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모니터단 ‘2007 대선 신문보도 모니터 종합보고서’
하지만 선거보도는 이러한 역할을 도저히 할 수 없을 수준으로 전개되었다. 정책선거는 실종되고, 중요한 후보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일부 신문의 편파보도는 극에 달했다고 지적받았다. 그나마 제대로 된 선거가 이뤄지기 위해 필요한 언론의 역할을 다하고, 이번 선거 최대의 관심사가 된 후보검증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신문의 경우 한나라당으로부터 거액의 소송을 제기 받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 언론들, 특히 보수신문들이 보인 특정후보에 대한 줄서기나 다름없는 보도행태는 언론사에 부끄러운 한 단면으로 길이 남을 것이라 확신한다. 아울러 이번 선거가 제대로 된 정책대결의 장이 되지 못하고, 하루가 다르게 유권자들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던 가장 큰 책임을 정치권에게 지운다 하더라도 그것을 방조, 묵인하거나 오히려 부추겼던 신문들의 보도행태 또한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우리 단체가 대선 투표일 전까지 약 60일 동안 주요 일간지를 대상으로 모니터한 결과를 살펴보면, 이 같은 평가가 더욱 분명해진다. 이번 보고서는 전체 선거보도를 대상으로 한 양적분석 결과이지만, 각 신문들이 얼마나 정책관련 보도를 백안시하고 후보들의 동정이나 정치공방에만 매달렸는지 확연하게 드러내 준다. 특히 조선·중앙·동아가 특정후보에게 ‘올인’하다시피 노골적으로 드러낸 편파성이 양적분석으로도 충분히 나타났다.
Ⅰ. 분석 기간 및 대상
우리 단체는 10월 25일부터 투표일 2일 전인 12월 17일까지 55일 동안 6개 주요 일간지를 모니터했다. 분석 기간 동안 보도된 선거 관련 기사는 총 5,162건이다. 하루 평균 93.9건의 기사가 나온 셈이다. 6개 일간지 중에서는 한겨레신문이 902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향신문은 818건으로 상대적으로 가장 적었다.
이번 모니터의 경우 모니터 기간이 된 전체 55일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시기를 나눠 진행했다. 그 이유는 이회창 씨의 대선 출마설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이전 시기와, 그 직전 시기, 그리고 이회창 출마 이후의 보도가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애초 후보로 분류되지 않았던 이회창 씨를 출마설이 나오기 전부터 ‘후보’로 포함시켜 모니터하지 않았을뿐더러, 출마가 기정사실화되었을 때도 출마를 100% 확신할 수 없는 기간이 이어졌기도 했다. 또한 이회창 씨가 출마를 선언하기 직전 며칠 동안의 경우 비정상적인 선거보도가 봇물처럼 쏟아졌던 관계로 그 기간을 따로 분류해 분석하는 것이 전체 선거보도 경향의 평균적인 현상을 살펴보는 데 있어 더 유효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Ⅱ. 선거 50여일 전후 (10/25~11/1)
분석 기간(8일) 동안 보도된 기사는 총 536건으로, 6개 신문에서 하루 평균 67건의 기사가 지면에 실렸다. 이 기간은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의 존재를 양심고백하여 사회적 관심사가 삼성에 쏠렸던 때이며, 김경준 씨가 송환될 시기를 두고 관심을 모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 기간 동안에는 경향신문이 98건으로 가장 많은 선거 관련 보도를 냈고, 나머지 신문은 비슷했다.
Ⅲ. 이회창 후보 출마 선언 직전(11/2~11/6)
11월 7일 한나라당의 총재를 지낸 이회창 씨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97년과 2002년 두 번의 대선에서 김대중·노무현 후보에게 각각 패배한 바 있는 이 씨의 이번 ‘대권 3수’ 도전은 30여일 남은 대선 판도를 밑바닥부터 뒤흔들며 앞길을 내다보기 힘들게 했다. 특히 대선 출마 선언 전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20%를 전후한 지지도를 얻으면서 ‘이회창 출마’는 남은 대선 기간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고, 이명박·정동영·문국현·권영길·이인제 등 기존의 각 정당 대선 후보 진영에서는 저마다 이해득실을 따지며 선거전략을 수정하기에 바쁜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이회창 씨로 인해 이번 17대 대통령 선거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고, 이러한 변수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유권자들로서도 적지 않은 혼란을 겪게 됐다. 물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피선거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통령 후보에 나설 수 있어 이 씨로 인해 변수가 많아지고 혼란스러워졌다고 그를 탓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두 번의 대선에서 패배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한 것은 물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약속을 확인한 바 있는 이 씨의 출마는 정치권과 유권자 모두에게 당혹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따라서 언론들은 이 씨의 출마가 가진 잘잘못을 따질 필요가 있고, 실제 대부분의 언론이 이 씨의 약속 위반, 정당정치에 대한 위협, 극우보수로 치닫는 이 씨의 언행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일부 신문의 경우 한국정치를 우려하는 순수한 동기에 따른 비판과 지적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보도태도도 있었다. 특히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신문들은 마치 ‘이회창 출마 저지’ 자체가 목표인양 사설과 칼럼에서 걸러지지 않은 주장을 막무가내 식으로 쏟아냄으로써 특정정치세력의 대변인 노릇을 톡톡히 했다.
