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국내 금융기관들이 부유층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저가 경쟁에 몰두할 경우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취약해질 우려도 있다. 더욱이, 상대적으로 기업금융이 취약해지고 서민 금융이 도외시되면서 성장 원천이 약화되고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될 우려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증권업의 수신기능 조기 확충, 증권규제의 네거티브화 조기 실현 등으로 국내 증권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해외 금융기관의 국내 시장 잠식과 획일적 금융 상품 판매에 기인한 저가 경쟁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서민 금융기관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 등으로 가계의 균형 성장을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금융기관들은 무차별 가격 경쟁보다는 각 금융기관들이 차별적인 상품을 개발하고 상호 공동 판매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 VIP 금융 전쟁과 소득 양극화
1. 국내 부유층 시장의 성장 현황과 배경
○ (성장 현황) 전 세계적으로 부유층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부유층 시장도 외환위기 이후 급성장을 지속하고 있음
- (부유층의 정의) 부유층 기준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으나, 금융기관이나 컨설팅 회사들은 경험적, 수익 극대화 기준 등에 입각하여 자사에 적합한 분류 기준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음
·미국 FRB(Federal Reserve Bank)의 경우 연간 소득 10만 달러 이상이면서 순자산이 상위 10%에 속하는 가구를 부유층으로 정의함
·미국의 생명보험 마케팅 연구소(LIMA)에서는 금융자산을 기준으로 25만 달러 이상인 가구를 부유층으로 정의함 25만 달러 이상 50만 달러 미만 보유 가구를 대중 부유층(mass affluent), 50만 달러 이상 100만 달러 보유 가구를 일반 부유층(mass affluent), 100만 달러 이상 500만 달러 미만 가구를 부유층(high-net-worth), 500만 달러 이상 가구를 최고 부유층(pentamillionaires)으로 세분함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 보유 금융자산에 대한 자료 빈약으로 부유층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임. 다만 한국은행, 연구소 등에서 발표하는 자료를 통해 간접적으로 부유층 시장의 급성장을 판단할 수는 있음
- (한국은행) 5억 원(약 45~50만 달러) 이상을 거액 예금으로 가정할 때, 2004년 6월말 현재 거액 저축성 예금액은 180조원으로서 전체 저축성 예금의 37%이며 외환위기 이후 급증하는 추세임
·5억 원 이상 저축성 예금은 2004년 6월 현재 1998년 말 대비 261.8% 증가하여 이 기간 중의 전체 예금증가율인 127.4%를 크게 상회하면서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음
·5억 원 이상 저축성 예금의 주요 내역을 살펴보면, 상품 단위가 커질수록 계좌 수는 줄어들고 예치 금액은 늘어난다는 특징이 있음
·특히 50억 원을 초과하는 저축성 예금은, 5억원 초과 저축성 예금 계좌(6만 6천 계좌) 내의 비중은 8.2%에 불과한데 비해 5억원 초과 저축성 예금 금액(180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를 상회함. 즉, 거액 자산가도 양극화 내지 차별화되는 양상임
- (보험개발원) 국내 상위 10% 부유층은 65만 가구로 이들 순금융자산은 2003년 298조원, 2004년 320조원, 2008년 423조원으로 연평균 7% 이상의 성장을 예상
·나머지 90% 일반 가구의 순금융자산은 2003년 현재 129조원이며 부유층 가구와 일반 가구의 가구당 순금융자산은 20.7배 차이
·최근 발표된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향후 5년간 국내 부유층의 순 금융자산 추이는 연 7% 이상의 견조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측됨
< 국내 부유층의 순금융자산 전망 >
구 분-----2004-2005-2006-2007-2008
전체 부유층 (조원)319.7-342.8-367.6-394.3-422.81
가구당 평균 (억원)4.92-5.27-5.65-6.06-6.50
자료 : 보험개발연구원, 2004. 3
주 : 부유층 가구는 순금융자산 기준 상위 10%에 해당하는 가구로 정의하였으며, 1992~2001년간 미국의 연평균순자산증가율을 적용하였음
- (보스턴 컨설팅) 2003년 국내에서 금융자산 100만 달러(약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개인은 전년 대비 18% 증가한 6만 5천명 수준으로 추정
·이들이 보유한 총 금융자산 규모는 약 290조원으로서 개인 보유 금융자산의 30%에 육박함
○ (성장 배경) 최근 국내 부유층 금융시장이 성장하면서 각광을 받는 것은 부유층 성장 및 자산형성기 도래, 금융기관의 영업 차별화 전략 때문임
