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의 읽을 만한 책’ 선정

2007-12-27 08:56
서울--(뉴스와이어)--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민병욱)는 2008년도‘1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이야기가 있는 종이 박물관』등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 · 발표했다.

2008년‘1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는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10명의 최고 작가들이 어린이들의 핵심적인 10가지 권리를 소설 형식으로 그린『세상의 아이야, 너희가 희망이야』(베르나르 베르베르 외 9명 글, 넬리 비슈 드 베르 그림/ 조은미, 푸른나무), 한중일 젊은이들이 동아시아라는 지역적 공유성에도 불구하고 호혜적 관계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점을 파헤친『한중일 인터넷 세대가 서로 미워하는 진짜 이유』(다카하라 모토아키/ 정호석, 삼인), 스물 일곱개의 종이로 만든 우리 물건들의 사진과 그에 얽힌 뒷이야기를 풀어낸『이야기가 있는 종이 박물관』(김경 글, 김중만 사진, 김영사), 순수한 우리말 소개와 아기자기한 그림을 덧붙여 그 뜻풀이를 돕고 있는『예쁜 우리말 사전』(박남일 글, 류성민 외 그림, 파란자전거) 등이 선정되었다.

위원회는 문학, 역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좋은책선정위원회를 두고, 독서 문화의 저변 확대와 양서권장사업의 일환으로 매달 10종씩‘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선정하고 있다. 2008년‘1월의 읽을 만한 책’선정도서 및 추천사는 다음과 같으며, 자세한 내용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홈페이지(http://www.kpec.or.kr)의 웹진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채식주의자
한강 / 창비
2007.10.30 / 248쪽 / 9,800원

『여수의 사랑』『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을 쓴 한강의『채식주의자』는 세 편의 연작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빈틈없는 퍼즐처럼 세 편을 다 읽고 나면 육식을 하지 못하게 된 한 여자의 내면이 다양한 각도에서 관찰된다. 작품의 완성도와 독립성으로 인해 한편씩 따로 읽어도 무방하다.

『채식주의자』를 읽는 일은 낯선 길을 걸어갈 때 갖게 되는 조심성과 집중력을 요구한다. 어린 시절의 폭력이 한 인간의 내면에 어떻게 각인되는지, 그 상처가 주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가는 『채식주의자』는 인간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욕망의 미세한 지형도이기도 하다. 이 소설속의 깊은 상처로 인해 발생되는 이상심리들은 괴기스러울 정도의 미학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누구도 쉽게 그 상처를 외면할 수도 치유할 수도 없으나, 한 여자가 육식을 거부하며 맞서고 있는 이 동물적인 폭력의 세계를 독자들은 얼얼한 마음으로 관찰하게 된다.

- 추천자 : 신경숙(작가)

김학철 평전
김호웅 외 / 실천문학사
2007.11.23 / 576쪽 / 15,000원

한 이념을 평생 신봉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 이념이 변질될 때 서슴없이 저항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김학철이 바로 그랬다. 그의 인생은 이념에 대한 헌신과 그 이념을 사유화한 자들에 대한 저항으로 점철된 것이었다. 의열단으로 시작해 중국 홍군(紅軍)의 우군(友軍)이었던 조선의용군 소속으로 일본군과 교전 중 체포되어 한쪽 다리를 잃고 8·15광복 후 출옥한다. 월북 후에는 김일성 신격화에 회의를 느끼다 중국으로 망명하지만 모택동을 비판한 『20세기의 신화』를 썼다는 이유로 10년간이나 투옥된다. “김학철은 수억 인파가 지는 서쪽 달을 쫓아갈 때 홀로 해 돋을 동쪽으로 향한 사람이었다.”라는 편자의 말이 그의 인생을 잘 표현해주고 있는데, 이런 그의 여정 때문에 남북 모두에서 버림받았지만 역사와 인간에 대한 애정이야 어찌 버림받을 수 있으랴. 골회함 대신 우체국의 종이 우편박스를 사용해 유골을 두만강에 뿌려주되 우편함엔 “원산 앞바다 행/김학철의 고향/가족 친우 보내드림”이라고 써 달라고 유언했던 김학철. 병석에서 “나는 일생을 허위와 신격화를 반대해 싸웠다. 모택동의 개인숭배도 포함해서.… 일당 독재도 문제가 있다. 서로 견제하고 감독할 세력이 있어야 한다.”라고 한 말은 권력이 아니라 진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무엇이 보이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 추천자 :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푸코에게 역사의 문법을 배우다
이영남 / 푸른역사
2007.11.30 / 338쪽 / 13,500원