또, 한편으로 이들 신문들은 이 씨가 출마 선언을 하기도 전부터 매일같이 이 씨와 측근들의 동정, 한나라당의 반응, 여론의 추이 등을 대대적으로 다루면서 선거와 관련한 다른 이슈들은 물론 ‘삼성비자금’ 등 중요한 사회현안을 소외시켰다. 출마 결심을 굳혀가는 이 씨 측의 행보와 이 씨 출마에 따른 지지도 변화를 도배질하듯 중계식으로 전한 이들 신문들로 인해, 이회창 씨는 오히려 대중적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게 되어 역설적으로 자신을 비판하는 신문들의 득을 보기도 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은 이 씨의 지지도가 각 신문들의 경쟁적인 여론조사 보도 때문이고 이로 인해 이 씨와 출마 결심을 굳힐 수 있었다는 지적도 전혀 근거 없다고 보기 힘들었다.
우리 단체는 이회창 씨가 22.4%의 지지도를 얻었다는 MBC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됨으로써 이 씨의 대선 경쟁력이 확인되고,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2002년 대선잔금’ 내역이 담겨 있다는 이른바 ‘최병렬 수첩’을 거론하며 이회창 출마를 공격하고 나선 11월 1일 직후인 2일부터 이 씨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한 11월 7일 전날인 6일까지 4일 동안의 신문보도를 집중적으로 모니터했다. 그 결과 각 신문들은 하루에만 적게는 4건, 많게는 15건에 이르는 ‘이회창 출마’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특히 동아와 조선은 각각 2일과 5일 하루에만 3건의 사설·칼럼을 ‘이회창 출마’에 대한 비판으로 채우기도 했다. 이들의 경우 이회창 출마에 대해 합리적이고 냉정한 비판의 수준을 넘어 특정 정치세력을 자임하는 당사자의 입장에 선 것이다.
표에서 보듯 모니터 기간 4일 동안 선거 관련 전체 보도량은 382건이었다. 이 가운데 ‘이회창 출마’와 관련된 보도는 165건(43.2%)으로 나타나 거의 2건 중 1건은 ‘이회창 출마’ 관련 보도였다. 특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각각 51.4%와 49.2%로 ‘이회창 출마’ 관련 보도의 비중이 높았다. 경향과 중앙은 각각 42.1%와 41.9%로 평균에 근접했고, 한겨레와 서울은 각각 37.9%와 35.5%로 비교적 적은 비중을 보였다.
보도 비중뿐만 아니라 보도량 자체도 많았다. 모니터 대상 여섯 개 신문에서만 ‘이회창 출마’와 관련해 하루 평균 40여건의 기사가 쏟아졌다. 한 개 신문으로 따질 경우 적은 경우 5건에서 많은 경우 8건이 넘는 ‘이회창 출마’ 관련 기사가 매일 아침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사설과 칼럼(내부필자 칼럼과 외부필자 칼럼 포함)에서는 ‘이회창 출마’를 주제로 한 글의 비중이 훨씬 높았다. 4일 동안 6개 신문에서 선거와 관련해서 쓴 사설·칼럼은 45건이었고, 이 가운데 31건이 ‘이회창 출마’와 관련돼 무려 68.9%의 비중을 보였다. 특히 중앙일보는 전체 9건의 선거 관련 사설·칼럼 가운데 7건(77.8%), 조선일보는 전체 8건 중 6건(75%)이 ‘이회창 출마’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동아일보는 11건 가운데 8건(72.7%)이 ‘이회창 출마’와 관련되어 양적으로는 가장 많았다. 한편 한겨레는 전체 5건 중 4건(80건)이 ‘이회창 출마’와 관련되어 비중은 가장 높았지만, 양적으로는 보수신문의 절반 정도였고, 서울신문과 경향은 둘다 6건 가운데 3건으로 50%의 비중을 보였다.
