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에도 ‘눈동자’가 있다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남홍길(南洪吉 48세, 교수) 유종상(柳宗相 33세, 박사과정) 연구팀은 과학기술부와 농촌진흥청이 지원하는 21세기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의 지원으로 금호생명환경과학연구소,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식물의 빛 수용단백질인 피토크롬(Phytochrome)에 의해 인지된 빛의 정보를 최적화하는 기능을 가진 새로운 유전자를 발견하고, 이의 원리를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남 교수 연구팀은 이같은 결과를 생물학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셀(Cell) 최신호(11일자)에 발표했다.
1952년 미국 생물학자 H.A. 보스윅과 S.B. 헨드릭스에 의해 동물의 눈과 같이 식물에서도 빛을 흡수하여 생리학적 기능을 조절하는 색소단백질인 피토크롬이 존재한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이 빛의 양이나 밝기를 적절히 조절해 세포가 최적의 상태로 활용하도록 만드는 작용원리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분자생물학계의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었다.
남 교수팀은 2001년부터 애기장대(Arabidopsis)라는 식물에서 발현되는 전체 단백질 중에서 피토크롬과 물리적으로 직접 결합하는 단백질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남 교수팀은 피토크롬에 의해 인지된 빛의 정보를 정교하게 조절하여 최적화 하는 등의 핵심기능을 가진 유전자를 발견하는데 성공하고, 이를 'PAPP5'로 이름 붙였다.
특히 연구팀은 식물체내 피토크롬의 활성도 조절 작용인 인산화(燐酸化) 반응에 PAPP5가 관련돼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계속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 PAPP5는 피토크롬의 인산화 상태를 다양하게 조절, 빛 신호의 정도에 따라 피토크롬 단백질의 수명과 이로부터 빛 신호를 전달받는 중간 매개자들에 대한 결합력을 제어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개가를 올렸다.
남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사람 눈의 홍채나 카메라 렌즈의 조리개처럼 식물에서도 흡수된 빛의 양을 필요에 맞게 적절히 조절하는 고도로 정교한 생화학적 조절 메커니즘이 존재함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생물학계의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식물 광수용체의 본질에 더욱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한편 연구팀은 이 유전자를 정상 식물체에서 유전공학적 기법을 응용하여 과다 발현시킨 결과 빛 신호에 대한 민감성이 20~30% 정도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같은 결과는 적은 양의 빛으로도 생육이 가능한 농작물 개발에 직접적인 응용이 가능해, 학술적 성과 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활용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양도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장(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은 “이번에 새롭게 발견한 식물의 빛 인식에 관한 조절 메커니즘은 농작물에서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직접 활용이 가능해, 일조량이 적은 지역에서도 고품질의 높은 수확을 기대할 수 있어 제2 녹색혁명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남홍길 교수 주요 수상 내역
1) 1994 - 신동아 선정 “20세기를 이끌 분자생물학자” 1위 선정
2) 1998. 10. - 영국 cambridge “20세기 2000명의 과학자” 선정
3) 2000. 5.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제10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 수상
4) 2000. 11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
5) 2002. 11. 15 - 농림부 - “제 5회 대한민국 농업과학기술상 과기부 장관 표창”
‘셀’ 게재 논문(국문 요약)
생물학적 광(光) 신호전달 시스템은 상위에서 하위 신호전달자(signal transducer)로의 정교한 조절을 받는 흐름의 경로(徑路, flow pathway)를 가질 뿐 아니라, 정보 흐름의 유량 (流量, flux)을 적절히 조절해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식물에서 적색(赤色, red) 및 원적색(遠赤色, far-red) 파장에 대한 광수용체(光受容體, photoreceptor)인 피토크롬(phytochrome)에 의해 매개되는 광 신호전달 경로에서 많은 초기 하위 전달자들이 소위 "yeast two-hybrid screening"을 통해 '피토크롬 결합인자(phytochrome-interacting factor)'로서 동정되어 왔다.
