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문화연대, 영어몰입교육 정책에 반대하는 성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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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문화연대
2008-01-23 16:19
서울--(뉴스와이어)--한글문화연대(대표 고경희, 부대표 정재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영어 공교육 완성 정책의 방안으로 추진하는 초중등 일반 과목의 영어 수업 도입 방침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다음과 같이 발표하였다.

초중등 일반 과목 영어 수업, 실용인가 만용인가?
영어 사교육을 조장하고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초중등 일반 과목 영어 수업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공약으로 영어 공교육 완성 계획을 내걸면서, 그 방안의 하나로 초중등 수업 중 국어나 국사 같은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1월 22일, 17대 인수위원회 역시 이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음을 밝혔다. 인수위는 영어 사교육비를 절감하고, 조기유학이나 기러기아빠 등으로 인해 생기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그 목표로 내세웠다.

물론 우리 국민 모두는 영어 사교육비가 나날이 증가하고, 이에 따른 교육양극화가 심해지며, 조기유학 등으로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이 어찌 이다지도 근시안적이고 비현실적이며 위험한가?

영어 광풍의 원인은 무엇인가? 실제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영어 능력보다 몇 십 배 몇 백배 부풀려진 ‘영어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 심리다. 실제 사용을 위해서가 아니라 입시와 입사와 승진을 위한 평가 기준으로서의 영어 능력이 영어 교육과 학습의 목표인 이상, 영어 교육은 왜곡되고 사교육비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작 이런 불안 심리를 조장하고 있는 세력은 누구인가? 국민들 앞에서 으스대며 영어 단어를 남발하는 지도층 인사들, 자기 자랑도 모자라 아예 공무원들의 회의를 영어로 하라고 강요하는 정치인들이 아닌가?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바로 그 불안 심리를 조장한 핵심 인물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고는 상처에 소금뿌리는 식으로 대안을 내놓고 있다. 카드 연체를 막기 위해 악성 사채를 쓰겠다는 생각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초중등 과정에서 영어 과목 외의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겠다는 발상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한다.

첫째, 영어 능력 하나면 다 된다는 식의 잘못된 교육관을 유포시켜 교육 과정의 균형을 깨고 교육의 전반적인 질을 떨어뜨린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생각하는 힘과 민주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갖춘 사람이지 영어 하나 잘 하는 사람은 아니다.

둘째, 국어와 민족 정체성을 말살하는 정책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 민족의 지혜를 모아 국제적인 국가 경쟁력을 갖추는 흐름이 아닌, 국제적인 자본에 선택받을 개인의 경쟁력만 키우자는 흐름으로 우리 국민을 몰아갈 것이다.

셋째,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더욱 증폭시켜 영어 사교육비의 증대를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영어로 하는 수업에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기존의 영어 사교육 외에 영어로 하는 수업 대비 사교육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넷째, 유아기부터 영어 사교육이 강화됨으로써 소득 격차에 따른 교육 기회 불평등 구조를 강화시키고 교육 복지에 반하는 교육 양극화를 부채질한다.

더구나 사회적 환경의 차이를 무시하고 영어몰입교육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실험의 대상으로 내모는 무책임의 극치다. 철학 없는 실용은 국민의 고통을 무시하는 만용에 불과하다.

<우리의 요구>

1. 초중등 영어몰입교육 방침을 즉각 취소하라.
2. 영어 능력에 대한 국민의 불안 심리를 조장하지 말라.
3.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영어 수요의 수준과 범위를 꼼꼼히 조사하고 대책을 강구하라.
4.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의 영어 남용을 즉각 중지하라.
2008년 1월 23일 한글문화연대 대표 고경희

한글문화연대 개요
한글문화연대는 2000년에 창립한 국어운동 시민단체로, 한글날을 공휴일로 만드는 데 가장 앞장섰으며, ‘언어는 인권’이라는 믿음으로 알 권리를 지키고자 공공기관과 언론의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바꾸는 활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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