보도비중과 양적 분석만으로도 조·중·동은 다른 신문에 비해 구별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들이 왜 이렇게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퍼부은 것인지는 기사와 사설·칼럼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조·중·동, ‘이회창 출마’ 비난하는 정치권 목소리 중계하며 제목의 편파성 두드러져
134건에 이르는 ‘이회창 출마’ 관련 기사의 경우 6개 신문이 큰 차별성을 보이지 않았다.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폭로’한 이른바 ‘최병렬 수첩’에 담긴 내용을 거론하며 2002년 대선자금 문제를 부각시킨 것이나, 각 언론사에서 경쟁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회창 씨의 지지도를 시시각각 중계하며 대선판도에 미칠 영향을 따져보고, 이회창 측의 동정을 중심으로 한나라당의 반응과 범여권의 입장 등을 나열하는 데 급급했다.
특히 단지 ‘대선잔금 내역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적힌 수첩을 본 적이 있다’는 이방호 총장의 폭로를 마치 중계하듯 일문일답식으로 보도하고 해설까지 덧붙이는 신문들의 보도태도는 신뢰할만한 정황증거는 물론 구체적인 물증 증거까지 제시하며 ‘삼성 비자금’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 관련 보도와 비교해보면 이중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최병렬 수첩’과 관련한 기사들의 경우, 내용에서는 이 총장의 발언을 상세히 중계하고, 2002년 대선자금과 관련된 검찰 수사 결과를 돌이켜보는 등 양적으로 과다하다는 점 외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보수신문들의 경우 제목에서 그들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2002년 대선자금’ 문제를 이회창 씨만의 문제로 몰고 갔다.
조선은 11월 2일 <이방호 “최병렬 전 대표 수첩에 충격적 내용있다”>, <“이회창 대선잔금 의혹 밝혀라”>, <이회창 “아킬레스 건” 건드려 출마포기 압박>, <“모든 짐 짊어지고 감옥가겠다”> 등을 기사 제목으로 달았고, 중앙 또한 <이방호 “최병렬 자금 수첩 본 적 있다”>, <“이회창 전 총재 출마하려면 2002 대선 잔금 의혹 풀어야”> 등을 제목으로 달았다. 동아도 3일 보도에서 <최병렬 올 5월 “대선잔금 154억 이회창측으로 갔다”>, <이회창캠프 847억 모금...용처 검증 없이 “수사 끝”> 등으로 보도했다. 이방호 총장과 한나라당 측의 일방적 주장을 제목으로 적극 부각시킨 것이다.
조선·중앙·동아의 기사 제목 편파성은 ‘2002년 대선자금’ 관련 기사 외에도 ‘이회창 출마’ 관련 보도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조선일보는 3일 ‘이회창 출마’ 관련보도를 ‘특별기획’ 형식으로 다루면서 13건의 기사를 쏟아냈다. 기사 제목을 살펴보면 <이인제 “출마땐 나보다 죄질 더 나빠”>, <정동영 “이회창 출마는 역사의 코미디”>, <한나라 초선 39명 “이회창 출마 반대”>, <“정권교체 막는다면 역사를 그르치는 일”>, <DJ처럼 "정계은퇴 번복" 이인제처럼 “경선 불복”> 등 이회창 출마를 비난하는 정치권 인사들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평소 같으면 이인제 후보와 정동영 후보가 비슷한 내용의 발언을 할 경우 한 건의 기사에서 묶어서 보도했겠지만, 굳이 이번에는 따로 분리해서 기사 제목으로 부각시켰다. 조선은 5일에도 <“제 정신이냐...역사의 죄인 될 것”>, <이회창 출마 반대 ‘민주연대21’ 단식 농성>, <이회창측 “보수 분열 책임론 어쩌나…”> 등을 제목으로 달았다.
동아일보 또한 <한나라 초선들 “창출마 반대”>, <“부패 핵심 창, 출마땐 역사 코미디”>, <“경선 승복한 박전대표, 창출마 찬성 안할 것”>, <친박 김무성 최고위원 “이회창 출마 반대”> 등의 제목으로 이회창 출마를 비난하는 인사들의 발언을 제목으로 부각시켰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10건이 넘는 기사를 실으면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발언을 각각 독립된 기사에서 인용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이를 일일이 기사 제목으로까지 붙여주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없다.