진리의 개념이 정해지면 오류의 개념은 자연적으로 따라 나온다. 철학의 역사는 진리의 역사가 분명하지만, 그 진리의 역사를 뒤집어보면 오류의 역사가 펼쳐진다. 문제는 진리의 진리가 그것이 반대하는 비-진리 속에 있다는 점이다. 철학의 역사를 오류의 역사, 오류를 정의하고 분류해온 역사로서 반추해보지 않는다면, 철학이 추구해온 진리가 무엇이었는지 아직 말할 수 없다. 한 시대의 진리관은 그것이 배제하는 비-진리의 관념 속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입체화된다. 아마 이 점을 푸코보다 더 적나라하게 보여준 철학자는 없을 것이다.

푸코는 『광기의 역사』를 쓰면서 이성의 역사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열었다. 범죄의 역사를 쓰면서 지식의 역사나 권력의 역사가 거쳐야 할 한계 국면을 연출했고, 성(性)을 문제시해온 역사 속에서 도덕적 주체가 구성되어온 역사를 파헤치고자 했다. 이런 역사서술의 방법에서 비정상의 이미지는 정상의 거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상의 원천이기도 하다. 정상은 비정상에 대한 방어이거나 억압, 혹은 도피로서 설명되어야 한다. 푸코는 이런 시각에서 고문서를 뒤지며 유럽 근대 사상사를 기술했다. 이 번에 출간된 『푸코에게 역사의 문법을 배우다』는 이런 독창적인 역사철학자로서의 푸코를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철학 전공자가 아니라 역사 전문가라는 것이 이채롭다. 한국 현대사를 연구하면서 푸코를 내면화하고 응용한 기록이고, 이런 점에서 일반 독자와의 접점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 추천자 : 김상환(서울대 철학과 교수)

세상의 아이야, 너희가 희망이야
베르나르 베르베르 외 9명 글, 넬리 비슈 드 베르 그림/ 조은미 / 푸른나무
2007.11.15 / 98쪽 / 8,500원

11월 20일이 어떤 날인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 날은 국제연합(UN)이 정한 '아동권리의 날'이다. 아동도 성인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릴 권리가 있다. 그러나 1년이면 거의 1천만 명의 어린이가 영양실조 등으로 목숨을 잃고 가난 때문에 1억 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학교를 가지 못하고, 2억 명 이상이 노동을 한다. 『세상의 아이야, 너희가 희망이야』는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10명의 프랑스 최고 작가들이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을 위해 건강할 권리, 가족을 가질 권리, 먹을 권리, 보호받을 권리, 교육받을 권리 등 어린이들의 핵심적인 10가지 권리를 짧은 소설형식으로 그려서 헌정한 탁월한 교양서이다. 특히 대부분의 대중적 교양서라는 것들이 최소한 중고등학교 이상의 지식을 필요로 한다면 이 책은 초등학교어린이들로부터 어른까지 모두 읽고 배울 수 있는 교양서라는 점에서 보기 드문 대중적 교양서이다. 게다가 인권이라는 딱딱한 사회과학적 주제를 세계적 작가들의 상상력과 문체를 통해 읽기 쉬운 소설 형식으로 만든 것도 이 책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이다.

