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전후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민언련모니터단 방송팀 보고서
1. 투표일 이전 시사프로그램 분석
12월 10일부터 18일까지 방영된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대선 관련 방송은 KBS 두 채널이 17건, MBC가 1건, SBS가 0건으로 총 18건이었다. 선거가 코앞에 닥쳐왔음에도 시사프로그램은 여전히 대선에 무관심했다. 선거운동기간 동안 SBS는 한 건의 대선관련 시사프로그램도 제작하지 않은 것이다. MBC도 대선 관련 시사프로그램을 한 건밖에 내보내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었다.
BBK 관련 방송, 여전히 심층성 결여
이번 대선의 가장 큰 쟁점이자 유력 후보의 비리연루 의혹으로 떠올랐던 BBK 사건은 결국 진실이 밝혀지지 못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결과가 석연치 않다는 문제 제기가 계속 이뤄지던 상황에서 이명박 후보가 광운대학교에서 BBK를 본인이 설립했다는 말하는 장면이 담긴 ‘BBK 동영상’이 공개되었다. 이 동영상은 대선 막판에 큰 파문을 일으켰으며 결국 국회에서는 ‘이명박 특검법’이 통과되었다. 이처럼 ‘BBK 동영상’은 대선 마지막까지 BBK 사건의 핵심 이슈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사프로그램은 이에 대한 적극적인 탐사보도는커녕 새롭게 전개되는 사안의 전모를 정리해서 보여주는 방송조차 하지 않았다.
그나마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과 MBC <PD수첩>이 정리 수준의 방송을 내보냈다.
12월 17일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 ‘이명박 특검법 통과, 긴박했던 하루’편은 검찰 탄핵안 상정과 특검법 통과에 따른 통합신당, 한나라당 의원들의 움직임을 스케치해 보여줬고, ‘대선 분수령 BBK, ‘특검’으로 오기까지’편은 특검법 통과 과정과 ‘BBK 동영상’에 대한 한나라당 측과 통합 신당 측의 입장을 정리해서 보여줬다. 가장 돋보인 방영분은 ‘광운대 동영상 풀리지 않는 의문’ 편으로 시종일관 BBK와 무관하다고 주장해온 이명박 후보가 언론을 대상으로 상반된 입장을 펴왔다는 사실을 전하며 이에 대한 해명을 촉구했다.
MBC <PD수첩> ‘대선직전, 3일 간의 기록’도 동영상 파문과 특검 법안 통과 과정, 각 후보 캠프의 입장을 정리해 보여줬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 모두, 사건의 진행 상황, 각 후보들의 입장과 공방을 단순 정리하는 수준에서 방송했을 뿐 이명박 후보의 말 바꾸기나 검찰 수사의 남은 의혹을 파헤치려는 노력은 시도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KBS <과학카페>·<추적60분>, 이미지 선거의 문제 입증
한편, 유권자들이 후보의 정책과 인물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가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송도 있었다.
KBS <과학카페>의 “정치본능에 대한 과학보고서(2부작)”은 개인의 정치적 의사결정 메커니즘을 뇌 과학, 인지과학, 심리학 등으로 분석하여 눈길을 끌었다. 과학적 실험 결과, 사람들은 후보의 정책보다는 이미지 등의 감정적 기준에 의해 지지후보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정치적 선택에 이성보다 감정적 기준이 앞서는 이유를 ‘선사시대부터 각인된 인간의 본능’ 이라고 설명하며 이를 정당화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는 것이다. 감정보다 이성적 판단이 우선되지 못한 배경 중에는 분명 국민들에게 정책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정치권과 언론의 잘못도 크다. 또한, 정책 대결이 아닌 공방 구도로 흘렀던 선거 판세가 그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측면에 대한 언급 없이 단순히 ‘인간의 본능’이라는 식으로 결론내린 <과학카페>는 언론과 정치권 등에게 면죄부를 주고 이미지선거를 더욱 강화시킬 우려가 있었다. 또 대선을 ‘레이스’로 칭하며 경마 화면과 교차편집한 점도 시청자들이 대선을 하나의 ‘게임’처럼 여길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했다.
