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대선 보도 중 민언련 모니터단 선거보도 감시준칙’ 준수 여부 모니터 보고서

서울--(뉴스와이어)--우리 단체는 모니터단 발족 이후부터 선거일까지 대선방송 전반을 모니터하고 이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12월 28일 방송 총평가보고서에 담아 발표했다. 이에 덧붙인 평가작업의 일환으로 우리 단체가 바람직한 선거보도와 감시를 위해 제시했던 ‘2007 대선 민언련 모니터단 선거보도 감시준칙’(이하 ‘보도 준칙’)이 얼마나 잘 지켜졌는지도 검토해봤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던 11월 27일 선거 전날인 12월 18일까지,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의 선거보도를 대상으로 ‘보도 준칙’을 어긴 대표적인 사례들을 뽑아냈다.

1. 유권자의 정치적 냉소와 혐오를 확산시키는 선거보도를 감시한다.

아래 <사례 1>과 <사례 2>는 같은 날 방송된 KBS와 MBC의 보도이다. 두 보도 모두 ‘이명박 특검법’을 둘러싼 신당과 한나라당의 몸싸움을 보도했다. 두 보도가 모두 2분에 가까웠는데, 모두 국회의원들의 몸싸움을 보여주는 것으로 채워졌다. 심지어 국회의원들의 고성에 기자멘트가 안 들릴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보도를 통해 유권자가 얻을 수 있는 건 ‘싸운다’는 내용이 전부다. 게다가 KBS는 싸움을 중계한 이 보도를 첫 순서로 내보냈다.

기자멘트 : 양당 의원들의 기 싸움도 잠시. 국회의장석을 차지하기 위한 양당 의원들 간의 격렬한 충돌로 본회의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돌변했습니다. 흡사 격투기를 연상케 할 만큼 극심한 몸싸움과 욕설, 막말이 난무한 상황이 1시간 반 동안이나 계속됐습니다. 실신한 의원도 나오는 등 양측 간에 부상자도 속출했습니다.

<사례 1> KBS <‘특검법안’ 격돌> (12/14) 우수경 기자

기자멘트 :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 주변에서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습니다. 의장석을 차지하려는 신당 의원들과 필사적으로 저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 멱살잡이에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으며 끌어내고 밀쳐내고, 격한 몸싸움이 계속됩니다. 그 와중에 다친 의원은 들것에 실려 나갑니다.

<사례 2> MBC <격렬한 몸싸움> (12/14) 이동애 기자

<사례 3>은 선거 광고를 놓고 벌어진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의 공방을 다룬 SBS보도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이 이명박 후보 위장전입과 자녀 위장취업 의혹을 부각시키는 광고를 하자,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문제제기를 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 보도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위장전입과 위장취업 모두 사실로 밝혀진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비방전’, ‘비방’이라고 표현했다.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 것이냐에 대한 문제는 추후로 치더라도 대통합민주신당이 선택한 네거티브 선거광고 기법은 선진국에서도 많이 쓰고 있는 것이며 무조건 ‘근거없는 비방’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또한 무엇보다 이런 보도를 할 때, 단순히 양당의 ‘격한 공방’만을 흥미 위주로 중계하기 보다는 이명박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고, 선거 광고에서 문제가 되는 점을 꼼꼼히 따졌어야 했지만, 정작 이에 대해서는 제대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기자멘트 : 대선이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비방전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오늘(28일)은 선거 광고를 놓고 대통합신당과 한나라당이 격한 공방을 벌였습니다. 양당은 앞으로 일주일이 선거 판세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사활을 건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어서 그만큼 비방과 폭로전도 극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사례 3> SBS <비방전 격화> (11/28) 이병희 기자