- 추천자 : 손호철(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세속 경제학
윤수영 / 삼양미디어
2007.11.15 / 424쪽 / 16,000원

경제학은 자연과학이 보여주는 논리적 정치성(精緻性)에 대한 열등의식의 발로인지는 몰라도 지나치게 도구화·수리화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제현상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대신 공허한 논리적 유희가 성행하기도 한다. 경제현실을 떠나서 경제학이 존립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길 때가 된 것이다.

이 책은 수리화와 현실 설명력간의 트레이드 오프(Trade-Off) 상황에 놓여있는 경제학을 현실 설명력 쪽으로 크게 끌어당겨 놓았다. 시(時)와 공(空)의 긴 스펙트럼을 자유자재로 왕래하며 저자의 해박한 지식을 뽐내고 있기도 하다. 미생물학, 행정학, 통상법과 경제학을 공부하고, 경제기획원, 상공부, 말레이시아 한국대사관, 재정경제부에서 근무했으며, 한국산업기술대학교에서 강의도 한 폭넓은 경험이 농축된 결과로 보인다.

세계의 중심 맨해튼을 24달러에 팔기로 선택한 인디언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이자의 당·부당성,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일자리와 임금, 황금제국의 부활, 유럽의 투기와 버블, 남북전쟁과 노예해방, 세계적인 시사주간지와 경제·경영 잡지, 세계유명 경제지와 일간지, 투자와 투기의 쌍쌍파티, 부자가 되는 꿈 등 무궁무진한 주제로 꽉 차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눈을 책으로부터 떼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대학이나 연구소에 있는 경제학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 복잡한 수식이나 그래프를 통하지 않고도 현실 경제의 모습을 잘 설명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될 것으로 나는 믿는다.

- 추천자 : 정운찬(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한중일 인터넷 세대가 서로 미워하는 진짜 이유
다카하라 모토아키/ 정호석 / 삼인
2007.11.05 / 300쪽 / 12,000원

이 책은 기존의 동아시아 담론, 디지털 담론, 세대 담론, 세계화 담론과 직결된 다음 세 가지 통념을 문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첫째는 한중일 젊은이들이 동아시아라는 지역적 공유성에도 불구하고 호혜적 관계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요, 둘째는 경계 초월적 소통 매체를 상용하는 인터넷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친밀감을 주고받지 못한다는 점이며, 셋째는 세계화 시대를 성장기로 한 청소년들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가주의적 사고틀을 초극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류 열풍 속에 확산 중인 혐한증이나 탈식민화 시대의 반일운동 등에 관한 근본적 이유를 저자는 신자유주의적 인력이동에 따른 고용경쟁이나 실업위협에서 찾는다. 경제의 세계화로 사회적 유동성이나 위험성이 증대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과거의 고도성장형 내셔날리즘이 개인형 내셔날리즘로 대체되어 젊은이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동시적으로 출현하는 청년실업과 같은 국가 차원의 사회문제가 안톤 오노의 금메달 강탈 항의사건 등에서 식별할 수 있는 “명랑한 애국심”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FTA 등의 국제 경제협약, 혹은 범죄자 인도협약이나 환경협약 등 우리 삶과 직결될 수많은 초국적 협력과제가 산적해 있는 오늘날 국제무대에서 활약해야 할 개방적 세계인을 양성하는 일이 화급한 시대적 과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세계화나 지구화를 논할 때 영어능력이 일차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나, 말보다 중요한 것이 마음가짐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열린 마음”을 배양하는 일이야말로 “탈국가주의 시대”의 선행 요건으로 꼽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계속 살을 맞대고 살아가야 할 한중일 동양 삼국인들 간의 부정적 멘탈리티는 학문세계에서는 물론이나 일상 공간에서도 거듭 파헤치고 숙고하며 대응해야 할 소재라고 본다.

