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우리 생물 이야기

뉴스 제공
국립생물자원관
2007-10-07 10:55
인천--(뉴스와이어)--일반적으로 5계(원핵생물, 원생생물, 균류, 식물, 동물)로 구분되는 생물은 그 종류가 전 세계적으로는 약 1,000만~3,000만종, 우리 한반도에도 10만여 종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며, 많은 생물들이 흥미롭고 유용한 고유특성, 생태, 번식유형, 행동양태, 진화, 자원적 가치 등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국립생물자원관(관장 박종욱)은 생물자원에 대한 이해 및 관심을 제고하기 위하여 유익하고 신비로운 생물들의 특성이나 생태 등에 대한 이야기를 주기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우선, 아래의 4편의 이야기를 전해 드린다.

꺽지의 수모(감돌고기의 탁란)

뻐꾸기는 둥지를 틀지 않고 대신에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제 새끼보다 먼저 부화한 뻐꾸기 새끼를 자기 새끼로 생각하고 기른다. 이처럼 다른 종(種)의 산란장에 알을 낳아 대신 새끼를 기르게 하는 번식전략을 탁란(托卵)이라고 한다.

탁란은 뻐꾸기와 같은 새들만의 특징일까? 물고기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아 볼 수 있다. 물고기에서의 탁란은 1986년 아프리카 탕가니카 호수에 서식하는 메기류(Synodontid multipuncatuts)에서 처음 보고되었지만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

운 좋게도 우리나라 자생 물고기 중에도 탁란하는 종류가 있다. 물 맑은 하천의 상류에 살고 있는 잉어과 어류인 감돌고기, 가는돌고기, 그리고 돌고기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형태도 생태도 매우 비슷한 친척관계의 물고기들이다. 그럼 이들의 번식 특성은 어떠할까?

우리나라 고유종이며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인 감돌고기는 주로 꺽지의 산란장에 탁란한다. 꺽지가 돌 틈에 알을 낳고 지키고 있을 때 감돌고기는 무리를 지어 꺽지의 산란장에 들어가 알은 낳고 정자를 뿌린 후 도망간다.

※ 감돌고기 :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금강과 만경강에만 서식하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Ⅰ급이다. 4-6월에 꺽지의 산란장에 탁란하며, 주로 바위에 붙어사는, 물속에 사는 곤충을 먹는다.

※ 꺽지 :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맑은 물이 흐르는 수역에 서식하며 4-6월 사이에 돌 틈에 알을 낳고 수컷이 알과 새끼를 지킨다. 주로 물속에 사는 곤충이나, 작은 물고기를 먹고 산다.

이때 꺽지는 감돌고기의 접근을 막으려 노력하지만 수포로 돌아가고 결국 감돌고기는 탁란에 성공한다. 그러나 감돌고기는 알만 낳고 조용히 떠나지 않는다. 알을 낳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열심히 꺽지의 알로 배를 채우는 배포를 자랑하기도 한다. 꺽지의 수모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해질 무렵이면 감돌고기는 산란을 중단하지만 이번엔 돌고기가 탁란을 시작한다. 산란장을 지키는 꺽지는 죽을 맛이겠지만 감돌고기와 돌고기는 환상의 계주를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돌고기는 꺽지 말고도 꺽저기, 동사리 등의 산란장을 지키는 또 다른 어류에게도 탁란을 한다.

한강과 임진강에만 서식하는 가는돌고기도 역시 꺽지의 산란장에 탁란하고 꺽지의 알을 먹어치운다. 다시 말해 이들 잉어과 어류는 자신의 알을 아무런 대가없이 꺽지에게 부탁하고 덤으로 맛있는 식사까지 얻어먹는 것이다.

탁란은 다른 잉어과 어류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독특한 현상으로 감돌고기, 가는돌고기, 그리고 돌고기에서 관찰되는 이러한 현상은 이들이 같은 조상에서 유래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의 하나로 생각된다.