언론은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 수동적으로 이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후보 검증을 통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을 줘야 한다. 이를 어기고 각 정치권의 싸우는 모습만을 ‘이전투구’라는 식으로 중계할 경우 검증된 정보는 사라지게 된다. 언론과 많은 유권자들이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승인이 범여권 정당이 지나친 네거티브 전략 때문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실제 범여권 정당들이 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한 것과, 방송이 이를 보도하면서 정책과 인물검증 위주로 차분하게 다루지 못한 채 “그놈이 그놈이다. 다 똑같은 놈이다”라는 식의 보도를 행한 것은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 이런 유권자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규명되지 않은 의혹과 정치권의 싸움만을 지켜보는 유권자는 결국 정치에 대한 냉소와 혐오감만을 키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방송 3사는 국회의 ‘몸싸움 중계’로 유권자의 정치혐오를 확산 시키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이런 일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0월 중순 이명박 후보 측이 BBK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 씨의 한국 송환을 지연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밝혀져 이 후보의 이중처신이 논란이 됐을 때, 검찰의 BBK 수사 결과가 발표 됐을 때도 그랬다. 방송 3사는 이 사안을 이명박 측과 김경준 측의 흥미진진한 싸움을 무슨 권투시합 중계인양 보도했다. 그러는 동안 유권자는 복잡한 BBK 사건의 실체보다 BBK를 둘러싼 싸움만을 지켜봐야 했다.

이 밖에도 방송 3사는 사회 현안을 모두 대선과 연결 지어 정치권 공방으로 처리는 태도를 보였다.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 삼성 비자금 특검법 등의 굵직한 사안은 뉴스에서 모두 사안 자체의 비중을 감안해 사안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다뤄지기보다는, 대선 후보 간 공방의 대상으로 전락하곤 했다. 따라서 각 사안의 본질은 뒷전으로 밀리고 입장을 달리 하는 세력 간의 싸움만 남았다.

방송 3사는 자질이나 정책검증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방송사 스스로 적극적이고 철저한 집중 취재한 내용을 담는 질 높은 검증보도가 아니라, 한 후보가 다른 후보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담는 수준이었다. 따라서 검증보도조차도 유권자의 정치혐오와 피로감은 더욱 증가 할 수밖에 없었다.

2. 후보의 자질과 공약에 대한 평가와 정책의제 중심의 선거보도를 지향하는지 감시한다.

우리 단체의 방송 3사의 정책 검증 보도 분석 결과, 다양한 시도가 엿보이긴 했으나 내용은 아쉬움이 많았다. 대부분의 공약보도는 유력 후보들의 공약을 소개·나열하는 데 그쳤고, 여론조사와 자문단 회의 등을 통해 의제를 선정·평가했지만 전체적으로 공약보도는 깊이 있는 비교·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후보들의 과거행적과 현 공약에 대한 비교 분석이나 공약이 실현될 경우 발생할 문제들을 제대로 분석·제시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또한 무엇보다 방송 3사의 정책검증 보도가 대부분 로컬 블럭에 배치되어 지역 시청자들을 배려하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방송사별로 선정된 의제를 보면 유권자의 여론을 심층적으로 모으기보다 방송사가 미리 의제를 설정해 여론조사를 하는 방식이라 적절한 여론이 모아졌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남는다. 유권자의 요구와 생각을 수렴하는 방식을 새롭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방송 3사 모두 한 꼭지 안에 정책 비교·분석과 평가를 모두 넣으려고 한 것도 과연 효과적이었는지 의문이다. 다음 선거 보도에서는 충분한 시간을 배려해 심층적인 정책검증 보도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다른 측면에서 문제를 짚자면, 방송사들은 후보의 자질과 공약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위와 같은 ‘홍보성’ 스케치 보도를 내놨다.