- 추천자 : 김문조(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다윈, 당신 실수한 거야!
외르크 치틀라우/ 박규호 / 뜨인돌출판사
2007.11.26 / 176쪽 / 9,800원

2009년은 다윈이 탄생한지 200주년이 되는 해인 동시에 『종의 기원』이 출간되지 150주년이 되는 해다. 그래서인지 국내에는 물론 그의 고향인 영국에서는 『비글호 항해기』를 재출간 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행사와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다양한 동식물 종들의 특징과 형태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적응의 결과이며, 환경에 적응한 돌연변이 개체들만 살아남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변화가 새로운 종을 탄생시킨다. 즉 진화론의 핵심은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인 셈이다. 생물학 교과서에 진리처럼 서술된 이러한 진화론의 핵심 개념을 비웃는 책이 있다. 바로 『다윈, 당신 실수한 거야!』다. 이 책에서는 진화하면서 강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믿음에 의구심을 보이며 한없이 열등한 모습으로도 잘 살고 있는 개체들을 소개한다.

천적을 부르는 조명 근처에 집을 짓는 골목왕거미, 인내와 끈기로 육지 생활을 하고 있는 남극의 숏다리 신사 펭귄, 거대한 몸집, 굵은 목, 기다란 코, 기둥 같은 다리, 크고 넓적한 귀를 갖게 된 코끼리, 초식동물의 배설물에서 자신의 피부색에 필요한 색소를 얻는 이집트대머리수리, 대왕오징어를 사냥하는 무모한 모습을 보이는 향유고래, 순간 가속은 최고지만 보잘 것 없는 지구력으로 사냥엔 뒤처지는 치타, 둥지에 집착하며 이혼이 잦은 황새 등 진화론의 관점에서는 다소 의아한 동물들의 습성이 쉬운 문체로 서술돼 있다. 또 신체적으로 열등한 인간도 두뇌의 역할이 강조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라며 진화에 유리한 존재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사람의 경우 출산이 훨씬 어려운 이유, 스트레스에 더 민감한 여성이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까닭, 머릿속에 기생하는 괴물을 뇌로 표현하며 진화 최대의 오류를 인간으로 본 시각도 흥미롭다.

- 추천자 : 장경애(과학동아 편집장)

이야기가 있는 종이 박물관
김경 글, 김중만 사진 / 김영사
2007.11.14 / 220쪽 / 12,000원

아름다운 것들은 조용하고 자연스럽다. 그리고 그 옆에 있으면 어디로부턴가 피어오른 그윽한 기가 마음을 가득 채운다. 한 저녁 방바닥에 엎드려 이 책을 벗하니 때 묻은 속세의 걱정들이 소리 없이 물러난다. 이천의 어떤 가문 종손이 가지고 있던, 속속들이 은밀하고, 아름답고, 또한 잘 생긴 과거상자를 보니 그 상자를 지니고 있던 한 여인의 알뜰하고 고운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옛 여인들은 지아비나 아들이 먼 길을 떠날 때에 무사안일을 기원하면서 그들의 머리털과 손톱, 발톱 등을 잘라 예쁜 상자 안에 담아두는 관습이 있었다. 그렇게 서방님 몸의 일부를 고이 간직하면 곁에 없어도 늘 곁에 있는 듯 그리움을 견딜 수 있었다고 한다. 지방의 양반들은 주로 과거시험을 볼 때 한양까지 먼 길을 떠났으므로 과거상자라는 애칭이 붙은 것이다.

새색시의 꽃가마에 실려 간 부끄러운 종이 요강, 손자의 두뇌훈련을 위해 특별히 고안한 자상한 할아버지의 지혜지(知慧紙) 등등 스물일곱개의 소박하고 진솔한 이 물건들이 모두 부드럽지만 강인한 종이에 스며든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미감을 드러내고 있다. 필자 김경은 그녀의 80대에 비로소 구수한 뒷이야기와 함께 이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사진작가 김중만도 김경의 정성을 고스란히 담았다. 제주도에 집을 마련해 오래된 이 물건들의 안식처를 찾았다고 안도하는 김경의 아름다운 속내도 종이상자를 닮았다.