- (새로운 부유층 성장) 외환위기 이후 소득 및 자산 수익률의 차별화 영향으로 새로운 부유층이 등장함
·1990년대 이후 기업간 수익성 격차가 확대되고 성과급 체제가 정착되면서 고소득 연봉자가 급증함
·외환위기 직후 채권 수익률이 급증하면서 채권을 실제로 구입할 수 있는 거액 자산가들의 재산이 급증한 바 있으며, 주식 투자 활성화 및 부동산 가격 급등 영향으로 새로운 부유층이 형성됨
- (자산 형성기의 도래) 일정 정도 자산을 축적한 戰後 베이비붐 세대들이 1990년대 말 이후 본격적인 자산 형성기에 돌입하면서 자산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음
·의학 발달, 출산율 감소 등의 영향으로 1999년 노인인구 비율이 7%를 넘어 고령化 사회로 진입했으며, 2020년 고령사회로 진입할 예정임
·수명이 늘어난 부유층 세대들은 고령사회 진입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자산축적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
- (금융기관의 ‘선택과 집중’ 전략) 초저금리 및 저성장 시대의 도래, IT기술의 발달 등으로 금융기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융기관들이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부유층 시장을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집중함
·금융기관의 입장에서 볼 때, 거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은 상대적으로 수수료율이 높은 데다, 예금-주식-보험 등의 교차 판매가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경기에 둔감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입원 확보가 가능함
·예컨대, 은행 수익의 80%가 상위 20%의 부자고객에서 발생함
·부유층 고객들은 연대감, 소속감 등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해당 고객 커뮤니티 전체를 충성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고, 한번 맺은 기존고객의 인연이 다음 세대 연결 가능성이 높음
2. 문제점
○ 부유층 시장이 커지면서 PB(Private Banking)와 같이 자산관리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 부문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상대적으로 준비가 부족한 국내 금융기관이 저가 경쟁을 벌이면서 금융산업이 취약해질 우려가 있음
- 개인 자산관리에 노하우가 축적된 해외 금융기관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으나 국내 금융기관의 대비가 미흡하여 당분간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움
·2004년 7월 한미은행을 인수한 씨티은행이 ‘한국씨티은행’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영업을 본격 가동하였으며, 2005년 1월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Standard Charted Bank ; SCB)도 제일은행을 전격 인수함
※ 비단 은행권뿐만 아니라 프랭클린템플턴, 슈로드, 푸르덴셜, PCA 등 해외 유수 투신사들도 이미 국내에 진출하였고, 최근 세계 1위의 자산운용사인 피델러티 등도 국내 간접투자시장에 본격 진출 채비 중임
※ 과거 씨티은행 국내 지점의 가계 수신 분야의 비중은 1%에 불과하였지만 최근 프라이빗뱅킹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7~8% 수준임(한은 보도자료)
※ 씨티은행은 이미 해외에서도 2001년 11월, 멕시코 2대 은행인 바나멕스 은행을 인수한지 2년 만에 빈부격차가 심한 멕시코의 부유층을 집중 공략함으로써 영업수익 34% 증가, ROA 3.2%라는 놀라운 수익을 기록한 바 있음
※ 현재 아시아 프라이빗뱅킹 시장의 70%가 시티, UBS, HSBC, SCB 등 미국, 스위스, 유럽 국가의 은행에 의해서 점유된 상태임
·그러나, 국내은행은 아직 자산관리, 또는 프라이빗뱅킹 영업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정착되지 못해 기존 거액고객의 이탈방지 차원에서 VIP뱅킹이나 단순한 自行 수신상품을 판매하는 ‘구색 갖추기’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
·대형 증권사 및 일부 중형 증권사들도 랩어카운트(Wrap Account)를 이용하여 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금융자산을 관리할 채비를 갖추고 있으나, 증권사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아직까지 판매 실적이 저조함
* 자산관리(Wrap Account) 수익이 증권사 영업순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임
- 특히, 준비가 미흡한 국내 금융기관들이 부유층 선점을 위해 고비용-저수익 경쟁에 몰두할 경우 금융산업의 건전성도 취약해질 우려가 있음
·최근 금융기관들은 자산관리 부문 영업력 확충을 위해 조직정비, 글로벌 경쟁기반 강화, 여신관리체제 정비, 상품개발역량 강화, 전문가 양성, 고객중심의 마케팅 등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음