선거 운동 기간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유권자를 만나기 위해 후보들의 움직임은 바빠질 수밖에 없다. 과연 이게 ‘뉴스’꺼리인지 의문이다. <사례 4>에서 KBS는 보도 말미에 ‘쫓는 사람과 지키는 사람’이란 표현을 사용해 선거를 ‘쫓고 쫓기는 게임’으로 묘사하는 우를 범했다. 또 SBS는 ‘대선 후보 동행 취재’(<사례 5>참고)를 6일에 걸쳐 내보냈는데, 후보에게 묻는 질문이 “잠은 충분히 주무십니까?”, “특별히 드시는 게 있나요?”, “건강 비법이라도 있으신지요?”, “목 관리를 특별히 좀 따로 하시겠는데요?” 등 가벼운 가십성 내용 위주였다. 후보의 수면시간, 건강관리 비결이 과연 유권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인지 의문이다.

기자멘트 : 요즘 후보들, 하루가 24시간 밖에 안되는 게 아쉬울 겁니다. 대선 후보의 하루, 그 눈코 뜰 새 없는 강행군을, 김도엽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늦은 밤 또 다른 일정에 돌입하는 후보들. 쫓는 사람과 지키는 사람, 그 누구에게도 남은 시간은 짧게만 느껴집니다.

<사례 4> KBS <하루가 짧다> (12/15) 김도엽 기자

<20분 단위 일정> (11/28) 이병희 기자
<서울-> 부산 1일 완주> (11/29)
<"낮은 데서 시작"> (11/30) 주영진 기자
<"발로 뛴다"> (12/1)
<'사람 속으로'> (12/2) 남승모 기자
<"서민 행복을 위해"> (12/3) 이병희 기자

<사례 5> SBS [잘 뽑아야 잘산다] 시리즈 중 ‘대선 후보 동행 취재’

한편, 방송 3사는 <사례 6>과 같이 유력 후보 부인들의 선거운동 모습을 묶어 1꼭지의 보도로 방송했다. MBC는 후보 부인을 통해 아내의 역할을 ‘남편 띄우기’로 그려 성역할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우려가 있었다. 또 후보들의 선거운동은 경제 살리기와 서민들을 위한 행보로 표현한 반면 후보 부인들의 선거운동은 ‘청와대 안방을 향한’ 개인적인 권력추구 욕망으로 담아내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우려도 있다.

KBS <내조 경쟁 '후끈'> (11/29) 황진우 기자
MBC <부인들도 바쁘다> (12/2) 김경호 기자
SBS <내조 경쟁 치열> (11/29) 임상범 기자

<사례 6> 방송3사 후보 부인 관련 보도

김주하 앵커 : 대통령 후보들의 부인들은 어떨까요. 저마다 민생 현장을 찾아 남편 띄우기에 한 몫을 하고 있는데, 색깔도, 방법도 여러 가지입니다. 청와대 안방을 향해 뛰는 후보 부인들, 후보 남편의 홍보 대사 1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사례 7> MBC <부인들도 바쁘다> (12/2) 김경호 기자

후보들이 말하는 장밋빛 공약과 후보들이 강조하고 싶은 이미지를 그대로 전달해 후보의 선거운동을 간접적으로 돕는 것은 언론의 일이 아니다. 거품은 빼고, 포장은 벗긴 후보들의 모습과 공약을 검증하는 것이 언론의 직무다. 방송 3사는 과연 스스로의 직무에 얼마나 충실 했는지 이제 유권자(또는 시청자)가 물어볼 차례다.

3.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지역주의 선거보도를 감시한다.

<사례 8>에서 KBS는 두 후보의 고향과 모교를 언급했으며, 이명박 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제시한 ‘동서고속도로 건설’ 이란 지역공약을 검증 없이 그대로 전달했다. 공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없음은 물론 고속도로가 필요한지, 실현 가능한 공약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동서고속도로 건설’이 한순간 지역민의 표를 얻기 위한 발언으로 나온 선심성 공약인지 ‘참공약’인지 유권자가 판단할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고 있다.