추천자 : 김춘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인간, 아담을 창조하다
한스 귄터 가센 외/ 정수정 / 프로네시스
2007.11.30 / 420쪽 / 16,000원

왜 우리는 자신을 닮은 인간을 만들지 못해 안달일까? 로봇으로도 만족하지 못한 우리 인간들은 지금 인간 복제 시대를 눈앞에 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영생(永生)을 위해 이 길을 계속 가야 하는가? 혹시 더 가다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온 세상을 혼란과 암흑 속으로 빠트리는 것은 아닐까? 과학기술의 발달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일지 모른다. 인간의 자기복제라는 욕망은 저자에 따르면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함께 따라다닌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영원토록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게 된 것도 진흙으로 인간을 만든 죄 때문이다. 그 시절부터 이미 인간을 만들려는 욕망과 그것을 단죄하려는 힘이 충돌하고 있었던 것이다.

암흑의 중세를 탈출해 근대라는 시대에 접어들자 인간 만들기의 꿈은 말 그대로 고삐가 풀려버렸다. 저자는 호프만의 괴기소설 『모래 사나이』에서 시작해 데이비드 오스본의 『머리들』에 이르기까지 각종 공상과학 소설에서 나타나는 인간 만들기의 꿈을 추적한다. 프랑켄슈타인도 그런 흐름에서 탄생한 괴물이다. 그렇게 만들어낸 인간들은 늘 인간이기보다는 괴물로 판명됐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을 만들려는 인간이 바로 괴물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것이 아직 분명치 않은 가운데 어떤 인간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의문은 끝이 없다.

- 추천자 : 이한우(조선일보 문화부 차장)

예쁜 우리말 사전
박남일 글, 류성민 외 그림/ 파란자전거
2007.11.30 / 248쪽 / 11,900원

어린이나 어른이나 경쟁적으로 외국어를 익히는 일에 골몰해 있는 때에 『예쁜 우리말 사전』은 조금 뜻밖일 수도 있겠다. 제목에서 ‘예쁜 우리말 사전’이라고 했는데 ‘예쁜’ 우리말에 대해서만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까지 흔히 써 오던 것도 아니며 전혀 귀에 익지 않은 우리말인 것도 아니다. 지난 세월, 웃어른들의 일상어로 빈번히 입에 올려지던 어휘이며 낱말들이라서 더욱이나 정겹다.

‘마디다’라는 단어로 예를 들자면 ‘물건 따위가 잘 닳지 않고 오래 지탱하다, 자라는 속도가 더디다.’ 의 뜻으로 실제 예를 들기 위해 <기쁨이의 일기>라는 난을 따로 붙여 알맞게 쓰이는 예를 들어놓았다. “운동화가 너무 마디어서 싫증이 난다. 어서 바닥이 모지라져서 새 운동화를 샀으면 좋겠다.” 등이 그렇다. 이제까지 많이 다뤄져 온 낱말 또는 어휘가 아닌 낱말 또는 어휘를 다룬 점, 헷갈리기 쉬운 것을 적절한 예를 들어 뚜렷이 구분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이 뜻 깊게 와 닿는다.

어린이를 위해 씌어진 글이라고 했으나 어른이 함께 읽어도 손색이 없는 것은 물론, 책을 읽는 동안 우리말의 아름다움에 새삼스레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사전이라고 했으되 뜻풀이를 돕는 아기자기한 그림이 곁들여진 한 권의 아름다운 이야기책으로 보였다. 가까이 두고 자주 들춰 읽는 동안 순수한 우리말을 나의 말로 익혀가게 될 것이다.

- 추천자 : 엄혜숙/이상교(아동도서연구가/아동문학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개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Publication Industry Promotion Agency of korea)은  전자책 출판 등에 의한 디지털 환경의 변화와 출판 시장 환경의 글로벌화에 대응하여 출판 문화 산업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흥 하기 위해 설립된 재단법인 이다.

웹사이트: http://www.kpip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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