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2008년 ‘2월의 읽을 만한 책’ 선정

2008-01-31 10:31
서울--(뉴스와이어)--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민병욱)는 2008년도‘2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등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 · 발표했다.

2008년‘2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는 앙드레 고르가 아내를 위해 쓴 사랑의 편지인『D에게 보낸 편지』(앙드레 고르/ 임희근, 학고재), 역사 속 다양한 사람들의 삶에 초점을 두어 이야깃거리로서의 역사를 전하고 있는『친절한 조선사』(최형국, 미루나무), 베토벤 음악의 핵심사상을‘대극의 합일’로 이해하면서 그의 음악 전반을 재해석한 『베토벤, 그 거룩한 울림에 대하여』(조수철, 서울대학교출판부), 영국 희귀본 거래업자가 초판본과 희귀본에 얽힌 뒷이야기들을 정리한 『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릭 게코스키/ 차익종, 르네상스) 등이 선정되었다.

위원회는 문학, 역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좋은책선정위원회를 두고, 독서 문화의 저변 확대와 양서권장사업의 일환으로 매달 10종씩‘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선정하고 있다. 2008년‘2월의 읽을 만한 책’선정도서 및 추천사는 다음과 같으며, 자세한 내용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홈페이지(http://www.kpec.or.kr)의 웹진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2월의 읽을 만한 책

1 문학 D에게 보낸 편지 앙드레 고르/ 임희근 학고재
2 역사 친절한 조선사 최형국 미루나무
3 철학 이분법을 넘어서 장회익 · 최종덕 한길사
4 정치 시대정신 대논쟁 이영성 · 김호기 엮음 아르케
5 경제 세계화? 토머스 슈뢰터/ 유동환 푸른나무
경영
6 사회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전의우 양철북
7 과학 삼엽충 리처드 포티/ 이한음 뿌리와이파리
8 예술 베토벤, 조수철 서울대학교출판부
그 거룩한 울림에 대하여
9 교양 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 릭 게코스키/ 차익종 르네상스
10 아동 안녕, 스퐁나무 하은경 글, 문학동네
이형진 그림

D에게 보낸 편지
앙드레 고르/ 임희근 / 학고재
2007. 12. 5 / 90쪽 / 8,500원

2007년 9월의 어느 날 프랑스 보농이라는 시골마을에서 83세의 앙드레 고르와 82세의 아내 도린이 침상에 나란히 누워있는 채로 발견된다. 따로따로 죽기를 원하지 않았던 이 두 사람이 택한 죽음의 방식이다. 이들의 동반자살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침대 옆에는 자신들을 화장시켜 20여 년 동안 두 사람이 함께 가꾸며 살았던 마당에 묻어달라는 편지가 놓여 있었다. 사르트르로 하여금 “세계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성”이라는 평을 들었던 앙드레 고르는 일생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심층 분석해 온 철학자이며 언론인으로 『배신자』, 『역사의 도덕』 같은 저서들을 남겼다. 기자생활을 할 때의 그의 필명은 미셸 보스케로 그의 기사는 단순 신문기사가 아니라 혼란스런 시대의 가치기준의 척도로 읽히기도 하며 숱한 영향을 끼쳤다.

앙드레 고르가 처음 만나 죽을 때까지 사랑한 아내 도린이 척추 수술로 인한 깊은 병에 걸리자 고르는 모든 사회 활동을 접고 아내와 투병생활을 함께 한다. 『D에게 보낸 편지』는 죽기 일년 전 고르가 아내를 위한 글을 쓴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쓰기 시작한 <죽음으로 봉인한 사랑의 편지>이다. ‘어느 사랑의 역사’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그는 이 편지를 보이지 않는 대중을 향해서가 오로지 아내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편지 속에 담긴 두 사람의 인생을 읽고 있으면 평생 사랑과 신뢰와 감사 그리고 서로를 위한 헌신으로 생을 다했던 그들로 인해 읽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깊은 위로를 받게 된다.

