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중국(홍콩 포함)은 이미 2002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떠올랐으며 2004년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27%(중국 단독으로는 20%)로 미국을 10% 포인트나 앞서게 됐다. 해외직접투자 측면에서도 중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가장 중요한 진출 대상국으로 부상했으며 최근에는 중국으로 가는 투자가 전체의 약 40% 수준에 이르렀다. 가히‘중국 특수’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중국 비즈니스가 우리 경제를 끌고 나가는 중요한 추동력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중국 특수는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지난해 봄 중국정부가 긴축 조치를 발표하자‘차이나 쇼크’라고 할 만큼 중국 특수의 소멸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졌던 적이 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도 대중국 수출이 대체로 호조를 지속했음을 고려할 때 당시의‘차이나 쇼크’는 지나친 기우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중국특수가 무한정 계속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국경제에 미치는 중국 효과에도 사이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세계 경기와 중국 내수경기가 뚜렷이 둔화됨에 따라 중국 특수는 대중국 수출과 중국 현지 비즈니스라는 두 측면 모두에서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 된다. 하지만 그 속도는 완만해서 차이나 쇼크라 할 만한 심각한 위기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성장 둔화로 중국 수출경기 하강할 전망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일차적으로는 중국의 수출경기에 좌우된다. 중국으로 가는 수출품의 대부분이 중국기업들이 수출품 제조를 위해 필요로 하는 원자재와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차이나 쇼크 걱정할 것 없다”, <LG주간경제> 2004. 6. 16 참조). 그리고 중국의 주력 수출시장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이기 때문에 중국의 수출경기는 다시 선진국 경기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증가율, 중국의 대세계 수출증가율, OECD 경기선행 지수 증감률은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주요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는 2001년에 바닥을 친 후 점차 회복세를 보여 지난해에는 지난 10년 중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지난해 봄 이후 OECD 경기 선행지수 증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서 알 수 있듯이 세계 경기는 이제 정점을 지나 하강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정책금리 인상, 유럽은 유로화 강세 등이 성장 둔화의 주된 요인으로 지적된다. IMF와 OECD, 세계은행 등 주요 국제기구들도 올해와 내년 주요 선진국 경제와 세계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보다 0.7~0.8% 포인트 정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선진국 경기의 하강은 조만간 중국의 수출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선진국 경기가 둔화된다 해도 지난 10여 년간의 추세에 비교해서 보면, 그래도 평균 이상의 비교적 괜찮은 성장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중국의 수출경기가 1998년이나 2001년처럼 극도의 부진상태에 빠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2~3년처럼 30%대의 높은 증가세는 아니라 하더라도 두 자릿수의 비교적 안정적인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위안화 절상 가능성 점차 높아지나 충격은 제한적
중국의 수출경기를 결정할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는 위안화 절상 여부이다. 지난 3년간 달러화 약세에 따라 중국 위안화도 다른 국가의 통화에 대해 약세에 놓여 왔고 이것이 중국의 수출증가에 상당한 기여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정부와 IMF 등 국제기구는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계속 요구해 왔으나 중국 정부는 안정적인 대외경제관계 유지 필요성과 취약한 금융 시스템 등의 이유를 내세워 기존의 고정 환율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달러화 약세가 계속되고 중국의 국제수지 흑자가 누적됨에 따라 현행 환율 유지의 비용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위안화 절상 가능성에 대비하라”, <LG주간경제> 2004. 12. 8 참조). 이 점을 고려할 때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위안화 절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하지만 중국정부는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절상 폭을 10% 또는 그 이하로 제한할 가능성이 높고, 그것도 단번에 절상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절상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수출경기가 급격히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국 수출 증가세도 둔화될 듯
선진국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함에 따라 한국의 대중국 수출증가율은 이미 상당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2002년 하반기 이래 한국의 월별 대중국 수출증가율은 30~70% 사이에서 움직여 왔으나 지난해 9월부터 30%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더구나 사실상 중국시장으로 들어간다고 볼 수 있는 대홍콩 수출은 증가세가 더 급격히 둔화되어 중국과 홍콩을 합한 수출증가율은 지난해 10월부터 20%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증가율이 중국의 대세계 수출증가율보다 한발 앞서 떨어진 것인데, 이는 중국기업들이 한국의 원자재, 부품을 수입해서 생산해 수출하는 데 일정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증가율이 중국 수출경기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 셈이다. 향후 대중국 수출은 전반적으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업종별로 상황이 상당히 다를 수 있다.
