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은 의료혁명의 지름길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K씨는 체내 인슐린 활동을 돕는 다른 약물을 복용했다. 하지만 이 약은 비만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었고, 이에 따라 K씨는 비만치료제를 따로 복용함은 물론 식단까지 조절해야 했다. 하지만 2008년에 시판된 신약은 비만의 부작용은 없으면서 체내 인슐린의 활동만 자극한다. 인슐린 분자만 특이적으로 자극하도록 설계된 약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5년 뒤 일어날 미래 의료의 한 단면이다. 최근 단백질공학의 눈부신 발전은 신약 개발을 바탕으로 이뤄질 이같은 의료혁명의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인간의 질병은 대부분 단백질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영양소인 단백질은 뼈와 살, 머리카락과 손·발톱 등 우리 몸을 이루는 필수성분이기도 하지만, 단백질의 핵심임무는 따로 있다. 단백질은 우리 몸 안에서 3만∼4만가지 유전자의 단백질 설계도에 따라 갖가지 모양새로 만들어져 생명을 작동하는 생체 조절과 신호의 매개자 구실을 한다. 나쁜 단백질은 병을 일으키기도, 좋은 단백질은 병에 저항하기도 한다. 당연히 질환 단백질을 필요에 따라 제어하는 물질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병을 정복하는 약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신약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 정보를 캐는 것이 필수적이다. 단백질은 각자의 독특한 3차원 구조를 통해 인체의 생명현상을 주관한다. 이때 3차원 구조에 변형이 생기면 질병이 발생하는데, 변형된 부위에 꼭 들어맞는 화합물을 개발하면 이는 곧 새로운 약물의 후보가 된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머크사에서 개발한 에이즈 치료제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숙주세포로 침투할 때 필요한 프로테이즈라는 효소(단백질)를 표면에 갖고 있다. 머크사는 이 프로테이즈의 3차원 구조를 파악해 그 기능을 무력화하는 새로운 약물을 개발했다. 증상을 완화시키는 기존의 에이즈 치료제와는 개념부터가 다른 치료제다.
조혈모세포(골수)이식 외엔 완치 수단이 없었던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을 구하는 필수약처럼 받아들여지는 글리벡도 마찬가지. 많은 항암제들이 여러 부작용을 일으키는 데 비해, 글리벡은 암을 일으키는 단백질 조직의 3차원 구조를 규명,이 단백질에만 달라붙도록 ‘선택성’을 높이는 쪽으로 디자인함으써 부작용을 크게 줄이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유전자와 단백질의 비밀이 속속 밝혀지면 정보기술(IT) 혁명에 버금가는 신약혁명이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세계적 수준의 우리나라 생명공학 연구결과를 한 곳에 모아 이를 신약개발에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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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성은 생체기능조절물질개발사업단 단장(042-860-7631~4)
2. 노성구 박사 크리스탈지노믹스 연구이사(02-3010-8600)
3. 박상철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02-740-8114)
4. 김동구 연세대 의대 약리학교실 교수(02-361-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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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9일 0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