광 신호는 가장 먼저 피토크롬의 Pr-형에서 Pfr-형으로의 광변환(光變煥, photo-conversion) 과정을 통해 인지되고, PIF3나 NDPK2와 같은 초기 하위 신호전달자들에게 연동되며, 이 과정에서 이들 분자들은 피토크롬의 활성형태인 Pfr-형과의 선택적 결합을 통해 인지된 광 신호를 전달받게 된다.
그렇다면, 광 신호의 정보 유량은 어떻게 조절 받게 되는 것일까? 지금까지의 여러 실험적 증거들은 피토크롬에 의해 인지된 정보가 전달 경로상의 여러 단계에서 그 흐름의 유량이 조절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으며, 그 일차적인 조절은 광수용체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피토크롬 분자가 갖는 여러 특이적 성질을 고려해 볼 때, 핵-세포질간 분배(nucleocytoplasmic partitioning), 광 의존적 붕괴(light-dependent degradation), 인산화 상태의 조절(regulation of phosphorylation state) 등이 광 정보의 유량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이 될 것으로 제시되고 있다.
PAPP5는 애기장대 cDNA 클론들에 대해 yeast two-hybrid screening을 통해 애기장대의 피토크롬A에 결합하는 단백질로서 동정 및 분리되었다. 초기 PAPP5가 상기한 바와 같이 피토크롬A와 결합하는 단백질로 분리 동정되었으나, 이후 in vitro 상에서 피토크롬A 뿐만 아니라 피토크롬B와도 결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피토크롬A의 단편들을 이용한 yeast two-hybrid 실험을 통해 PAPP5의 피토크롬A에 대한 결합부위는 C-말단 253개의 아미노산 부위임이 증명되었다.
또한, PAPP5는 피토크롬의 상호 변환적인 두 가지 광 흡수형태인 Pr-형과 Pfr-형에 대해 상대적으로 상이한 결합력을 보이는데, 귀리에서 분리한 피토크롬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PAPP5는 Pfr-형에 비해 Pr-형에는 약 40% 정도 결합력이 감소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PAPP5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은 타 생물체들에서 기 보고된 "제 5형 단백질 탈인산화효소(type 5 protein phosphatase, PP5)"들의 아미노산 서열과 높은 상동성(similarity)을 보였으며, PP5계 효소들의 구조적 특징인 N-말단부위의 'tetratricopeptide repeat (TPR)'이 3번 반복되는 도메인과 C-말단부위의 '제 2A형 단백질 탈인산화효소 촉매활성 (PP2Ac)' 도메인이 잘 보존되어 있다.
TPR 도메인은 PAPP5와 피토크롬이 결합하는데 있어 필수적이며 동시에 충분적인 요소임이 PAPP5단백질의 인위적인 단편들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밝혀졌으며, 한편으로는 기질을 접하기 전까지 효소활성을 스스로 억제하는 자기억제(autoinhibition)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증명되었다.
PAPP5 단백질의 세포내 소 기관별 분포(subcellular localization) 양상을 분석한 결과, PAPP5 단백질의 소 기관별 분포는 피토크롬의 분포 양상과 높은 동질성을 보이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즉, 암(暗)조건에서는 세포질에 분포하나 명(明)조건에서는 핵으로 이동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PAPP5의 핵으로의 이동과 핵질내에서 스페클(speckle)의 형성이 피토크롬에 의존적이란 것이며, 이는 한편으로 PAPP5와 피토크롬간의 in vivo 상에서의 결합을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PAPP5 유전자의 기능을 광 생리학적인 견지에서 분석해 본 결과, PAPP5는 피토크롬A와 피토크롬B에 의해 매개되는 정보 흐름의 유량을 순기능적으로 증대시키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지속적인 광 신호에서 보다는 짧은 주기로 일시적인 과다 정보에 대한 반응성을 조절하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In vitro와 in vivo 상에서 재조합 및 자연적인 상태로 분리된 귀리 피토크롬A를 이용한 실험에서 PAPP5는 Pfr-형의 인산화되어 있는 세린(serine) 잔기들 모두에 대해 효과적으로 탈인산화의 활성을 나타내었으나, 비활성형태인 Pr-형에 대해서는 그 효소 활성도가 현저히 낮아짐이 관측되었다. 이러한 실험적 증명은 PAPP5에 의해 매개되는 피토크롬의 탈인산화 반응이 기질이 되는 피토크롬의 광 흡수형태에 의존적인 반응임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상기의 실험을 통해 PAPP5의 TPR 도메인이 인산화된 Pfr-형의 피토크롬을 기질로 선택함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임을 알 수 있었다. 이상의 결과들을 기 기술된 광 생리학적 결과들과 함께 고려해 볼 때, PAPP5에 의해 매개되는 생물학적 활성형태인 Pfr-형의 피토크롬에 대한 탈인산화 활성도의 변화가 식물의 광 신호전달 과정에서 정보의 유량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연역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
주지한 바와 같이 피토크롬에 의해 인지된 광 신호는 피토크롬과 물리적인 결합력을 가지는 여러 하위 신호전달자들에게 연계된다.
