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및 유류세 공약’관련 방송보도에 대한 민언련모니터단 방송모니터팀 보고서
이런 상황에서 대선시민연대는 ‘유류세 인하’ 공약을 ‘4대 폐기공약’으로 선정했다. 국민 정서상 유류세를 인하하여 서민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왜 ‘폐기공약’으로까지 선정했는지 서민들로서는 의아하기까지 한 사안이다. 이에 우리는 유류세 인하는 서민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대선시민연대의 주장과 함께 방송사들이 그동안 기름 값 인상의 원인과 해결책으로 어떤 내용을 보도했는지, 대선 후보들의 유류세 공약을 어떻게 다뤘는지 분석했다.
유류세 인식 전환과 대선후보의 유류세 공약 분석 필요
가장 큰 오해는 최근의 기름 값 인상이 유류세 때문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유류세는 기름 가격에 따라 변하는 종가세가 아니라, 사용량에 따라 세금을 내는 종량세의 개념이다. 따라서 최근의 기름 값 인상은 유류세와 전혀 관련이 없다. 실제 휘발유의 경우 우리나라의 유류세는 리터당 744원으로 2,000년 이래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두 번째 오해는 우리의 유류세가 외국에 비해서 상당히 높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유류가격 대비 유류세는 57.7%로 OECD 29개 국가 중 휘발유는 14위, 경유는 19위로 중간 수준에 불과하다. 석유가 나지 않는 국가는 대부분 60% 이상을 유지하기 때문에, 오히려 외국이 우리보다 더 높다. 많은 국가가 유류세를 높게 부과하는 이유는 석유가 언제 고갈될지 모르는 한정된 자원이며, 석유제품에 무거운 유류세를 물리는 것은 세금을 통해서라도 소비를 조금이라도 억제하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석유가 고갈되어 갈수록 유류세의 필요성은 점점 더 절실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세 번째 오해는 유류세를 낮추면 서민경제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유류세를 인하하여 휘발유, 경유에 대한 소비량이 급증한다면, 그로인한 사회적 비용은 온통 서민이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유류세 인하가 정말 서민을 위한 정책인지, 아니면 가격 담합을 통해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을 챙기는 정유사의 주머니만 채우는 정책인지 제대로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비싼 기름 값의 직접원인은 정유사들 간의 담합으로 인한 부당이득 취득
우리나라의 기름 값이 인상된 것은 국제원유가의 상승이라는 근본적인 이유와 더불어, 정유사들 간의 담합으로 인한 부당이득 취득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다. 사상 최악의 국제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정유사의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에서 이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또한 이번 대선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은 ‘유류세 인하냐 유지냐’보다, ‘유류세를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지적도 많다. 2006년에 유류세로 걷어 들인 26조원의 세금 중 10조원 정도가 도로 건설, 대안 에너지 개발, 대기 환경 개선 등에 쓰였다. 그러나 그 중 도로 건설과 같은 사회간접 자본 구축에 쓰이는 돈이 더 많았다. 도로 건설 등에 유류세를 사용하는 것 보다는 기후 변화 대응, 대기 환경 개선, 대안 에너지 개발 등에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비싼 기름 값에 대한 보도량은 비교적 많아
이렇듯 유류세 인하 주장은 수많은 허점을 안고 있음에도, 대선 후보들은 유류세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방송은 어떻게 보도하고 있을까.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국내 기름 값 인상에 대한 방송 3사의 보도는 KBS 27건, MBC 30건, SBS 16건으로 총 73건의 보도가 있었다. 올해 들어 기름 값 인상이 얼마나 자주 있었는지와 이에 대해 서민의 삶에 대한 우려가 많았음을 보여준다. 이 보도 중 기름 값 상승의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한 보도는 KBS 18건, MBC 23건, SBS 9건으로 대부분의 보도가 기름 값 상승의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었다.
방송사, 기름 값 상승의 원인을 ‘정유사 담합’으로 꼽는 내용이 가장 많아
방송사 별로 국내 기름 값 상승의 원인으로 국제적 상황 악화, 높은 유류세, 정유사 담합 등을 주로 들었다. 이 중 방송사별 구분 없이 살펴보면, 정유사 담합 등을 원인으로 꼽은 것이 1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기름 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국제적 상황을 지적한 경우가 14건이었고, 높은 유류세가 원인이라고 꼽은 것은 8건에 그쳤다.
