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영방송협회 주최 대선토론회’에 대한 민언련모니터단 방송팀 보고서
1. 구성 분석
1) 진행자 및 패널
<대선후보 검증토론>의 사회는 SBS <시시비비>의 진행자인 김형민 씨가 맡았다. 김형민 씨는 SBS <시시비비> ‘대선후보초청 대담’(이하 <대담>)에서 편파적인 진행으로 비판을 받았다. <대선후보 검증토론>는 사회자가 토론 시간을 관리하는 것 외에 토론에서 실질적으로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진행자로서의 문제가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으나, 이번에도 특정 후보에 대한 편파적인 진행이 엿보이기도 했다. 예컨대 김형민 씨는 이명박 편(12/14)에서 후보가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해 답하자 “네, 부동산 투기 우려 할 필요 없다, 그런 말씀이시죠?”라고 맞장구를 쳤고, 경제 분야 문답이 끝나자 “네, 경제 정책을 설명하면서 이명박 후보의 목소리에 부쩍 힘이 실리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입니까?”라고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대선후보 검증토론>에는 전문가 패널이 회당 네 명씩 나왔다. <대담>에 패널이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과 차이를 보인다. 전문가 패널은 각 후보가 메니페스토 운동본부에 제출한 공약집을 바탕으로 정책 질문에 집중해 <대담> 보다 깊이있는 토론을 끌어갔다. 감정적인 표현을 무리하게 사용한 패널이 없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지난번 「‘TV 토론 프로그램’에 대한 민언련 모니터단 방송모니터팀 보고서」(12/5 발표)(이하 「토론 보고서」)가 지적한 전문가 패널 구성의 한계는 <대선후보 검증토론>에서도 반복됐다.
첫째, 전문가 패널의 다양성이 떨어졌다. 매회 학자 세 명과 언론인 한 명이 전문가 패널로 나왔다. 시민패널이 배치하지 않아 다양한 유권자 의제를 반영할 수 없게 한 패널 구성은 아쉽다.
둘째, 성별 구성이 불균형하다. KBS <질문 있습니다>와 마찬가지로, 전문가 패널 네 명 중 한 명만 여성이었다. 여성의 발언 비율을 1/4 수준으로 고정한 것이다. 이런 한계는 중년 남성이 토론의 사회를 맡고 젊은 여성 아나운서는 인터넷 의견을 알리는 진행방식에서도 발견된다. 젊은 여성은 부차적이고 보조적인 일을 맡는 성역할 차별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토론방송이 민주주의 교육 기능을 일부 수행하는 점을 감안할 때, 토론 패널의 구성과 진행에 있어서 성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꾀해야 한다.
셋째, 어려운 용어를 그대로 사용했다. 정동영 후보 편(12/10)에서 유문종 씨는 ‘ODA를 얼마나 늘릴 것이냐’고 물었는데, ‘ODA’는 ‘정부개발원조’로 표현하는 편이 나았다. 문국현 후보 편(12/5)에서 사회자는 문 후보가 ‘예비 내각’이라고 표현한 것을 구태여 ‘shadow cabinet’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진행자와 전문가 패널 모두 일반 시청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는 태도를 갖추길 바란다.
넷째, 전문가 패널들이 두 개 이상의 질문을 동시에 한 경우도 있다. 권영길 후보에게 정부부처개혁 방법과 공공서비스 복지 방안을, 문국현 후보에게 감세공약과 복지정책의 상충 가능성과 공기업 모니터링 방법을 동시에 물은 것은 그 예다. 이런 질문 방식은 후보자가 답변을 피할 여지를 남긴데다가 시청자가 혼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제되었어야 했다.
2) 프로그램 구성
<대선후보 검증토론>은 후보의 자질과 정책검증을 목표로 전문가 패널이 정치·외교·안보, 경제, 리더십, 사회·문화 분야에 따른 질문을 하는 형식을 취했다. 방송 내내 인터넷으로 시청자 의견 및 질문을 받았고, 그 중 일부는 윤현진 아나운서가 소개하기도 했다.