KBS <추적60분> ‘제2편 2007 핵심쟁점,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에서도 <과학까페>와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후보자들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고 정책만을 나열한 뒤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약의 지지도와 실제 후보들의 지지도 간에는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줬다.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은 유의미한 지적이었다. 다만 <추적60분>은 애초 부동산, 교육, 일자리 창출, 미래 성장 동력, 사회 양극화의 다섯 가지 핵심 공약들을 비교 평가하겠다는 기획의도를 밝혔음에도 정작 방송은 단순히 공약의 나열에만 그쳐 유권자들은 이 방송을 통해 유익하고 새로운 정책관련 정보를 제공받기 힘들었다. 또한 각 사안에 대한 현안 정리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공약에 대한 ‘찬성’과 ‘반대’라는 이분법적 분류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점도 아쉽다. 공약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대학 재학 이상’,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전업주부’, ‘○○지역’ 등 차별적인 어휘와 지역주의에 근거한 잣대가 사용됐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KBS <미디어포커스>, 선거관련 아이템 돋보여
KBS <미디어포커스>는 12월 15일에 방영된 “언론, 차라리 ‘공개 지지’를 선언하라” 편에서 언론사들의 정파주의적 보도 태도를 고발하고 그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조선·중앙·동아를 비롯해 한겨레, 경향의 진보 언론에 이르기까지, 법적으로 금지 되어있지만 그간 음성적으로 이루어졌던 편파 보도의 현실을 용기 있게 잘 짚어냈다.
또 <미디어포커스>는 그럴 바에야 음성적이 아닌, 언론의 공개적인 특정 후보 지지를 허용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지난 2002년에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한 ‘오마이뉴스’의 사례와 미국의 대선 보도 현황을 통해 ‘언론의 특정 후보 공개지지’가 가져올 수 있는 장점과 부작용에 대해 두루 짚어줬다. 이는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으로서 선거 보도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생산적인 담론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또 <미디어포커스>는 언론인의 정치계 입문과 정언유착을 비판하며 자기반성적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가장 많은 대선 관련 방송을 내보낸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은 범여권의 단일화 움직임과 각 후보의 입장, 이명박-이회창 보수 대표의 갈등 구도 등 마지막까지 유력후보 중심의 정치공학적인 선거 이슈들만을 쫓는데 집중했다. 후보들의 마지막 유세 현장을 보도한 <최후의 한 표까지, 마지막 유세 격돌>(12/18) 편은 심지어 대통령 당선 유력 후보인 이명박, 정동영, 이회창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아서 지나치게 소수후보를 아예 배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2. 투표일 이후 시사프로그램 분석
선거 당일인 12월 19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 간 방영된 시사프로그램도 분석했다. 우선, 정규 시사프로그램에서 대선 관련 꼭지를 내보낸 것은 KBS가 14건, MBC가 1건, SBS가 0건으로 총 14건이었다. 이명박 후보의 당선 뒤 만들어진 시사프로그램들은 이 후보의 당선 과정을 정리하고, 당선 원인을 분석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특집 시사프로그램으로 제작된 방영분은 SBS 2건, MBC 1건이었고, 개표방송 중 특집 다큐물은 KBS 1건이었다. (<표2>, <표3> 참고)
- 투표일 이후 특집 시사프로그램 분석
SBS, 언론이기를 포기했나!
몇몇 프로그램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자 개인의 성공신화를 그려내며 ‘명비어천가’를 불러댔다.
SBS가 가장 심각했다. 대선 기간 전부를 통틀어 대선 관련 시사프로그램을 한 건도 내보내지 않았던 SBS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자마자 다음 날(20일) 2편의 특선 다큐를 방영했다. 두 편의 시사프로그램은 모두 한나라당에서 제작한 당선 홍보영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내용이어서 “SBS가 ‘당선자 줄서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 했다.
SBS <신화를 만든 사람들>의 경우, 과거 이명박 후보에게 도움을 받아 은혜를 갚기 위해 새벽부터 이 후보 당선을 비는 고사를 지낸다는 할머니, 이명박 캠프의 자원 봉사자들의 인터뷰, 유능하고 근면한 이명박 수행 비서에 대한 찬사, 청계천 복구 반대자에서 이명박 후보의 지지자가 된 이야기 등 이 후보 주변인들이나 공적을 치하하기 위한 에피소드로 방송 전량을 채웠다. 방송내용은 전체적으로 감상적인 스토리를 담았으며 “경제를 살린다”, “훌륭한 분이다”라는 식의 추상적인 표현이 반복됐고, 마지막엔 “젊은 시절부터 온갖 신화를 이루어 오다가 드디어 대통령이라는 신화까지 이룬 이명박”이라는 멘트까지 등장했다. 이 방송은 마치 한 국가의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선택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그저 한 인물의 개인적 명예를 완성시킨 것에 초점을 맞췄다는 인상을 주었다.