이에 비해 한겨레의 경우, 2일 ‘대선자금’과 관련해서는 <‘대선잔금 기록 수첩 있다’ 이명박쪽 정면돌파 선회>, <검찰 조사받지 않은 내용 사용처 드러날 땐 치명상> 등을 제목으로 달았고, 3일에는 이회창 출마 반대 목소리를 다루면서 <“이회창 불출마를”-“출마를”>, <이후보 “이 전 총재는 정권교체 힘 모아야”> 등으로 기사 제목을 달아 일방적이고 감정적이기까지 한 ‘비난’을 그대로 인용한 조·중·동과 뚜렷한 차별성을 보였다.
한편 ‘이회창 출마’에 관련해 이토록 많은 기사를 실어 비난 목소리에 비중을 두고 정치권 동정을 중계식으로 상세히 전하면서도 정작 ‘이회창 출마’라는 정치 현상에 대해 논리적으로 차근차근하게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보는 기사는 찾기 어려웠다.
그나마 경향신문이 3일 <‘대선 다자구도’ 보수의 위기인가, 진보의 위기인가>에서 “진보·보수 진영에 내적 위기감이 부풀고 있다”며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출마설, 범여권의 후보단일화 난항이 촉발시킨 대선구도의 다극(多極)화 여파”를 짚어본 것, 한겨레가 6일 <이회창 출마명분 허점 어떻게 메울까>에서 이회창 씨가 내세우는 ‘불안한 후보론’과 ‘좌파정권 종식론’ 등에 대해 “정당정치의 핵심 요소인 후보 선출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완전히 짓밟는 것으로, 사실상의 경선 불복”, “이 전 총재가 이 후보의 대북정책을 문제 삼는 것은 한반도 현실과 동떨어진 과거 이념대결 시대로의 회귀를 유도함으로써, 자신의 과거 지지 기반을 회복하겠다는 시도”라고 지적한 것, 서울신문이 5일 <요동치는 대선정국>이라는 해설기사에서 “이번 대선은 민주화와 산업화 이후 새로운 시대가치를 유권자에게 제시하고 설득하는 과정”이라며 “‘레드 콤플렉스’의 추억이나 ‘정치인 이회창’의 한풀이를 대선에 투영시킨다면 역사와 시대의 ‘역류’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어느 진영이든 대선의 결과보다 미래 담론의 재정비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주문’한 것 정도가 시의적절한 기사였다.
이밖에 이방호 사무총장이 ‘최병렬 수첩’ 거론한 이후 2002년 대선자금 문제를 부각시키며 ‘차떼기’의 책임을 이회창 씨에게 돌려 도덕성을 문제삼는 기사가 범람하는 가운데 한겨레가 6일 <이회창 점점 오른쪽으로…>에서 ‘정치 데뷔의 이유가 청렴과 개혁’이었던 이회창 씨가 두 번의 대선을 거치면서 ‘제왕적 총재’로 변했고,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2002년 정계은퇴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이 진정 건전하고 합리적인 개혁적 보수의 길을 간다면 국민들이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던 그가 지금에 와서 명분을 ‘좌파정권 종식’으로 바꾼 것에 대해 상세히 짚은 것이 그나마 ‘후보 검증’과 관련해 적절한 보도였다.
‘이회창 출마 저지 선봉대’ 자처한 조·중·동 사설·칼럼
조선·중앙·동아의 문제는 사설과 칼럼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이들이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펼치며 쏟아낸 주장 가운데는 귀담아 들을만한 이야기가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필자와 칼럼제목을 바꿔가며 열을 올린 대부분의 내용은 ‘이회창 출마 명분 없다’는 주장의 ‘반복 또 반복’이었다. 특히 그 가운데는 유력 언론사로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의 비판을 넘어 ‘특정 정치세력’의 입장에 그대로 서서 감정적 비난을 퍼붓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3일 ‘정진홍의 소프트웨어’ <대쪽과 쪽박>에서 정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정진홍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이 글에서 “펑크난 것 때워서 스페어 타이어로 쓰던 시절은 지났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펑크난 것은 정말 곤란하다”며 ‘스페어 후보론’을 비난한 데 이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겠다는 그가 결국 마지막 남은 정권교체의 희망마저 쪽박처럼 깨겠다는 건가?”라며 이명박 후보의 대권 도전을 ‘정권교체의 희망’으로 표현했다.
동아일보 또한 3일 정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동아는 ‘전진우 칼럼’ <이회창 씨의 11월>에서 “10년 ‘진보좌파 정권 시대’가 이어졌고 이제 그 막을 내리려 하고 있다”며 “이 또한 거역하기 어려운 시대의 흐름”이라고 규정했다.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당연한 시대적 대세’라는 것이다. 심지어 “이제 오른쪽으로 너무 치우친 ‘창(昌)의 창(窓)’으로는 세상을 균형 있게 바라보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며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서라면 자신들의 소신과 같은 이회창 씨의 ‘이념’마저 공격하는 이중성을 드러냈다.
