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적 본인확인제, “과연 악성 댓글 감소됐나?”
지난 4일, 정보통신부는 제한적 본인확인제 도입 효과를 민간전문기관에 의뢰ㆍ조사한 결과 인터넷 게시판에서 악성 댓글이 차지하는 비중이 시행 이전의 15.8%에서 13.9%로 줄어들었으며, 심한 욕설 등을 동반한 심각한 악성 댓글의 비중도 과거 8.9%에서 6.7%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뒷받침 하는 근거로 종전 본인확인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던 디시인사이드의 ‘HIT 갤러리’의 악성 댓글 수가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 12.9%에서 9.0%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실시하는 35개 사이트의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시행 전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며 ‘제한적 본인확인제 시행에 따른 인터넷 서비스 이용 위축효과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디시인사이드는 '실제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체감하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른 내용'이라며 조사 방법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디시인사이드 관계자는 "HIT 갤러리의 경우 디시인사이드의 드라마 갤러리 등 신규 개설된 갤러리들의 강세로 HIT 갤러리의 댓글 수 자체가 줄어 든 상태이며, 제한적 본인확인제 이후 악성 댓글 수가 감소했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HIT 갤러리 댓글 수는 제한적 본인확인제 시행 전, 후로 비교해 볼 때, 전체 댓글 수가 5, 6월 평균 201개에서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시행한 7월 27일부터 9월까지는 평균 164개로, 댓글 수 자체가 약 18%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본인확인제 이후 악성 댓글 수가 감소한 것이 아니라 전체 댓글 수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다.
또 "정보통신부의 발표 내용은 어떤 것을 악성 댓글로 볼 것인지에 대한 판단 또한 주관적일 뿐 아니라, 디시인사이드 자체적으로 관리팀 인원을 보강하고 악성 댓글을 즉각 삭제하는 등 관리를 더 철저하게 한 부분을 간과한 것 같다"며, “어떤 자료를 토대로 악성 댓글이 감소했다고 분석한 것인지 그 결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디시인사이드는 제한적 본인확인제 시행 전,후를 비교했을 때 악성 댓글의 수는 큰 변화가 없는 대신 페이지 뷰는 오히려 감소했다고 밝혔다. 올해 초부터 디시인사이드의 페이지 뷰(PV)는 꾸준한 증가를 보였으나, 제한적 본인확인제 이후 주간 평균 6억 PV에서 5억 2천 PV로 감소했다. 정보통신부의 발표와 달리 인터넷 서비스 이용의 위축효과가 크게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학생 이용자들이 많은 방학 중에 시행됐던 본인확인제를 개학을 마치고 나서 비교, 조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체 인터넷 이용자 수는 감소하지 않았더라도 체류 시간 등이 짧아질 수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댓글 수가 그만큼 적게 달린 게 아니냐는 것.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악성 댓글 감소 효과를 바라보는 네티즌의 기대 역시 크지 않다. 디시인사이드가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5일까지 `제한적 본인 확인제가 악플 근절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총 참여자 5,027명 중 3,217명(64%)의 네티즌은 `별 효과가 없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정보통신부의 조사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정부가 집행하는 정책과 실제 인터넷상에서 활동하는 네티즌이 느끼는 현실에 대한 괴리를 보여준다.
디시인사이드의 김유식 대표는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악성 게시물의 감소 대신 이용자의 불편만 가중 시켰을 뿐이다"며, "본인확인제처럼 새로운 규제를 양산하지 말고 명예훼손, 모독죄 등 현행의 법체계를 강력하게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갖고 있는 방망이로 처벌을 하지 않으면서 규제만 만들어낸 꼴”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지난 7월 27일부터 35개 인터넷 사업자를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웹사이트: http://www.dcinsi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