같은 날 방영됐던 <이명박, 국민성공시대를 열다>도 이명박 후보의 개인적 성공 스토리를 나열하며 이명박 후보의 성공을 국민 전체의 성공으로 치환시켰다. 특히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BBK 문제를 이 후보가 겪어온 ‘고난’ 중의 하나로 그렸고, 과거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던 내용 또한 ‘과거의 어려움’ 정도로 따듯하게 묘사했다. 반면 위장 전입과 위장 채용 등 명백한 그의 잘못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의 성공신화를 찬양하고 추켜세우기 위해 “그를 보기 위해 어디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연애시절 이명박의 하루는 24시간이 부족할 만큼 바빴다”, “20대 이사, 30대 사장, 40대 회장, 50대 국회의원, 60대 서울시장, 대통령에 도전하기까지. 샐러리맨 신화를 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는 내레이션은 1970년대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대한뉴우스>를 연상케 했다.
KBS 개표방송 중 특집 다큐도 이명박 후보에 대한 무비판적인 태도 비슷해
정도는 덜했지만 KBS의 이명박 당선인 관련 다큐멘터리도 많은 네티즌에게 명비어천가라는 지적을 받았다. KBS는 개표 방송에서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확실해지자 <경제 대통령을 꿈꾼다>라는 제목의 30분 분량 특집 다큐를 방송했다.
KBS <경제 대통령을 꿈꾼다>는 그의 어려운 성장 환경과 일반 샐러리맨에서 CEO로 초고속 승진한 일대기, 정치인 입문 과정 등을 보여주며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개인의 성공 신화로 그려냈다. 방송은 SBS와 마찬가지로 이명박 후보의 과거 행적 중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공직에서 퇴출당한 사건을 두고 ‘정치적 시련’을 겪었다고 표현하는가 하면, BBK 사건을 정리하며 ‘특유의 결단력으로 위기를 잘 넘겼다’고 정리했다. 또한, 이명박 후보의 캠프에서 제작한 광고를 그대로 차용해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를 부각시켰고, 과거 서울시장의 행적 중 ‘청계천 사업’을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뒷받침하는 근거 자료로만 부각시키면서 정작 청계천 사업의 문제점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대선이 당선자의 도덕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특별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대통령 당선을 ‘인간 승리’ 혹은 ‘성공 신화’ 라고 섣불리 묘사하는 것은 공영방송으로서 더욱 더 철저하게 배제했어야 할 내용이었다.
반면 MBC는 개표방송 중 특별한 다큐제작물을 방영하지 않고, 10분 분량의 MBC 보도물 <후보 확정부터 당선까지>라는 제목으로 비교적 짧은 시간에, 경선부터 당선까지의 선거 경과와 변수를 보도형태로 전했다.
- 투표일 이후 정규 시사프로그램 분석
<KBS스페셜> 등 일부 의미 있는 시사프로그램도 있어
한편, 선거결과에 대해 의미있는 진단을 한 시사프로그램도 있었다. <KBS 스페셜> “대한민국은 왜 이명박을 선택했나”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원인을 개인적 업적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했다. <KBS 스페셜>은 청년 실업, 386 세대의 민생문제 등에서 비롯된 경제 회복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과 정권 교체에 대한 시대적 요구 등을 이명박 후보의 당선 원인으로 분석했다. 결론에서는 이러한 국민들의 염원을 실현시키지 못한다면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 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교체 되었듯 언제든지 또 정권이 바뀔 수 있음을 상기시켰다. BBK의 문제를 다룰 때는 국민들이 검찰의 수사 결과를 그대로 믿어서가 아니라 꺼림칙하지만 후보의 도덕성보다는 능력을 더 우선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12월 22일에 방영된 <미디어포커스> “17대 대선 전후 ‘요동치는 언론’” 편에서는 선거 방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표 뒤 방송 되는 ‘위인전식’ 다큐멘터리를 비판했다. 먼저, 방송 3사의 개표 방송에 대해 출구조사 결과만을 가지고 '과반수 득표'라고 단정한 예측과 오토바이 카메라까지 동원해서 당선자를 따라다니는 파파라치식 보도를 한 점, 개그맨을 출연시키거나 오락 프로그램화하여 지나치게 정치와 선거를 쇼(show)로 만들어버렸다는 점을 꼬집었다. 당선자의 일대기와 성공신화를 다룬 위인적식 다큐멘터리에 대해 그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이런 잘못된 방송 관행이 언론의 뿌리 깊은 문제이라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이밖에도 같은 날 <미디어포커스>는 BBK 특검 보도에 대한 언론의 논조가 선거 전· 후에 바뀌었음을 특정 언론의 사례를 들어 자세히 보여줬다. 특히 방송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언론이 정권의 눈에 나지 않기 위해 몸 사리기를 하거나, 적극적으로 자사의 이익에 따라 정파적 왜곡 보도를 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2% 부족한 <MBC 스페셜>과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