·반면, 최근 은행권들은 역마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우량고객 확보를 위해 은행권의 특판 예금 등 고객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음
·이러한 가격 경쟁은 상대적으로 자산 운용에 노하우가 축적되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취약한 국내 증권사들의 영업력 위축을 야기할 뿐 아니라 치열한 가격 경쟁을 야기하여 금융산업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음
○ 지나친 부유층 공략 전쟁과 소액 자산관리 소홀 등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우려가 있음
- (소액 자산관리 경시) 금융기관의 소액 자산관리 경시에 따른 소액 예금 수익률 저하, 자산 수익률 양극화 등으로 서민 가계의 자산관리는 더욱 어려워질 것임
·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들이 거래 규모가 큰 부유층에게는 높은 수익률과 편의를 제공하는 대신, 거래 규모가 작은 저소득층 가계에 대해서는 낮은 수익률만을 제시함으로써 예금 수익률이 양극화될 수 있음
·최근 상대적으로 수익률 높은 상호저축은행이나 제 2금융권 수신의 경우도 경영 악화 등으로 안정성에 대한 소액 예금자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음
·더욱이, 주식, 부동산도 우량주 여부, 평(坪) 수 등에 따라 가격과 수익률이 차별화되고 있어 서민 가계의 주식·부동산 투자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음
- (기업금융 위축) 자산관리 영업 확장으로 기업금융의 상대적 위축이 우려
·금융기관들이 부유층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부유층 사금고 역할을 담당(자산 및 부채를 포괄적으로 관리)할 경우 상대적으로 위험성 높은 중소기업 대출 등은 더욱 위축될 우려가 있음
- (소득 격차 확대) 이처럼 금융기관이 서민 가계의 자산 축적이 어려워질 경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확대될 수 있음
·외환위기 이전에는 소득분포 하위 60%의 소득 점유율이 상위 20%의 소득 점유율을 상회하였지만 외환위기 이후 역전되면서 그 격차가 점차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소득의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40% 수준으로 증가하였음
·이러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금융기관의 부유층 공략이 심화되면서 더욱 확대될 것임
3. 대응과제
○ (정부) 금융기관 간 조화로운 성장을 유도하고, 부유층 고객 뿐 아니라 서민과 중산층 모두 균형 성장이 가능한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임
- 증권 산업에 대한 과감한 규제 완화로 증권사의 경쟁력을 높여 안정성 높은 은행과 자산운용 노하우가 축적된 증권업 사이의 균형 발전을 유도함
·정부가 개별 증권사의 제휴 및 합병 등에 일정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증권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글로벌 경쟁력 있는 투자은행 탄생을 유도함
·증권 규제의 네거티브화 조속 시현, 증권사의 수신기능 조기 활성화 등으로 영업 자율화 도모
- 부유층 고객의 불법 외화 송금 차단 및 서민 금융기관에 대한 세제 지원 등으로 공정하고 균형 있는 성장을 도모함
○ (금융기관) 종합자산관리 산업을 지향하되 가격 경쟁보다는 금융기관간 상호 협조로 차별화되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개발하는 게 중요하며, 유망산업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함
- 자산관리업과 VIP뱅킹을 구별, 다원화하고 해당 은행의 금융상품만 제공하는 차원을 벗어나, 다양한 금융기관의 상품을 중개하는 역할도 담당함
·각 금융기관의 노하우가 축적된 특화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다른 금융기관 프라이빗 뱅킹 센터에 판매하는 시스템을 구축함
- 자금 운용 측면에서는,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확보하고 기업금융에 대한 투자로 지속 가능성 높은 수익원을 발굴해야 함
·우리나라는 여전히 개발도상국의 일원으로서 성장 원천은 풍부한 반면, 기업금융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 부족함
·따라서 자금 운용 측면에서는, 장기적이고 지속력이 높은 국내 기업금융 부문에 많은 역점을 기울이면서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함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
웹사이트: http://www.h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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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배 연구위원 (3669-4009, 이메일 보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