가을 벼메뚜기의 향수

누렇게 익은 들판을 보면 벼메뚜기를 잡아 강아지풀 사이에 끼고, 친구들과 함께 구워먹던 어린시절이 생각난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는 말처럼 추수철이 되면 주변에서 가장 친숙하게 보이는 것이 메뚜기였다. 이는 계절 변화가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나 만들어질 수 있는 속담일 것이다.

아프리카와 중동과 같은 지구촌 한편에서는 지구온난화 등으로 사막메뚜기 떼가 증가하여 주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메뚜기는 예전보다 쉽게 눈에 띄지 않고 있다. 개발에 따라 주변의 녹지가 사라지고, 농약 등 화학물질의 오염이 심화되면서 메뚜기들도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것일까?

겨울이 오기 전에 짝짓기를 마친 암컷 벼메뚜기는 땅속에 수백 개의 알을 뭉친 거품질의 덩어리를 만들어 놓고 모두 죽는다. 이듬해 풀이 자라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유충이 부화하여 땅위로 올라와 풀잎을 갉아먹고 허물을 벗으며 자란다. 유충은 6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등면에 세로로 흰줄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몸길이 2-3 cm 정도의 다 자란 성충은 8월 무렵 등장하여, 늦가을까지 황금빛 들판을 벼와 함께 누렇게 익어간다.

벼메뚜기는 벼과식물을 먹고 살며 습한 환경을 선호하기 때문에, 논밭 주변과 습지, 물가 풀밭에 흔히 서식한다. 과거에는 논밭이나 풀밭, 초원 생태계가 우리 주변에 많았고 이를 선호하는 메뚜기들이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보였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녹화사업은 산림 가꾸기로 매진하여 대단한 성과 속에 푸른 나무가 죽죽 뻗은 숲을 일구어왔다. 그런데 그 역작용으로 메뚜기나 초원성 나비처럼 풀밭을 선호하는 곤충들의 다양성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옛날에 비해 제초제나 살충제의 사용량도 급격하게 증가하며, 벼메뚜기의 살 땅을 앗아가고 있다.

사막메뚜기가 대발생하여 지구촌 한편에서는 몸살을 겪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 벼메뚜기는 청정지역의 유기농 농사를 나타내는 상표로 사용되고 있다. 즉 농약을 치지 않는 곳에 벼메뚜기가 많이 살기 때문에 이런 지역에서 생산된 쌀을 메뚜기쌀이라는 상표로 판매하고 있다.

만약 앞으로의 농업과 우리나라의 자연 환경이 달라지면 또 어떤 말이 태어나고 사라질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가을과 황금들판, 그리고 벼메뚜기의 정서는 우리에게 오래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해 본다.

늑대거미의 모성애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거미인간은 정의감 넘치는 초인간적인 영웅으로 그려지고 있다. 전설이나 예술작품 속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알려져 있었던 거미를 영웅으로 묘사한 연출자의 기지가 놀랍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주인공을 물어 거미인간으로 만들었던 거미가 꼬마거미과의 일종인 검은과부거미(Black Widow; Latrodectus속 거미의 일종)인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거미는 전 세계적으로 4만 여 종이 알려져 있다. 이들 중 모두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거미줄을 이용해 포식을 하지 않는다. 직접 사냥으로 포식을 하는 배회성 거미도 큰 무리를 이루고 있다.

거미줄을 포식에 이용하지 않는 배회성 거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늑대거미이다. 늑대처럼 무리를 지어 사냥을 해 늑대거미(wolf spider; Lycosidae과)로 이름이 지어졌다. 이 거미들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2,300 여종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도 약 50여종이 밝혀져 있다.

거미는 알주머니(egg case)를 만들고 그 속에 알들을 낳는다. 한 거미는 하나 이상의 알주머니를 만든다. 각 알주머니에는 수백에서 천여 개의 알들이 들어있다. 일부 어미 거미들은 알들이 깨어 나올 때까지 알주머니 주변에 머물며 어미 역할을 한다.

