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지난 2월 15일, 한국을 찾은 <피와 뼈>의 최양일 감독과 주연 여배우 스즈키 쿄카가 역삼동 리츠칼튼 호텔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오전 11시에 시작한 기자회견은 많은 취재진들의 관심 속에서 성황리에 끝났으며, 최양일 감독과 스즈키 쿄카씨는 시종 성실한 답변으로 기자회견에 임했다. <피와 뼈>는 재일 한국인인 김준평의 파란만장했던 일대기를 그린 작품. <하나비> <자토이치>의 기타노 다케시가 주연을 맡아 일생일대의 명연기를 펼쳤다.

<피와 뼈>는 지난 해 일본 영화계의 최고 수확으로 평가받고 있는 영화. 다수의 영화제에서 주요 부문을 석권했으며, 특히 연출과 연기의 힘이 스크린 가득 전해지는 스펙터클한 드라마다. 다음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간 인사말과 주요 문답이다. <피와 뼈>는 오는 2월 25일 개봉한다.

최양일: <피와 뼈>는 나에게 큰 존재감을 갖는 영화다. 괴물과 같은 삶을 산 남자의 영화를 그린다는 것은 내 희망이기도 하다. 10년 전, 양석일의 다른 작품을 찍었었다. (<달은 어디 에 떠 있는가(93)>) 실존했던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했었는데 이런 존재를 영화로 만드는 것 은 모험과 같았다. 잘 생각해 보면 조지 루카스가 나중에 <스타워즈 에피소드 1>을 찍은 것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피와 뼈>는 일본 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성공을 거 뒀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유럽에서도 개봉할 예정이다. 세계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게 되는 올해는 내게 스릴 넘치는 해가 될 듯 하다.

스즈키 쿄카: 나에게 있어 국적이 다른 여성을 연기한다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그것보다 기타노 다케시와 함께 연기를 하는 것, 최양일 감독 앞에서 연기를 보여야 하는 것이 더욱 큰 도전이었다. 최양일 감독은 다큐멘터리식 영화를 많이 찍은 감독이라 두려움이 있었다. 이 영화가 내 연기 경험에 도움이 되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한 분이라도 더 많이 보러 와 주면 기쁘겠다.

Q: 감독님께서 부산영화제 때, '영화를 보면 7일간 신음할 거라' 말씀하셨듯, 나도 힘들었 다. 김준평 뿐 아니라 기타노 다케시, 최양일 모두가 괴물이라는 느낌이 든다. 김준평이라는 인간을 표현하는 연출 의도가 궁금하고,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
A: (최양일 감독) 원작자의 아버지라는 실존인물인 만큼 현실적인 존재이다. 고독하지만 고독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현실을 잘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삶은 영화에서 밖에 표현할 수 없다. 반경 200m 이내의 조선인 공동체를 그린 영화지만 큰 세계를 지향하는 감독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어떤 시대상을 그리기보다, 시대에 등을 돌리고 살았던 한 인물을 그린 것이다. 그리고 그 주변에 실존했던 사람들을 그리고자 했다. 특별히 사회적 의미를 담은 메시지는 아니었다.

Q: 영화 속 시대적인 묘사가 굉장히 섬세하다. 원작만으로는 표현하기 힘들었을텐데 잘 재현해냈다. 이에 관한 노력, 그리고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수많은 스탭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부탁한다.
A: (최양일 감독) 말씀하신대로 원작만으로 재현하기 힘들었던 게 많았다. 나가야의 오픈 세트를 보면 시대 변화를 미묘하게 수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민들의 미묘한 변화 등, 감독, 의상, 촬영, 현장 스태프들이 모두 수고한 결과였고 이는 배우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다. 엔딩 크레딧에는 726명의 이름이 있지만 실제로는 1000명이 넘었다. 이 영화를 찍으며 '영화를 만드는 재미'를 정말 느낄 수 있었다.

