
7월 30에는 홈플러스에서 판매한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으로 의심되는 물질 두 개가 발견됐다. 그러나 이 사안에 대해서도 경향, 중앙, 동아만 1단 기사로 짧게 처리했을 뿐이었다. 이때 이물질이 든 쇠고기를 판매한 동대문점을 제외한 다른 점포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계속 했는데도, 이 사실을 전하기만 할 뿐, 문제 지적은 여전히 없었다.
31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이물질이 ‘작은 뼈 골막’이며 “극도로 작은 크기의 단순 뼛조각”이기 때문에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 내용도 동아일보가 1단으로 작게 사실내용만 전했고, 경향신문도 “너무 작아 어느 부위에서 나온 뼈인지 조직검사조차 불가능한 크기이며 이 정도 크기의 단순 뼛조각, 골막 등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한 인터뷰 내용을 담았을 뿐이다.
한우 홍보행사도 미국산 쇠고기 홍보로 변질시킨 조선일보
7월 26일 농협의 축산물 브랜드 목우촌에서 한우 홍보를 위해 미국산 쇠고기와 돼지고기 시식회 행사를 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 행사를 7월 27일 B2면에서 <한우·미국산 쇠고기 ‘시식 배틀’>이라는 제목을 붙여 마치 미 쇠고기 홍보행사인 듯한 인상을 주었다. 사진의 제목도 미국산 쇠고기를 홍보하는 듯한 뉘앙스인데다가 사진을 설명하는 캡션도 “26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한우와 미국산 쇠고기 비교 시식’ 행사에서 시민들이 국내산과 미국산 쇠고기를 맛보고 있다”고만 쓰고 있다. 물론 이 사진 자체는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조작했다고 볼 수 없으나, 한우 홍보를 위해 나선 행사를 조선일보는 오히려 미국산 쇠고기 홍보행사로 보이게 편집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위에서 언급한 롯데마트 가짜등심 논란이나 소갈비 반송조치, 홈플러스 뼛조각 발견 등을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이처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홍보하는 데 방해가 될 만한 사안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한우 홍보행사마저 미국산 쇠고기 홍보 사진처럼 게재한 것이다.
3) 광우병에 대한 정보 제공
유일하게 경향신문만 칼럼 1건 게재, 조선일보는 이데올로기 공세로 일축
8월 2일 척추뼈 발견 이전에 언론에서 광우병에 대한 언급을 한 것은 경향신문 <기고/인간광우병에 취약한 한국인>(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국장)과 조선일보 <‘미국산 소고기 먹으면 미친다’는 그 주장>(박은주 엔터테인먼트부장)의 칼럼뿐이었다. 그러나 칼럼의 내용은 상반되어 있다.
경향신문 칼럼에 의하면 광우병은 “후추 한 알의 1000분의 1에 해당하는 0.001g이라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양으로도 광우병을 옮길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지금까지 확인된 인간광우병 환자는 모두 MM유전자형”이었는데 “우리 민족은 95%가 MM유전자형”이라고 보도했다. 칼럼은 미국의 광우병 검사 실시현황과 수출관리의 허술함, 사료정책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광우병 예방을 위한 국내의 안전망도 채 갖추지 못한 상황”을 우려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칼럼은 그동안 우리 역사에서 먹을거리를 “과학이 아니라, 이데올로기·관념의 영역에서 해석되고 소비”한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 미국산 쇠고기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그저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것을 구매하는 ‘합리적 선택’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칼럼은 이번 미국산 쇠고기 판매 호응이 높은 것에 대해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이데올로기 공세’에 흔들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증표”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결론으로 “제발 ‘미국 소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리고 미쳐 죽는다’ 같은 자극적이지만, 수준을 의심케 하는 선전보다는 좀 더 냉정하고, 과학적인 논쟁이 이뤄질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칼럼은 외형적으로는 광우병에 대해 언급했지만, 광우병에 대한 우려는 한낱 비과학적인 이데올로기 공세일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4) 척추뼈 발견, 아쉬운 보도 태도
MBC 8월 1일7월 31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수입된 미 쇠고기 검역과정에서 척추뼈가 들어있는 쇠고기를 발견했다. 이 내용은 방송은 8월 1일, 신문은 8월 2일부터 보도되기 시작했다.
8월 1일 방송의 경우 보도내용과 달리 화면은 3사 모두 농림부가 공개한 화면이 없다는 이유로, 과거 아주 작은 뼛조각이 발견되었을 당시의 검역공개 화면을 방송했다. 방송 내용에서는 등뼈라는 내용이 나오는데도, 방송에서는 아주 작은 뼛조각만 보여져 ‘괜한 기우’가 아닌가라는 오해의 여지를 남겼다.
