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김승연 회장이 구치소에서 치료할 수 없을 수준으로 우울증과 충동증세가 심해졌다며 지난 8월 구속집행을 정지한데 이어, 이번 집행유예 판결의 이유로도 건강악화를 제시했다. 참여연대는 유죄가 인정되는 피고인이더라도 실형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건강상태라면, 실형을 대체할 다른 방안으로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것도 가능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길이라 본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논란이 되는 것은, 정치인이나 재벌총수와 같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지 않은 일반인이 비슷한 조건에 처해있을 경우에도 집행유예 판결이나 사회봉사명령이 선고되었겠는가하는 의문때문이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이들이 걸핏하면 건강악화를 이유로 보석 또는 구속집행정지, 집행유예형을 선고받는데 반해, 일반인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사회통념이고 실제 그런 사례들이 빈번했다. 구치소 수감중 지병이 심해져 문제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주의 정몽구 회장 판결처럼 국가경제우려 등과 같은 양형참작사유가 될 수 없는 것을 양형사유로 인정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유라 하더라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계층에게는 쉽게 인정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계층의 범죄자에게는 잘 적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법관들이 재벌총수와 같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이들의 형량을 정할 때 억지로 이것저것 참고하는 것도 벗어나야 할뿐만 아니라, 진실로 고려해주어야 할 양형사유는 사회경제적 지위와 무관하게 공정하게 적용해야 한다. 그럴 때에야 비로소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법원이 될 것이고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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