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오더를 살펴봤을 때 전남 대방노블랜드의 ‘훈 트리오’에게 0:3 영봉만 당하지 않는다면 충북 제일화재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었다. 또한 바둑황제 조훈현이 박지훈을 맞아 서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경기의 흐름은 충북 제일화재의 시나리오대로 착착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러나 각 팀의 에이스들이 무너지며 승부는 요동쳤고, 충북 제일화재는 최종국에서 서건우가 윤성현을 힘겹게 따돌리며 귀중한 1승을 얻는데 성공했다.
1국에 이어 이튿날 펼쳐진 2국에서는 한상훈이 진동규를 맞아 치열한 끝내기 승부 끝에 반집을 남기며 두 팀은 1:1 동률을 이뤘다. 대국 중 해설을 맡은 김성룡이 진동규의 승리를 외치고, 대국 후 한상훈 본인 역시 이겼는지 몰랐다고 말했을 정도의 눈 터지는 계가 바둑.
이어진 3국에서는 전남 대방노블랜드의 주장 박영훈이 김주호와 엎치락뒤치락 이해할 수 없는 혼전을 펼친 끝에 무릎을 꿇었다. 세계 최정상급 기사로 올라선 박영훈이 유리한 바둑을 역전 당하는 이상 기류를 보인 것. 박영훈의 바둑리그 5승 6패는 사실상 납득이 가지 않는 성적이다. 금년 54승 13패를 기록 중인 박영훈은 바둑리그 성적을 제외하면 49승 7패, 87.5%로 최고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3국의 이변은 4국에 비하면 그 강도가 높지 않았다. 믿었던 이세돌이 루이나이웨이에게 패배한 것. 중국 갑조리그에서 난적 구리를 꺾고 당일 입국한 이세돌은 피로와의 승부에서 패한 듯 보였다. 본인의 주특기인 중반 전투에서 사실상 패배, 리그 8연승 후 3연패의 부진에 빠졌다. 리그 막판으로 달려가며 점차 대국의 비중이 높아가는 가운데 이세돌의 부진은 충북 제일화재의 큰 부담이 될 전망. 팀에서는 이세돌의 살인적인 스케줄에 따른 컨디션 회복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세돌이 패배하며 충북 제일화재의 검토실은 아연 긴장감에 휩싸였다. 상대 팀 윤성현은 맘 편하게 승부에 임할 수 있는 반면, 서건우는 중요한 팀 승리의 매듭을 지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수여 받은 것. 대국은 초반 우상에서 흑을 쥔 윤성현의 스텝이 꼬이는 사이 서건우가 요석을 생포하며 서건우의 우세로 시작됐다. 그러나 윤성현은 좌변 대마 공격에 명운을 건 채 과감한 전략을 펼쳤다. 생각지도 않은 상대의 전략에 당황한 서건우가 대마를 헌납하며 다시 역전. 이후 좌하의 패를 시작으로 좌상 백말의 사활, 좌변 흑진의 돌파, 하변 백말의 사활 등 수많은 승부처가 있었으나, 서건우는 침착한 마무리로 승리에 골인, 팀에 승리를 안겼다.
이후 대구 영남일보와 서울 신성건설 등 상위권 팀들을 상대해야 하는 충북 제일화재로서는 패배했다면 포스트시즌도 자신할 수 없었던 중요한 승부였다. 이번 승리로 충북 제일화재는 큰 이변이 없는 한 포스트시즌 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리그 1위 도전의 기회도 살리게 되었다.
포스트시즌으로 급박하게 달려가고 있는 [KB국민은행 2007한국바둑리그]의 12라운드 3경기는 각각 3위와 4위에 위치해 있는 울산 디아채와 경북 월드메르디앙의 벼랑 끝 승부로 10월 17일부터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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