조선 또한, 이회창 출마가 더욱 현실화된 5일, 무려 세 건의 사설·칼럼에서 본격적으로 이회창 출마를 ‘저지’하고 나섰다. 먼저 ‘동서남북’ <앨 고어도 억울해서 다시 한번?>에서 강인선 논설위원은 “미국 정치에서 실패한 대선후보는 조용히 뒤로 물러앉는 것이 관례”라며 앨 고어 등 미국의 사례를 제시해 “새 시대와 새 인물을 위해 무대 뒤로 사라지는 것이 기회를 준 당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책임을 지는 길”임을 강조했다. 이회창 씨는 ‘무대 뒤로 사라지는 것’이 순리라는 지적이다.
조·중·동에 비해 한겨레·경향·서울은 이회창 출마 관련 사설·칼럼이 양적으로 적었을 뿐 아니라 내용도 대체로 차별적이었다.
한겨레는 3일 사설 <정말 도덕성이 문제라면>에서 “‘차떼기’ 당사자인 이 전 총재의 출마가 많은 이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대선자금 수사를 떠올리면, 한나라당이 지금 이런 말은 하는 것도 어색하다”며 ‘2002년 대선자금’ 문제를 들고 나온 한나라당이 ‘차떼기’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지적했다. 특히 이 사설은 이명박 후보와 관련해서 제기되는 수많은 의혹들과 관련해 “다른 사람에게 도덕적일 것을 요구하면서, 자신은 예외로 둘 순 없는 법”이라며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한나라당의 이중적 태도를 비판했다.
서울신문도 3일 사설 <한나라당 ‘대선 장부’ 실체 밝혀라>에서 “대선의 유불리를 떠나 그런 ‘대선 장부’의 실체를 하루속히 밝혀내야 할 것”을 요구했고, 경향은 5일 사설 <이 후보, 이회창 출마에 책임 느껴야>에서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문제제기가) 공감을 얻으려면 자신의 도덕적 문제에 대해서도 되돌아보는 균형감각을 보여야 한다”며 “지금 이 순간 진행되는 자신의 ‘각종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5년 전 남의 ‘차떼기’를 공격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특히 한겨레는 5일 사설 <오른쪽 날개만 펄럭이는 대통령선거>에서 ‘이회창 출마’와 관련한 여론조사 내용을 인용하며 “놀라운 것은 보수 성향 후보에 대한 전례없는 쏠림이 아니”라 “진보 혹은 자유주의적 성향의 후보에 대한 철저한 외면”이라며 개혁·진보진영에 대해 “상대 진영과 비교되는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고,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의 지적은 굳이 특정 후보에 대한 ‘충고’가 아니었다. 정동영 후보의 경우 ‘중간층을 흡수하겠다며 비전과 정책의 차별성을 소홀’히 했고, 문국현 후보 역시 ‘성장과 효율의 덫에 걸려’ 결국 “균형성장, 약자에 대한 배려, 지속 가능성 등 진보적 가치는 사라지고, 경쟁과 효율 성장의 담론만 판을 친다”는 현 상황에 대한 냉정한 평가였다.
보수신문 때문에 더욱 혼란스러워진 유권자들
위에서 살펴봤듯이 신문들은 ‘이회창 출마’와 관련해 과도할 정도의 관심을 쏟았다. 비록 이회창 씨의 출마 여부가 선거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한다 하더라도 선거와 관련된 기사를 온통 ‘이회창’으로 도배함으로써 오히려 언론들이 이회창 씨를 일약 ‘뉴스의 중심’, ‘화제의 인물’로 부각시킨 결과를 낳게 됐다. 그 가운데는 이회창 씨의 정계 복귀가 가지는 다양한 문제를 한국 정치의 현실과 결부시켜 다각도로 살펴보기 보다는 ‘이회창 대선 출마’를 둘러싼 각 정치세력의 움직임을 중계식으로 다룬 보도가 절대적으로 많았다.
한편,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신문들은 ‘이회창 출마’를 계기로 그들의 정체성을 더욱 뚜렷이 확인시켜주었다. 그들이 이회창 씨의 출마를 앞두고 쏟아낸 기사들은 온갖 격한 감정이 배어 있는 ‘이회창 출마 비난 목소리’가 제목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특히 그들의 사설과 칼럼은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캠프의 당사자가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직설적이고 단호한 어조로 ‘이회창 출마 저지 선봉대’를 자임했다.
