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려는 정책 방안에 대해 경제계는 연공형 임금체계를 그대로 놔두고 정년만을 연장할 경우 인건비 증가로 기업 경쟁력의 심각한 훼손이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孫京植)는 최근 ‘정년제도의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은 고령자 고용안정을 도모하고 있으나 이들 국가들은 직무 성과급 위주의 유연한 임금체계, 인력의 자유로운 전환배치 등 기능적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는 차이가 크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도 엄격한 해고규제와 근속년수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연공급 위주의 임금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년 연장은 기업 인건비 증가를 가져와 고령근로자들의 조기 퇴직을 촉진시키는 등 고령자의 고용불안정성을 높일 우려가 크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첫째, 선진국과 달리 우리의 경우 호봉제 급여체계를 운영하는 기업이 62.8%로 연공형 임금체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점을 들었다. 이 가운데 순수 호봉급을 도입한 기업은 전체 가운데 45.4%, 호봉-직능급 결합 5.2%, 호봉-직무급 결합 9.8%, 호봉-직능-직무급 결합 2.4% 등 근속년수에 따라 자동 상승하는 연공형 임금제도하에서 정년 연장은 무리가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둘째, 고령근로자의 경우 임금과 생산성과의 차이가 5배에 이르는 등 임금과 생산성과의 괴리가 크다는 점을 들었다. 우리나라 34세 이하 근로자의 임금과 생산성을 1로 볼 때, 55세 이상 근로자의 임금은 3.02로 3배가량 높은 반면, 생산성은 0.6에 불과해 임금과 생산성간 격차가 과도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셋째, 현행법상 임금을 줄이는 임금체계 개편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년 연장은 선진국과 달리 기업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경우 임금을 줄이는 등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경우에는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도록 법에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임금피크제, 직무급제 등 임금체계를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정년 연장을 먼저 해 놓고 임금체계 개편을 도모한다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정년 연장 문제의 경우, 고령화, 기업인력운용의 효율성, 임금체계, 고용유연성, 연금수령 개시연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접근할 사안이므로 정년 연장과 같은 제도적 규율만을 가지고 달성할 수 없는 과제임을 유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금체계 개편이나 고용 유연성 제고 없이 정년제도의 연장을 통해 고령자 고용문제를 해결하려 든다면 일본의 경우와 같이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앞서 60세 정년 의무화와 65세로의 연장을 통해 고령자 고용을 유지하려 하고 있으나 오히려 희망퇴직과 출향(사외파견)이 증가하고 종신고용형태의 계약대신 파트타임, 파견, 계약 등의 비정규직 고용형태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유사한 연공서열형 임금구조를 가진 프랑스의 경우에는, 연령을 이유로 하는 고용차별금지와 연금 수급연령을 하회하는 정년의 설정을 금지하는 등 강한 고용보호 법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전체 실업률이 10%에 이르고 26세 미만 청년실업률이 23%에 달할 만큼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포괄적인 연령차별 금지의 법제화를 통해 정년제도를 폐지하였으며 프랑스는 60~65세인 연금수급연령을 하회하는 정년 설정을 금지하고 있고, 독일은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서 정년제를 두지 않고 있는 등 고령자 고용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고용의 수량적 유연성이 높지 않은 경우에도 직무급 임금체계, 개별 보상 비중 확대 등 임금의 유연성이 높고 근로자 전환배치 등 기능적 유연성이 높아 전체적으로 볼 때 노동시장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정년 연장이나 철폐에 따른 부작용이 적다는 것이다.

상의 관계자는 “고령화 대책의 일환으로 정년 연장 또는 의무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정년 연장의 의무화는 기업인력운용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또다른 규제로 작용할 것이며 임금 및 고용의 유연성 제고 조치가 병행되지 않으면 비정규직의 양산과 청년실업난을 가중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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