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억제 단백질효소 p18 세계 첫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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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2005-01-28 02:00
서울--(뉴스와이어)--국내 연구진이 p18이라는 단백질이 암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밝혀냈다.

서울대 약대 김성훈 교수가 이끄는 단백질합성효소 네트워크 연구단은 세포 내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효소 옆에 혹처럼 붙어 있는 작은 단백질 p18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p18을 만드는 유전자를 완전히 손상시킨 쥐와 절반만 손상시킨 쥐의 수정란을 만들었다. 그 결과 p18 유전자가 완전히 손상된 쥐는 수정 후 며칠 이내에 배아 상태에서 죽어버렸다. 그런데 p18 유전자가 반만 손상된 쥐들의 경우 절반 정도는 태아 상태에서 죽었으나 나머지는 희한하게도 아무런 이상이 없이 잘 자랐다. p18이 세포의 생사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추측한 연구단은 살아남은 쥐들을 계속 관찰했다.

1년 반이 지나자 갑자기 이 쥐들에게 백혈병을 비롯한 여러 가지 암이 생기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마치 젊을 때 건강하던 사람이 나이가 들어 암에 걸리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라며 "p18이 돌연변이가 생기지 않도록 유전자를 수선하는 역할을 하다가 나이가 들면서 이 같은 능력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세포 내에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유전자 돌연변이들이 수선되지 못하고 계속 쌓이면 암이 발병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단은 암에 걸린 몇몇 환자에서 실제로 p18 유전자가 손상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p18을 비롯한 단백질합성효소들은 생명현상을 나타내는 기본 물질인 단백질을 만드는 데만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암을 억제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진 것. 이번 연구는 세포생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셀' 1월 28일자에 실릴 예정이다.

김 교수는 "p18은 이미 많은 연구가 돼 있는 암 억제 단백질인 p53을 조절하는 기능도 한다"고 덧붙였다. 무명의 단백질 p18이 암 억제 단백질의 대명사격인 p53의 머리 위에 앉아 명령을 내리고 있는 셈.

단백질합성효소 네트워크 연구단은 이처럼 단백질합성효소들이 다른 수많은 단백질들과 어떤 복잡한 관계를 맺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추적해왔다.

지난 2003년에도 연구단은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에 단백질합성효소 중 하나인 p38이 암을 억제한다는 논문을 발표해 주목받은 바 있다. p38 유전자가 자신의 염기서열 중 일부가 떨어져나간 비정상 p38을 만들어내면, 이 비정상 p38이 정상 p38을 잡아먹고 나서 죽어버린다. 세포 내 자살테러인 셈. 이렇게 점점 p38이 파괴되면 폐암이 생긴다.

현재 연구단은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응용해 국내 의료진과 함께 p38을 폐암 진단·치료용으로 개발하고 있다. 단백질합성효소가 단백질 합성이 아닌 암 억제라는 또 다른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큰 변화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연구단은 단백질합성효소에서 아미노산 단 8개로 이뤄진 아주 작은 부분의 구조가 변해 암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이 자라는 것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상황에 따라 스스로 '변신'하는 셈. 이 결과는 지난해 1월 11일자 '네이처 구조분자생물학' 온라인판에 소개됐다.

김 교수는 "p18과 p38을 비롯해서 암을 억제하는데 관여하는 단백질합성효소들은 세포 내에서 신호를 주고받는다"며 "바로 이것이 단백질들의 기능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네트워크 중 일부분"이라고 설명한다. 연구단의 궁극적인 목표는 p18, p38, p53을 포함해 총 100여개의 단백질로 구성된 단백질합성효소 네트워크 지도를 완성하는 것.

최근 연구단은 자기 몸을 자기가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당뇨병·비만에 관여하는 단백질합성효소들도 잇따라 발견해 본격 연구에 들어갔다. 단백질합성효소 네트워크 연구단은 1998년부터 과학기술부 창의적 연구진흥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자협회 작성)

웹사이트: http://www.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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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약대 김성훈 교수 02-880-8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