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경마식 저널리즘 부추기는 여론조사 보도

○모니터 대상 :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의 선거 관련 여론조사 보도
○모니터 기간 : 2007년 1월 1일~2007년 10월 5일

2007년 대선의 해를 맞이하여 방송사들은 저마다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하여 여론조사를 시행하여 이를 보도하고 있다. 이에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는 1월 1일부터 10월 5일까지 방송 3사 메인뉴스를 대상으로 여론조사 보도에 대한 모니터를 시행했다.

그 결과, 방송사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며 대선구도를 섣불리 단정 짓는가 하면, 특정후보에게 유리한 표현을 하거나 답을 유도하는 등의 많은 문제점을 보였다. 또한 후보자의 공약이나 정책에는 관심이 없고, 지지도 중심의 보도를 통해 ‘경마식 저널리즘’을 강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었다. 여론조사의 예측이 틀리기도 했고, 기본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설문조사의 자료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등 신뢰할 수 있는 여론조사 보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선거 관련 여론조사 방송보도는 기존에 지적되어오던 여론조사 보도의 병폐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방송 3사의 여론조사 보도를 양적으로 분석한 결과, SBS가 29건의 보도를 내보내 MBC가 11건, KBS가 10건을 보도한 것에 비해 3배 가까이 많은 보도를 내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론조사 보도의 ‘주제’를 분류해 본 결과 ‘후보 지지도’를 중심으로 한 보도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후보지지도 보도는 SBS가 24건(85.7%)으로 가장 많았고, MBC는 9건(81.8%), KBS는 6건(60%) 이었다. 올해 대선 여론조사 보도 또한 ‘어느 후보가 앞서느냐’에 중점을 둔 ‘경마식 저널리즘’에 치중하고 있었다.

또한 후보지지도와 관련한 대부분의 보도가 1월부터 10월 초까지 이명박 후보가 큰 차로 1위를 하고 있다는 것과 타 후보들의 지지율과 비교하거나 범여권 후보들의 지지도를 따로 보여주는 정도의 보도였다.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SBS가 9개월간 후보 지지도에 왜 이렇게 많은 보도를 할애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반면, ‘지지 결정요인’을 묻거나 ‘선거공약’이나 ‘정책’에 대한 평가를 한 보도는 방송 3사 모두 1건도 없었다. 경마식 보도에 집착하며, 선거공약이나 후보선택의 결정요인 같은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외면한 것이다.

그 외에 SBS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향후 과제가 무엇인지”를 묻는 여론조사 보도를 1건 내보냈고, 선거판세 예측, 선거이슈 등의 여론조사 보도가 2건 정도씩 있었다.

대선구도 섣부른 ‘단정’, 특정 후보 ‘승리’ 예견

경마식 보도경향 외에도 여론조사 보도는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후보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가상대결을 하는가하면, 이명박 후보의 승리를 확신하는 보도도 있었다.

SBS 1월 1일 <양자대결도 압도>, 9월 20일 <가상대결 선두>, MBC 7월 1일 <대선 여론조사>, KBS 8월 10일 <7.5% 격차> 등의 보도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범여권 후보의 가상대결을 시행하며 ‘압도적 승리’, ‘여유 있게 앞서’ 등의 표현을 사용하였다. 또한 SBS의 9월 20일 <가상대결 선두>에서는 SBS뉴스 홈페이지 제목은 ‘누가 돼도 못 이겨’였다.

2002년에도 언론들은 ‘이회창 대세론’을 줄기차게 주장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여전히 범여권과 다른 당 후보들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고,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후보의 승리를 예견한 것은 섣부른 태도다.

또 무리하게 대선구도를 단정 짓고, 여론조사 결과를 무리하게 해석하기도 했다. SBS는 7월 1일 <범여권 4강구도>에서 “손학규 전 지사가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정동영, 한명숙, 이해찬 후보가 함께 4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4강 구도에 포함되지 않은 유시민 후보의 지지도가 3.9%로 4강 구도에 포함된 이해찬 후보의 지지도는 6.4%였다. 두 후보 격차가 2%정도로 오차범위에 가까운 것임에도 ‘4강 구도’라고 표현한 것은 무리가 있다.

SBS <범여권 새 변수>(8.1)에서는 앵커멘트로 “범여권의 대선주자 지지도는 출렁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고 전했다. 그러나 범여권 주자 중 손학규 후보의 지지도만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범여권의 지지도 전반이 출렁인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했다.

설문 중 답을 유도하는 듯한 태도의 보도도 있었다. SBS 4월 4일 <여전히 선두>에서는 후보 지지와 관련해 “도덕적으로 문제가 좀 있더라도 능력 있는 사람, 능력이 좀 부족해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람”을 선택할 것인가 두 가지로 질문을 했다. SBS가 능력 있고 도덕적인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도덕적인 문제로 검증 공방이 일고 있는 이명박 후보를 비호하기 위해 답을 유도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설문조사 자체 문제점 많아

설문조사 자체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우선 방송 3사는 후보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질문에 통일성을 갖추지 않아 문제가 있었다.