- 추천자 : 신경숙(작가)

친절한 조선사
최형국 / 미루나무
2007. 12. 15 / 320쪽 / 13,000원

우리 사회가 역사를 무거운 존재로 인식해온 것은 나라를 빼앗겼던 쓰라린 경험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일제는 우리 역사를 비하해 저항정신을 뿌리뽑는 것을 식민통치의 주요한 수단으로 삼았기에 그에 저항하는 역사는 엄숙할 수밖에 없었다.

역사는 근엄하고 무거운 주제이기도 하지만 가벼운 이야깃거리이기도 한데, 그간 이야깃거리로서의 역사는 경원시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한 시대 사람들의 삶의 총체적 모습을 역사라고 할 때 그 전체를 구성하는 각 부분의 모습은 엄숙하기보다는 일상적이기 십상인데, 『친절한 조선사』는 각 부분을 이루는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에 포커스를 맞춘 역사책이다. 위로는 임금의 취미생활부터 아래로는 소도둑으로 몰린 이웃을 도와주려다 쫓겨나는 여류시인의 이야기까지, 안으로는 몰래 숨어서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부터 밖으로는 오키나와와 필리핀까지 표류했던 흑산도의 홍어장수이야기까지, 또 조선시대에도 존재했던 조폭과 임진왜란에 참가했던 흑인 용병 이야기까지 여러 사실들이 드라마처럼 전개된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런 실개천들이 모여서 대하(大河)가 되고, 대하가 모여서 역사라는 큰 바다를 이루게 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재미있게 들여다보다 보면 어느덧 역사가 이런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알게 되는 ‘친절한 역사서’이다.

- 추천자 :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이분법을 넘어서
장회익, 최종덕 / 한길사
2007. 12. 20 / 348쪽 / 15,000원

통합, 융합, 통섭. 이런 말들이 새로운 문화적 흐름을 대변하는 용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나는 이것을 일종의 철학에 대한 요구로 이해한다. 내용의 과잉이 자연스럽게 철학의 필요성을 가져온 것이다. 통합은 단순한 병렬이나 연결이 아니다. 그것은 수평적 관계에 있던 요소들이 어떤 비평형적 여건 속에 질적 창발과 변이를 일으키는 종합이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그런 여건을 만드는 어떤 수직적 운동성이다. 가령 학문적 통섭은 요소 지식들 사이에서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 지식들을 비평형 상태 속에 빠뜨리는 하강이나 상승의 요인, 즉 어떤 새로운 철학적 개념을 창조할 때만 일어날 수 있다.

장회익이 창조한 ‘온생명’이라는 개념은 새로운 지식의 통합을 가져올 만한 위치에 있다. 그것이 충분한 무게와 속도를 획득하여 제대로 낙하운동을 시작하면 과학과 인문학을 광범위하게 통합하는 새로운 자연철학이 가능할 것이다. 새로 출간된 『이분법을 넘어서』는 물리학자 장회익과 철학자 최종덕이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통합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나눈 대화이다. 대화는 고전역학과 현대 물리학, 동양과 서양, 의식과 물질, 삶과 자연 등의 주제를 거치면서 풍요롭게 펼쳐지지만, 장회익의 온생명 개념이 태어난 내력과 그것을 둘러싼 갖가지 문제가 노련하고 해박한 최종덕의 질문 속에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주요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다.

- 추천자 : 김상환(서울대 철학과 교수)

시대정신 대논쟁
이영성, 김호기 / 아르케
2007. 12 .20 / 192쪽 / 12,000원

지난 2007년 대선은 우리 사회가 민주화 20년, 민주화운동출신 정권 10년만에 새로운 변화를 갈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48년 체제’라고 표현할 수 있는 건국과 ‘61년 체제’라고 표현할 수 있는 산업화, ‘87년 체제’라고 부르는 민주화에 이어 ‘08년 체제’라고 부를 수 있는 새로운 시대의 시대정신이 무엇인가는 많은 논쟁이 가능한 논쟁적이면서도 중요한 주제이다. 『시대정신 대논쟁: 87년 체제에서 08년 체제로』는 이같은 문제에 대해 각계의 전문가들이 대중적인 언어로 논쟁을 벌인 중요한 우리 시대의 대중교과서이다.