우선 주력 수출품목인 IT 부문을 보면, 컴퓨터 및 그 부품은 지난해 여름부터, 무선통신기기 및 그 부품은 이미 2003년 말부터 증가세가 뚜렷이 둔화되는 추세를 보여 왔다. 이는 이들 품목에서 중국의 수입대체가 활발히 이루어지기 시작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에 반해 반도체와 광학기기에서는 수출 호조가 지속될 전망이다. 대중국 수출에서는 일부 품목에서 중국 측의 수입대체가 이루어지면, 또 다른 품목이 새로운 주력 수출품목으로 뜨는 형세가 계속되고 있다. 즉 중국의 산업발전에 대응해 우리 기업들이 수출품목의 고도화를 이루어내고 있는 셈이다.
한편, 한중수교 이래 꾸준히 주력 대중국 수출품목의 자리를 지켜 온 철강과 화학은 전체 수출 가운데서 대중국 수출 비중이 특히 높은 품목들이라는 점에서 향후 중국 경기 둔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중국의 투자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중국 내수용 원자재로 쓰이는 일부 품목의 수출증가율은 꽤 많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와 함께 중국 내수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을 품목으로는 자동차부품, 각종 기계류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중국 경기가 둔화된다고 해도 우리 제품의 점유율을 높임으로써 수출 호조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한국기업의 현지생산 자동차의 점유율이 높아짐에 따라 자동차부품 수출은 계속 호조를 보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중국 투자증가세는 둔화되고 소비는 안정적 증가
중국 내수경기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영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들의 중국 투자는 최근 수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인데, 이는 초기 정착에 성공한 많은 기업들이 현지사업 규모를 크게 확장하고 있는 데 따른 현상으로 해석된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대부분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투자금액 비중 기준으로 제조업 중 약 1/3은 경공업, 2/3는 중화학공업에 해당한다. 저임금의 이점을 노린 수출부문 중소기업 중심에서 장기적으로 중국 내수시장을 목표로 하는 대기업 중심으로 진출패턴이 많이 바뀐 것이다. 특히, 화학, 철강, 기계, 자동차부문의 진출기업들은 거의 100%를 중국 내수시장에 팔고 있고, 나머지 부문도 내수시장 판매 비중이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중국경제는 2003년 하반기 이래 10% 가까운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경기과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미 지난해 봄부터 강도 높은 긴축조치가 실시되고 있지만, 경기과열의 주요 원인인 투자과열의 진정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느리게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정부는 올해 긴축조치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투자증가세를 적정 수준 이내로 제한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경기과열 속에서도 중국의 소비지출은 비교적 안정적이며, 장기적인 추세에 비추어 그다지 높은 수준은 아니다. 이 점을 감안할 때 최근의 경기과열은 소비와 투자가 함께 과열됐던 1990년대 초반보다 한결 미약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향후 중국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긴축조치도 투자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소비지출은 올해에도 안정적인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중국의 내수경기가 둔화된다 하더라도 섬유·의류, 음식료품, 도소매음식숙박업 등 소비 부문의 현지진출 기업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통신이나 자동차 부문 진출기업들의 내수영업에도 급격한 변화는 예상되지 않는다. 이들 부문에서는 전반적인 경기흐름보다도 점점 치열해져가는 경쟁 환경의 영향이 더욱 클 것이다. 반면, 화학, 철강, 기계 등 중국 투자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부문에서는 지난해까지의 특수가 끝나면서 매출증가세가 차츰 둔화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비즈니스 고도화 노력 필요
올해 중국경제는 일단 연착륙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장기 투자 사이클의 움직임으로 볼 때 앞으로 2~3년간은 점진적인 하강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세계경제도 정점을 지난 만큼 중국의 수출증가세도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난 2~3년간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중국 특수’도 서서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 기업들에게 중국 비즈니스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상당기간 중국이 세계 어느 지역보다 빠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우리 기업은 여전히 성장 모멘텀을 중국 비즈니스에서 찾아야 한다. 지난해 봄‘차이나 쇼크’에 대한 우려가 퍼졌을 때 중국 이외 지역으로의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많이 제기됐으나 다변화보다 한층 더 중요한 것은 사업구조의 고도화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치열한 경쟁 환경을 뚫고 장기적으로 승자의 자리를 차지하려면, 성장 가능성이 높고 시장 전망이 밝으며 우리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로 신속하게 제품 및 사업구조를 고도화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함께 환리스크, 신용리스크 등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다져놓는다면, 중국 특수의 전반적 퇴조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중국 비즈니스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LG경제연구원 김석진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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