<MBC 스페셜> ‘대선 특집 올인’은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당선자에게 집중했던데 반해 유권자 운동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였다. 제작진은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 문국현 후보의 팬클럽에서 활동하는 각각의 열성적 지지자들의 활동을 장시간 동안 밀착 취재하여 보여줬다. 그들이 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가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냄으로써 그들이 원하는 정치가 무엇인지를 포착할 수 있었다. 이는 정치참여에 냉소적인 분위기를 희석시키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호남-정동영, 대구-이회창, 영남-이명박의 구도를 그대로 따르면서 지역색을 강조한 점이나 팬클럽 활동을 단순히 보여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또 유권자들의 선거 운동이 선거 문화와 앞으로의 우리나라의 선거 발전에 어떤 의미가 있는 지를 덧붙였다면 더욱 의미 있는 방송이 됐을 것이다.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은 개표 후 대선 결과에 대한 한나라당과 통합 신당의 상반된 입장을 취재하고, 이명박 후보의 당선 요인을 ‘경제 살리기’라는 실용적 이미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선거 다음날인 12월 20일에는 “이명박 정부, 어디로 갈 것인가?”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향방을 전망했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가 내세운 공약을 단순 정리하는 수준일 뿐, 언론의 입장에서 당선자가 앞으로 신중하게 운영해야 할 국정 현안이나 이 후보 당선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변화에 대해 보다 냉철한 분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나가며
우리 단체는 무엇보다 대선기간과 개표 후 보여준 SBS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SBS는 대선 관련 시사프로그램을 한 편도 만들지 않다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자 2개의 다큐를 만들어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개인 성공 신화로 칭송했다. 더구나 개표방송은 출구조사 공개부터 이명박 당선자라는 호칭까지 사용하며 축하행사를 대대적으로 보여줘 ‘성급한 모시기’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정치권력을 철저히 감시해야 할 방송이 정치권력을 옹호하고 칭송하며 모시기에 급급한 태도는 언론임을 포기한 것과 다를 바 없다. SBS가 이번 대선에서 보인 태도는 엄중한 사회적 질책과 처절한 자기반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KBS와 MBC 시사프로그램들이 보여준 소극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KBS <미디어포커스>, <시사기획 쌈>, MBC <PD 수첩> 등 몇몇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정치쟁점이 되었던 사안에 대해 외면했다. 그 외 사안에 대해서는 KBS <추적 60분>, <과학까페> 등 몇몇 프로그램에서만 새로운 시도나 접근을 보여줬을 뿐이다.
이번 선거에서 시사프로그램의 탐사저널리즘 정신이 거세된 배경에 대해 현업에 있는 제작진이나 시청자, 시민단체 모두 입을 모아 한나라당의 집요하고 일방적인 ‘방송 편파성 시비’가 매우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 이후 ‘방송 때문에 선거에 졌다’, 고 평가하고 5년 내내 이 문제를 여론화하였으며, 2004년에는 ‘탄핵방송이 편파적이었다’ 등의 주장으로 집요하게 방송을 공격해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에리카 김을 인터뷰한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BBK 관련 프로그램’에 편파시비를 걸며 방송을 겁박했다.
결국 방송은 알게 모르게 이런 한나라당의 편파시비나 논란에 휩싸이지 않으려 노력하는 측면이 있었으며, 선거방송심의가 기계적 균형을 중심으로 하는 ‘양적 공정성’을 평가기준으로 심의한다는 점에서 방송의 몸 사리기는 더욱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방송사의 시사프로그램 제작진은 할 말이 없다. 시사프로그램 제작진은 다양하고 활발한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고, 성역 없는 탐사정신으로 이번 대선관련 쟁점들을 파헤쳐 유권자에게 질 높은 정보를 제공했어야 한다. 이렇게 제대로 된 방송을 했는데도 이에 대한 외압이나 잘못된 심의가 이루어질 경우 정치적 외풍이 심한 방송환경과 부적절한 심의 등 구조적 문제의 개선책을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이 순서인 것이다. 방송인이 방송으로 보여주지 않은 채, 구조적·정치적 문제만 탓하면서 시종일관 ‘몸 사리기’로 일관한 것은 자신들의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막은 것이다. 특히 선거방송에서 뉴스와 토론프로그램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하고 밀도 있는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장르가 시사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PD저널리즘의 실종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번 대선에서 방송3사 시사프로그램은 지상파 방송의 언론기능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디 빨리 시사프로그램이 자기 정체성을 되찾아 18대 총선 방송에서는 깊이있는 정보 제공자와 공론장 역할을 제대로 해내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방송3사 시사프로그램은 먼저 이번 대선 방송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철저한 반성해야 할 것이다.
(사)민주언론시민연합 ‘2007대선 민언련모니터단’방송모니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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