기자 멘트 : 자신의 고향을 찾은 이명박 후보는 거리 유세를 재개해 포항 시민들의 힘과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되면 새로운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후보는 이어 동서고속도로 건설 등 지역공약을 제시한 뒤 제 2의 고향인 울산으로 이동해 정몽준 의원의 지원 속에 유세를 벌였습니다.
이틀째 호남 표심 잡기에 나선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서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광주시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 후보는 모교인 광주 서석초등학교를 방문한 뒤 광주 인근 창평이 외가라며 호남과의 인연 잇기에 공을 들였습니다.

<사례 8> KBS <숨가쁜 주말> (12/8) 송창언 기자

또한 <사례 9>와 같이 MBC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특정 지역과 연결해 지역주의에 호소하는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무비판적으로 전달했다. 한편 SBS(<사례 10>)는 지역감정을 자극하거나 부추기는 후보들의 발언을 여과 없이 중계해 지역주의를 강조하고 고착시킬 우려가 있었다. 이런 보도는 후보자 자질이나 정책이 아닌 지역중심의 투표 행태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

기자 멘트 :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울산과 대구, 경북 안동 등 한나라당이 강세인 영남 지역을 촘촘히 누볐습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당의 전통적 강세 지역인 호남을 찾았습니다. 목포를 시작으로 무안과 영암, 강진과 나주, 함평과 영광 등 호남 지역을 샅샅이 훑으며, 호남의 대표성은 대통합민주신당이 아닌 민주당에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는 핵심 요충지인 대전에서 충청의 자존심을 언급하며 지역 표심에 호소했습니다.

<사례 9> MBC <강행군> (11/29) 박찬정 기자

기자 멘트 : 전남 광주지역을 방문한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5일장터가 열리는 재래시장을 잇따라 찾았습니다. 국정 실패 세력과 부패 수구 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 호남이 민주당을 일으켜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충청권에서 유세를 계속한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는 충청 대통령론을 역설하며 유력 후보들을 싸잡아 비난했습니다.

<사례 10> SBS <민생현장 행보> (11/29) 김정인 기자

4. 선정적인 경마식 보도를 감시한다.

방송3사는 ‘전열 재정비’, ‘공작정치와의 전쟁’, ‘2라운드 공방’ 등의 전쟁·게임 용어 남발하기도 했다. 또 MBC는 앵커멘트에서 ‘이명박 후보가 앞서 달린다’, ‘1강 이중구도’ 등 후보들의 우열과 서열을 부각시켰다. (<사례 11~13> 참고)

이밖에도 KBS <부동층 어디로> (12/14) 천희성 기자의 보도에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선거를 스포츠 경기와 비유해 게임처럼 여기는 프레임을 강화했다. 또 MBC <대선관전법>(12.18) 최형문 기자는 아예 제목에서 대선을 게임으로 여기고, 내용 또한 대선을 총선과 결부시켜 선거를 지나치게 대립과 갈등구도로 만들어 경쟁구조를 강조하고 있다.

기자 멘트 : 한나라당이 BBK 종결을 선언하고 전열 재정비와 함께 역공에 나섰습니다. 역공에 나선 한나라당, BBK정국 종결과 함께 공작정치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정동영 후보의 사과와 이회창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한나라당은 선거막판 악재를 막으면 대세를 굳힐 수 있다고 보고 말과 행동 조심을 각별히 강조하면서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사례 11> KBS <공세로 전환> (12/6) 박성래 기자

기자 멘트 : MBC가 대선 전에 공표할 수 있는 마지막 여론조사를 해 봤습니다. 여전히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훨씬 앞서서 달리는 1강 이중 구도로 나타났습니다.

<사례 12> MBC <1위 고수> (12/13) 권순표 기자

기자 멘트 : 검찰 수사발표를 예의 주시하던 정치권은 2라운드 공방에 들어갔습니다.

<사례 13> SBS <진실 밝혀져 다행> (12/5) 최대식 기자

5. 양시양비론과 기계적 균형을 넘어서는 선거보도를 지향하는지 감시한다.