방송사 별로 보면 KBS는 정유사 담합 등을 원인으로 꼽은 보도가 8건으로 가장 많았고, 국제적 상황을 원인으로 꼽은 보도가 6건, 높은 유류세가 2건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MBC도 비슷해서 정유사 담합이 7건, 국제적 상황이 5건, 높은 유류세가 4건이었다. SBS는 정유사 담합이라는 지적과 국제적 상황이 3건으로 같았으며, 높은 유류세가 2건 보도되었다.
해결책으로는 정유사 담합 해결이 아닌 유류세 인하가 많아
반면 방송사들이 유류세 문제의 해결책으로 가장 많이 제시한 것은 가장 큰 원인으로 꼽지 않았던 유류세 인하였다. 방송보도 중에서 기름 값 인상 문제의 해결책 중에서 유류세 인하가 23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정유사 담합 등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점이 20건, 대체에너지 개발이 5건으로 제시되었다.
특히 MBC는 기름 값 인상의 해결책으로 유류세 인하를 제시한 보도가 12건이나 되었으며, 반면 정유사 담합 등 해결에 대해서는 7건, 대체 에너지 개발은 1건 뿐이었다. KBS는 정유사 담합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8건, 유류세 인하를 7건으로 비슷하게 제시했으며, 대체 에너지 개발도 3건으로 꼽았다. SBS는 타 방송사에 비해 워낙 보도량이 적었지만, 정유사 담합 등 해결이 5건, 유류세 인하가 4건, 대체 에너지가 1건으로 제시되었다.
전체적으로 방송3사의 기름 값 상승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보도를 다시 한번 짚어보면 MBC와 SBS는 원인을 ‘정유사 담합’과 ‘높은 유류세’ 문제로, KBS는 ‘정유사 담합’으로 봤고, 해결책은 방송 3사 모두 대체로 ‘유류세 인하’에 비중을 두는 태도를 취했다.
방송사의 앞뒤 안맞는 ‘유류세 인하’ 요구
유류세 인하에 대한 방송사들의 입장은 대체로 비슷했다. KBS는 <인하 요구 빗발>(10/26)에서 “정부의 세금 인하 불가론 속에 소비자들이 고유가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셈”이라며 유류세 인하를 강하게 주장했다. MBC도 <기름 값 세계 8위>(6/20)에서 “우리나라 기름 값, 비싸다 비싸다 했는데 … 그 주된 원인은 기름 값에 붙는 세금이 너무 높기 때문”이라며 기름 값 상승의 원인으로 유류세를 들고 있다. 6월 8일 <사상 최고치> 보도에서도 “기름에 붙는 세금 낮추라는 소리도 더 커지고 있다”며 유류세 인하를 요구했다. SBS도 6월 12일 <고유가 ‘네 탓’>보도에서 “지난해 유류세로만 26조 원을 걷는 등 손쉽게 세금을 거두고 있다”며 정부를 비판했고, 7월 11일 <핵심 빼고 변죽만>에서도 “기름 값 8만원 가운데 4만 6천 원이 세금”이라며 기름 값 중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처럼 방송사들까지 나서서 기름 값 문제의 해결책으로 유류세 인하를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휘발유 기준 유류세는 744원으로 2000년 이후 변화가 없다. 또 현 유류세는 가격에 따라 변하는 ‘종가세’가 아니라, 사용량에 따라 세금을 내는 ‘종량세’의 개념이다. 따라서 최근 기름 값 상승과 유류세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정유사의 마진은 지난해 연말부터 올 5월까지 59%나 오른 것으로 나타나 정유사들의 폭리가 기름 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07년 상반기에 정유사가 발표한 공장도가격은 542원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 공장도 가격은 506원, 유류세를 제하고 나면 실제 유통마진은 93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회사들이 유통 마진을 부풀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진 의원은 휘발유 가격 거품이 올해 상반기에만 1,870억 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또한 올해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석유제품 담합으로 소비자들의 피해규모는 2천 4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각 주유소에서 차량의 연료를 구입한 운전자들의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얘기다. 이처럼 정유사들의 불합리한 가격 구조가 유류가 인상의 근본적인 문제였던 것이다.