그나마 SBS가 미국의 쇠고기 작업장을 보여주며 발견된 척추뼈가 어느 부위인지 짐작하게 하는 화면을 내보냈을 뿐이다. 아무리 농림부 공식 발표가 있기 전이라 하더라도, 이처럼 ‘참고자료’라는 공지도 하지 않고 작은 뼛조각을 보여주는 것은 부적절했다.
광우병 부각하지 않으려는 조중동의 제목 뽑기
신문의 경우, 조·중·동과 한겨레·경향이 기사량과 기사 내용에서 차이를 보였다. 8월 2일 조선일보는 <미국산 쇠고기서 등뼈 추정물질 발견>, 중앙일보는 <미국산 쇠고기서 수입금지 ‘등뼈’발견>, 동아일보는 <최근 수입 미 쇠고기서 ‘척추 뼈’ 발견>이라고 제목을 뽑아 특정위험물질(SRM)의 의미를 애써 축소시키는 보도 태도를 보였다. 반면 한겨레는 <미 쇠고기서 ‘광우병 위험’ 등골뼈 발견>, 경향은 <미 쇠고기서 ‘광우병 위험’ 등뼈 발견>이라는 제목을 뽑아 조·중·동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한겨레와 경향 역시 광우병에 위험이 있는 특정위험물질(SRM)의 의미가 무엇이며, 어떤 조치가 있어야 하는지 조속히 보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쉽다.
조선, 30개월 미만인 소 척추뼈는 특정위험물질에 포함되지 않는다 강조
8월 3일 조선일보는 19면 <미 쇠고기 검역중단 장기화 땐 못 사먹어>에서 시민들이 안전과 구입여부를 물어왔다며 그에 대한 답변을 주는 듯한 형태의 보도를 했다.
이 기사에서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므로 척추뼈 자체가 광우병 감염 물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또 미국에서는 척추뼈가 T본 스테이크용으로 제한없이 유통되고 있으며, 한·미 수입위생조건보다 덜 엄격한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에는 30개월 미만인 소의 척추뼈는 특정위험물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어 “특히 이미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는 검역 과정에서 특정 위험물질이 발견되지 않은 것이 검증된 쇠고기이므로 안전하며 회수나 판매 금지 등은 고려치 않고 있다고 농림부가 2일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할 농림부 가축방역과장이 스스로 검역원칙을 포기한 것으로 비판받아야 마땅할 발언이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농림부 관료와 조선일보의 태도에 기가 차다.
최소한 중앙일보는 같은 날 사설 <미/쇠고기 검역 제대로 하고 개방 요구해야>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 이후 검역 과정에서 뼛조각이 검출되거나 미국 내수용 뼈 있는 갈비 상자가 포함되는 등 수입위생조건을 위반하는 사례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그리고 급기야 광우병 위험물질인 등뼈가 검출되기에 이른 것이다”라고 보도해서 최소한 이번 척추뼈를 특정위험물질(SRM)로 인정한 바 있다.
국제수역사무국(OIE) 규약에 30개월 미만 척추는 특정위험물질(SRM)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 등뼈가 발견된 소의 나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방법 또한 없는 상황이다. 관련 규정도 각 나라마다 다르다. 일본의 경우 모든 연령에 대한 척추를 금지하고 있고, 미국은 30개월 이상의 소에만 금지하고 있다. 비록 농림부 과장의 발언이 있었다 하더라도, 조선일보가 척추뼈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무조건 안전하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태도이다.
한편 조선일보는 다음날인 8월 4일에는 뒷북이라도 치는 양 사설 <미 쇠고기 안전 확신 책임은 미국의 몫>에서 “국제 수역사무국도 척추 뼈는 ‘특정 위험물질’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일본은 작년 1월 미국산 쇠고기에서 특정위험물질(SRM)이 발견되자 즉각 수입을 중단시켰었다. 우리 정부는 검역 중단만 하고 있는 상태”라며, “미국은 왜 이번 일 같은 사태가 벌어졌는지 원인을 확실히 밝히고 우리 국민을 안심시킬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그동안 광우병의 위험성을 알린 시민사회단체들에 대해 이데올로기 공세를 가하는가 하면 농림부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기에 급급했던 기존의 보도태도를 지속해 온 것을 되짚어 보면, 그 진정성이 의심스러운 바가 있다.
동아일보, 유통업체 걱정 넘쳐
동아일보는 8월 3일 <유통업체 “미 쇠고기 특수 사라질라”긴장>에서 검역중단 파장으로 긴장하는 유통업체와 관련해서 제목을 뽑고, 관련내용을 실었다. 4일에도 <미국산 쇠고기 “뼈 때문에…”>라는 제목 아래 소제목으로 <판매 줄고 “수입중단” 목소리도…정부, FTA비준 앞두고 속앓이>라고 해서 광우병의 위험성은 전혀 부각시키지도 않은 채 유통업체와 정부의 FTA비준 걱정만을 앞세웠다.