<대선후보 검증토론>은 여러 부분에서 준비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책 중심으로 질의를 이끌어내려 한 의도는 긍정적이었지만 너무 많은 양의 질문을 쏟아내다 보니 깊이 있는 답변을 듣기 어려웠다. 인터넷 질문 역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에 부족했다. 질문이 분야별로 나뉘었는데도 문국현 후보 편(12/5)의 경우 손혁재 패널은 경제관련 질문을 정치 분야에서 하는 등 진행상의 실수를 보였다. 토론 중반부터 진행자가 시간제한을 반복적으로 얘기한 것도 질의시간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후보별 러닝타임 및 방송시간을 보면 방송시간은 최대 20분, 러닝타임은 최대 1분 18초 차이를 보인다. 권영길 편(12/9)만 늦게 편성된 것을 제외하면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후보초청 순서는 자의적이라 할 만하다. 표는 출연한 순서대로 후보를 배열한 것으로, 기호 순서도 가나다 순서도 아니다. 주목할 점은 불발된 이회창 후보 편까지 포함해 보수 후보 두 명이 가장 늦게 배치된 것이다. 투표일에 가깝게 출연할수록 홍보효과가 큰 만큼 기준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SBS는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문제가 있었다.
2. 내용분석
1) 양적 분석
이번에도「토론 보고서」와 같은 방식으로 양적 분석을 실시했다. 각 질문을 1건으로 봤고, 동일한 주제에 대한 보충질문이나 후보자의 답변이 부족해 재질문 한 것을 ‘추가질문’으로 분류했다. 질문유형은 정치적 질문, 도덕성 질문, 정책적 질문, 그 외 질문으로 나눴다.
전체 질문은 144건으로 이인제, 정동영, 이명박 후보는 30여 건의 질문을 받았고 문국현 후보와 권영길 후보는 각각 23건, 26건의 질문을 받았다. 후보별로 질문 수 차이는 최대 9건이다. <대담>의 11건보다 다소 줄었지만, 후보별 편차가 심한 것은 여전했다.
질문유형별 분류 결과를 정리한 내용을보면 정책검증 질문이 50.7%로 <대담>에서 정책검증 질문이 32.5%에 그쳤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 전문가 패널이 각 후보의 공약집을 바탕으로 질문을 하는 구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책검증 질문이 약 63%였던 KBS <질문 있습니다>와 MBC <100분토론>보다는 여전히 낮은 비율이었다.
정책을 검증하는 데 특정 분야에 관심이 집중됐다. 경제·노동은 총 24건으로 그 다음으로 많은 평화·통일·외교 및 복지 분야를 합한 수보다 많다. 반면 여성은 1건, 환경은 3건에 그쳤고 언론 분야는 단 1건도 나오지 않았다. 각 후보가 제시한 공약집을 바탕으로 질문을 구성했는데도 일부 분야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춰 후보의 정책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없었다.
도덕성 검증은 취약했다. <대선후보 검증토론>은 정치적 질문 비율이 27.8%(26건)인데 비해 도덕성 검증 비율은 2.1%(3건)에 그쳤다. 정치구도 개편과 관련한 질문은 총 10건에 이르렀고, 정치적 노선이나 지역주의와 같은 기타 질문은 26건이나 됐다. 반면 도덕성 검증 관련한 질문은 3건에 그쳤다.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데 정치적인 상황보다 도덕성 검증이 훨씬 중요함에도 정반대로 질문을 마련한 것이다. 적절한 검증 방식을 고려하길 바란다.
질문의 심층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질문 여부를 확인했다. 전체 질문 중 추가질문이 이어진 질문은 23건으로 16.0%에 그쳤다. KBS의 50.4%, MBC의 47%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대담>의 추가 질문 여부가 14.4%에 그쳐 질문이 백화점식 나열에 그쳤다고 이미 지적했는데, <대선후보 검증토론>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후보별로 추가질문 여부도 차이를 보였다. 이인제 후보 편(12/7)은 추가질문이 단 1건 있었다. 반면 이명박 후보 편(12/14)에서는 추가질문이 8건이나 됐다. 특정 후보에게만 추가질문을 집중하거나 거의 하지 않는 것은 유권자에게 정보를 불균등하게 제공할 여지가 있다. 후보가 말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모든 후보에게 균등한 정도로 추가질문 수를 늘리는 방식을 택할 필요가 있었다.