구분영국독일프랑스이태리한국스페인일본 캐나다미국휘발유66.664.66460.558.952.643.930.314.9순위124111321242729<표5> 주요 OECD 국가별 휘발유 세금비중(2006년 기준, %)
또한 방송사들은 유류세 비중을 다른 나라의 것과 비교하며 우리나라의 유류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음을 지적했다. MBC는 <해도 너무한다>(6/13)에서 “국민 소득 수준에 비해 우리나라는 휘발유값도 비싸고, 세금도 너무 비싸다”며 유류세 인하를 주장했다. SBS도 5월 14일 <57%가 세금>이라는 보도에서 “결국 휘발유 값의 57%는 정부가 결정한다”며 “휘발유 값 가운데 세금 비중이 OECD 회원국 평균보다 5% 포인트 정도 높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방송은 국민 소득과 OECD 회원국 평균 수준 대비 세금 비중과 우리나라의 유류세 비중을 비교하며 유류세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었다는 주장하고 있지만, 서두에 언급한 대로 우리와 같은 비산유국의 경우 대부분 60%의 유류세를 매기고 있다. 각 국의 상황에 따라 다른 비율로 유류세가 책정 되는 것임에도 이런 문제는 고려하지 않고 우리나라가 많은 유류세를 내고 있는 것인 양 부각한 것은 잘못된 보도이다.
또, 방송사는 서민들이 높은 유류세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유류세 인하를 주장했다. MBC는 6월 8일 <사상 최고치>보도에서 “기름 값의 60%에 달하는 세금을 내리지 않겠다는 것은 서민들의 고통을 모르는 처사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며 유류세 인하를 주장했다. KBS도 <기름 값 거품 없나>(6.7)에서 “기름 값이 오르면 서민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는 점도 유류세 인하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유류세 인하를 압박했다.
유류세에 대한 적절한 설명 부족한 채 오해만 불러일으켜
유류세를 단순히 기름에 매기는 세금정도로만 봐서는 안 된다. 석유 제품을 사용함에 따라 발생하는 각종 환경오염과 교통 혼잡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필요하다. 서울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10조원에서 40조원에 이르고, 수도권의 교통 혼잡 비용이 매년 12조원에 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류세가 사용되고 있다. 즉, 환경 부담금인 것이다. 유가가 치솟는다고 해서 유류세를 낮춘다면 앞서 말한 사회적 비용은 다른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앞에서는 생색을 내며 유류세를 인하할 수 있지만 결국 이것 역시 국민의 부담으로 되돌아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방송사들은 유류세 인하를 이야기 할 뿐이지 유류세를 인하함으로써 발생하는 세금의 공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고 있다. KBS가 <정부하기 나름>에서 “자영업자들의 소득 파악을 강화하는 조세 정상화 노력만으로도 줄어든 세수를 보전할 수 있다”고 보도하였지만 구체적인 실현 방법 등은 제시하지 못했다. 무턱대고 유류세를 낮추는 것이 서민들을 위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방송 3사는 너나할 것 없이 유류세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등유, 중유, 휘발유에 붙는 세금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 채 뭉뚱그려 유류세에 대해 비판하는 것도 문제다. 등유는 주로 서민들이 연료로 사용하고, 중유는 공장에서 연료로 사용하며, 휘발유는 자동차 등의 연로로 쓰인다. 이렇듯 각각의 사용처가 다르고, 이에 따른 세금의 비율도 다른데 방송사들은 이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은 채, 서민과 자동차 이용자, 기업 모두가 지나치게 높은 유류세로 고통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 서민 위한 진정한 해결책 찾아 보도하는 자세 아쉬워
유가가 상승함으로써 많은 국민들이 힘겨워하고 있다. 따라서 유류세 인하에 대한 각 후보의 대선공약은 서민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때 유류세를 인하하라고 주장하는 일은 매우 간편하게 유권자와 시청자의 마음을 살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방송은 이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사안의 본질을 파악하고, 유류세 인하가 서민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진정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검토하여 책임 있게 보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지금의 보도 행태는 흐름에 부합하여 ‘유류세 인하’의 여론을 따라다니거나 부추기는 실정이다. 방송 3사는 유류세가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들을 지적하여 유류세가 적절한 곳에 쓰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고, 꾸준히 문제 제기 되고 있는 정유사의 담합과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또한 유류세 인하에 대한 후보자들의 입장이 갈리고 있는 지금, 이에 대한 후보자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보도가 1건도 없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점이다. 특히 유권자 중심으로 만들어진 의제인 ‘대선시민연대’ 폐기 공약에 대해서 이처럼 방송사가 무관심한 것에 대해서 아쉬움을 표하면, 앞으로 이 유류세 관련 공약을 분석하고 심층적으로 접근하려는 보도가 늘어나길 기대한다.
(사)민주언론시민연합 ‘2007대선 민언련모니터단’ 방송모니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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