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책 한 권 들고 파리를 가다’는 ‘린다(林達)’라는 공동 필명의 중국인 부부가 2000년 3월부터 50여일간 프랑스를 여행한 후 함께 쓴 여행기이다. 그래서 이 책은 보고, 느끼고, 서술하는 주어가 언제나 ‘우리’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우리는 혁명의 분위기에 젖어서 성장했다. 말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혁명이란 단어는 햇빛과 공기, 아름다움과 광명 등과 연결되면서 유년시절의 아름다운 꿈 가운데 일부분을 차지했다”(50쪽)

삶을 함께하는 부부가 함께 여행을 한 후 ‘우리’라는 주어로 함께 쓴 여행기 - 이것이 이 책을 소개하고 싶은 첫 번째 이유이다.

제목의 ‘책 한 권’은 빅토르 위고(1802~1885)가 프랑스 대혁명을 소재로 쓴 소설 <93년>을 말한다. 이 책은 혁명이 한창이던 1793년 프랑스 서부에서 일어난 왕당파의 반혁명 폭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구제도의 비인간적인 잔인함은 물론 피비린내 나는 혁명의 과격성과 잔혹함에 대해서도 통렬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들은 대학이 문을 닫고 좋은 책이 출판될 수 없었던 문화대혁명 시기에 이 책을 지하경로로 입수하여 몰래 읽었고, 감동받았다.

이들은 그때의 느낌을 이렇게 술회한다.

“<두 도시 이야기>와 <93년>을 처음 읽었을 때 우리는 소설 속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혁명의 한 가운데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혁명에 관해 묘사한 두 권의 책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오히려 ‘우리의 혁명’에서 깨어났다.”(25쪽)

그리하여 그 후 많은 세월이 흘러 드디어 프랑스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이들은 <93년>에서 읽었던 프랑스 대혁명을 직접 눈으로 보고 답사할 생각을 하게 된다.

“혁명의 와중에 프랑스 대혁명을 읽었기 때문인지 프랑스와 파리에 대한 우리의 첫인상은 바로 ‘혁명’이었다. 그리고 몇 십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 ‘혁명의 현장’에 직접 와 보게 되니 당연히 프랑스 대혁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고 싶었다. 우리가 여행 준비의 마지막으로 <93년>을 손에 든 것은 거의 필연이었다. 우리는 프랑스에서 한 지역을 돌아다닐 때마다 이 책의 한 소절을 읽곤 했다.”(28쪽)

“우리는 아직도 처음 <93년>을 읽었을 때의 벅찬 전율을 아련한 추억으로 가슴 속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다. 젊은 시절 공책에 빼곡히 적어 두었던 <93년>의 감동과 열정이 현재의 프랑스땅 여기저기에서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할까?”(29쪽)

결국 ‘책 한 권 들고 파리를 가다’는 오늘의 파괴와 프랑스를 기행하면서 혁명의 현장에서 프랑스 대혁명을 되돌아보는 역사·문화 답사기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들의 쉬운 문필력과 직접 혁명을 겪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통찰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프랑스 대혁명을 그 어두운 부분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면서 지은이들은 과연 혁명이 무엇인지, 그리고 혁명이 동반하기 마련인 인간들의 광기를 어떻게 볼 것인지 하는 질문을 읽는 이들에게 던지고 있다.

여행기의 형식을 빈 혁명이야기, 프랑스 대혁명을 소재로 한 문화대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라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파리’라는 이미 너무 많이 알려져서 독자들이 흥미를 가지기 어려운 곳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이 책이 중국에서의 대성공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그런 연유가 아닐까 싶다.

풍부한 사진자료와 함께 지은이가 직접 그린 수준 높은 그림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기쁨이다. 그러고 보면 곳곳에서 드러나는 지은이들의 높은 예술적 안목을 보는 것도 즐거움을 더해준다. 다음 글을 보자.

“베르사유 궁전은 루브르 궁전과 비슷한 점이 거의 없다. 이 궁전의 주인은 사뭇 현대적인 심리를 가졌던 것 같다. 그는 나무를 심어 후대 사람들이 그 그늘을 즐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나무를 심되 빨리 자라는 품종으로 심어 그 그늘을 자신이 직접 향유하려 했다. 때문에 베르사유 궁전 안에 있는 건축물의 세세한 부분들은 하나같이 속성품들이다. 예컨대 루브르 궁전은 정교하고 아름다운 조각품으로 건축물을 장식한 데 비해 베르사유 궁전은 빨리 완성할 수 있는 회화작품으로 이를 대신했다.

그리하여 외관은 휘황찬란하긴 하지만 루브르 궁전을 지은 예술가들이 추구했던 완벽함과 침착함, 그리고 여유있는 감각은 찾아보기 어렵다. 당시 베르사유에 프랑스의 뛰어난 예술가들이 모두 모였으리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들의 주인은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예술적 충동을 일으키고 이를 배양시킬만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146쪽)

참고로 <93년>은 위고가 1874년에 쓴 마지막 작품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확인해보니 1993년에 ‘지성의 샘’ 출판사에서 한 번 출판한 적이 있었으나 지금은 절판되어 서점에서는 찾을 수 없었고, 도서관에서 겨우 찾을 수 있었는데 번역이 별로 좋지 않았고 완역인지 여부도 알 수 없었다. 린다 지음. 김태성 옮김. 북로드 출판


문재인 시민사회수석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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