11월 7일 이회창 씨의 출마가 현실화된 이후에도 보수 신문들의 정파적 색깔은 더욱 뚜렷해졌다. 이들은 이회창 출마 이전 ‘이회창’의 자리에 ‘박근혜’를 넣어 ‘한나라당 집안 싸움 봉합’에 명운을 건 듯 각종 기사와 사설·칼럼을 동원해 양 진영의 ‘화해’와 ‘단결’을 주선했다.
이로 인해 현재 신문지면에서 대선과 관련된 대부분의 지면은 ‘이명박’, ‘이회창’, ‘박근혜’가 차지하게 되었고 나머지 후보들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원내 1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마저 지지율이 낮기 때문인지 이회창 씨보다 기사 비중이 적은 마당에 문국현 후보나 권영길 후보 등은 한 줄이라도 다뤄지면 다행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당연히 정책보도나, 제대로 된 후보검증은 실종되었다. BBK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핵심적인 영향을 미칠 김경준 씨의 귀국은 그저 ‘대선의 변수’로만 다뤄질 뿐, 실체에 접근하려는 시도는 극히 일부에 머물고 있다. 유권자들의 판단에 도움이 되는 정보보다는 ‘그들의 주장’만 횡행했던 것이다. 이회창 씨의 출마로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워진 17대 대선의 남은 한 달여가 이들 보수신문들로 인해 더욱 혼란스러운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Ⅳ. 이회창 후보 출마 후(11/7~12/17)
11월 7일 이회창 후보가 본격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각 정당의 후보 구도는 확실한 윤곽을 드러냈다. 이후 선거일까지는 40여일 정도 남았다. 따라서 그때부터라도 제대로 된 선거보도만 한다면 정책선거를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도 있었다. 또한 각 후보들에게 제기되는 여러 의혹들에 대해서도 언론들이 제대로 된 검증보도를 한다면 유권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 신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선 후보의 도덕성과 정책운영 비전 및 정책을 철저히 검증하지 못했다. 또한 검찰이 ‘BBK 문제’와 관련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여전히 의혹들을 남겨뒀지만 보수신문들의 경우 의혹의 실체를 규명할 노력도, 검찰의 미진한 수사에 대한 비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명박 후보에게 검찰이 준 ‘법적 면죄부’만 흔들어대며 ‘이명박 대세론’을 확산시키기에 급급했고, 각 후보의 동정과 정당별 공방을 단순히 전달하는 데 치중했다.
11월 7일부터 12월 17일까지 분석한 기사는 총 4,199건이다(하루 평균 120건). 12월 6~7일은 각각 164, 150건으로 평균 기사량을 훨씬 웃돌았는데, 12월 5일 검찰이 BBK 수사 결과를 밝힌 후 이와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룬 것이다.
1. 정책보도 분석
각 신문별로 어떤 의제를 다뤘나 살폈다. 정책 의제는 대선 시민연대에서 선정한 6대 의제를 기준으로 분류했다. 기타 의제는 후보의 동정·공방을 다루거나 선거 판세를 가늠하는 등 정책과 관련 없는 내용을 포함한다. 분석 결과는 [표 6]으로 표시했다.
전체 분석 대상 4199건 중 정책의제는 592건으로 전체의 14.1%에 그쳤다. 대부분의 선거 기사가 정책과 관련 없는 내용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책을 다룬 비율은 신문의 성향과 관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이 17.8%로 가장 많은 정책의제를 다룬 반면 서울신문은 10.5%에 그쳤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신문이 정책 의제를 다룬 비율을 대동소이했다.
신문별로 세부 의제를 얼마나 다루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책의제와 기타의제를 분류하여 빈도 및 비율을 살폈다. 정책의제는 경제노동, 환경, 복지, 교육, 평화통일, 지역의 6개 분야로 나뉘었다. 하나의 기사에 두 개 이상의 의제가 동시에 다뤄졌을 경우, 해당 의제마다 한 건씩 계산하는 중복체크 방식을 사용했다.