이번 대선에서 핵심쟁점이 됐던 BBK 사건과 관련해 방송은 검증을 포기한 것은 둘째 치고라도 제기된 의혹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등을 제대로 전하지 않아 유권자들에게 BBK 사건이 도대체 무엇이며, 이명박 후보와 BBK가 무슨 상관이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지를 전달해주지 못했다. 대부분의 BBK 관련 보도가 ‘기계적 균형’에 얽매여 ‘국감공방’, ‘김경준-이명박 공방’, ‘신당-한나라당 공방’ 중심의 보도를 내보냈다.

하물며 KBS <주가조작 난타전>(10/25), SBS <진짜주인, 정치공작>(10/25), <중단논란>(10/26) 등의 보도에서는 이 후보와 MAF펀드 연관설을 정동영 후보 처남 주가조작 사건과 이 후보 친인척 중 현대상선 주가조작사건 연루설을 함께 보도했다. 이 두 가지 의혹은 같은 비중도 아니고, 대등하게 연결시킬 사안이 아님에도 주가조작사건으로 동등하게 묶고 공방전으로 치부해 사안을 희석시켰다.
또한 MBC는 <사례 13>과 같이 범여권의 움직임과 중요한 사회 현안을 묶어 ‘정치적 캠페인’으로 규정하고, 이것이 “국민의 공감을 얻을지” 미지수라며 부정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이 보도는 BBK 검찰 수사 결과가의 미흡함과 삼성 비자금 조성 사건은 각각이 중요한 사건임에도 이를 범여권의 ‘정치 캠페인’ 대상으로 묘사해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기자 멘트 : 범여권과 이회창 후보 쪽은, 검찰과 이명박 후보, 삼성을 한 묶음으로 규정하는 작업을 시작한 겁니다. 이런 정치적 캠페인이 국민의 공감을 얻을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앞으로 남은 대선 국면을 좌우할 이슈인 건 분명합니다.

<사례 13> MBC <수사발표 후 대선 판세분석> (12/5) 최명길 기자

한편 균형을 지켜야할 사안에 대해 편파적인 태도를 보인 보도도 있었다. <사례 14>의 KBS의 보도는 후보에 대한 용어 선택과 묘사에서 편파적인 모습을 보였다. 정동영, 이회창 후보는 이명박 후보를 공격하는 내용을, 이명박 후보는 경제 살리기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는 내용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이는 정동영, 이회창 후보 측에는 부정적인, 이명박 후보 측엔 긍정적인 이미지를 조성하는 편파성을 띄고 있다.

기자 멘트 : 정동영, 이회창 후보는 이명박 후보를 맹공격했고 이명박 후보는 오히려 여유 있는 모습으로 이명박 경제 효과를 강조했습니다.
<녹취> 정동영(대통합민주신당 후보): "닷새 시한폭탄 터지기 충분한 시간. 이는 무자격자라 무너지는 후보 정동영이 승리할 것."
<녹취> 이명박(한나라당 후보): "정권교체가 되면 전반적으로 상향조정될 것이다.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녹취> 이회창(무소속 후보): "스스로가 진보 좌임을 명백히 했다. 이제 이명박이나 정동영 후보는 좌파올시다."

<사례 14> KBS <'맹공' '오직경제'> (12/14) 공아영 기자

6. 유권자의 정치적 관심과 참여를 촉진하고, 시민사회의 유권자 운동을 적극적으로 보도하는지 감시한다.

이번 대선 투표율은 63%로서, 역대 최저가 될 것이란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런 예상을 뒤엎기 위해 방송 3사는 유권자의 정치적 관심과 참여를 돕는 역할을 얼마나 했을까? 아래 <사례 15~17>과 같이 KBS와 SBS는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보도했다. KBS는 대선을 스포츠 경기와 비교하며 현상을 보여주기만 하고, SBS는 유권자의 투표 참여율 저조가 선관위만의 일인 것인 양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두 보도 모두 무관심한 유권자를 관심으로 이끄는 제안은 빠져 부족함을 드러냈다.