2) 질적 분석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 검증은 여전히 부족
대선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BBK 사건이나 각종 비하발언 등 검증되고 비판받아야 할 문제가 수두룩했지만 <대선후보 검증토론>은 이를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 이명박 후보에게 BBK 검찰 수사와 특검법 그리고 김경준 씨의 검찰 협박설에 대한 입장을 물은 질문이 도덕성 검증의 전부였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절반 이상이 BBK 검찰수사결과를 믿지 않고 또 특검법 도입을 바란 것을 감안하면, 방송은 적극적으로 관련 의혹을 물었어야 했다. 하지만 <대선후보 검증토론>은 하나마나한 수준의 질문을 하는 데 그쳤다. 정동영 후보 편(12/10)에서 노인초청 토론회를 다녀왔다는 후보에게 진행자가 노인 비하발언을 상기시켰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두루뭉술하거나 불필요한 질문 많아
후보의 정책을 유권자가 이해하기 위해서는 패널의 질문이 구체적인 형태를 띠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질문이 상당했다. 예를 들어, 정동영 후보에게는 농촌의 미래를 제시해 달라고 했고, 이명박 후보에게는 바람직한 정당의 모습과 역할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인제 후보에게는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세부 정책이나 분야로 나눠 질문을 했어야 함에도 이런 배려는 부족했다.
질문 중에는 토론에서 굳이 물을 필요가 없는 내용도 꽤 있었다. 정동영 후보에게는 최근 눈빛과 목소리의 변화에 대한 생각을, 이명박 후보에게는 종교계 개혁에 대한 입장을, 이인제 후보에게는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대책과 공약집을 판매할 의향에 대해 물었다. 정동영, 이인제, 문국현 후보에게 모두 선거자금모금이나 회수에 관해 물었는데, 문 후보에게는 “득표율이 10% 넘어서면 절반, 그 다음에 15%를 넘어야 거의 (선거자금)전액을 되돌려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의 지지율로는 돌려받기 좀 어려우실 것 같은데, 좀 아깝지 않으십니까?”(성한용 패널)라고 묻기까지 했다. 그리고 각 회마다 패널들은 후보에게 파업이나 정책 추진으로 인한 갈등해소 방안을 한 두 차례씩 물었다. 토론 시간이 부족하다며 진행자가 답변을 재촉하는 상황인데도 토론에서 언급되지 않아도 될 내용을 질문해 시간을 낭비하기도 했다.
부적절한 질문도 상당수
대선후보의 자질을 검증하는 데 적절치 못한 질문도 나왔다. 이명박 편(12/14)에서 유문종 패널은 박근혜, 정몽준, 이재오 의원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런 질문은 당선 후에나 논할 법한 얘기로 선거 전 토론에서 질문한 것은 부적절했다.
이날, 지지율과 관련해 부적절한 질문도 나왔다. 김두우 패널은 이명박 후보에게 “한나라당이 지금 득표율 50% 이렇게 내세우고 있는데, 이것이 양날의 칼이 아니냐 이런 지적들이 있습니다.…50%를 넘길 경우에 이 후보께서 독주하지 않을까 하는 이런 우려도 있습니다”라고 물었다. 선거를 5일 앞둔 상황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을 언급하며 마치 당선된 것처럼 물은 것은 토론에 적합하지 않은 태도다.
인터넷 질문 중 부적절한 질문도 있었다. 권영길 후보 편(12/9)에서 ‘한미FTA 반대근거가 약하다’는 질문이 선택됐다. 해당 질문은 민주노동당의 한미FTA 반대 입장을 어떤 이유에서 비판할 만한 지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이는 한미FTA 반대 입장 자체를 매도할 우려가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
이인제 후보 편(12/7)에서는 심지어 “폭력적인 불법 파업 때문에 국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건물 점거, 도로 점거는 이제 일상적인 일이 되었는데요. 이렇게 법과 질서가 엉망이 된 대한민국, 어떻게 하면 바로 세울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도 제시됐다. 노동자의 파업권을 인정하지 않은 채 ‘불법’으로 규정짓는 공권력의 문제가 심각한데도 반노동적인 사고에 부합한 질문을 택한 것이야 말로 모든 후보에게 강조한 ‘국민통합’을 실질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대선후보 검증토론>은 여러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민영 방송사들이 공동으로 토론을 준비한 것은 의미 있었다. 하지만 한정된 토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구성을 꾀하고 후보를 적절히 검증할 수 있는 질문을 마련하는 노력은 부족했다. <대담>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진행자의 편파성은 많이 줄었지만 일부 질문은 특정 후보에게 유리했다. 그리고 질문이 백화점 나열식에 그쳐, 전문가 패널이 등장한 의미도 많이 축소됐다.
우리는 <대담>의 편파적인 진행, 시사프로그램의 침묵 등 공론장 기능을 방기한 SBS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런 모습은 대선 직전인 <대선후보 검증토론>에까지 이어졌다. 대선이 끝난 지금, 사회의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다했는지를 SBS 스스로 평가하고 반성해야 할 때다.
(사)민주언론시민연합 ‘2007대선 민언련모니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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