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동주민센터 이름 바꿀 수 없다’ 입장 해명
이날 만남은, 한글문화연대가 장관 면담을 요청한 것에 대해 행정자치부 측이 사전 면담을 제의해서 이루어진 자리였다. 한글문화연대는 행정자치부의 '동사무소' 이름 변경에 맞서 지난 9월부터 석 달 가까이 거리 서명 등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방행정정책국은 기존의 동사무소가 행정 업무의 전산화 등으로 인해 앞으로는 사무 기능보다 주민 복지와 문화의 중심이 될 것이기에 이름도 바꾸게 되었다는 사정을 설명했다.
'동사무소'라는 이름이 딱딱한 느낌과 공급자 중심의 이름이라 주민 중심의 부르기 쉬운 이름을 찾다 보니 '센터'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말 중에 마땅한 게 없어 '센터'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한글문화연대 등 시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아 당혹스럽다며 그 대안을 한글문화연대 측에 물었다.
이에 한글문화연대 정재환 부대표는 정부 기관 이름에 영어를 사용한 조치의 부당함에 대해 이웃 중국과 일본의 사례를 들어 지적하고, 거리 서명에서 보여준 시민들의 반응도 전하면서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전달했다.
1. '동사무소'를 그대로 사용하자.
2. 꼭 바꾸어야 한다면 예를 들어 '동다솜누리'와 같이 우리말로 바꾸자. ('다솜'은 사랑, '누리'는 세상이라는 뜻).
이 대안에 대해 행자부 측은 '동사무소'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고, '다솜누리'는 좋기는 하지만 행정 기관 이름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말로 바꾸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현재로서는 '센터'를 다시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꼽았다.
1. 설문조사와 이름선정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동주민센터'를 선정했고, 특히 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였다.
2. 이미 90% 가량이 바꾸었고, 11월 말까지는 완료될 예정이라 이를 지금 다시 바꾸는 것은 사회적 이득이 없다.
이에 한글문화연대 측은 다음과 같이 행자부의 입장을 반박하였다.
1. 연세대 국문과 교수에게 책임을 미루는 것은 대한민국 공무원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해 국립국어원이나 한글 관련 시민단체에게는 아무런 의견도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편파적 설문 방식과 벼락치기로 결정하였고, 시행 전에 한글문화연대가 문제 제기를 하였으나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2. 사회적 이득을 위해 더 굳어지기 전에 당장 우리말로 바꾸어야 한다. 중앙정부가 이런 정책을 앞장서 시행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나 산하 기관들은 물론, 향후 국민들의 언어생활까지 더 혼란하게 만드는 과오를 저지르고 있다. 그러므로 이 일은 당장의 문책 때문에 덮어버릴 사안이 아니다.
이후 논쟁이 거듭될수록 처음의 대안을 찾아보자던 태도는 결국 '센터'를 사수하겠다는 행자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시키려는 태도로 바뀌었다. 행자부 담당자는 이번 일을 거울삼아 앞으로는 조심할 터이니 양해하고 넘어가 달라는 마지막 당부를 했다.
그러나 한글문화연대는 '센터'라는 외래어가 공공기관의 이름으로 굳어지는 걸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주지시키면서, 행자부 장관과의 면담을 거듭 요청하며 자리를 정리했다.
한글문화연대 개요
한글문화연대는 2000년에 창립한 국어운동 시민단체로, 한글날을 공휴일로 만드는 데 가장 앞장섰으며, ‘언어는 인권’이라는 믿음으로 알 권리를 지키고자 공공기관과 언론의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바꾸는 활동을 한다.
웹사이트: http://www.urimal.org
연락처
한글문화연대 간사 유재경 / 02-780-50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