한 일간지의 지난 대선기획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이 책은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에 대한 여론조사에 기초해 일반국민들의 의식을 조명해주는 한편 각계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보수와 진보라는 각각 다른 시각에서 논쟁을 벌임으로써 일반인들이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쟁점들을 둘러싼 논쟁거리가 무엇이고 찬반논리가 무엇인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논쟁의 주제 역시 세계화와 한미FTA와 같은 개방으로부터 복지, 교육문제, 노사관계, 남북관계 등 핵심적인 쟁점들을 다루고 있다.

- 추천자 : 손호철(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세계화?
토머스 슈뢰터/ 유동환 / 푸른나무
2007. 12 .12 / 190쪽 / 8,000원

이 책의 제목은 ‘세계화’가 아니다. 물음표가 붙은 ‘세계화?’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세계화를 논해왔는데 새삼스레 또 세계화냐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세계화를 처음부터 차분하게 다시 따져보자는 의도가 깃들어있기도 하다.

오늘날 전 지구를 통틀어 세계화의 물결에서 자유로운 곳은 거의 없으며, 또한 사람들은 곳곳에서 그 물결을 즐기며 또는 저항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세계화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콘센서스는 없다. 국제화를 세게 하는 게 세계화인지 아니면 지구의 곳곳이 모두 같아지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이 책은 ‘세계화’에 초점을 둔 세계경제사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한 쪽만을 신랄하게 비판하거나 옹호하는 책, 개념만 간단히 설명하는 책, 오늘날의 현상만 말하는 책, 또한 너무 전문적인 책이 아니다. 그 대신 세계화는 어떤 모습으로 탄생하였는지, 오늘날 어떤 모습으로 세계 곳곳에서 숨쉬고 있는지를 군더더기 없이 소개하면서 세계화의 본질과 논점을 정확히 짚고 있다. 국제무역의 시작부터 금융, 노동력에서 나타나는 세계화와 그 반대흐름까지 보여주면서 오늘날 왜 세계화가 뜨거운 이슈가 되는지를 소개한다.

- 추천자 : 정운찬(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전의우 / 양철북
2007. 12. 26 / 176쪽 / 9,000원

꾸지람을 들으며 감동하는 순간이 있을까? 성장기 아동들에게는 그런 일이 가능할 것이나, 다 컸다고 자부하는 성인들은 질책을 받아들이기보다 항변하는 경우가 많으리라. 이런 의미에서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오로지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있음을 확신하는 우리 시대의 부모들에게 자성과 감동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특이한 책자라고 여겨진다.

부루더호프 공동체 리더의 저작인 이 책은 비폭력과 무소유를 지향한다는 공동체의 목표, 30여 년 이상 가정문제를 상담해 왔다는 저자의 경력, 게다가 뉴에이지 풍의 서적들을 널리 인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 가족애를 강조하는 또 하나의 당위적 책자로 오인될 소지가 있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가족 위기의 본질이 빈곤이나 무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취주의적 억압에 있다는 대목에서 우리는 저자의 문제의식이나 통찰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왜 필요한 것보다 많은 것들을 누리는 오늘날 아이들이 마약, 폭력, 정신질환 등에 빠져드는가? 그것은 지난날 인간 해방을 주장하던 지금의 기성세대가 “다 너를 위해서야”라는 미명 하에 자기 아이들을 성공의 감옥에 가두어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요즘 부모들에게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자녀 교육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나 기법이 아니라 아이들을 최우선으로 삼고,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려는 용기와 결단이라는 점을 저자는 누누이 강조한다. 의무감으로 가장된 부모의 이기심으로 사랑과 안식의 보금자리여야 할 가정이 고통의 각축장으로 변모되고 있다는 저자의 지론이 태교음악, 선행학습, 예능과외 등으로 부모-자식 관계가 날로 소실되어가는 한국사회의 현실과 너무 잘 부합하는 것이기에 우리 독자들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을 것으로 본다.