Q: 영화에 한국어가 많이 나오는데 한국어 연습은 어땠나? 연습을 위해 특별히 즐겨본 한국 영화나, 좋아하는 배우 같은 것은 없나?
A: (스즈키 쿄카) 나의 한국어가 괜찮았나? 사실 오사카에 사는 여성이란 설정이라 대사의 대부분이 일어였고 크게 고달프진 않았다. 다만 사용한 한국어가 제주 방언이라, 아무리 열심히 배워도 한국에서 소용없을 것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마침 일본에서 한류 붐이 있는데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시청한 드라마는 없었고, 영화 중에서는 <살인의 추억>을 아주 인상깊게 봤다. 한국 작품, 배우에 대해 더 알고싶고 <피와 뼈>를 통해 한국에 얼굴을 알리고 싶지만, 얼굴이 알려져 사우나에 못갈 정도가 될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한국은 여행하기에 정말 즐거운 나라이다.

Q: 연기 하기 쉽지 않은 배역을 꼭 맡고 싶었던 이유는?
A: (스즈키 쿄카) 한 여성의 생애를 연기한다는 것이 일본에서는 좀처럼 없는 기회였고 그래서 기뻤다. 또 하나의 커다란 계기는 최양일 감독 밑에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작을 읽어서 이미 어려운 연기가 되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국적이 다른 역을 하거나, 연기에 한국어를 사용하거나, 다양한 연령대를 연기해야 한다는 것보다는 반려자를 계속 지켜봐야 하는 역이라는 것이 힘들었다. 육체적으로 멍이 드는 등 힘들기도 했지만 기타노 다케시처럼 훌륭한 연기자 옆에서 연기한다는 점, 어려운 주문을 그때그때 듣는 것, 프로의 현장에서 일해야 한다는 것이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Q: 한국을 몇 번째 방문한 것인가? <피와 뼈>라는 제목이 영화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A: (최양일 감독) 10번 이상 한국을 방문했다. 원작을 보면 이는 알기 쉬운 제목이다. 가족관계 - 아버지와 딸, 아내와 남편 등 모두 피와 뼈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처럼 작은 인간에게는 더욱 그렇다. 표현이 단순하고 명확하다. 그리고 뼈와 피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담는 철학적 의미도 있다. 그리고 농을 하자면, 내가 만든 양석일의 전작(<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93)>)의 원제는 "택시 광조곡"이었다. 양석일이 다음 작품의 제목은 바꾸지 말고 그대로 쓰라고 했다.

Q: 영화에서는 김준평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재일동포의 삶을 담는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인 점을 담는 것일텐데, 감독은 사회상을 담은 게 아니라 말했다. 사회상을 담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인지?
A: (최양일 감독) 내겐 영화를 만드는 의미가 중요하다. 왜 영화를 만드는 것인지 말이다.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한다는 것은 관객의 반응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영화 중에는 주장이 있는 영화도, 없는 영화도 있다. 다양한 것을 담을 수 있는데 재일동포의 이야기를 담았기에 그 자체가 사회적인 것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다민족 국가라 다양한 민족의 삶을 영화에 담고 있는데, 그것이 사회적인 것이기보다는 그 영화 속 사람과 삶, 행동이고 그것이 영화 생산의 원동력이 됐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 <대부>는 미국 내 이탈리안들의 이민사가 아니라 영화 속 인물과 스토리 중심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물론 정확한 이민사를 알지 못하지만 상관없다. 영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Q: 7시간 분량의 시나리오를 수정해서 2시간 20분 분량으로 만들며 50년대, 중년의 김준평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특별히 젊은 시절을 걷어낸 이유는 무엇인가? 필요없다고 생각했었나?
A: (최양일 감독) 만일 제작자가 다시 기회를 준다면 7시간짜리 <피와 뼈>에 도전하고 싶다. 젊은 시절은 역동적이고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이다. 이것이 생략된 이유는, 이 시기가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를 관객의 상상력에 맡기고자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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