중앙일보는 8월 3일 사설 <미/쇠고기 검역 제대로 하고 개방 요구해야>에서 “미국의 수출 검역이 이토록 허술해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확대하자고 우리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미국은 수입위생조건을 성실하게 이행하려는 자세를 보인 후에 개방 확대를 요구하는 게 순리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날 노재현 논설위원의 칼럼<시시각각/참으로 편리한 ‘미제(美帝)>에서는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이 사설에서는 “광우병 파동 전 국내 쇠고기 시장의 44%를 차지하던 미국산 쇠고기가 파동이 마무리돼 다시 들어오려 하자 할인점 매장에 쇠똥을 뿌리는 일이 빚어졌다. 그러나 코 막고 쇠똥을 모으던 사람들이 우리 식탁에 넘쳐나는 벨기에·스페인산 돼지고기나 호주산 쇠고기에는 아무런 말이 없다”며 마치 반미를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한다는 식으로 매도했다. 광우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큰 특정위험물질이 발견되는 와중에도 이 칼럼은 여전히 미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반미주의자로 몰고 가는 데 급급했다.
8월 3~4일자 한겨레, 적극적인 보도태도 돋보여
한겨레는 8월 3일 사설 <뼈 있는 쇠고기 수입 재검토해야>에서 “이번 등골 뼈는 간단히 넘길 수 없는 사안”이라며, 특히 농림부 당국자들의 미국쪽을 감싸는 태도를 비판했다. 사설에서는 “우리 정부가 할 일은 미국 쪽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책임을 묻는 것”이라면서 “이번 기회에 정부가 추진 중인 뼈 있는 쇠고기 수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미국의 검역체계 문제점도 분명히 드러났다. 이런 마당에 굳이 광우병 위험을 안고서 뼈 있는 쇠고기 수입을 허용할 필요가 없다. 원인은 미국 쪽이 제공했다. 정부는 더 망설이지 말고 뼈 있는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겨레와 경향은 미국의 허술한 검역과 한국의 저자세 대응을 지적하고, 시민단체의 기자회견 등 관련 주장을 차분하게 보도하는 태도를 보였다. 경향신문은 8월 3일 <미쇠고기 검역 전면중단>에서 박홍수 농림부 장관의 기자간담회 발언을 담은 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의 “이번 사태는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으며 정부의 미온적 검역조치가 사태를 키웠다”는 인터뷰를 실었다.
한겨레도 8월 4일 <국제·국내법 근거없다>에서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금지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미국쪽 해명을 먼저 듣기로 한 것은 국제법이나 국내법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는 뒤늦었지만 7월 26일 경향신문에서 보도한 바 있는 강기갑 의원이 공개했던 자료를 표로 담고, 송기호 변호사의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국민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인터뷰를 담았다.
방송은 특별성 없이 3사 모두 소극적인 보도태도
방송은 3사가 큰 차별성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소극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국민 안전을 담보로 하는 중대한 사태라는 점에서 방송이 좀 더 적극적으로 보도할 필요가 있으나 8월 1일부터 4일까지의 미 쇠고기 관련 보도는 MBC 3건, KBS 4건, SBS 5건뿐이었다. 그나마 SBS는 8월 1일 타사가 한 꼭지를 보도한 데 비해, 2꼭지를 할애했다. SBS <수입중단 검토>에서는 송기호 변호사의 “냉정하게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미국 내부 통제 시스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 수입중단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된다”는 인터뷰를 담는 등 이 사안에 대한 적극적이고 상세한 의미전달을 시도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광우병에 대한 심층적인 접근이나 우리 정부의 태도변화를 촉구하는 보도로 이어지지 않았다.
우리 언론은 미국산 쇠고기가 대중적으로 국민의 식탁에 오르게 된 7월 이후에도 여전히 광우병의 위험성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 롯데마트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한다는 사실에 대해 홍보에 가깝게 부각시켜 보도했다. 또 ‘소비자 선택권’을 강조하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항의시위를 심하게 비판하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긍정적 여론 조성에 앞장섰다.
반면 롯데마트에서 등심이라고 판매한 제품이 알목심이었다는 논란과, 이마트에서 판매한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발견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소극적으로 보도했다. 그리고 특정위험물질(SRM)로 규정된 척추뼈가 발견되자 일부 신문은 축소보도하면서, 오히려 한미FTA 체결에 차질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국민들은 이미 위험을 무릅쓰고, 또는 광우병을 일으킬 위험성에 대한 정보조차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 채, 언론에 따라서 미국산 쇠고기를 구입하고 반품하고 고민하기를 거듭할 것이다.
언론은 서민을 위한 값싸고 맛있는 쇠고기를 원하는 소비자의 권리만 부각시켜선 안 된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과 관련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는 것은 더 근본적인 과제이다. 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언론은 반미니, 소비자주권이니 하는 엉뚱하고 황당한 프레임으로 국민에게 위험한 음식을 먹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 언론이 광우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하는 등 우리 국민을 위한, 국민의 언론의 역할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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