- 추천자 : 김문조(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삼엽충
리처드 포티/ 이한음 / 뿌리와이파리
2007. 12. 21 / 324쪽 / 22,000원

고생대의 표준화석으로 외웠던 삼엽충. 런던자연사박물관에서 30년간 삼엽충을 연구해 온 저자 리처드 포티 덕분에 독자들은 5억 년 전의 생물과 새로운 인연을 맺을 수 있다. 고생대 3억 년을 누비며 다양한 모습과 엄청난 개체수로 지구의 역사와 진화의 증거를 고스란히 간직한 삼엽충의 이야기는 화석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삼엽충의 놀라운 점은 최초의 눈으로 불릴 만한 겹눈이다. 삼엽충의 눈은 방해석으로 이뤄져 있다. 이 눈은 전적으로 방해석의 광학적 특성, 즉 방해석의 결정학에 의존한다. 긴 각기둥 모양의 투명한 방해석으로 이뤄진 삼엽충의 눈은 각기둥 하나하나가 수정체 역할을 했다. 삼엽충은 방해석 수정체들의 모자이크로 고생대의 바다 속을 봤을 것이다. 물론 삼엽충은 종별로 눈의 수는 한 개에서 수천 개까지 다양하다. 눈의 성능도 다양했을 거란 추측이 가능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삼엽충 눈의 구조를 밝히는 논문이 나오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생존의 핵심요소인 눈이 어떤 발달 단계를 가지고 진화했는지 그 단서를 삼엽충이 고이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미래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가 변한다고 말하는 고생물학자의 시각이 흥미롭다. 새로운 발견을 내놓는 새로운 관찰자가 등장하면 진리는 언제든 수정되기 때문이다. 과거를 재구성하는 과학자의 일상과 상상력, 그리고 그들의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고생대의 딱정벌레’로 불리는, 몸이 세 부분으로 나뉜 절지동물문 삼엽충의 다양한 모습(이렇게 다양한 삼엽충이 있었나, 하고 놀랄 것이다)을 사진과 그림으로 만나는 기회도 소중하다.

- 추천자 : 장경애(과학동아 편집장)

베토벤, 그 거룩한 울림에 대하여
조수철 / 서울대학교출판부
2007. 12. 10 / 260쪽 / 13,000원

유아자폐증, 주의력결핍, 과잉운동장애, 틱장애, 소아기 불안장애, 야뇨증, 행동장애 등에 대해 무수히 많은 논문과 책을 쓴 사람이 베토벤 책을 썼다면 그 책은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신경정신과 의사인 필자는 스스로 오랫동안 베토벤 음악에 심취해 살았다. 그러면서 베토벤 음악이 내뿜는 힘의 원천이 첫째로는 베토벤에서 나오는 것이고, 둘째로는 그 음악을 듣는 사람의 정신작용에 의한 교감이 베토벤 정신을 전달받게 된다는 사실에 필자는 베토벤 탐험에 뛰어들었다.

이 책에는 글쓴이가 오랫동안 직접 여행과 수집을 통해 모은 생생한 자료들이 가득하다. 사진도 직접 보고 찍어온 것이 많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책의 구성과 시각이다. 이 책은 다분히 인간의 발달과정과 그에 따른 변화에 주목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인간의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음악과 관계해서는 어떻게 발현되는지 베토벤의 음악적 여정을 다시 한 번 베토벤 자신의 심적 상태에서 생각해보게 된다. 더불어 필자 자신이 베토벤의 심상에 몰입해 써나간 글의 울림이 두 사람의 정신적 끈을 느끼게 해 준다.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같은 작품은 전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어느 대중음악보다도 잘 알려진 대중의 음악이 되어 있다. ‘운명’이라는 화두 자체가 인간 보편의 주제인 것도 있겠지만, 삶의 고통이 영혼의 깊이를 길어올리는 베토벤 음악은 설명을 거부하는 원초적인 본질에 손을 대고 있기에 오늘의 대중과도 깊이 호흡을 하는 것이다. 이 책은 베토벤의 인간적 숨결을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 추천자 : 김춘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
릭 게코스키/ 차익종 / 르네상스
2007. 12. 10 / 356쪽 / 12,000원