In vitro와 semi-in vivo 실험을 통해 인산화된 Pfr-형의 피토크롬이 PAPP5에 의해 탈인산화 되었을 때, 순기능적 하위 신호전달자 중 하나인 NDPK2에 대한 결합력(affinity) 증대가 확인되었으며, 아울러 심화 연구를 통해 이러한 NDPK2의 결합력 조절에 관여하는 세린 잔기는 피토크롬의 요체(要諦, hinge) 부위에 있는 잔기임을 확인하였다.
또한, PAPP5에 의해 Pfr-형 피토크롬A가 탈인산화되었을 때는, 인산화되었을 때보다 단백질의 안정성(stability)이 증대되어 붕괴시간이 지연됨을 확인하였는데, 이 때 영향을 미치는 세린 잔기는 요체부위가 아닌 N-말단 연장부(N-terminal extension)에 존재하는 잔기임을 확인하였다.
이상을 총괄적으로 종합해 볼 때, 본 연구에 의해 증명된 실험결과들은 광 신호전달 과정에서 광수용체인 피토크롬의 인산화 정도에 따른 역할과 조절에 관한 몇 가지 중요한 작용기전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피토크롬 인산화의 정도는 생물학적 활성형인 Pfr-형에 선택적으로 작용하여 탈인산화의 활성을 보이는 PAPP5에 의해 그 정도가 낮아진다.
둘째, 광 신호전달 과정에서 순기능적 조절인자인 PAPP5의 탈인산화효소 활성도는 광 반응성에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따라서, 피토크롬의 자가 인산화 활성(autophosphorylation) 또는 연접한 인산화효소(phytochrome-associated kinase(s))에 의한 인산화 반응은 신호전달 과정에 있어 정보의 흐름을 보류 및 지연(attenuation)시키는 반응이다.
셋째, PAPP5에 의한 Pfr-형 피토크롬의 요체 부위에 있는 인산화된 세린 잔기의 탈인산화 반응은 순기능적 하위 신호전달자인 NDPK2에 대한 피토크롬의 결합력을 증대시켜주며, 이는 계속해서 광 반응성을 높여준다. 넷째, PAPP5에 의해 선택적으로 Pfr-형 피토크롬의 N-말단 연장부에 존재하는 인산화된 세린 잔기가 탈인산화 되어질 때, 피토크롬 단백질의 안정성은 증대되며, 이는 역시 계속해서 광 반응성을 높여주는 효과를 제공한다.
이에 본 연구를 통해 피토크롬 자가 인산화 활성/연접 인산화효소 활성에 대응하여 Pfr-형 피토크롬 특이적 PAPP5의 탈인산화 활성이 쌍을 이루어 상호반작용(相互反作用, counter-action)의 방식으로 광 신호의 정보 유량을 정교하게 조절하여 신호전달 경로의 하위에 연계시켜줄 것이라는 작용기전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자 하며, 이러한 조절은 피토크롬의 단백질 안정성 및 NDPK2와 같은 하위 신호전달자들에 대한 결합력에 의해 매개되고 있음을 아울러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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