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기억될 이름, 최한규 씨...‘62일의 나눔릴레이’ 5호 행복나누미

2007-12-04 09:46
서울--(뉴스와이어)--목회자를 꿈꾸던 한 청년이 올해 7월 물에 빠진 아이 세 명을 구하고 본인은 유명을 달리했다. 고 최한규 씨(남, 24)의 부모는 최근 그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우체국 통장을 하나 발견했다. 통장에는 매달 사랑의 열매로 정기기부하고 있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부모는 아들의 이웃사랑 정신을 이어 계속해서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고 최한규 씨와 가족을 희망2008나눔캠페인 62일의 나눔릴레이 5호 행복나누미로 선정했다. ‘62일의 나눔릴레이’는 12월1일부터 2008년 1월31일까지 62일 동안 펼쳐질 ‘희망2008나눔캠페인’ 기간 동안 매일 한 사람씩 우리사회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 62명을 선정해 ‘행복나누미’로 선정하는 캠페인이다.

“우체국 가서 어디 빚이라도 남겨놓고 갔는가 조사하다보이 그게 아닌 기라예. 지 형이 가서 조사해보이 그 비밀이 안 있습니까. 우리 한규가예. 전화 한통 남기지 않고 갔습니다. 집에 와서 자도 안 하고 갔습니다.”

어머니는 벌써 목이 메었다. 목회자를 꿈꾸던 24살의 신학생, 어머니가 그토록 보고 싶어 하는 둘째 아들은 지금 이 세상에 없다.

경성대 신학과에 재학중이던 최한규 씨는 지난 7월24일 부산 대연교회에 다니는 초등학생 27명과 함께 포항시 북구 기계면 기계천변에서 하계수련을 실시하던 중 물에 빠진 세 명의 초등학생을 구하고 자신은 기력이 다해 익사했다.

“기계천 바닥에 구덩이가 있었는기라예. 아이들이 놀다가 거기에 빨려들어가꼬 하나는 뜨고 둘은 빠졌는가봐예. 우리 한규가 헤엄을 잘 쳤는데…. 뻘 구덩이에서 하나 건져내고 또 들어가서 구하고 나니 지는 힘이 부족해서 소용돌이에 휩쓸려 들어갔는거라예.”

경남 거제시 하청면의 집에 있던 최 씨의 어머니 전소금 씨(56)는 그날 소식을 듣고 포항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아이들과 수련회 다녀오겠다던 둘째 아들은 차디찬 시신이 되어 병원 영안실에 누워있었다.

통장에 찍혀있는 사랑의 열매

부산의 대연교회에서 온 목사와 장로들이 유가족을 찾았다. 교회 수련회 도중에 일어난 사고였으니 원하면 보상을 하겠다고 했다.

“어째 우리가 돈을 받겠습니까. 우리 한규가 평생을 교회에서 일하겠다고 했으니 교회장으로 장례 치르고 교회 앞에 유골을 묻고 비석 하나 세워달라고 했습니다.”

또 최 씨가 다니던 경성대는 형편이 어려운 신학과 학생을 위한 장학재단을 최한규 씨 이름으로 만들기로 했다.

가족은 최 씨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우체국 통장에서 매달 기부금이 정기적으로 빠져나간 것을 발견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화를 걸었다. 아들이 죽었으니 자동이체를 중지해달라는 전화가 아니었다. 최 씨의 뜻을 이어 계속 후원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생활비를 한 달에 30만원씩 주는데 대학생이 객지에 나가 쓰는 게 좀 많겠습니까. 그런데도 우리 아는 지한테 쓰는 건 하나도 없고 다 기부를을 했는가봐예. 기숙사에서 아침하고 저녁을 먹여주는데 한규는 새벽부터 대연교회에서 살았습니다. 아무것도 안 먹고 다 가부를 한 거라예. 꼭 없는 아맨키로 그래 살아가 부산에서 교회 장로님들이 우리집에 왔는데 깜짝 놀랐답니다.”

아버지는 큰 공장(대우조선)에 다니고 집에서는 작게나마 과수원을 하고 있으니 최씨의 집안은 넉넉하지는 않지만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부산 대연교회 목사와 장로들은 최씨가 워낙 검소하게 지내 가정형편이 꽤나 어려울 것으로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몸에 배인 나눔과 희생

최한규 씨는 어렸을 때부터 봉사와 기부가 몸에 배어있었다. 형 동규 씨는 동생의 미니홈피(www.cyworld.com/lovehankyu)에 이런 글을 남겼다.

“학창시절 한규는 청소년 환경소년단에 들어가서 거제 지역을 둘러보며 지역 사회에 봉사를 했습니다. 열정적으로 활동에 참가하여서 봉사상을 받게 됐습니다. 이때 장학금을 주는 게 있었습니다. 한규는 자기가 받을 장학금을 친구에게 양보했다고 합니다. 자기보다는 친구가 더 필요한 것 같아서 양보를 했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여름 방학기간 중 하청교회에서 필리핀에 단기선교가 있었습니다. 한규는 이때 참가 하게 됐습니다. 필리핀을 여러 곳을 돌아보았습니다. 특히 필리핀 형무소에서 선교를 하는 중 죄수의 손을 붙잡고 기도를 통해 자신의 나아갈 길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단기선교 후 ‘형, 난 해외 선교자가 될 거야’ 이렇게 말하던 동생이 생각납니다.…지금 생각해보면 동생은 자기 것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자신의 것을 나눠주는 것에 더 행복을 느꼈습니다.”

최씨가 2006년 7월11일 미니홈피에 아이들에 대한 그의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적은 글이 있다.

“요즘 유아나 아동친구들에게 관심이 쓰이고 나의 눈에 어린 친구들밖에 안 보인다. 그래서 전도할 때도 어린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전도하는 나의 모습을 바라본다. 참 이상하다. 나는 군에 있을 때는 어린 친구들이 그렇게 눈에 띄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런데 대연교회 소년부 애들을 보면 천사들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다 나에게는 존귀한 친구들이다. 내가 그들에게 배우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에 나는 마음이 설렌다.”

그가 허우적대는 아이들을 구하려 급물살에 뛰어든 것도 이런 지극한 사랑 때문이었을 것이다.

영원히 기억될 이름

“우리 한규 생일 잊어버리지 말라고 이래 했는가봐예.”

지난 10월 8일은 최 씨의 스물세번째 생일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보건복지부가 최 씨 유가족에게 의사자증서를 수여한 날이다. 거실 한편에 걸려있는 의사자증서. 아직 꿈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청년의 이름은 그곳에 그렇게 처연하게 남아있었다.

하지만 부산의 한 교회와 대학에서, 그리고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그가 남긴 나눔과 희생의 정신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곳. 그의 이름이 남아 있는 곳이 있다. 매달 아버지 최명관 씨 계좌에서 사랑의열매 기부금이 이체되고 있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부자 명단이다.

“앞으로도 계속 할 낍니다. 사랑의열매 달고 다니고…. 한규 이름으로 평생 할낍니다. 우리 한규 뜻이니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개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국민의 소중한 성금을 모아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에 전달하는 대한민국 대표 모금·배분기관이다.

웹사이트: http://www.che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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