옥스퍼드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전공분야인 20세기 영문학의 주요 작품들의 초판본을 수집하다가 판매상으로 나선다. “재미난 책들을 모아서 한껏 갖고 놀다가 팔아치우고, 달리 새로운 책을 찾아나서는 것”이 재미있어서였다.

그가 초판본과 관련해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이런저런 이유로 작가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파리대왕』의 작가 윌리엄 골딩의 도서목록 정리 작업을 했고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샐린저와는 법정소송 일보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살만 루슈디의 『악마의 시』는 저자뿐만 아니라 역자, 출판인 모두에게까지 사형선고가 내려지게 만든 문제작이다. 실은 별도로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도 루슈디와 가깝게 지냈고 테러의 위험을 감수하며 루슈디의 후속작 『두 개의 이야기』를 펴내기도 했다.

초판본에 얽힌 이야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아동성애(性愛)를 다룬 『롤리타』의 작가 나보코프는 평단이 선정성 논란을 벌이고 있는 동안 돈방석에 올라 앉아 시간강사를 그만두고 집필과 나비수집만으로 여생을 보냈고 그의 책 프랑스어판을 낸 ‘지로디아스’라는 출판인도 돈벼락을 맞아 나이트클럽 2개, 레스토랑 하나, 술집 3개, 극장 하나를 열었다고 한다. 그리고 5년 후 지로디아스는 파산했다. 책 탄생을 둘러싼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가 책 한 권을 이뤘다.

- 추천자 : 이한우(조선일보 문화부 차장)

안녕, 스퐁나무
하은경 글, 이형전 그림 / 문학동네
2007. 12. 27 / 184쪽 / 9,000원

『안녕, 스퐁나무』는 화자인 ‘나’가 아빠와 함께 앙코르와트를 여행하면서 겪은 경험과 깨달음을 담고 있다. 화자인 ‘나’의 엄마는 종합병원의 간호사로 일하고 아빠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인데, 아빠가 엄마가 아닌 다른 여자를 좋아하게 되었다지 뭔가. 이에 엄마와 아빠는 말다툼  끝에 서로 별거를 하게 되고, ‘나’는 아빠와 엄마로 인해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러던 중 아빠가 보름만에 집에 들어와 ‘나’에게 앙코르와트 여행을 하자고 했던 것이다. ‘나’는 아빠와 엄마가 서로 사랑해서 결혼까지 했으면서, 아빠가 엄마가 아닌 다른 여자를 좋아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나 아빠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자기 자신도 학년이 바뀔 때마다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달라졌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다가 아빠와 ‘나’는 앙코르와트를 감싸고 있는 거대한 스퐁나무를 보게 된다. 나무는 사원을 허물며 자라고 있었지만, 어느새 사원과 하나가 되어 사원도 그 나무를 의지하며 지탱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아빠가 가정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 짓고 있지 않다. 다만 아빠가 아빠와 엄마의 관계를 이해하고, 아이가 엄마와 아빠를 이해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여행이 끝나자 사건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벌어진 사건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어른도 길을 잃을 수 있다는 것, 아이만이 아니라 어른도 살아가며 배우고 깨달아야 한다는 것을 이 작품은 잘 보여준다.

- 추천자 : 엄혜숙 / 이상교(아동도서 연구가 / 아동문학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개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Publication Industry Promotion Agency of korea)은  전자책 출판 등에 의한 디지털 환경의 변화와 출판 시장 환경의 글로벌화에 대응하여 출판 문화 산업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흥 하기 위해 설립된 재단법인 이다.

웹사이트: http://www.kpip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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