KBS의 2월 보도에 사용된 질문은 ‘내일 당장 대선이라면 누구를 지지 하겠는가’였고 바로 다음 달 3월의 보도는 ‘올해 대선은 누구를 지지 하겠는가’였다. 8월에 시행된 조사에서는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질문하였다.

SBS는 1월에 ‘대선 후보 지지도’ 와 ‘대선 후보 선호도’를 각각 물었고, 2월에는 ‘대선 후보 지지도’를 물었다. 3월에는 ‘이번 선거에서 누구를 선택 하시겠습니까’는 질문을 사용하였고, 6월부터는 ‘올 12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만일 오늘이 대통령 선거일이라면 다음 후보 중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를 질문했다. 이처럼 한 방송사에서도 매번 질문이 달라지는 등 체계적인 여론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론조사 항목이 달라지면 여론조사 결과도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당에서 경선을 치룰 때 여론조사 문항내용으로 시비가 붙기도 한다. 또 과거 결과와 비교해 지지율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질문내용을 통일시키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BS, KBS는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MBC는 비교적 일관되게 1월부터 10월 초 까지 대선후보 지지도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자료 공개가 상세히 이루어지지 않아 조사에 일관성이 있었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

또 기본적인 사항조차 지키지 않은 보도들도 있었다. 여론조사 보도에서 오차범위와 신뢰도 등을 언급하는 것은 여론조사 보도의 기본이다. 하지만 MBC의 <이명박 1위, 박근혜 2위>(1.1)와 SBS의 <양자대결도 압도>(1.1)에서는 오차범위와 신뢰도를 언급하지 않는 기초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또한 SBS의 1월 1일 보도인 <41.6% 1위>, <양자대결도 압도>에서는 설문조사 대상과 설문 시행 날짜를 밝히지 않았다. 설문 대상을 알 수 없으면 누구의 여론인지 밝혀지지 않는 것이고, 설문 날짜를 알 수 없다면 어느 시점이 반영 된 여론인지 알 수 없다.

선거방송심의규정 상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 보도를 할 경우, 조사기관, 피조사자 선정방법, 표본의 크기, 응답률, 질문내용 등 기본적인 자료를 공표 또는 보도해야 한다. 하지만 몇몇 보도에서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었다.

MBC와 SBS는 대선 관련 홈페이지를 따로 마련하여 여론조사 보도에 사용된 자료를 공개하고 있고, KBS는 여론조사 보도에 자료를 첨부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MBC는 2월 18일 <검증 가급적 빨리>에서 홈페이지에 공개되지 않은 질문을 보도에 내보내는 등 자료 공개 노력이 부족했고,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자료 역시 단편적인 사실들만 공개하여 심층적인 정보를 얻기는 힘들었다.

SBS는 설문조사 시 제시한 질문과 그에 따른 응답률을 자세히 공개하고 있다. 다만 8월 9일 이후 여론조사 보도는 공개하지 않고 해당 보도의 링크 자료로 공개하는 등 정보 공개에 있어 일관성이 떨어졌다. 또 9월 1일에 시행된 설문조사에 대한 자료 제공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편, 여론조사 보도를 첫 번째 꼭지로 내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상식적인 수준의 룰을 어긴 보도도 있었다. SBS의 경우 여론조사 보도를 첫 번째로 내보낸 보도가 4건이나 됐고, MBC는 3건이나 됐다. 반면 KBS는 1건도 없었다.

신뢰도 떨어지는 여론조사 보도

여론조사 보도가 제대로 여론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가 한나라당 경선이었다. 한나라당 경선을 앞두고 8월에 시행된 여론조사 보도에서는 방송 3사 모두 대의원, 당원, 선거인단 모두에서 이명박 후보가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경선 결과는 대의원, 당원, 선거인단에서 박근혜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나 방송 3사의 예측이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방송사들은 이에 대해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예측이 틀린 것에 대해 ‘여론조사가 승패를 갈랐다’, ‘변수가 많았다’ 정도의 면피성 보도를 내보냈을 뿐이다.

여론조사 보도에 신중을 기울여야한다고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권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여론조사 결과에 휩쓸려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나아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론조사가 부정확하다는 것이 여러 차례 입증되어 왔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를 요청하는 것이다. 아울러 여론조사 보도가 후보자 지지도 중심의 보도 위주로 ‘경마식 저널리즘’을 더욱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방송사들은 여론조사 보도에 신중을 기하며 보도하기 보다는 단정적인 구도나 표현 등을 사용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또 후보자의 공약이나 정책, 자질 검증 등 주요 부분에는 관심이 없고, 지지도 중심의 경마식 보도를 내보내며 경마저널리즘을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신뢰도가 떨어지는 여론조사 보도가 미칠 영향은 큰 문제다.

방송은 앞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곱씹어 이제라도 제대로 여론을 전달할 수 있는 여론조사 보도를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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