경제노동 분야에 가장 큰 관심-특정 후보의 선거전략에 휩쓸려
경제노동 분야는 신문사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의제다. 전체 정책의제 기사 중 2/5 이상(43.0%)이 경제노동 분야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환경의제는 2.4%, 지역의제는 4.4%에 그쳤다. 서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을 반영한 것을 감안해 경제노동 분야의 정책 의제가 많았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의제에 비해 3배 이상 많이 보도되었다는 것은 특정 주제에 치중되었다고 지적할 만하다. 특히 이명박 후보가 ‘CEO 출신의 경제대통령’을 주요 선거 전략으로 내세운 가운데, 신문들이 이 주제에 치중했다는 것은 선거 구도 자체를 특정 후보의 선거전략에 휩쓸리게 만든 하나의 원인이었다고 지적된다. 또한 거의 모든 후보가 구체적인 밑그림 없이 경쟁적으로 ‘X% 경제성장률’을 공약으로 들고 나오는 가운데, 그 허실을 짚기 보다는 허울 좋은 공약을 그대로 해설하는 기사가 절대 다수여서, 보도량이 집중된 반면 정책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울러 경제 분야 뿐만 아니라 향후 5년간 국정을 어떻게 꾸릴 것인지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각 후보들이 다양한 의제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은 어떻게 마련할 건지를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었지만 대다수 신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환경에 대한 무관심-중앙일보 한 건도 다루지 않아
미세하지만 신문별로 정책의제를 다룬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경제노동 의제를 60건 내외로 다뤘는데, 복지 의제는 각각 13건 다루는 데 그쳤다. 경제노동 의제의 1/3 정도로 복지 의제를 다룬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조선일보와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경제노동과 복지를 동시에 사고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경우 복지 분야에 소홀해 독자에게 높은 경제성장률과 같은 경제의 단면만 드러내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환경 의제를 거의 다루지 않은 지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명박 후보가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한반도 대운하는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론된 것이지만 한반도의 자연 환경을 심각히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요한 환경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 의제는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단순한 개발논리가 아닌 21세기에 적합한 친환경적인 정책과 비전을 구사할 수 있는 자질을 대선 후보들이 갖추었는지를 검증해야 했다. 하지만 신문사들은 환경의제를 두 세건 다루는 데 그쳤다. 특히 중앙일보는 환경 의제를 단 한 건도 다루지 않았다. 신문사들이 미래 지향적인 의제 설정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 아닌가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양은 많았지만 겉 돈 BBK 보도, 여전히 많은 동정공방보도
정책 이외의 내용은 어땠는지 살피기 위해 나머지 선거 관련 보도를 세부적으로 나눴다([표 8]).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단연 BBK 논란이다.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핵이 BBK라는 점에서 언론이 관심을 가질 만했다(기타의제 중 31.2%).
한겨레신문이 203건, 서울신문이 206건으로 해당 사안을 다루는 데 열심이었다. 반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BBK를 다루는 데 180건 내외를 할애하는 데 그쳤고, 경향신문은 그보다 적은 172건을 보도했다. 12월 5일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핵심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고 이명박 후보의 주장을 뒤집을 수도 있는 동영상이 대선 직전 발견되는 등 BBK 주가조작의혹은 아직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다. 언론이 해야 할 일이 ‘진실 추구’라고 할 때 정론임을 자처하는 언론들은 앞장서서 BBK 의혹을 추적해야 했다. 하지만 많은 언론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선이 끝났지만 후보의 도덕성을 검증하기 위해 제 기능을 다했는지 신문사 스스로 자문하고 반성해야 할 때다.
동정 기사는 여전히 많았다. 후보·정당의 동정보도는 20.1%였다. 공방 보도(당 내부의 논란/공방, 정치권 공방, 후보검증을 공방 처리한 기사까지 포함)는 6.5%로 우려할 정도로 높은 수치는 아니다. 유권자에게 정치 냉소주의를 유발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여러 언론사가 노력했다고 평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공방기사가 57건으로 여타 신문사보다 높은 비율을 보여 눈에 띄었다.
삼성 비자금 의혹은 중요한 이슈였음에도 언론은 이를 대선과 연결 지어 의제화하는 데 소홀했다. 정치비자금과 한국 사회의 투명성, 재벌과 차기 정부의 관계 설정 등의 의제를 발굴할 수 있는데도 대선과 관련된 삼성 비자금 기사는 2.2%에 그쳤다.
일반 시민의 목소리에 관심을 덜 기울인 것도 아쉬움을 남긴다. 시민사회의 동정이나 유권자 의제를 다룬 보도는 전체 기타 의제 중 1.7%에 그쳤다. 특히 동아일보와 서울신문은 각각 4, 5건씩만 다뤄 다른 신문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비율을 보였다. 시민들이 차기 정권에 바라는 점이 무엇인지 살피고 시민사회단체가 의제화하려는 내용에 귀 기울이는 태도가 요구된다.