17대 대선을 맞아 발족한 2007 대선시민연대의 ‘생활공약 1천개’ 모으기 캠페인은 후보 중심의 선거에서 유권자 중심의 선거로 옮겨가기 위한 시민사회의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이런 유권자 운동이 갖는 정치 개혁적 의미를 보도에서 찾긴 어려웠다. 그나마 이를 보도한 MBC는 자사 프로그램을 예고하는 단신에서 짧게 언급해 유권자 운동과 ‘생활공약’이 갖는 의미를 축소시켰다.

기자 멘트 : 대선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스포츠 경기에서 어느 한 편이 너무 앞서면 관중이 줄어드는 것처럼 1위 후보가 독주해서 2위 이하 후보 지지자 일부가 무관심층으로 옮겨 갔다."

<사례 15> KBS <부동층 어디로?> (12/14) 천희성 기자

기자 멘트 : 오늘밤 시사매거진 2580에서는 대선 열흘을 앞두고, 저마다 승리를 장담하는 각 후보들의 지지율 변화추이를 살펴보고 막판변수를 점검합니다. 그리고 새 대통령과 새 정부에 바라는 기발하면서도 유용한 시민들의 생활개선제안들을 방송하며, 태평양 전쟁 때, 일본군의 포로감시원으로 부역했다는 이유로 전범 처리됐던 조선인 사형수들의 비극을, 60년 전의 생생한 화면과 함께 집중 조명합니다.

<사례 16> MBC <시사매거진2580 예고> (12/9) 김주하 앵커

기자 멘트 : ‘이번 대선 선거전은 최악’이라는 정치권 안팎의 평가 속에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 역시 역대 최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선관위가 비상이 걸렸습니다.

<사례 16> SBS <투표율 비상> (12/17) 임상범 기자

7.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진, 소수, 진보 후보를 충분히 보도하는지 감시한다.

17대 대선은 역대 최다인 12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언론은 신진, 소수, 진보 후보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유권자에게 전달해 우리 사회의 정치적·사회적 다양성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KBS는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 첫날 후보들의 선거운동 모습을 담았다. 정동영, 이명박, 이회창 후보는 각각 1꼭지씩 권영길, 이인제, 문국현, 심대평 후보는 4명을 묶어서 1꼭지로 다뤄 적절한 균형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는 시청자들의 주목을 과도하게 소수 유력 후보들에게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그로 인해, 유권자들로 하여금 유력 후보가 아닌 나머지 후보들에 대해 정당한 인식과 평가를 불가능하게 했다. 이런 식의 프레임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방송 3사에서 모두 나타났다. 특히, 방송3사 모두 유세 현장에서의 발언을 그대로 내보내는 보도가 대부분이어서, 빅3에 속하지 못한 나머지 후보들에 대한 유의미한 선거보도는 실질적으로 전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이런 식의 묶음형 보도에서도 아예 소외되는 후보가 무려 5명이나 됐다. 정근모, 허경영, 전관, 금민, 이수성 후보의 동정은 보도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12월 14일 부재자 투표가 끝난 뒤 열린 군소후보 합동토론회에서 후보들의 발언을 들어 볼 기회가 있었을 뿐이다. KBS와 MBC는 이 토론회 내용을 요약해 전달했다. SBS는 이를 다루지 않았다. MBC는 <사례 17>에서처럼 5명의 후보들을 ‘기호 7번에서 10번까지의 군소후보’로 뭉뚱그려 소개했을 뿐이다. 또 보도 말미에 ‘귀담아 들을 내용이 있다’는 유권자 반응을 소개하며 평소 이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았음을 밝히고 있다. 군소·소수 후보에게 유력후보와 양적균형을 맞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방송 3사의 보도는 선택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들의 정책과 공약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부족했다.