그 중 늑대거미는 보통 거미와 다른 특별한 모성애를 보인다. 늑대거미 암컷은 새끼거미들이 부화하기 전까지 몇 주 동안 알주머니를 실 젖으로 달고 다니며 알집을 보호한다. 알집을 제거했을 경우, 어미거미는 처음에는 알집을 찾아 헤맨다. 그렇게 헤매다가 몇 시간이 흐르면, 알집을 찾는 일을 포기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행동한다. 이때 알집 대신 비슷한 물건을 제공하면, 알집으로 인식하여 매달고 다니기도 한다. 심지어는 다른 암컷의 알집을 메달고 다니기도 한다.

어미의 보호를 받으며 유체의 단계로 성숙하게 된 늑대거미들은 어미 늑대거미의 도움으로 마침내 알집에서 부화하게 된다. 이때 어미의 도움이 없다면, 어린 늑대거미들은 알집을 찢고 나올 수 없다.

새끼 거미들은 알집에서 나오자마자 즉각 어미의 등으로 올라가 어미 등에 털을 꼭 잡고 업힌다. 100여 마리의 작은 새끼들이 겹겹이 층을 이루어 업히는 경우도 관찰된다.

업혀 지내던 새끼들은 첫 번째 허물(molting)을 벗은 후 각자가 살 환경을 찾아 바람을 타고 떠나게 된다. 늑대거미가 보이는 새끼 돌보는 행동에 대한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행동을 어미의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해석하고 싶다.

벼와 경쟁하지 않는 논에 사는 잡초, 매화마름

2002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서는 강화도에 있는 매화마름 군락지를 매입하여 “보전자연유산”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매화마름은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분포하는 식물로, 두 나라에서 모두 멸종위기식물로 관리하고 있다. 이렇게 보호 대상인 매화마름이 논에 자라는 잡초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잡초는 보통 작물에 비하여 생장이 빠르고, 번식력이 강하다. 그 결과로 작물이 차지할 땅을 먼저 점령해 양분과 수분을 빼앗는다. 농부들은 이런 잡초를 제거하거나 억제하려 노력한다. 작물과 경쟁하며 자라는 잡초가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잡초가 있다. 매화마름이 그런 경우이다.

매화마름은 벼가 자라는 생육기간에는 논에서 볼 수 없다. 매화마름이 논에서 자라는 시기는 이른 봄으로 모내기를 하기 전이다. 늦가을 벼를 수확한 뒤에 발아를 시작하여 겨울을 보내고, 다음해 봄이 되어 기온이 올라가면 빠르게 자란다.

4월이 되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데, 개화와 결실은 모내기를 하기 전까지 계속 이어진다. 농부는 모내기를 하기 위해 논에 물을 대고 흙덩어리를 부수며 논을 편평하게 고른다. 이런 일을 써레질이라 부르고, 이 과정에서 매화마름은 사라진다. 이렇게 매화마름은 논에 자라는 잡초이지만, 벼가 자라지 않는 기간에 자라기 때문에 벼의 생육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매화마름이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될 정도로 사라지게 된 원인은 경작방식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매화마름이 자라는 논은 다른 논보다 습한 편이다. 특히, 겨울철에 물을 댄 상태로 유지하는 무논에서 잘 자란다. 겨울철에 무논을 보면, 벼농사를 짓는 논으로 보이지 않고 저수지로 보인다. 이런 논바닥에 매화마름이 자라고 있다.

모내기를 하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한데, 이른 봄에 비가 오지 않아 가물면 모내기를 하기 어렵다. 예전에는 겨울 내내 논에 물을 대고, 이 물로 모내기를 했다. 지금은 양수기가 널리 보급되고 수리시설이 발달해 겨울에 물을 대 놓는 논이 보기 힘들다.

겨울철 무논이 사라지며 매화마름이 살 자리가 줄어들었다. 농업기술의 발달이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지만, 몇몇 생물에게는 살기 어렵게 하는 것 같다.

웹사이트: http://www.nibr.go.kr

연락처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총괄과 임문수 과장 032-590-7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