2. 기사 성격 분석
스트레이트 기사는 전체의 62.8%를 차지했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스트레이트 기사가 전체의 절반을 조금 넘은 수준이지만 여타 신문은 60%를 상회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스트레이트 기사가 53.9%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체 기사의 3/4을 차지하는 비중이다. 스트레이트 기사로는 대선 후보들의 정책을 비교하거나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조선일보의 기사가 심층성을 담보했다고 평하기 어렵다.
이는 다른 항목을 확인할 때 더욱 명확해진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해설기사와 기획기사는 상당히 낮은 비율을 보인다. 외부 칼럼과 기고도 2.0% 이하로 대체로 적었다. 이들 신문만 접했을 경우 BBK 의혹이나 삼성 비자금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해 단편적인 지식만 얻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경향신문은 유권자에게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 모습을 보였다. 경향신문은 특정 사안의 전후맥락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해설기사를 20.1% 배치했다. 이는 전체 기사의 1/5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선일보에 해설기사가 7.8%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뿐만 아니라 경향신문은 대선후보들의 정책을 검증하는 등의 기획기사를 연재하는데 전체의 7.2% 할애했다. 이는 평균(2.8%)의 3배에 조금 못 미치는 수치며, 기획기사가 0.7%에 그친 서울신문과 크게 차이나는 수치다.
경향신문이 다양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노력한 점도 발견할 수 있다. 외부 칼럼이나 기고는 전체의 3.5%, 인터뷰 또는 대담 기사는 전체의 3.0%로 다른 신문사들의 비율보다 두드러진다. 이런 기사는 일반 시민부터 지식인에 이르기까지 신문사 외부 사람들의 생각을 지면에 싣는다는 점에서 다양한 의견을 담았다고 평할 수 있다.
3. 각 후보별 보도비중 분석
신문별로 각 대선 후보들을 어느 비중으로 다뤘는지 확인했다. 기사에 등장한 대선 후보를 신문별로 분류한 결과다. 한 기사에 두 명 이상의 대선 후보가 거론될 경우에는 그 수만큼 개별 기사로 간주했다.
분석 결과 신문사들이 특정 후보에게 기사량을 집중하는 관행이 여전함을 확인했다. 이명박 후보는 35.4%로 전체의 1/3을 웃돌았다. 정동영 후보는 25.0%로 전체의 1/4을 차지했다. 대선 출마선언 직후 여론조사에서 20%를 상회했던 이회창 후보는 19.0%에 이르렀다. 이회창 후보의 경우 이렇다 할 정책과 공약 없이 당적을 버리고 출마했는데도 전체의 1/5이나 노출됐다. 이는 대선 후보의 정책을 꼼꼼히 따지는 기사량이 많을 경우 나타나기 힘든 수치다.
소수 정당의 후보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관행도 여전하다. 원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는 6.2%, 진보적 성향을 띠는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는 8.6%에 그쳤다. 그나마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이들 소수정당 후보에 비교적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별 관심을 쏟지 않았으며, 특히 중앙일보는 이들을 가장 적게 다뤄 무관심을 드러냈다.(권영길 3.7%, 문국현 6.4%)
정리 및 제언
우리 단체는 이번 17대 대선 기간 동안 매일같이 주요일간지를 모니터링하고 그 내용에 대해 논평과 성명, 보고서에서 신랄한 비판과 지적을 가해왔다. 이번 보고서에서도 선거 기간 동안의 각종 사안과 관련한 신문 보도에 대해 우리 단체가 지적했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비록 양적 분석에 집중한 모니터보고서이지만, 이번 보고서를 통해 각 신문들이 얼마나 정책보도를 외면했는지, 특정 후보에 대한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보도 태도가 어느 정도나 극심했는지 여실히 알 수 있었다.
서두에서 말했듯 이번 선거는 우리 언론, 특히 신문들의 ‘존재가치’에 대해 심각한 회의를 가지게 했다. 조·중·동 등 보수신문들은 누가 보더라도 특정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줄서기를 했고, 특히 동아일보의 경우 ‘이명박 찌라시’라는 치욕스런 별칭까지 얻었지만, 이들은 오히려 지상파 공영방송을 향해 ‘편파방송’ 운운하는 철면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2월 19일 선거가 끝나고, 이들 보수신문의 염원대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자신들이 지지하고 사실상 선거운동을 대신해 준 후보가 당선된 만큼, 앞으로 5년 동안 이들 신문이 얼마나 더 막나갈 지 생각만으로 끔찍할 지경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 신문의 잘못을 지적하고, 올바른 공론장의 역할을 하도록 촉구하는 우리의 역할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한 우리의 노력에 대다수 국민들 또한 지지하고 동참할 것이라는 사실 또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민주언론시민연합 ‘2007 대선 민언련모니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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