기자 멘트 : 기호 7번에서 10번까지의 군소 후보들은 거침없는 비판과 파격적인 공약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습니다.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이들이 오히려 속시원하게 할 말을 대신하고 있다며 귀담아 들을 내용이 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례 17> MBC <이색공약 눈길> (12/14) 유재광 기자

8. 근거 없는 음모론과 흑색선전, 의혹 폭로 등 부정적 선거보도를 감시한다.

이명박 후보 연루 의혹이 제기됐던 BBK 사건 관련 공방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이어졌다. 특히 이번 BBK 관련 공방 와중에는 여당 공작설 등의 음모론이 뒤섞여 있었다. 언론은 유권자를 위해 진위 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근거도 없이 각 후보 측에서 주장한 음모론적 의혹들을 그대로 전달했다. <사례 18~20> 보도에서 나온 ‘범여권의 각서’, ‘이명박 후보 낙마시키면 무죄’로 해준다는 증언, ‘이명박 후보측과 청와대 간의 뒷거래 의혹’ 등의 주장에 대한 근거는 보도 어디서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를 주장하는 측의 의견을 그대로 방송하는 건 문제가 있다.

기자 멘트 : 한나라당은 검찰 탄핵안을 "정치 테러"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범여권 인사가 김경준 씨에게 도와주면 어떻게 해 주겠다는 식의, 각서를 써준 게 있다는 새 의혹으로 역공에 나섰습니다.

<사례 18> KBS <탄핵소추 격돌> (12/10) 송현정 기자

기자 멘트 : 한나라당은 김경준 씨와 한국 정부 관리 사이에 거래가 있었다는 지게타 씨의 증언으로 김 씨 송환을 둘러싼 여권의 정치공작 실체가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여권실세가 김경준 씨 아버지를 만나 이명박 후보만 낙마시키면 무죄로 해주겠다는 또 다른 증언도 있다며 신당을 몰아세웠습니다.
이에 대해 신당 측은 LA 구치소 내에서는 녹음이 불가능한데다 지게타 씨를 만났다는 변호사는 다스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의 건물에 세 들어있는 사람으로 정체가 의심스럽다고 인터뷰 조작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삼성 특검으로 곤혹스러운 검찰이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이명박 후보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맞불을 놨습니다.

<사례 19> MBC <'공작' 난타전> (12/7) 정승혜 기자

기자 멘트 : 이 후보측은 이명박 후보측과 청와대 간의 뒷거래 의혹까지 제기했습니다.
[강삼재/이회창 후보 전략기획팀장 : 이명박 후보가 위장된 부패 보수임이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좌파 정권과 손을 잡은 것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사례 20> SBS <"황당하다" 강력대응> (12/5) 임상범 기자

반면 충분한 근거가 있는 의혹에 대해서는 양측의 공방으로만 다루며 BBK 사건에 대한 본질을 흐리는 경우도 많았다. 선거 국면에서 제기되는 근거 없는 의혹과 음모론을 언론에서 검증하지 않은 채 유권자에게 전달할 경우 유권자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유권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돕고, 음모론과 의혹 폭로가 아닌 정책선거로 이끌기 위해 이런 태도는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이번 보고서는 방송 3사의 ‘보도 준칙’을 어긴 사례들은 대표적인 것만 뽑은 것으로 이번 전체 선거보도의 문제점 중 몇 가지 사례에 불과하다. 이번 모니터를 진행하면서, 과연 방송 3사가 17대 대선을 맞아 유권자의 정치적 냉소와 혐오 극복이란 문제를 고민하긴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방송 3사가 유권자를 선거의 들러리로 여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투표를 통한 시민의 권한 위임, 그 선택을 돕는 공론장 역할을 해야 하는 언론, 이는 누구나 아는 상식으로 새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도 아니다. 방송 3사는 2008 총선에서 이런 기본과 상식에 충실해 주길 바란다.


(사)민주언론시민연합 ‘2007대선 민언련모니터단’방송모니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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