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새마을호 승무원 문제, 사회적 합의로 풀고자 한다면
<논평>
지난 28일 노동부 장관, 철도공사 사장, 민주노총 위원장, 철도노조 위원장은 KTX-새마을호 승무원 문제를 노사공익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통해 풀도록 한다는 합의문에 서명하였다.
그러나 이 합의는 당사자인 KTX 승무원들이 논의과정에서 배제된 채 이루어졌다. 문제의 당사자인 승무원들을 배제한 채 이루어진 합의는 ‘사회적 합의’의 기본 정신에도 위배될 뿐 아니라, 비윤리적이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또 다른 갈등과 불신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합의문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문제해결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실하고 빈약하다는 점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1) 당사자인 KTX-새마을호 승무원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과 (2) 협의체가 실질적인 해결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문제해결을 위한 첫 단추부터 승무원들의 의견을 철저히 배제하고 시작한다면 최종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또한 승무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배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협의체 위원 구성에서 의제 설정, 협의체 운영 방법에 이르기까지 당사자인 KTX-새마을호 승무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노사가 합의한 내용은 (1) 철도 노사는 KTX-새마을호 전 승무원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노·사·공익 3자협의체(이하 "협의체"라 한다)를 구성하여 그 논의 결과에 따르기로 하고, (2) 협의체는 노사공익 각 2인으로 구성, 공익위원은 노동부 장관이 지명, (3) 합의일 이후 1주일 이내에 협의체 구성, (4) 구성후 첫 회의일로부터 1개월간 운영, 전원 합의에 의해 1개월 이내 연장, (5) 협의체는 논의 결과 다수 의견을 제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위원 구성 방법, 협의체가 다룰 의제, 협의체 운영 방식 그 어느 것도 이 합의문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합의 내용만으로는 협의체가 문제해결을 위한 실효성 있는 기구로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 위원 선정의 문제:
합의 내용에는 단순히 “노사공익 각 2인으로 구성, 공익위원은 노동부 장관이 지명”으로 되어 있을 뿐이다. 노사 각각이 추천하는 위원은 양측 모두 아무 조건없이 수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양측이 합의하는 위원으로 구성할 것인지, 위원 자격은 아무런 제한이 없는 것인지, 노동부 장관이 지명하는 위원은 노사 모두 수용할 것인지 등등 어떠한 것도 정해져 있지 않다.
2) 위원 구성의 수 문제:
위원 구성을 짝수인 6명으로 한 것은 분쟁 해결을 위한 기구 구성의 기본 상식에도 어긋난다고 판단된다. 노동위원회를 포함하여, 노사간의 분쟁 해결 기구 위원 수는 홀수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협의 내용에 의하면 다수결의 원칙에 따르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만약 위원 6명의 의견이 3: 3으로 나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3) 협의체에서 다룰 사안의 성격 불분명
협의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을 어떻게 다루겠다는 것인지 명시되어있지 않다. 합의문 내용에는 막연히 “KTX-새마을호 승무원 문제의 해결을 위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합의문 내용에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언론을 통해 드러난 것으로는 이 협의체를 통해 승무업무 외주화 타당성 여부룰 검토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외주화 타당성 문제는 KTX-새마을호 승무원 문제의 한 부분일 뿐이다. 철도공사 전환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던 사용자의 약속 이행 문제, 국가인권위원회가 위법한 성차별이라고 판단, 권고한 사항의 이행문제, 위장 도급 여부의 문제 등이 KTX-새마을호 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만약 협의체가 외주화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는 기구라면 협의체는 조사연구의 기능을 하는 것이 될 것이며, 그에 걸맞는 위원들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노사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하는 성격의 기구라면 그러한 협의에 적절한 위원들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합의 내용에는 협의체가 어떠한 성격과 기능을 가진 것인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승무원문제 해결의 구체적 방안은 매우 다양할 수 있다. 만약 외주화 타당성 검토만을 협의체에서 다루게 된다면 지금까지 나온, 그리고 앞으로도 나올 수 있는 여러 해결 방안 가운데 양 극단의 방안 중 선택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두가지 방안 모두 노사 양측이 지금까지 수용불가 입장을 취해 온 것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한 문제해결을 모색한다면 이러한 양 극단의 안 가운데 선택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노사 양측이 일정한 선에서 서로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장으로서의 협의체 논의 구조가 되어야 할 것이다.
KTX-새마을호 승무원 문제 해결을 협의체 구성을 통한 사회적 합의 방식으로 이루어 내고자 한다면 (1) 협의체에서 다루게 될 사안의 범위, (2) 위원 선정 방식 등을 포함한 협의체 구성의 구체적 방법, (3) 협의체 운영 방법 등 세부사항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는 합의를 노사정이 새롭게 도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당사자인 KTX-새마을호 승무원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9. 28 합의’에 참여한 노사정 각 주체들이 책임있게 KTX-새마을호 문제를 풀고자 한나면 실효성있는 협의체 구성을 위한 새로운 합의를 하지 않을 아무런 이유가 없을 것이다. 노사정이 새롭게 만나기를 기대한다.
2007. 9. 30
KTX 승무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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